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빠진 골! 만추에 또 자빠지다

 

■ 날짜 : 2013년 10월 27(일요일)

■ 날씨 : 맑음

■ 산행거리 : 약 9km

■ 산행시간 : 7시간 04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속도 : 느리게

■ 산행 길 : 거림▶자빠진골▶주능선▶삼신봉▶외삼신봉▶갓걸이재▶갓걸이골▶거림

■ 함께 한 사람 : 이마운틴 사람들과

■ 주요지점 도착시간 : 거림(08:18)▶자빠진골 진입(08:59)▶한벗샘(10:10)▶주능선(10:16)▶삼신봉(11:20)▶외삼신봉(11:59)▶갓걸이골진입(13:30)▶내대(15:22)

 

요사이는 가을이 굉장히 짧아진 것 같습니다.

대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참다운 산꾼에겐 산행이 어느 계절이나 상관없지만 미학적으로는 아무래도 가을이 좋겠지요.

 

요즈음 지리의 가을은 절정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아름다움을 잉태하기 위해 지리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지요.

단풍도 흐르는 물과 동화된 계곡의 단풍이 제일 아름답게 느껴지니 계곡을 아니 갈 수 없는 것은 이 산꾼의 지나친 욕심일까요?

 

지리의 아흔아홉골중 오늘은 이름도 특이한 자빠진 골(능선에 삐뚜름하게 붙어 자빠진 듯 생긴 모양에서 유래 되었다고 함)과 갓걸이 골(고운 최치원선생이 삼신봉을 오르다 이곳 재에 갓과 의관을 벗어 걸어놓고 잠시 쉬었다 해서 갓걸이재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함)의 만추를 안내 해 드리니 동행하시지 않으시렵니까?

 

다음카페에서 차연호님 사진이동

어느덧 거림골에도 정상부에서 시작된 단풍이 종착역을 찾고 있습니다.

오른쪽 가장 먼쪽 촛대봉의 단풍은 생명을 다하고.....

자빠진골로 들어서자 오늘 첫 손님을 맞은 단풍은 수줍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내가 총각도 아닌데......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한 나무는 세상의 흐름을 잊은 듯 합니다.

제 잘난 맛에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순 없지요.

역시 계곡을 중심으로 동쪽을 향한 나무는 아름다움이 더하고 서쪽으로 향한 나무는 서자처럼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도 햇볕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름다울까요?

난 새까맣게 타기만 하던데요.

자빠진골이라 그런지 나무가 자빠진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산꾼이 자빠지면 안되겠지요.

남자는 서서 볼일을 보니까요.

지리의 단풍은 하늘마져도 붉게 만든답니다.

우리나라 최초, 최고, 최대의 목석탑이지요.

비록 장인의 솜씨는 아니지만 그 정성과 재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이 탑을 쌓으신 산꾼님의 만수무강을 기원드립니다.

인위적인 내장산 단풍보다는 자연적인 지리의 단풍이 진짜 단풍이겠지요.

이리보고 저리보고 둘러 보아도 황홀경 입니다.

오늘은 마누라 품속이 전혀 그립지 않습니다.

지리의 품속이 나의 안식처이지요.

서울이나 과천. 세종시에 가면 여러명의 장관이 있지만 지리에는 수만명의 장관이 즐비합니다.

나라에서 월급을 주지 않아도 제 할일을 알아서 척척하지요.

장관이 하늘을 덮어 버렸네요.

대통령님! 혹시 일 잘못하는 장관 있으면 지리에서 하나 뽑아 가세요.

그냥 집무실에 걸어 놓아도 상관 없습니다.

이름모를 열매도 시간을 따라 가다보니 분홍으로 옷을 갈아 입었지요.

자빠져도 희한하게 자빠 졌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가을에 딱 맞는 단어이지요.

전 염색을 하면 검은색으로 하는데 지리의 단풍은 유행에 민감하여 대체적으로 빨강,노랑색을 좋아하나 봅니다.

저도 한번 노랑이나 빨강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볼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그렇지만 누가 나를 건방지다고 자빠뜨릴까봐 겁이 납니다.

아직 청춘이 만리인데 자빠지면 안되겠죠?

세월이 약이겠지요.

바위위에 내밀은 뿌리는 거미손을 연상케 합니다.

