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보호 입산 금지가 풀렸습니다. 그리운 설악에 몸을 담고자 서둘러 출행합니다. 지난 겨울 아내와 함께한 겨울의 설악...이제는 완연한 봄에 다시 그 설악을 찾아갑니다. 1. 등반일정 : 2004/05/15 토요일 2. 등반인원 : 석환, 형진, 나 3. 이동 및 등반코스 : 승용차 서울(22:30)-남설악매표소(01:30/1시간30분 휴식/03:00)-설악폭포(4:54/11분 휴식/5:15)-제2쉼터(6:08)-대청봉(7:25/20분휴식/7:44)-중청대피소(8:00/작전회의/8:30)-소청(8:50)-희운각대피소(09:35/아침/10:40)-무너미고개(10:50)-신선봉(11:12)-잦은바위골입구(11:36)-03-06표지판(12:00)-1275봉 안부(13:10)-1275봉(13:20/10분 휴식/13:30)-1275봉 안부(13:35출발)-03-03표지판(14:07)-03-02(14:36)-03-01(14:58)-마등령안부(15:40)-비선대갈림길(15:48)-비선대(18:00)-소공원(18:35) ★ 태릉입구역(22:30)-남설악매표소(01:30도착/1시간30분 수면/03:00출발) 집에 일찍 들어와 이런저런 준비도 하면서 시간을 기다립니다. 배낭도 다시한번 꾸려보고 아내에게 부탁해서 찰밥을 넉넉히 준비합니다. 시간이 얼추 되어 나가려 하니 아내가 약속장소까지 바래다 준다고 합니다. 배낭을 매고 집에서 나오니 밤 10시가 조금 안된 시간...약속장소로 이동합니다. 약속 장소에 이미 도착해 있던 석환과 형진을 반깁니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내 출발합니다. 북부 간선도로를 이용해서 양평을 거쳐 홍천쪽으로 이동합니다. 차는 막힘 없이 잘도 갑니다. 중간에 운전을 교대하자고 하니 석환은 몇시간 걸리지 않으니 그냥 가자고 합니다. 석환이 준비해온 김가네 김밥으로 야식을 먹습니다. 원래는 김밥은 주식용으로 하고 민예단지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김밥으로 대신합니다. 중간 홍천 휴게소에 잠시 들러 커피한잔과 함께 잠시 쉬어갑니다. 저만치 앞에 민예단지가 나오고 한계령 방향으로 갑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과 함께 옥녀탕 휴게소가 보이고 이내 장수대 들머리도 지나칩니다. 한계령에 오르니 주차해놓은 차가 별로 없습니다. 어묵파는 아저씨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어묵을 시켜 따뜻한 국물과 함께 쌀쌀한 외기를 녹입니다. 다시 출발하여 남설악 매표소에 도착하여 잠들은 듯한 매표소 아저씨에게 입산 시간을 물어보니 이내 3시부터요~~하는 소리만...지금 시각은 1시30분...음 1시간 30분동안 토막 잠이나 자야겠군요...승용차를 오색 그린야드에 주차하고 잠을 청해보지만 살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몇 마리의 모기 특공대가 귓전을 울리고 다닙니다. 이내 잠을 포기하고 나와 스트레칭도 하고 수량이 제법 있을만한 계곡의 물소리도 감상합니다. 날씨가 흐린지 하늘을 보아도 별 하나 없습니다. 날씨는 따뜻하니 오늘 입산은 하늘이 도와줄것 같습니다. ★ 남설악매표소(3:00)-2.5Km-설악폭포(4:54/21분 휴식/5:15)-2.5Km-대청봉(07:25) (위) 입산길에서(남설악매표소 03:00) (03:00)2시 30분정도에 차에서 나와 마지막 점검을 합니다. 서로의 배낭을 들어보고 짐을 분배합니다. 형진은 소주 2병을 가져왔다며 캔 막걸리를 준비한 석환의 2개 배낭 갈무리를 거부합니다. 나와 석환은 2개씩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춥지 않으니 미리 윈드스토퍼를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자~~이제 준비끝..매표소를 향해 어두운 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이미 매표소 앞에는 5-6인의 산님이 봉고차를 이용하여 도착해 있습니다. 아직 출발 준비가 덜 되었는지 우리가 먼저 매표를 합니다. "경방기간 이후 설악 첫 손님입니다."라는 매표소 아저씨의 말에 미소로 화답하며 먼저 우리 일행이 출발합니다. 항상 그랬듯이 처음의 오름길은 힘이 듭니다. 평상시 이곳 오름에는 별 볼것도 없고 또한 매번 야간 산행인 탓에 진행이 빠른 편입니다. 보통 3시간이 걸리지 않고 대청봉 표지석 옆에 설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형진이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선두에 서서 뒤따라오는 기척을 계속 느끼면서 헐레벌떡 가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까 매표소에서 우리 다음에 들어오신 산님들이네요...