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감악산
산행자 : 평택 뫼 산악회원
산행일 : 2004년 2월 3일 (화요일)
교통편 : 동국항공 (기사:정영동님)
날씨 : 쾌청(최저 -11도)
▣ 고석수 - 안녕하세요~~힘드시는 오름길을 참 재미있게 오르시네요...귀만 열면 다리는 걷고 귀는듣고 눈은 어느새 그림을 그리신다는....북한산을 멀리 보시지만 마시고 한번 올라오세요^^북한산연가에 연락해서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여는 글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에 들어서서 화성휴게소에서 허전한 배속을 달래고
서서울을 들어섭니다. 허걱, 윽, 어느새 말까지 더듬네.
부천,인천,일산,김포찍고 통일전망대를 바라보며 마음이 텅빕니다
북녘의 산하같다는 짐작을 하고 차창에 시선을 꽂고 있는데
앞에서 총무님이 확인해 주십니다. "저기 벌거숭이 산들이 북한입니다"
시린 겨울에 마음이 바닥 모르게 "쿵" 소리내며 내동댕이 쳐집니다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처럼 북녘산하가 두눈에 얼어붙어 마음이 찢어집니다////
낯선 도시, 무장한 군인, 작전차량
무심한 시간은 붙잡을 새도 없이 강물에 얹혀 떠내려 가는지
아무도 말이 없습니다. 혼자만의 감상은 아닌 듯한데...
끝모를 상념을 치고 들어오는 그림하나로 잔상이 없이 끊어진
생각의 뭉텅이 그냥 강물위에 던져두고 이제 산을 그리며 갑니다.
앞서가던 관광버스가 멀미나게 구불거리니 우리 차까지 따라합니다.
"운계폭포" 웬 길거리에 폭포? 폭포가 아니고 가게 이름입니다
오늘 산행 들머리가 가까웠나? 차들이 좁은 주차장에 서고
길바닥 아무데나 버려진채
등산 들머리
설마교가 있고(부도골도 있었음. 그 골로 내려서면 부도날까봐 피해서 내려옴)
산님들은 아무 고민없이 포장길에 스며듭니다
십여분 오르니 가쁜 숨 한오라기 거르고
산님들은 풀어만 놓으면 꽁지가 빠져라 달아납니다
길곁에 그림들은 곁눈질도 않고 그렇게...
손질된 탑도, 절집도, 산님들에겐 무용지물인가 그저 산을 향하여 홀린 듯...
묵묵히 하고싶은 짓 다하고 오르니 산님들 다 달아나고 이제 혼자입니다
" 날래 가 보셨댓자 조금 후면 잡힐 걸요"
다소 오기 섞인 장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숨은 나중에 한가할 때 쉬기로 하고 발동을 걸었더니
몇분의 뒷모습이 보이네요
하나잡고, 둘잡고 이제부턴 술래잡기하며 오릅니다
숲가마터를 지나, 묵밭을지나고 나니 슬며시 딴 생각이 나
잠시 능선을 한번 훑어보고 삼천포로 빠집니다.
길도 아닌 사면을 그냥 치고 오르며 대간을 할 수 있을까
돈 안드는 야무진 꿈을 꾸어보며 오르는데
물컹거리는 바닥이 바짓가랭이 잡아 당기죠
썩은 나뭇가지가 팔꿈치 잡아 당기네요
그렇지만 물러날 수 없으니 단단한 바위랑 타협하네요
가느다란 손가락같은 나뭇가지에 사정을 하니
그래도 매정하게 뿌리치지 않네요
이십분의 이탈이 제법 재미 있습니다
이제 정상적인 등로를 오르는 낯이 선 산님들과 합류합니다.
어정거리는 산님들을 뒤로 밀어내며 부지런히 오르다가 이런 들켜버렸네요.
엄마 잃은 아이가 된 걸 어떻게 아셨는지 "왜 혼자 가요 아가씨?"
아가씨란 호칭에 황당해 하자 아저씨 농담이 수준급입니다.
