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년 10월 31일(일) 09:18 - 16:05 (6시간 47분, 휴식/관람 2시간 포함, 약10km) |
날 씨 |
맑음 |
코 스 |
주차장(09:18)→백양사(09:56)→약사암(10:30-40)→학바위(11:00-10)→백학봉(651m,11:45)→상왕봉(741.2m,13:25)→고개사거리(13:37)→운문암입구(14:00)→백양사(14:41-15:20)→단풍축제공연장(15:25-40)→박물관(15:40-50)→주차장(16:00) |
동 행 |
반려와 나 |
백암산에서.....
여름내 푸르렀던 영혼들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산 전체가 수채화로 변하는 계절, 가을은 하늘 가까운 곳으로부터 단풍으로 산을 잠재우며 내려온다. 단풍나무를 시작으로 옷나무, 갈팜나무, 물푸레, 머루, 칡덩굴 등…. 차례로 옷을 갈아 입혀 단장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내장산 단풍이 보고 싶어 길을 떠난다. 그러나 내장산IC를 빠져나오는 순간 멈춰서 있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늦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없이 백암산으로 차를 돌렸다. 이곳도 같은 내장산국립공원 지역이라 사정은 비슷했지만 내장산쪽 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장성군이 주최하는 단풍축제의 마지막날, 지역의 축제인파와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인파로 거의 시골장터 분위기이다.
혹자는 내장산보다 백암산 단풍이 더 아름답다고도 한다. 단풍은 언제 보아도 사람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환상의 유혹 덩어리이다. 산문 입구의 단풍터널, 쌍계루 연못에 비친 백학봉과 어우러진 백양사의 단풍숲은 아니나 다를까 눈을 홀릴 듯하고, 백학봉 위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계곡의 단풍도 턱하니 가슴을 쓸어 내린다.
"백암산신님 저희가 왔습니다." "내장산 갈려다 길이 막혀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래, 잘 왔다." "저희들을 받아 주세요." "그래, 어서오너라."
말이 끝나자마자 백암산의 단풍 숲은 그냥 그대로 산(山) 나그네들을 안아 울긋불긋 때때옷으로 갈아 입힌다. 금방이라도 옷을 벗어 짜면 붉고 노란 물이 줄줄 흘러나올 것만 같은 단풍 숲,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빨간 물감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붉은가 하면 노랗고 노란가 하면 또 붉은 단풍숲. 어찌 이리도 곱더란 말이냐.
저 나무의 수령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하고 많은 세월동안 단풍으로 물들고 시들면서 몸살을 앓는 모습을 지켜 보았으리라. 푸르던 잎새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바람에 지고 또 물들고 지고를 되풀이 하고 나면, 나무는 구멍이 뻥뻥 뚫리고 파여 고사목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단풍은 알고 있을까.
약사암과 영천굴을 지나 백학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은 높고도 가파르다.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또 오르면 숨이 막히고 다리가 덜덜 떨린다. 그러나 가쁜 숨이 문제일까. 거기엔 산이 있고 정상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숨을 헐떡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많은 인파에 시달리면서도 힘든 줄을 모른다. 어느새 산이 되고 산에 매달려 한점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백학봉 학바위 정상에 서면 산이 주는 기쁨을 알기에 충분하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그림같은 백양사와 백양사 계곡의 애기 단풍은 백학봉으로 오르는 힘든 계단길에서의 고통과 단풍축제 기간의 산행대회 등으로 복잡하고, 먼지도 많은 등로에서의 답답함 등으로 쌓인 피로를 일순간에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겸손을 배운다. 산은 늘 자신을 낮추라고 가르친다.
학바위는 어느새 우리들을 태우고 등로를 훨훨 날아 오르고 있다. 둥둥 두둥실....두리두리 둥둥…. 산은 어릴적 아버지의 어깨처럼, 어머니의 등처럼 편하다. 따뜻한 등에 업혀 춤을 추며 붉게 물든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가을걷이가 끝난 정읍시 복흥면 고원지대가 평화로워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가르는 산들이 보인다. 산에서 보는 툭 터인 시야에서는 인위적인 경계가 아무른 의미가 없다. 그저 대자연의 숨결만이 들릴 뿐이다.
학바위의 주봉인 백학봉(651m)에 오르고 도집봉을 지나면서 오늘 우리가 가려했던 내장산의 장군봉을 조망해 본다. 그리고 이 백암산의 정상인 상왕봉(741.2m)에 올라 내장산과 연결되는 횡단 능선을 따라 내장산의 정상 신성봉도 조망해 본다. 기회되면 내장산의 단풍을 다시 만나리라.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하다. 소나무는 수천 수만년을 이어왔을 바위산에서 푸르럼을 간직한 채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산 속 어른이 되어 의연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능선에서는 나무들이 겨울 준비하느라 떨군 낙엽들이 가끔씩 가을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사거리(사자봉,남창계곡,상왕봉,백양계곡)에서 백양계곡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에는 고운 단풍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후의 단풍 숲길엔 가을이 깊어만 가고...... 붉게 타오르는 계곡과 가을 햇살의 조명으로 더욱 눈부신, 우리가 걸어온 능선 사면의 단풍숲과 푸르런 소나무숲을 바라보며 내 인생의 깊이를 재어 본다. 단풍처럼 활활 태울 것인가. 소나무가 되어 조금씩 맑은 모습으로 영혼을 씻어 내릴것인가. 산은 말이 없고, 가을은 조금씩 자신을 태우며 잠재워 가고 있다.
백암산 가는 길, 돌아오는 길
계룡(06:30)→계룡IC(06:38)→내장산IC(07:50)→회차→백양사IC(08:28)→백양사주차장(09:11)
백양사주차장(16:40)→계룡(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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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암산 산문(백암산고불총림백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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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축제 공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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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와 학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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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와 백양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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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 부근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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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 부근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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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 부근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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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계루 부근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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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암 |
▲ 영천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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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암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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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암 단풍나무 아래서 백양사를 배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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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암에서 백학봉 오르는 계단 |
▲ 약사암에서 백학봉 오르는 길의 백학봉 암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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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바위에서 백양사 조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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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학봉(651m) 표지목 |
▲ 정읍시 복흥면 고원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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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죽과 단풍 |
▲ 능선의 산죽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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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암산 정상 상왕봉 표지목 |
▲ 상왕봉에서 내장산 종주 능선 조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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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으로 물들은 남창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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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사거리에서 백양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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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었던 능선길의 사면 조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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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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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가는 길에서 |
▲ 백양사로 내려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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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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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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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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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로 내려오는 길의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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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 대웅전 |
▲ 스님들의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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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 경내의 소나무와 단풍나무 |
▲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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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백암산 암봉이 위엄있게 보이고
부부께서 단풍속을 산행하셨으니 즐거우셨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