우리 일행은 보이지도 않고...자리를 비껴드리니 이내 시야에서 멀어져가고 그자리에 서서 조금 있으니 석환이 보입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형진을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조금 기다리니 장년의 모습을 한 홀로 산객이 랜턴도 없이 간혹 휴대폰의 불빛을 이용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경악도 하고 또 다른 홀로 산객을 형진으로 오인해 깜짝쇼를 하고는 이내 무안해서 사과합니다. 그러한 여러 사건을 거친후에야 형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이후로는 추월한 산님들의 모습은 한번도 보지못하고 산행을 마치게 됩니다. 또한 이후 우리를 추월한 산객들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석환을 먼저 올려보내고 내가 후미에서 형진을 가운데 세우고 따라갑니다. 가장 처지는 사람의 페이스를 기준으로 해서 운행할 요량으로 천천히 보조를 맞추어 따라가나 이내 부담을 느끼는 듯 먼저 가라고 합니다. 먼저 가면 또 언제 올지 모르기에 그냥 천천히 오르자고 말하며 뒤를 따릅니다. (04:14)제1쉼터를 지나니 오르막이 편해집니다. 처음에 많이 힘들어하던 형진도 약간의 힘을 얻은듯 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10분정도 진행하니 끝청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입니다. 등산로를 표시한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해주고 이내 다시 오름을 탑니다. (위) 설악폭포 이정목(04:53) (04:54) 설악폭포에 도착합니다. 오른쪽으로는 시원하게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를 보며 예전 24년전의 설악 초 입산때를 회상합니다. 항상 그 폭포 위에서 아침을 지어먹곤 했었는데...그때의 동행자들은 이제는 어느곳에서 무얼할까나~~ 물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형진과 석환은 웃통을 벗고 땀에 젖은 몸을 씻어냅니다. 나는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고 주머니에서 행동식을 꺼내어 먹습니다. 오름에서 땀을 씻어내면 그 다음 오름이 힘들어지는 내 체질을 알기에 그냥 배낭도 벗지 않고 바위에 기대어 기다립니다. 이내 다 놀았는지 배낭을 추스립니다. 다시 출발합니다. (05:15) 출발...이제는 날이 완전히 밝아졌습니다. 설악의 아침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맑은 새 소리는 오름을 더욱 힘을 내게 만듭니다. 오월의 신록도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잠자던 다람쥐도 우리의 발길을 같이 따릅니다. 15분정도 오르니 대청봉 2Km, 오색 3Km라고 쓰여있는 이정목을 지납니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힘을 내던 형진이는 자꾸만 늦어지고 석환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이내 내가 먼저 치고 오릅니다. (06:08) 제2쉼터에 도착합니다. 석환이 쉬어가자고 합니다. 잠도 한숨 못자고 내내 운전대를 잡은 석환...피곤할만도 하지요...야간 산행이 처음인 석환,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을 듯1275 합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형진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주 늦은 페이스라도 쉬지않고 계속 걸으면 덜 피곤할텐데 산행 요령을 잘 모르는 형진은 이래저래 고통의 연속입니다. (06:45) 다시 석환에게 형진을 맡기고 먼저 올라갑니다. 이렇게 자꾸 일정이 늦추어 지면 공룡릉에 못갈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이미 몇번 가본길...나로서는 못가도 다음에 분명 기회가 있으련만 일행인 그들에게 공릉의 경이를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행한 이번 입산이었기에 자꾸 짜증도 납니다. 