"아이구 저렇게 잘 가는 아가씨 첨 봤네 우리도(아찌2)같이 가면 힘을 얻겠는데...
민망해서 숨도 쉬지 않고 황급히 자빠질 듯이 올라갑니다
숨을 아꼈더니 정상 즈음에서 우리님들의 뒷꼭지를 만났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공작원 한명 모자라는 것도 모르고 어디를 그렇게 바삐들 가셔요?"
정상에서 후미 두분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여기서도 우리네 정치판처럼
둘로 찢어집니다.
감악산 정상파와 임꺽정 정상파로.
정상에서 점심을 드시겠다는 님들을 뒤로 하고
임꺽정파는 의리있는 두목 동네로 향하는데
아이그! 우물쭈물하는새에 또 달랑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가 되면 오늘 작전이 실패하는 건데...
오늘의 성과를 그리며 어제 작품을 하나 만들었는데(한국의산하패찰)
초록실로 방울까지 만들어 달고 배낭 뒤에 매달았는데
혼자가면 패찰 누가 봐주나?
김정길님+권경선님 합작품을 선전 잘해야 할텐데...
내일을 기약합니다
소백에서 혹시 누군가가 아는척할지 모르지요^*^
임꺽정봉에 올라 멀리 삼각산(북한산)을 봅니다
아 멀리서 보아도 역시 멋있군요
(아!! 그립다 북한산 북한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못가나 몰라@@)
하산
이제 하산길에 들어섭니다
먼저 내려간 산님들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점심 먹으며
어서 내려오라고 재촉합니다
신암저수지에 차 모셔두고 올라오신 기사님이 합류해서
식사를 하고 계시다가 어서오라며 자리까지 챙겨주는 훈훈한 인심에...
모처럼 입맛당기는 점심 챙기고 화기애매한 분위기 그대로 잔뜩 줏어담고
백두대간, 정맥, 지리산 종주 이런저런 얘기 보따리가 풀어지니
귀만 열고가면
다리는 걷고, 귀는 듣고, 눈은 그림 더듬거리고
비록 돌머리지만 오늘은 세가지가 한꺼번에 되네요.
내림길이 오늘처럼 짧게 느껴지는 것도 처음입니다.
저수지가 보이고 얼음장 아래 흐물거리며 흐르는 물이 봄을 재촉합니다
얼음판에 구멍 뚫고 송어낚시에 열중인 낚시꾼들이나
산에 홀려 사죽 못쓰는 산꾼들이나 모다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어디선가 이런 꿈을 방해하는 소리가 얼음에 구멍이라도 낼 듯한 기세로
허공을 찌름니다.
개님들이 단체로 악을 쓰는데
왜그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저그들의 영역인데 시커믄 옷에 개잡는 몽둥이 ( 스틱 ) 하나씩 들고
떼거리로 나타났으니...
이것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개도둑에게 잡혀서는 안되겠다고
선수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아예 진돗개 두놈은 언덕아래까지 내려와서 으르릉 거리다가
등산화 발구름 한번에 꼬리내리고 올라가서
눈아래로 깔고 중얼거립니다
" 뭐 저런 여자가 다있어. 옆에 개잡는 남자들 있다고 까불고 있네"
" 다음에 니 혼자 올 때 가만두나 봐라"
마지막 한마디 에필로그로.
" 나중에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하나도 못봤다 "
개도 겁내지 않는 여자이지만 뱀은 딥따 무섭습니다.
법륜사 가는 길
홀로 남아 석탑을 바라보며
법륜사 대웅전
죽었다가도 첩첩산... 능선이 보고싶어 다시 눈 뜨리라
능선 중에 있는 산행코스 안내도
안내도 발아래 펼쳐진 그림
정상파들의 담합
임꺽정봉을 바라보며
뾰족한 부분이 북한산(삼각산)
임꺽정봉 안내
벼랑에 서서 무엇을 그리워 할까
풍광이 발길을 붙잡는데
신암저수지
윤도현 임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