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1-22. 금-토

 

1.

금요일 11시

수운회관에서 먼저 온 윤석, 필순이를 만나고

이어 온 상철이의 붉은 색 포드를 타고 출발.

 

나는 일정상 접었던 2박3일의 백령도행이

우여곡절 끝에 가까운 강화도 1박2일로

조정되면서 갑자기 합류한 것.

 

염려하던 추석연휴 도로 사정은 의외로 굿.

대명포구에 들러 갯벌인 채의 서해 바다 바람을 쐬고.

 

새우 등 따끈한 튀김을 조금 사

차안에서 짜르르한 소주 한 잔.

분위기가 조금씩 오른다.

 

다리를 건너 함허동천 지나 정수사로.

절을 둘러 보고 절도 하고.

 

몇 차례 걸어본

조망이 기가막히는 천제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얘기로만 접고.

 

선수에서 석모도행 배에 오르다.

 

미쳐 준비못한 새우깡.

몇 분이 그래도 갈매기떼들에게 열심이 먹이를 나눠준다.

가까이 나는 갈매기들과 함께 금새 석모도에 도착하다.

 

널찍한 황금 들판.

길가엔 곱게 핀 코스모스들.

하얀 억새들. 

 

드러눕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평안하다.

 

보문사 매표소에서

표를 받는 한 거사님으로부터

낙가산의 '낙가'는 관음보살을 모신 산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적멸보궁, 대웅보전, 대적광전 등도 모신 부처님에 따라 다르다고.

절은 지금의 불교문화이지

불교 그 자체로 봐서는 안된다는 말씀도.

한참을 절문 앞에 서서 말씀들을 들었다.

  

석굴을 둘러 보고

절 마당 옆에서 기와 한 장 시주.

이름들을 쓰고 나니 소원을 쓰라는 절 분의 말씀에

뭐라고 쓸 것인가 망서리다

옆엣것을 보고

'무병장수, 소원성취'를 슬쩍 표절하다.

 

'긴 것도 짧은 것도 없다(無長亦无短)'

라는 주련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

거대한 해수관음상에 5배를 올리다.

절을 올리면 나도 모르게

투병 중인 정옥이의 쾌유를 우선 염원하게 된다.

 

외포리로 나와 상철이가 가 본 창후리로.

황복마을에서 널찍하고 전망좋은 서해횟집에서

농어회로 건배.

따라나온 것들이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소주 몇 병을 담소와 즐거움으로 비우고.

 

다시 자리를 옮겨

전어회와 구이로 몇 병을 더.

거나해져 근처 민박집으로.

 

들고들어간 소주로 목을 축이며

흉금을 털어놓고.

 

이어 낄낄대며 고스톱을 좀 하다가

곯아떨어지다.

 

2.

외포리 해수탕으로 다시 이동.

목욕비 공짜라는 말에 현혹되어 백숙을 주문해 놓고

목욕. 개운하다.

탁월한 선택.

 

해풍에 자란 부추가 맛있다.

죽과 밥으로 속을 다스리며 반주 한 잔.

 

다시 창우리로 와 교동행 배에 오르다.

교동은 처음.

민통선이 그어져 있고

군인들이 체크한다.

 

북쪽 땅이 바로 건너로 보인다.

연산유배지 등은 건너뛰고

천만 실향민들이 만들어 놓았다는 망향단을

어렵게 찾았다.

 

在以北父祖 神位 라는 제단에

사리원 출신 필순이가 꽃 한송이 꺾어놓고 재배를 올리다.

10월 초에 출국하는 그로서는 특히 뜻있는 일.

    

옆 돌에 새긴 실향민들의 글이

잠시 울컥하게 한다.

 

이젠 원(?) 없이 살게 됐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돌아 나오다 비석군들을 보고

화개사를 들리다.

전망과 조경이 일품이다.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 몇 캔을 사서

배에 오르다.

 

차이나 타운의 옛 자장면을 맛보기 위해

인천으로.

오랜에 들러 보니 많이 달라졌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공화루에서

사천탕수육으로 독주를 반주하며

자장면을 먹었다.

 

월미도를 한바퀴 돌고

교통편과 일정들을 고려해

상철이와 헤어져 전철로 귀가하다.

 

긴 연휴의 들머리.

빙 둘러 본 강화도.

오랜 친구들과 함께 느긋하고 즐겁게 보낸 시간.

 

우리들의 이번 여행을 위해

여러 모로 서로 정깊게 배려 해 준 친구들이 고맙고

강화 1박2일의 여정도 참 좋았다.

 

건강하고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