이제는 8부 능선상에 올랐습니다. 앞서 추월해 가버린 다른 산님들은 아마도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하산하고 있을듯한 시간입니다. 조금 기다리니 석환의 모습이 보이고...무려 15분후에 형진의 모습이 보입니다. 많이 지친 모습...이내 배낭을 벗고 바위에 주저 않습니다. (07:10) 내 입장에서는 25분을 쉬어갑니다. 이곳 오색 오름에서 이번 만큼 많이 쉬어가는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덕분에 땀도 별로 안나고 힘도 하나도 안듭니다.^^(고맙다 형진아) (07:25) 폐쇄된 예전 대피소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며 저건 언제나 철거가 될까 생각하며...대청봉 도착... ★ 대청봉(7:25/19분 휴식/7:44)-중청대피소(8:00/작전회의/8:30)-소청(8:50)-희운각대피소(09:35/아침/10:40) 아~~이럴수가...30여번 이곳에 오르면서 대청봉에 산객이 아무도 없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항상 시장바닥 처럼 복잡복잡하던 이곳이 우리 일행 이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중청대피소를 내려다 보아도 아무도 없고...대청에서 보이는 모든 시야를 다 훑어 보아도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위) 대청봉 옆에서다(석환) 조망도 좋습니다. 약간의 가스가 앞을 가로막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좋습니다. 바람도 별로 없어 오랫동안 머물고 갑니다. 형진은 갑자기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듭니다. 정상주를 해야한다나~~~ 컥!! 아까 소주 2병을 담아왔다고 하여 팩 또는 플라스틱 소주인줄 알았건만 컥~~ 일반 병소주 입니다. (위) 우리가 가야할 길 - 공룡릉이 보입니다. 집에 소주 박스에서 2병을 꺼내왔다고 하는군요...평소 근교 산행시 막걸리를 즐겨 먹는 나로서도 조금 부담이 됩니다. 아직 갈길이 멀고 또한 공릉에 임할때는 맑은 정신과 순결한 몸으로 가고 싶은 욕심에서 두 친구가 권하는 술잔을 애써 사양합니다. '너희들이 내 마음을 알아?' (위) 대청에서 조망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 아름답습니다. 중청 내림길에서 형진이 드디어 사고를 칩니다. 예전 축구하다가 다친 무릎이 바쁘게 걸어 내려오다가 다시 충격을 받은 듯 제대로 걷질 못합니다. 여분으로 준비해간 무릎보호대를 감아주니 익숙치 않은 듯 이내 풀어 내고 조심조심 내려옵니다. 이제는 공릉이고 뭐고 다 틀렸습니다. 썰렁한 중청대피소 벤치에 앉아 작전회의를 합니다. (나)"많이 아프냐?" (형진)"예전에 다친곳인데 별로 않 좋은데..." (석환)"...." (나)"맞아, 지금 네 상태로는 공릉은 무리리고, 대신 이렇게 하자..희운각까지 상태를 보고 거기서 형진이 너는 천불동으로 탈출하고 나와 석환은 공릉으로 해서 비선대로 갈테니까 먼저 네가 내려가서 오색에 주차해 놓은 차를 회수해 오면 아마도 시간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그렇게 하자" (형진)"그러지 뭐...나는 공릉에 못갈거 같아" (석환)"...." (위) 소청에서 석환은 형진에게 많이 미안한가 봅니다. 일단은 소청봉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여기서도 형진은 뒤로 많이 쳐집니다. 소청에 도착하니 우리가 가야할 공릉, 언젠가는 가야할 용릉의 모습이 위압적으로 와 닿습니다. 석환에게 각 봉우리의 이름과 능선 계곡의 이름을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습니다. 물론 한번에 기억할수야 없겠지만...언젠가는 우리가 다시 가야할곳... 소청에서 희운각까지의 내림길은 상당히 가파릅니다. 그 가파름이 무릎에는 가장 치명적이죠...무릎이 아픈 형진은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또 뒤로 쳐지고^^내려오다가 오세암-가야 동계곡-봉정암으로 오신 불자님들과 함께 내림을 탑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걸음빠른 내가 뛰듯이 내려옵니다. 잠시 한눈 팔다 미끄럼도 탑니다. 