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조개골의 가을마중

 

■ 날짜 : 2013년 10월 20(일요일)

■ 날씨 : 맑음

■ 산행거리 : 약 10km

■ 산행시간 : 7시간 26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속도 : 약간 느리게

■ 산행 길 : 새재▶삼거리▶치밭목산장(1,437m)▶무제치기폭포▶새제

■ 함께 한 사람 : 이마운틴 사람들과

■ 주요지점도착시간 : 새재(08:26)▶치밭목 산장(14:07)▶새재(15:52)

 

영남알프스 종주 후 약 20일 동안 산에 오르지 못하니 열병이 생겼습니다.

전혀 찾아오리라 생각지도 않았던 몸살감기가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고, 그렇잖아도 무거웠던 머리를 더욱 짓이겨 놓았습니다.

물론 많은 음주가 주원인이 되기도 하였겠지만 직장이 쉬는 날이면 매실 밭으로 달려가 하루 종일 풀베기 작업을 쉬지 않고 일한 까닭이기도 하겠지요.

 

누군가가 휴일은 달콤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달콤함을 각종 사무와 음주와 노동으로 깡그리 부셔 버렸으니 그 죗값 달게 받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일요일만큼은 누가 뭐래도 몸이 천근만근이래도 지리의 품속으로 달려가는 희망을 가져 보았습니다.

 

지리의 동부능선의 끝자락 조개골!

원래 마을입구에 조개사라는 절이 있어 조개골이라 칭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아침이 가장 먼저 열린다는 뜻의 朝開(조개)골 이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그 어느 곳에서도 두 의미를 짚어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았습니다.

다만 2011년 8월 태풍 무이파의 상처가 지리산에서 가장 컸으며, 지금도 그 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에 산행 내내 파 헤쳐진 지리의 얼굴을 보면서 자연의 힘이 강하다는 것과 언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까? 가슴 조이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래도 이곳에도 가을이 왔으니 버선발로 마중을 나가 보았습니다.

 

블랙님 사진 이동

지리산 아래 "하늘아래 첫동네"라는 지명을 쓰는 곳이 몇군데 있지만 이곳이 최고의 오지가 아닌가 합니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가을이 산객을 맞아 줍니다.

아래로 쏱아지는 무명폭포도 방긋 인사도 하구요.

좌우 어디를 살펴 보아도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은 지리가 추석대목을 맞은 듯 이리저리 바쁜 모양입니다.

바위의 처마 밑에는 벌들이 호화주택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두개 였는데 하나는 아마 사람이 슬쩍 한것 같기도 하고.....

여름이 떠난 자리에는 가을이라는 주인이 자리 바꿈을 한 모양입니다.

짐은 그대로 두고 주인만 바뀌었으니 새단장은 필수 이지요.

세월을 잊은 잎사귀는 아직 옷 갈아입을 채비도 갖추지 않고....

저렇게 살다가 추위에 바로 땅으로 떨어 질련지?

연지곤지하느라 제법 화장품값이 들었을 것 같지만 그저 세월을 기다린 보람이지요.

바위도 세월을 기다린 보람으로 모난구석 공짜로 고치고 예쁜 모양으로 성형 했지요.

자! 줄을 서시오.

누가 더 예쁜지?

멀리 하봉방향이 눈에 들어 오지만 오늘은 삼거리에서 치밭목쪽으로.....

노란색 옷이 더 예쁘 보이는군요.

천지가 가을이니 내 마음도 덩달아 가을입니다.

누가 바위에 탈을 새겼는지 걸작입니다.

긴다리가 없어진 사마귀 한마리가 힘들게 계곡을 건너고 있습니다.

이래서 이곳을 써레봉이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위에서 자란 나무도 가을을 기억하는가? 봅니다.

아마 제가 생각하기엔 이 화석은 그 옛날 지리산의 산신령님의 발 화석이 아닐련지요?

때론 물길이 거대한 협곡을 만들기도 하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도 만들구요.

입은 여름이나 열매는 가을입니다.

일명 진주독바위 입니다.

바위가 진주쪽을 바라본다고 하여 진주독바위라 한다고 합니다만 전 잘 모릅니다.

이곳에서 보니 왜 이 바위를 독바위라 했는지 궁금증이 해소 되었답니다.

바위치도 가을을 피해갈 순 없겠지요.

하늘과 구름과 산과 나무와 가을과 함께한 진주 독바위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어느 조각가가 외로움에 지쳐 미인의 눈과 눈썹만 그리다가 생을 다 했는가 봅니다.

하늘에도 별이 있지만 지리산에는 물위에도 별이 있지요.

태풍 무이파의 흔적

버섯 형제도 가을을 타고.....

어느 타일쟁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타일을 물속에 접착 했는지요?

제법 일당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동부능선의 최고 조망지인 진주독바위(왼쪽)와 새봉(오른쪽)이 나란히 줄을 서고....

노란잎에 검은 점!

당신은 풍각쟁이이지요.

이 길을 걷는 당신은 가을을 품은 산꾼이지요.

이제는 공단에서 지정한 길로 내려 섭니다.

어느 곳이던 지금 지리는 가을잔치가 한창입니다.

무제치기폭포 상단에서 바라 본 황매산(먼곳 중앙))입니다.

무제치기폭포 상단에도

무제치기폭포 하단에도 가을의 물살은 어김없이 흘러 내리지요.

조개골 다리위에 올해는 가을이 한참 머물다가 겨울에 자리를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벌써 찬바람이 횅하고 부니 올해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날까봐 조바심만 산객의 마음을 태웁니다.

그래도 오늘은 지리에 머문 가을에 감사하고 행복 하였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