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 02. 29(일)맑음
산행지 : 소백산(희방사-연화봉-비로봉-비로사)
동행자 : 꼭지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8:20 희방사 주차장
08:25 희방폭포
08:35 희방사
09:10 능선안부(깔닥고개)
10:20 연화봉(1,383m)
11:20 제1연화봉(1,394m)
13:00 비로봉(1,439m)
14:50 비로사야영장
입장료(2인 주차비포함) 10,400원
총 산행시간 : 6시간 30분(10.7km)
지난주에 많은 비가 소백의 눈을 다 녹이고
그것도 모자라 어제는 마지막 남은 잔설마저 청소하려고 봄비가 내리니
올해는 성질 급한 봄 처녀의 완승이다.
하지만 그냥 물러서지 않는 겨울총각.. 마지막 유혹의 덫을 놓는데..
아침부터 개인다는 일기예보에
비온 후의 소백산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잔득 호기심이 발동한다.
“비로봉엔 하얀 눈으로 덮혀 있겠지..” 꼭지의 아리송한 중얼거림
“아님 소백에는 칼바람이 유명하니 능선엔 상고대가 활짝 피었겠지..”
실낱같은 설경의 기대감을 안고 소백으로 향한다.
칼바람 맞으며 걷는 능선길.. 죽령에서 국망봉까지의 주 능선이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시멘트길의 죽령은 너무 싫어
희방사에서 천문대로 올라 비로봉에서 비로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희방사 매표소를 지나며 입장료가 엄청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부지런히 걸어서 본전 뽑기로 하고..
↓초입부터 오름의 돌길이 진을 빼기 시작한다.
↓희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저 폭포소리 만큼이나 봄도 성큼성큼 가까이 다가온다.
↓1,400년 고찰인 희방사.. 입장료를 받을 만큼의 문화재가 있는지 요리조리 둘러본다.
여기 인근 땅의 소유권이 희방사라 산행을 하려면 절터를 지나야 하고 그러려면 땅세를 내야 한다는데..
그것이 문화재 관람료라..??
↓희방사 샘터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며 워밍업.. 우측으로 화살표 따라 등로에 이른다.
↓가파른 돌길 유명한 희방사 깔닥고개..
계곡 따라 가끔은 얼음 빙판이 아찔아찔 산객들을 위험하게 하지만 재미있어 하는 산객들..
가파른 오름이라 꼭지는 걱정 했는데 생각보다 잘 오른다.
↓40여분 등어리 축축하도록 땀을 빼고서야 깔닥고개 능선 안부에 도착한다.
천문대 정상까지 1.6km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능선길..사면을 때리는 칼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그래도 주위의 조망을 담으며 걷는 길이라 지루하지 않아 좋다.
↓연화봉 바로전, 서로 뽐내며 외로이 서있는 가냘픈 몸매의 상고대
↓저 너머 연화봉 능선안부, 우째 하얀 설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적중!! 환상적인 상고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연화봉 전망대에 오르니 가히 환상적인 설경이라 눈길을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
↓하얀 상고대는 천문대를 향한 능선과 저 멀리 죽령을 향하여 구름과 어깨동무하며..
↓제1연화봉과 비로봉을 향하여 끝없이 펼쳐진 설경
5월의 철쭉을 대신하여 청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유난히 하얀 눈꽃..
↓설경인지 하얀 매화꽃인지..
연화봉 내림 길은 거의 빙판이라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미끄러워
아예 엉덩이 썰매를 탈 각오를 해야 한다.
이곳에도 비가 내린 듯 능선 어디에도 눈 내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응달에는 빛바랜 회색빛의 잔설만이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늘 푸른 조릿대 너머 하얀 상고대의 살랑거림..
↓신갈나무 터널의 겨울색.. 그 눈부신 빛깔..
↓뒤 꼭지가 근지러워 다시 돌아보니..연화봉과 천문대를 향한 능선은 마치 白梅로 분장한 듯 뽐내고 있다.
↓제1연화봉을 향한 나무계단과 흰 양떼들(?) 하얀 산호초(?).. 소백의 이름과 어울리는 그림들..
↓제1연화봉을 내려오니 또 뒤가 당겨 다시 천문대를 향해 돌아본다.
↓제1연화봉 내림길, 1,395봉을 향하며..
↓작년 5월, 철쭉이 한창일 때의 제1연화봉에서 1,395봉 가는 길
제1연화봉 내림길 바위가 많은 전망 좋은 곳에서 때 이른 점심을 먹고
잠시 차 한 잔으로 지나온 그림들을 다시 맞추며 쉬어간다.
“비로사에서 희방사까지 택시 요금도 비쌀 긴데 우리 비로봉에서 다시 희방사로 내려갈까..”
“..........”
꼭지는 원점회귀 한다는 말에 시큰등 묵묵부답
지나는 산님이 이 소리를 듣고 같이 동행을 해주시겠단다.
에구~~ 고마버라..
희방사에서 우리보다 10분 늦게 출발하신 수원에서 오셨다는 산님 부부
비싼 택시요금(25,000원) 서로 반반씩 부담하기로 하고..
희방사까지 택시를 위한 계약(?) 동행을 한다.
역시 원점회귀 않고 택시 타고 간다는 말에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그분의 내자와 우리 꼭지..
↓1,395봉 사면, 파아란 하늘을 향해 고개 내민 사슴뿔을 닮은 상고대의 가냘픈 손짓..
↓짙은 녹색의 조릿대에 감도는 봄기운.. 저만치 밀려나 앉은 하얀 상고대의 질투어린 시선..
↓천상의 화원.. 그 소백의 등어리에 올라서서 하얀 터널을 지나는 꼭지의 경쾌한 발걸음..
↓1,395봉을 내려와 비로봉을 향한 설경, 하늘 아래의 소백..
봄기운을 시샘이라도 하듯 하얀 눈꽃은 떠나려는 겨울의 옷소매를 잡아끈다.
↓주목단지에 핀 상고대.. 주목과 어울려 하얀 매화밭같은 풍경
↓비로봉 사면, 철쭉나무는 온몸으로 상고대를 피우고..
차가운 칼바람.. 봄을 향한 그 인고의 아픔이 있기에 철쭉이 더욱 아름다운가 보다.
↓비로봉 사면, 가냘픈 아기주목에 핀 상고대..
피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는 아기주목.. 천년을 향한 고고한 발걸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비로봉 정상
살을 에이는 소문난 칼바람은 어디로 갔는지..
성큼 다가온 봄의 향기.. 따스한 햇볕만이 정상석을 감싼다.
↓죽죽 뻗은 국망봉방향의 주 능선, 잔설만이 설경의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다.
비로사 하산길
따뜻한 날씨에 등로는 녹아내려 빙판 길보다 더 내려가기 힘든 진흙탕
등산화 대신 장화를 신어야 어울리는 죽탕 길을 내려와
이 상태로는 도저히 택시를 탈 수 없기에
계곡 물에 신발의 흙을 씻으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