에구에구... (위) 소청에서 희운각으로의 내림길 (09:35) 희운각대피소 앞마당에는 페트병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아마도 조금전에 본 헬기에서 공수해온듯...항상 붐비던 곳에 이리도 썰렁한 보습을 보니 이상할 정도입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 최소한 8시까지는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벌써 예정된 시간으로부터 1시간 반 이상이 지체가 되었습니다. 쥔장에게 컵라면 3개를 부탁해 놓습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석환의 모습이 보이고...시원한 물에 세수를 합니다. 석환도 컨디션이 안 좋은듯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나옵니다. 내려오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스틱이 빠지지 않아 휘었다고 하며 AS가 되는지 물어옵니다. 물론 되지요..다시 한참을 기다립니다. (10:00)형진의 지친 모습이 보입니다. 내려오면서 같이 오던 산객한테 탐문을 한듯...무릎이 좋지 않아 헬기 불러야 겠다고...헬기 한번 부르는데 60만원이라 하니 한 20만원만 하면 정말로 불렀을거라고^^ 얼마나 괴로웠으면... 늦은 아침을 먹습니다. 이미 쫄아버린 컵라면 물에 다시 물을 부탁하여 다시 채우고 준비해간 밥을 말아서 후딱 해 치웁니다. 석환이 이야기 합니다. 갑자기 정신이 멍한게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곰곰히 생각에 잠겨봅니다. 조금이라도 무리라고 생각하면 과감히 포기해야한다. 일정도 많이 늦었고 일단 공릉에 진입하면 탈출로가 없다. 도중 조그만 사고도 곧 조난으로 연결될수있고 석환도 야간 산행이 처음이라 컨디션 조절에서 실패한 듯하다. 자..결론을 내어야 할 시간이다. (나)"석환아, 이번 공릉은 포기한다. 다 같이 천불동으로 가자..." (형진)"그래, 같이 내려가자..근데 나때문에 못갔다고 하진마^^" (석환)"...." (나)"그럼 여기서 충분히 쉬고 먹고 가자...야 형진아 소주 꺼내라 먹자~~" 아쉽지만 포기를 하고 야유회 기분으로 돌아갑니다. (나)"야~~술 꽉 딸어" (형진)"그래, 그래" (10:30) 석환이 당귀차를 먹고 싶다며 매점으로 갑니다. 이내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당귀차 대신 커피가 들려져 있습니다. (석환)"야, 종호야, 공릉 가자!!" (나)"안돼, 오늘은 무리야, 사고 나면 어찌할려구" (석환)"아니, 커피한잔 하고나니까 아주 좋아졌어, 가도 될거 같아" (형진)"그래, 가라, 내가 무거운거 지고 갈테니까, 너희끼리 가라, 나중에 괜히 나 원망하지 말구~~" (나)"안돼, 그냥 천불동으로 내려가자" (석환)"가자, 진짜 괜찮다니까~~,여기까지 와서 그냥은 못내려가겠다. 꼭 가고 싶다." 다시 생각해봅니다. 지금 시간이 10시 반 공룡을 넉넉히 4시간 반 잡으면 오후 3시..거기서 비선대까지 2시간 그러면 5시 거기서부터야 쉬운 길이니...얼추 시간은 넉넉해 보입니다. 날씨도 공릉에는 변수지만 오늘은 큰 변수로 작용할거 같지는 않습니다. 약한 비가 뿌릴듯 한데 그정도는 산행에 도움을 줄수도 있다는 판단에... 최종결정을 내립니다. "좋다, 간다. 가자~~" ★ 희운각(10:40)-무너미고개(10:50)-신선봉(11:12)-잦은바위골입구(11:36)-03-06표지판(12:00)-1275봉 안부(13:10)-1275봉(13:20/10분 휴식/13:30)-1275봉 안부(13:35출발)-03-03표지판(14:07)-03-02(14:36)-03-01(14:58)-마등령안부(15:40)-비선대갈림길(15:48)-비선대(18:00)-소공원(18:35) (10:40) 긴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합니다. 조금 걷다가 보니 갈림길...무너미고개...이곳서 직진하면 공릉이고 오른쪽으로 급사면을 내려오면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우리는 직진하고 형진은 우측으로 내려 섭니다. 이따가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헤어집니다. 슬쩍 석환의 얼굴을 보니 긴장으로 약간 굳어 있는듯 합니다. 바람에 넘어졌는지 아님 누군가가 쓰러뜨렸는지 위험 등산로 표시기가 길에 쓰러져 나뒹굴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니 된비알이 나옵니다. 오색의 오름과는 완연히 틀린 급경사면입니다. 같은 경사라도 잘 정비된 오색의 오름과는 틀리 이곳은 원시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러한 험한 오름입니다. 