손이 부러터고 상처가 날 지언정 사는것이 문제지요.

살아야 그 다음을 이야기 할수 있으니 사람도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빨래줄에 빨간속옷만 누가 걸어 놓았습니다.

빨간 팬티를 누가 훔쳐가면 어쩔려고요?

지리산 곰이 지킨다고는 하지만.....

요즈음 하도 여성 팬티를 탐내는 숫놈들이 많아서리....

한벗샘!

한때는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던 시절.

지리산 빨치산 남부군의 식수였지요.

남부군의 총사령관인 이현상도 이 물을 먹고 전투를 하였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남부능선을 산행하는 산꾼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하구요.

한벗샘은 한벗산악회에서 처음 발견하였다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고유이름은 단박샘이라고 하는군요.

칠선계곡의 대륙폭포도 부산 대륙산악회에서 처음 발견하였다하여 대륙폭포라고 들었습니다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빠진골을 치고 올라오다보니 어느새 남부능선에 접하였습니다.

작년 지리남북종주 이후 처음 인사드리게 듸었습니다.

남부능선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지리는 천하일경입니다.

중앙에 있는 바위가 저도 몰랐는데 이산님 말씀으로는 단천독바위라고 하네요.

그럼 지리산에는 3개의 독바위(하동.진주.함양)외에 단천독바위를 비롯하여 4개의 독바위가 존재하는군요.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선명합니다.

오늘도 반야봉은 어김없이 예쁜 엉덩이를 살랑거리고.....

촛대봉과 천왕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천왕봉만 바라보면 그 위엄에 산꾼은 자세를 낮춥니다.

"시네마스코프 총 천연색"을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이겠지요.

하늘의 무지개가 내려 앉은 단천골은 한폭의 수체화입니다.

하늘에 달린 이 열매는 누가 주인인지요?

잎은 떨어져 땅위에 뒹굴고 열매는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시들어져 갑니다.

주목나무가 꼭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 같습니다.

쩍 벌어진 입은 무었을 달라고 하는지?

바위도 가을을 먹고 사는가? 봅니다.

가장 높이 오르는 나무가 가장 멀리 보지요.

삼신봉에는 벌써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산객들로 인해 겨우 이 산의 주인장 문패를 알현하였습니다.

멀리 하동 독바위와 쇠통바위를 조망해 봅니다.

멀리 보이는 오뚝한 봉우리가 3개의 삼신봉 중 내삼신봉이지요.

옛날 청학이 살았다는 청학동입니다.

요즈음 청학동은 그냥 시골동네이지요.

댕기머리와 공자말씀을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이곳까지 와서 사진 끝자락의 외삼신봉을 들러지 않는다면 삼신할머니께서 얼마나 서운하시겠습니까?

단 번에 외삼신봉으로 달려 갔지요

약 20분정도의 발품만 팔면 되고, 낙남정맥의 길도 걸어보고.....

정상석은 망부석이 아니지요.

그래도 이 곳은 금줄을 쳐 놓아서인지 조용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주인장은 멀리 천왕봉을 바라보며 시 한수 읊고 있었지요.

이곳 주인장의 키는 나보다 작지만 그 뿌리는 1288.4m 아래까지 이어지지요.

어디 감히 제가 그와 견주겠습니까?

어림도 없으며, 한마디로 새발의 피이지요.

이곳에서 보니 쇠통바위와 하동독바위의 윤곽이 잡힙니다.

이곳에서 자세히 보니 반야봉의 엉덩이가 짝엉덩이로 보이는군요.

그래도 예쁘니 어쩝니까?

겨울에 벗었을때는 더욱 예쁘지요.

이곳 골짜기는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아닐련지요?

귀요미송이 절로 나옵니다.

세월의 차표가 한장이 아니라 여러장이니 너무 삶을 조급하게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수 송대관이는 달랑 "차표한장"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인생의 차표는 빨간차표, 노란차표등 입맛대로 있으니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요.

차표에 덤으로 옥구슬도 주지요.

단풍의 담요로 하늘을 막았습니다.

두리둥실! 하늘로 배 떠나 갑니다.

어느새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내려 왔습니다.

겨울내내 숨죽일 내대골은 아직은 숨을 쉬고 있지요.

돌아올수 없는 다리가 아니라 언제나 돌아올수 있는 다리지요.

지리가 숨쉬고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