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침과 함께한 반야봉 진달래

 


 



-일시: 2013. 05. 17
-어디: 지리산 성삼재~ 반야봉 왕복구간


 




그때도 반야를 오른 마음은 있었는데
그때도 반야를 내려올 마음은 없었지요

이맘때면 어김없이 오르지만 그래도 내려올 마음은 없네요
오늘도 나직이 안부를 묻습니다.
그때 두고 온 나는 잘 있는지...


 





花有重開日 人無更少年:
"꽃은 때가 되면 다시 필 수 있지만 사람은 젊은 시절로 돌아 갈 수가 없다"


 




봄이면 어김없이 꽃이 피고 실록이 우거지는 자연과 다르게
우리네 인생 한번 지나면 영원히 오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요
끌려가든 그곳으로 빠져가는 집착일지라도 그 선택이 기쁨이라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어둠 저편에서 5월의 진한 아카시아향내를 풍기는가 싶더니
이내 비릿한 밤꽃 향이 속을 뒤집어 놓네요


 





어둠 속에 숨겨진 섬진강을 건너
일주일 간격으로 이 어두운 야밤에 2번째 지리산 산 길을 갑니다.
그것도 똑 같은 코스를...
일주일 보다 이른 밤길을 거닐며 걷습니다.
함께하는 이 늦은 발길이라 나무라지 마시고 먼저 올라가라는 배려를 받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홀로 걷는 버릇이 되어 더 잘 올라 갑니다.


 





뭐가 그리도 바쁘던지 거친 숨소리 다스릴 겨를도 없이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흑과 백으로 구분된 반야 정상석에 앉아 별들을 바라본다.
오밤중에 집을 나설 때 수 만가지 상념에 빠졌었지
꼭 가야 하나...
밀린 잠을 내치면서도 가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힘들지만 산행과 함께 얻어지는 정상에서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갈등의 고비를 넘겨 찾아 든 산은 언제나 기쁨과 희열을 주었다.
영원할 것 같은 어둠의 금을 깨면서 아침 고요가 들썩이며 5월 아침 빛을 맞는다
푸르름이 사방으로 빗발쳐 능선을 타고 넘지만
이곳 반야에는 붉은 핏덩이 선혈이 낭자한 진달래꽃 입맞춤으로 아침을 달군다.
찬란한 아침 빛과 뜨거운 정사가 이뤄지면서...


 




그렇게 수없이 지리산을 찾았지만 이번만큼이나 아름다운 진달래를 볼 수 없었다.
사진이야 되든 안되든 좋다.
대자연이 주는 감동 앞에 원 없이 진달래와 함께할 수 있다면...
행여 이런 모습을 놓치면 어떡하나 하고 정신 없이 촬영했지만
지금 생각으로 좀 더 여유를 부리면 느긋하게 즐길 수 없음을 못내 아쉬워한다.
고장 난 시계의 초침이 한곳만 가리키듯
이곳 한곳만 바라볼 수 있었으며 얼마나 좋았을까.


 




모처럼 자연이 주는 감동 앞에 온 몸에 전율을 느끼는 사이 시간은 흐른다.
벌써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세석으로 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부지런한 걸음을 다시 재촉해 본다.
가는 길에 하늘색도 그렇고 능선의 빛들이 너무도 좋기에 그냥 노고단을 스칠 수 없었다.
일주일전에 왔던 노고단은 꽃들이 시들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 이라서 인지 천은사 매표소 사람도 없네
그들도 부처에게 일말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네......
거림을 향해 달리는 차는 섬진 강변에서부터 지체되기 시작을 한다
졸리고 배고프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부랴부랴 차를 몰아 거림으로 달렸지만
아뿔싸~~ 14시를 넘었다는 이유로 앞을 가로막는 공단과의 한시름을 놓고
아쉬운 세석 진달래를 내년으로 미루고 집으로 향할 수 밖에......


 




2013. 05. 17
글 사진/청산 전치옥 씀

 

http://blog.daum.net/jeon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