낡은 밧줄도 나무에 묶여져 있습니다만 100% 신뢰하면 안됩니다. 가급적 두 발에 몸을 의지하며 올라야 하는 그런 곳입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리본 표시기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우회로 임을 알리는 듯 합니다. 오른쪽은 조그만 소로인데 신성암 정상으로 붙는 능선 날등입니다. 오른쪽으로가면 약 30분정도가 더 소요됩니다. 우리는 왼쪽 우회로로 갑니다. (위) 신선봉에서의 조망 조금 더 가니 03-08 현위치 신선봉(마등령 4.0KM →)의 표시목이 나타납니다. 출발한지 20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1.1KM를 왔다구? 석환이 이상해 합니다. 그럼 시속 3.3Km의 속도이고 그러한 속도라면 공릉을 1시간 반이면 주파가능??? 아마도 그 표시목은 우회길이 아닌 신선대를 경유한 거리인듯 합니다. 잠시 행복했던 석환^^ (위) 공룡능선 20여분을 외길로 진행하니 천불동으로 떨어지는 잦은바위골 출입금지 안내판이 나타납니다. 이곳의 내림은 통상 워킹으로는 불가한 지역이라고 하네요. 한번 힐끗보고 통과합니다. 10여분을 더 진행하니 1275봉이 보입니다. 공릉의 주인격인 이 봉우리...이곳에는 항상 기인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언제 부턴가 안보이고... 중간에는 낙옆이 무릎까지 차오르고 지나온 길을 보니 신신대가 저 멀리 보이고 오른쪽 천불동으로 떨어지는 천화대의 그 모습...황홀합니다. 어찌 표현하면 좋을까...꿈에서나 볼수 있는 선계의 풍경이 아닌런지...석환의 눈에서는 광채가 돌고 감격한 모습과 손짓으로 산행을 합니다. 아까 희운각에서 포기했으면 정말 후회했을거라고...하면서... 등로는 오르내림의 연속입니다. 끝없이 오르나 다시 끝없이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이내 체력도 점차 소진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간간히 뿌리는 빗줄기가 그나마 약간의 체력을 보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듯... (위) 공릉의 험로 공릉 입구에서 잠시 우리의 곁을 지나가던 산객 두명의 모습은 항상 일정한 거리로 저만치 가고 있음을 봅니다. 간간이 보이는 마등령에서 오시는 산객을 공릉 내내 3팀만을 교차했을 뿐 거대한 공룡의 등뼈에는 우리 둘만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한산한 오월의 설악입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산객이 적은 이유는 경방기간 해제가 홍보되지 않은 탓이련 합니다. (위) 온길을 돌아보며... (위) 1275봉이 눈 앞에 오다... 약간의 물이 흐르는 길을 힘겹게 오르고 다시 1275봉을 눈앞에 두고 나타나는 깔딱고개...헉헉헉 힘들게 오르니 이곳이 1275봉 안부입니다. 작년 가을 바람때문에 오르지 못한 1275봉을 이제 한번 오르려 합니다. 예전 이곳서 유명한 축구감독님(함**)이 유명을 달리 하셨다고 하는데 맞나요? 안부에 배낭을 두고 카메라만 갖고 길을 찾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기에 이쪽 저쪽 오르며 쉬운길을 찾습니다. 안부에서 1275봉 정면을 보고 약간 오른쪽으로 올라 크랙과 적절한 홀드를 손으로 더듬어 가며 오릅니다. 중간에 길을 못 찾아 다시 조금 내려오다 이내 길을 발견 다시 올라가고... (위) 우리가 걸어온길 - 맨 끝 마루금과 닿은곳이 신선대입니다. 아~~이곳이 1275봉 꼭대기입니다. 내외설악의 모든것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경이와 찬탄입니다. 대청과 연결시켜 마루금을 그어봅니다. 대청-중청-끝청-귀청-서북릉----그리고 저끝에 안산...대청의 왼쪽에 우뚝 솟아 있는 화채 칠성 집선...북쪽으로는 나한봉과 그 뒤 마등령...그리고 그로 계속 이어지는 대간길 황철봉...내설악쪽으로는 용의 이빨...용아릉 그리고 눈앞에는 범봉 그 밑으로 떨어지는 천화대의 웅비... 말로는 형용할수 없는 그 신비로움에 석환과 나는 말을 잊습니다. 눈으로 찍는 그 아름다움과 기계로 담는 그 아름다움은 비교할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속물...카메라에 담기가 바쁩니다. (위) 천화대의 모습 - 실로 장관입니다. 