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떠가는 풍경. [백운산 /광양]



2013.  5.  5 [일]


평택SM  40명

 

 



한재- 신선대- 백운산 상봉- 상백운암- 억불봉- 노랭이봉- 동동마을 [P]~ (5시간30분)

 

 

 

 

 

 

 



 

                  [연둣빛 묻어나는 봄의 서정]


  봄빛에 그을리는 길가의 연적색깔이 아스팔트를 비스듬히 바라보는 시각, 40명의 님들은

 사흗날 신 새벽의 운기처럼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그저 바라보며 고개를

  꺄우뚱. 이제 봄은 정처 없이 떠간다는 듯 처연한 웃음만 가득. 입가에 팔자주름이

두 줄기로 새겨지는 얼굴엔….

 

 

 

 

 

  

 

 

 


 

 

잡동사니처럼 긴 겨울 시간, 그 잡다했던 세상의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덧 생동의

       시간으로 뒤덮여있다. 기다림이 맞을까? 설레임이 앞설까? 무한정 생겨나는 짐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러한 시대의 세경을

       거치는 것도 일종의 삶의 여정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것이 혼란스럽던 마음을 편안히

품게 만든다. 

 

 

 

 

 

 

 

 

 

  



        괜시리 봄을 무작정 기다렸다. 한쪽 귀를 열고 한쪽 귀로 들었다. 사월의 찬 시련은

우리에게 급조되게 다가왔다. 보이지 않던 봄은 그 속에 꽁꽁 묶여져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눈에 잘 띄지 않도록. 그러나 그 한계는 있는 법. 서서히 진초록, 진분홍

산비탈을 이루면서 봄의 속도가 불붙기 시작하였다.

 

 

 

 

 

 

 

 

 

 

 

 

 

  



  가지 마디마디마다 스며드는 봄기운이 새순을 키우지만 그간 깡말랐던 산목과 휑한

숲속은 치유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야지만 스스로 자연 속에서 치유가 가능한

것이다. 봄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붉은 빛들이 모든 아래에 서성이기

시작했음을 안다. 봄은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음을 느끼면서.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에는 진초록 여린 색감이 배여 들었다. 사월의 잦은

봄비로 재촉한 나머지 초록이 더 짙어진 건가. 만개한 화순으로 뒤덮였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순록과 새순의 채도가 깊이 묻어난다. 그 속에서 순박한 싱그러움을

느껴본다. 



                                     「 연둣빛 묻어나는 진한 향기가 어느덧 고요한 신록 되어 흐르기 시작합니다.」

                                     「 여린 순이 빚어내는 진한 신록에는 봄의 서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 이젠 滿春의 서정이랄까. 무르익는 봄날이 너무 정겹습니다.」


                                        잔잔히 차오르는 빛 속에서 이어지는 대화가 싱그럽다.

 

 

 

 

 

 

 

 

 

 

 

 

 

 

 

 

                   [산정의 푸르름은 시작되고]


 연두빛 그늘숲이 천의 터널을 이루고 있다. 물오르려하는 산목들은 들뜸에 익숙해지려는

듯 순한 색감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풍기는 숲속의 향기가 미한 풍경을 이룬다. 정숙한

봄의 향기인가. 이 시간에 봄은 이미 와있다. 철 따라 지고 피는 산꽃들은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봄의 기운을 한층 더듬고 있다.

 

 

 

 

 

 

 

 

 

 

 

 

 

   



언제 봐도 그 능선들은 고고히 하늘아래 지킴이었다. 새의 날개 짓하는 그 비상한

      형상은 기품이 있으면서 찬연히 빛나보였다. 산뜻한 모습하며, 산과 들과 강과 바다를

     아우르는 산정의 깊은 울림은 영산의 보고였다. 짧은 시간에 자연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주는 삶의 통로 같은 진실한 내면의 가르침이었다.

 

 

 

 

 

 

 

 

 

 

 

 

전망봉에서의 하늘은 소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첩첩이 이어주는 연봉들의 힘찬

    기운이 사면과 계곡을 안으며 한없이 떠오르고 있었고, 우렁찬 빛의 그을림과 합해져

산정 깊숙이 기울며 능선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 모습은 활기찬 봄의

움직임이었다. 



                                      「 잔인했던 4월의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봄의 여왕인 5월이네요.」

                                      「 자연의 순환이 어쩜 그리 빠른지 이 시간을 꼭 부여잡고 싶네요.」

                                      「 세월과 자연은 시간 속에 묻혀 고고히 흐르는데 봄의 색깔은 아직 초동이니 왠지 서글픔이

                                    듭니다.」


                                        여성회원님들의 산뜻한 얘기가 시간을 넘어선다.

 

 

 

 

 

 

 

 

 


 

 

  계곡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며 휘몰아치는 바람결이 봄의 기운을 무색하게 한다. 단지

    능선골에서 이뤄지는 겨울 같은 느낌이지만은 상봉에서 넘어오는 부드러운 입김 같은

바람과 혼재되어 이내 사그라지고 만다. 봄이 오는 길목에 가끔은 불청객이 나서고

있음이다.

