‘사막의 아들’에게 극한의 남극은 시작일뿐


 도깨비뉴스에 사막 마라톤대회 소식을 매번 전해주는 '사막의 아들' 유지성씨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일까지 남극에서 열린 남극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하는 영광을 안았다.

- [화보] 남극 마라톤 대회, 생생한 현장속으로 ①
- [화보] 남극 마라톤 대회, 생생한 현장속으로 ②
- [화보] 남극 마라톤 대회, 생생한 현장속으로 ③

 남극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데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1년 동안 열리는 사막 마라톤대회는 고비 사막 대회(봄), 아타카마 사막 대회(여름), 사하라 사막 대회(가을)가 있다. 이 3개의 사막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게 되면 ‘그랜드슬램’ 달성의 마지막으로 겨울 에 열리는 남극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유지성씨는 고비 사막 대회, 사하라 사막 대회, 아타카마 사막 대회를 완주해 2007년 그랜드슬램 자격을 얻어 남극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이 마라톤에는 12명이 참가했다. 유지성씨는 남극 마라톤대회를 완주해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래머에 등극했다. 그의 그랜드슬램은 2007년 11월까지 전세계에서 27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유지성씨는 "남극 마라톤 완주는 도전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전 인생의 한가지 숙제를 마쳤 을 뿐이죠. 세상은 넓고 진귀한 도전과 모험이 가득 넘치기에 또 다른 도전을 할 겁니다"며 그랜드슬램 달성 소감을 전했다.

 도깨비뉴스는 지구의 끝 남극에서 자기 자신과의 사투를 벌인 유지성씨를 인터뷰했다.


- 남극 마라톤대회,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생소한데요. 어떤 대회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에는 여러 종류의 극한 오지 레이스가 많습니다. 그 중 남극 마라톤대회의 경우, 통상적으로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이라고 불리는데요. 사막에서 벌어지는 시리즈 대회의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합니다. 총 6개 구간에서 100~200KM 이상을 달리는 대회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일까지 남극에서 열렸습니다.

-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요?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대회이기 때문에 참가 자격의 제한이 있습니다. 남극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중국 고비사 막, 이집트 사하라 사막,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대회를 완주해야만 합니다.

- 사막 마라톤은 언제부터 참여하신건가요?
2002년도 모로코 사하라 사막 대회를 참가했고요. 고비 사막대회, 이집트 사하라 사막대회, 아타카마 사막대회 등 지금까지 총 9번의 오지 레이스를 완주했습니다.

- 남극 마라톤대회에는 소수만이 참여했던데요.
매년 전 세계적으로 남극 마라톤대회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10~20명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 기타 여건이 맞아야 만 참가할 수 있기에 모두가 항상 참가할 수 있는건 아니죠.






- 남극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평상시 훈련을 거의 안 하는 스타일이라, 항상 현장 박치기 식으로 대회 때 전력을 기울입니다. 남극 대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훈련은 거의 안했고요, 대신 극지를 가다보니 거기에 필요한 좋은 장비를 선택하는데 준비 시간 대부분을 투자한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짐을 잃어버려도 기본 장비만으로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 남극은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인데요. 참가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일반적인 사막 마라톤 경비는 대회별로 좀 차이가 있는데 약 350~500만원 정도 듭니다. 남극 마라톤은 사막 마라톤에 비해 몇 배의 경비가 들어서 금전적으로도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했는데요.
비용을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총 경비는 참가비, 항공비, 용품 구매, 기타 등등 약 1500만원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저의 경우는 적금도 깨고, 상당한 '출혈'이 있었죠.

- 사막 마라톤과 남극 마라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일반적인 사막 마라톤의 경우 횡단 개념으로 보통 250KM를 정도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남극 대회의 경우 카레이싱을 연상시키 듯 일정 구간의 제한된 코스를 시간을 정해놓고 계속 반복적으로 도는 서킷레이스 방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반복된 코스를 돌 다보니 참가자 입장에서는 단조롭고 재미가 없었죠.

하지만 남극의 현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안전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 었다고 봅니다. 남극이요, 겉으로 보기에는 펭귄과 빙산 등 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은 상당히 끔찍하고 위험한 곳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인생이 막을 내리죠.






- 대회 기간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남극에서 3가지 커다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뱃멀미인데요. 남극을 오가는 전체 11일 일정 중에서 시간상으로 7일을 배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하필 저희가 갔을 때 기상 상태도 안 좋고 파도가 너무 심해서 뱃멀미를 많이 했죠. 처음 이틀간은 밥도 못 먹고 화장실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저는 사람이 자다가도 뱃멀미를 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고요, 대부 분 모든 승객들과 선수들이 죽다 살아났죠.

두번째는 짐 분실사고 인데요. 아메리칸에어를 타고 미국에서 아르헨티나에 도착을 한 한국 참가자 5명 중 3명의 짐이 현지에 도착을 안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3명은 어쩔 수 없이 기본 장비만 가지고 뛰었죠. 정말로 살아난 게 기적이고요. 후유증으로 약간의 동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세번째는 여객선 침몰. 저희가 탄 배의 근처에 남극 여객선이 빙산하고 충돌해서 침몰했습니다. 저의 배도 구조 신호를 받고 구 조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라톤 일정이 변경이 되고 대회에 차질이 생겼죠.










- 의미는 없겠지만, 몇 번째로 완주하셨나요?

저는 전체 참가자 14명 중 10등을 했습니다. 대회 참가자 14명 중 2명은 비행기를 못 타서 현지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안병식씨가 3등을 차지하는 큰 수확도 있었습니다.

- 완주하셔서,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시게 된 거네요.
네, 이번 남극 대회를 완주하면서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래머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 남극 마라톤대회를 완주한 소감 어떠세요?
이종격투기선수인 추성훈 선수가 대회를 마치면 항상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주도 사이고(유도 최고)! 인데요. 저도 그 비슷한 표현으로 '남극 최고!'라 말하고 싶네요.










- 다음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하실 건가요?

남극 마라톤 완주는 도전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극 마라톤 완주와 사막 마라톤 그랜드스램 달성은 이제 겨우 제 인생의 작은 숙제를 마쳤을 뿐입니다.
이 세상은 넓고, 별의별 진귀한 도전과 모험이 가득 넘치기에, 저는 이제부터 또다른 도전을 시작합니다. 내년 2월의 베트남 정 글, 산악 마라톤, 알프스 횡단 산악 마라톤 등을 준비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2달 반 동안을 뛰는 미국 횡단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려 합니다. 아마도 평생을 두고 대회를 빙자한 여행을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유지성(런엑스런 운영자)
도깨비뉴스 김시은 기자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1-16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