1275봉에서 내림길은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홀드가 많아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위에서 보는 고도차가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 다리를 얼어붙게 만듭니다. 무사히 내려옵니다. 다시 배낭을 매고 출발합니다. 30분을 오르락 내리락 진행합니다. 중간중간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영양을 보충합니다. 석환에게 점심을 할까 물으니 조금만 더 가서 먹자고 합니다. 힘드니 입맛도 없어진듯 합니다. 희운각에서의 힘든 표정은 이제는 사라지고 기운찬 석환만 남아있습니다. 왼쪽으로는 가야 동계곡으로 떨어지는 곳이나오고 비상시 이곳으로 내려가면 식수를 구할수 있다지요... 나한봉을 향해서 갑니다. 우리의 진로를 막고 있는 거대한 암봉, 왼쪽으로 우회길이 나 있습니다. 물론 직접 오를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힘이 빠지고 지쳐서 그냥 우회하기로 합니다. 나는 그래도 날등으로 가는 길을 유심히 보면서 자꾸만 석환에게 길을 유도하나 석환은 그냥가자며 외면합니다. 나한봉을 넘어 마등령 가는길에 바람불지 않는 길가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찰밥을 김에 싸서 먹으니 이것또한 일품입니다. 중간중간에 오렌지도 까먹고 이제는 긴장도 풀리고 이내 야유회 분위기로 돌변합니다. (위) 수줍게 피어있는 솜다리(에델바이스) (15:40) 마등령안부에 도착합니다. 희운각에서 5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말 경이적(?)인 기록입니다. 사진도 찍고 경치에 취하고 흠뻑 설악에 빠졌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실로 행복했던 공릉 산행이었습니다. 역광으로 비친 독수리(공룡) 괴목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행복하셨어요?' 묻는듯 합니다. '그래, 행복 만땅이었어...' 마음속으로 답하며 지나칩니다. (위) 행복하셨나요?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급경사를 타고 오세암으로 연결되고 직진하다 우측으로 내려서면 비선대, 그냥 쭉 직진하면 대간길인 저항령을 거쳐 황철봉 미시령으로 진행합니다. 또한 약간 직진하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수렴동 계곡과 만나는 곰골길로 연결됩니다. (위) 마루금 안에 갖혀 버린 공릉 우리는 비선대로 방향을 잡습니다. 마등령 고개 전망바위에서 우리가 걸어온길을 다시 되돌아 봅니다. 저멀리 신선대, 노인봉, 1275봉, 그리고 눈앞에는 나한봉... 비선대로 내림길은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너덜길을 지루하게 진행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오랜시간 매고 산행하던 석환의 허리에 무리가 오는듯 자꾸만 허리를 굽히며 쉬어갑니다. 금강문을 지나고 왼쪽 옆에 세존봉을 세워두고 길을 내려옵니다. 간혹 편한길도 나오고 다시 조금 올라가는길 또 심하게 고도를 내리는 내림길...반복입니다. 앞서가던 석환이 짜증을 냅니다. 하긴 산에 들어 걸음해온 시간이 이미 13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평소 북한, 도봉에서 하루에 걸은 시간이 보통 6-7시간이라하면 지금은 그 시간의 배를 넘고 있습니다. 잠도 못잔 상태에서... 장군봉이 점차로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와선대 뒤로 떨어지는 갈림길의 출입통제 팻말이 보이니 이제 금강굴이 지척입니다. 석환아 조금만 더 가자...이제 정말 다왔다. 힘내자!!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면서 산행객을 한분도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리 둘만의 설악인 듯...한적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신비로운 적벽이 보이고 비선대 앞을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계단이 나오고...이내 아치 계단으로 내려섭니다. 수고했다. 석환... 비선대 물가에서 잠시의 탁족을 즐기고 소공원을 향해 힘차게 내려옵니다. 아싸.아싸.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