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6(수)-28(금) /4명(선영네와)

  

일원동-수지-지리산콘도-여수-돌산대교-향일암-오동도-콘도1박

  

화엄사-천은사-성삼재-심원마을-뱀사골-천년송-와운마을

-추성-칠선계곡-왕산-유의태약수-덕양전(구형왕)-한방휴양관광단지

-대원사-덕산-하동-구례-콘도2박

  

1.

유여사 물리치료를 받고 09시 40분 수지 선영네로 출발.

  

주신이가 미리 잡아 준 지리산 한화콘도.

할아버지제사와 겹쳐 바꾸고

또 다른 일정과 겹쳐 바꾸고 하여 이날로.

  

정옥이 상황 때문에 어찌될 줄 몰라 망설이다가

선영네와 같이 가기로 전전날 결정한 것.

  

박사장님부부와는 오랜만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바로 출발.

  

금산인삼랜드에서 잠시 쉬고.

함양IC에서 88로.

화엄사앞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에 체크 인.

  

숙소가 국립공원 안이라 늘 불만이던

국립공원입장료는 없어졌는데

화엄사에서는 3000원씩 받는다.

절을 들리든 말든 구분 없이.

이건 천은사도 마찬가지.

도로를 막고 1600원씩 징수한다.

  

절 소유 땅이라 이해는 가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게 모두

오랜 세월 동안 누군가들의 시주로 이루어진 공공재인데 

무소유, 보시를 근간으로 하는 종교단체가

시민과의 불화를 모르는 체 그냥 감내하는 모습이 좀 그렇다.

  

대만에서는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도

이 때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부영에게 들은 것이 생각난다.

  

2.

점심 먹으면서 식당아줌마가

여수까지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는

첩보를 믿고 여수로.

  

돌산대교 건너 향일암까지는 꽤 멀었다.

기대하던 일몰도 불가능.

도로는 옛날의 흔적을 알 수 없게 잘 정비되어 있다.

박람회가 끝나면 더 좋아질 것 같다.

  

밤만 아니라면 기가 막혔을 조망을

야경으로 달래고.

  

공사 중인 향일암을 둘러 보고

내려오다 대박집에서 갓김치와 깻잎 등을 사다.

숙소에 가서 먹으라며 이것저것 넉넉하게 담아 준다.

잠도 재워주냐는 박사장의 농을 혼자 오면 재워 준다며

웃음으로 받는다.

전화번호를 챙겨 오다.

  

대박집아주머니가 추천한 돌산대교 아래 횟집 사계절에서

박사장님 회사에서 만든 '일품'으로 한 잔.

분위기와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숙소에 도착하며 깨다.

  

3.

식사 전 화엄사로 걸어 가

절을 한바퀴 돌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사 중이다.

겨울인데도 맑은 물소리.

산뜻한 공기가 참 좋다.

  

9시-11시 사이 정전이라고 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지리산 자락 아랫녘을 돌기로 방향을 잡고

성삼재로 출발.

  

천은사 통행료를 받는 바람에 천은사를 돌아보기로.

조용하다.

절앞 저수지(?)와 절이 잘 어울린다.

관음전 관음상이 특이하다.

많은 손 많은 머리가

중생을 두루 살핀다는 상징일텐데

조화롭게 잘 만들어졌다.

  

옥에 티 하나.

보살의 손 하나에  분명 '卍'이라고 새겼을 글자 대신에

나치문양 하켄크로이츠마크(밀교에서는 스와스티카라 한다고) 
가 새겨져 있다.

  

이런 큰 절에서

대범함인지

아니면 나치 그들까지도 포용(?)한다는 메시지인지.

  

우물가에서 신발의 흙을 닦는 노장스님에게

평소 궁금해 하던 대웅전의 여러 이름들에 여쭤 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신체 일부(치아, 사리 등)가 모셔져 있는 곳이고.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과 5여래'가 모셔져 있고.

'비로자나불'만 모시면 '비로전'이라고.

  

천은사의 '극락보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라고.

알기 쉽게 짱짱하신 목소리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아미타불'에 관해서도 연이어.

 

사진을 한 장 찍자 청하니

포즈를 잡으시며 방향까지 지정해 주신다. 

일행들은 나만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겠단다.

  

성삼재로 이동.

잠시 내려 사진만 찍고.

  

아래로 내려오다 하늘 아래 첫 마을이라는 심원마을을 둘러 보고.