 

 

 

 

 

 

 

 

 

 

 

 

 

 



                   [혹여, 산정 속에 핀 봄의 여울이 작다면]


  1,000m의 고도. 흙 갈색 숲속의 비침이 그리운 봄 풍경을 고대하게 한다. 언제나

오려는 봄이지만은 그 속에는 잔재된 겨울의 색깔이 선연하게 남아있다. 회색빛

        산목들의 살 속이 비치는 흔적에 한편으론 사라지는 그 화려했던 겨울의 진한 향연의

            그리움이 흘러간 사연을 말해주듯이 혹여, 이 산정 속에 핀 봄의 여울이 작아진다면

내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결에 볼이 차갑지만 온후한 봄볕의 움직임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의 성능 길 위에서 변화하고 맞이하는 운명적 관계야말로 자연이

자연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떠나는 것과 오는 것과의 교분이 차분하게

연결된 이음새인 것이다.

 

 

 

 

 

 

 

 

 

 

 

 

 

 

 


 그 어느 누구에게나 저마다 흘러간 사연이 깃들어있다. 내면속 깊게 간직하고 있는

    아련한 사연들을 떠올리게 하는 산정의 힘은 커다란 主役이었다. 풍경의 변화로 인한

추억의 느낌, 자연과 나누는 교감과 의사, 소통 같은 부분이 우리의 가슴속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길을 걷고 걸으며 그 공간속을 안주하려는 우리들에겐

각별히 염원하는 마음의 눈초리가 어느새 깊이 들어차 있는 순간인 것이다.

 

 

 

 

 

 

 

 

 

 

 

 

 

 

 

 

 

 

 

 

 

 



                 [상봉 ~ 억불봉]


   능선 길을 걸으며 앞과 뒤의 풍경을 주시했다.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자연의 시선이

 눈 속에서 가물가물 거리고, 짙게 타오르려는 청빛의 색감도 산등의 중간부분에서

 멈춰서 있는 듯 했다. 어서 그 부분이 버거운 시간에서 벗어나 진중한 생기를 잃지

   않는 바램뿐이다. 꾸밈없이 펼쳐지는 자연다운 성찰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소원하는

바램뿐이다. 그저 유유히 흐르는 봄기운만이 알 것이다. 



                                    「 저기 보세요, 저기, 산 능선의 고운 빛이 화려하게 물들고 있네요.」

                                    「 자연의 경이로움이 저렇게 솟아나니 그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 활짝 개인 맑은 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산 너울이 마음속 깊이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일렬로 늘어선 그림자를 밟으며 능선 길을 이어간다. 그 능선을 가로질러 양 옆으로

펼쳐지는 봄기운이 상봉과 단애를 거쳐 두 산줄기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금세 코로 스며드는 그 전해질이 향긋하니 오감이 풍족할

따름이다.

 

 

 

 

 

 

 

 

 

 

 

 

 


 

 

단애사이로 스며든 짙푸른 기운이 산 너울을 넘나들며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낙타등 같은 연봉과 깊이 패인 골짜기에도 그 기운은 힘찬 기를 뿜으며 그 속 주인이

  되고 있었다. 해오름의 빛발도 그 속에 묻혀 찬연한 멋을 구가하고 있었으니 꼭 봄의

주인 장 같았다.

 

 

 

 

 

 

 

 

 

 

 

 

 

 

 

 

 

 

 



 심원한 산풍경의 정취를 마음속에 쌓아둔다. 봄빛 속에 가로막혀있던 그윽한 정취는

바람 따라 능선을 넘어 상봉으로 오는 중이다. 곧게 피어나는 봄꽃들의 사연과 함께

    봄의 향취도 조용히 묻어나오는 중이다. 산새들의 길목에서 불어오는 살랑한 바람결이

잎새에 파고들며 그 에게 묻어나는 향기를 몰고 와 이 산정에 흩뿌려놓는다.

 

 

 

 

 

 

 

 

 

 

 

 

 

 

 

 

 

 

 

 

 

 

 

 

 

 

 

 

 

 



 이 산정의 삶이 그림이 되는 순간, 깃드는 철쭉의 향들이 곳곳에 싱그럽게 퍼져있다.

     풍선처럼 살짝 부풀어 있는 그 꽃들에게 봄을 일러 주는 금빛이 산을 이른다. 봄 물결의

 강물 소리처럼 봄을 실감나게 전해주고도 있다. 여운을 남기듯 흔들거리는 철쭉에게

 너울너울 봄의 주인이 되라고 입맞춤으로 대신한다.

 

 

 

 

 

 

 

 

 

 

 

 

 

 

 

 

 

 

 

 

 

 

 

 

 

 

 

 

                  [노랭이봉]


      연두 빛 산맥의 물결이 병풍을 두르면서 이 산중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물오른 봄의

염광이 새벽녘 붉은 빛을 토해내듯 정열적으로 깊숙이 타들어간다. 모든 수림들의

       시선이 그 빛에 쏠려있다. 조용히 바람이 스친다. 그 광경을 주시하며 시간속의 한 단편

쪽으로 흘러들어간다. 迷想스러운 5월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깊게 퍼져오는 산정의 향기가 떠나는 산객의 어깨너머로 살포시 기대온다. 그 향기에

  쌓여 발걸음이 잠시 멈춰진다. 곧 초록 빛 운기가 몰려든다. 능선을 타고, 벼랑을 넘어,

     넓은 삼림지대를 지나 아늑한 곳으로 손살 같이 떼지어온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것을

 향해 손짓을 하며 따스한 행복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도록 섬세하게 자연의 옥구슬을 풀어헤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