산속마을인데 온통 큼직한 간판으로 덮혀 있다.

  

4.

달궁에서 하루밤들 묵었던 얘기들을 나누며

차로 뱀사골을 오르다.

  

한참을 오르니 와운마을.

'천년송'으로 오르다.

할머니나무를 보고 이어 조금 위 할아버지나무를 보다.

나무도 나무지만 주변 경관도 좋다.

  

차를 세워 둔 가든 집 아주머니에게 토종꿀을 한통 사다.

한 통을 헐어 마음껏 맛보라고 해 그 좋은 꿀맛을 보다.  

  

풍부한 이 계곡물은 연하천대피소에서 내려오는 물이라고.

연하천산장에서 1박할 때도

그 높은 곳임에도 풍부한 물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산채나 뭐라도 먹고 싶었지만 때가 일러 접고

내려와 실상사를 옆으로 두고 백무동은 건너 뛰고

추성 칠선계곡으로.

  

삼대미곡의 하나인 이 계곡을 풀어 달라고

불을 지펴 놓고 공동 취사를 하며

주민들이 모여 데모 중.

젊은 청년의 얘기로는 곰방사 때문에 9년째 묶어 놓았다고.

생업에 지장이 많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지리산 공비토벌루트 안내도에는

칠선폭포와 백무동에서 올라오는 그 중간쯤에

인민군 총사령부가 있었던 곳도 표시되어 있다.

이념적 갈등이 생사를 걸고

첨예하게 충돌한 역사적 현장임을 알 수 있다.

  

5.

대원사를 목표로 하여 가다가 왕산으로.

선영엄마가 멀민지 체했는지 힘들어 한다.

약수효험을 기대하며

비가 조금씩 뿌려 우산을 들고

허준의 이야기로 유명해진

유의태약수터를 올랐다.

  

약수를 한바가지씩 마시고

작은 물병에도 담고.

  

언제 기회가 되면 이 산은 다시 한번 오고 싶다.

혼자 왕산사지를 잠시 둘러 보고 덕양전으로.

가락국 마지막왕인 구형왕의 사당.

잘 손질되어 있다.

  

밀양군지에 나오던 노래가 생각난다.

  

'가락국 구형왕이 정남서 항복하고

사다함 가야 친 곳 파서막 있건마는...'

이라는 구절.

  

이 파서막이 내가 출생 성장한 곳이라선지

그 옛날 들었던 것이

기억의 저편에 있다가 잊혀지지 않고 떠오른다.

김해의 수로왕능 말고는

이렇게 가야의 왕능을 둘러 본 기억이 없어선지

감회가 다르다.

  

때가 지났지만 마땅히 식사를 할 곳이 없어

-덕양전에서 만난 분은 흑돼지나 오리집을 추천했으나

저녁에는 준비해 간 삼겹살을 먹기로 한 터라 한방단지로.

  

허준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아직 진행 중.

  

대원사로.

화엄사에서 노고단.

노고단에서 천왕봉은 걸어보았지만

천왕봉에서 대원사는 늘 궁금해 하던 곳.

  

절까지 차로도 한참이다.

'방장산 대원사'라는 현판을 볼 때는 이미 어둠이 짙다.

여승들이 눈에 많이 띠는 걸로 보아 비구니절인 모양이다.

가볍게 둘러 보고

되돌아 나와 덕산으로.

이곳 출신인 이웃에 사는 친구 민수가 생각난다.

  

6.

할매집서 간단한 저녁식사.

  

최대한 산 가까이로 길을 잡은 탓에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래 걸려 돌았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거의 절반인 셈.

약간 무리한 감이 있지만

컨셉을 잘 잡은 일정.

특별한 경험이고 참 좋았다.

  

나머지 절반인  

중산리도 들리고, 연곡사로 해 피아골도 가 보려한 일정을

다음으로 미루고 하동 구례를 거쳐 숙소로. 

지친 박사장을 대신해 내가 핸들을 잡다.

  

잠시 늘어져 있다가

삼겹살 파티.

일정을 돌아보며 환담하며

가져온 술을 바닥내다.

  

11시 조금 지나 아랫동네 노래방으로.

숙소로 돌아 와 바로 곯아떨어지다.

  

7.

아침을 먹고

박사장님의 선약 일정에 맞추느라

남원 전주 논산 천안 수원으로 해

수지로.

내려올 때 보다 시간과 거리가 절약된다.

  

선영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다음을 기약하며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즐거운 일정을 마무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