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독백. [삼악산/ 춘천]





 

 

 

의암호(매) -삼악산장 -상원사 -동봉 -삼악산 정상 -흥국사 -등선폭포 -[P] [4시간]


 

 


2013. 3. 17 [일]


평택 FM 45명

 

 

 

 

 

                [삼악의 앵글 속으로]

 



창대하게 펼쳐있는 의암호의 물결이 봄 시간을 맞으며 공손히 퍼져간다. 빛에 물든


물안개도 허공으로 날지 못하고 물위를 거닐고 있다. 이때 오리들이 허공을 저으며 작은


물살을 일으킨다. 무리 없이 흐르는 안정감이 내 안에 인다.

 






 나목들의 움츠림이 거세지는 것 같다. 한 묶음 다발이 되어 3월의 나무숲을 이어간다.


기다리는 시간은 먼 발치에서 구름 속 같은 시간을 보낸다. 정녕 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가는가. 그리움의 시간이 허공에 떤다.

 






적막감이 흐르는 山寺의 아침이 신선하다. 안개를 걷히고 낙엽을 굴리며 홀로이 시간을


  맞고 있다. 무수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더운 바람이다. 새들의 헛기침소리가 山寺


적막을 깬다.

 






봄빛이 잡목을 제치며 오래도록 기웃거린다. 조용히 얼굴을 붉히는 산목들의 모양새가


   검은 매무새를 털어가며 새로운 온기를 안고 있다. 때로는 햇빛을 털어가며, 때로는 별빛


같은 거울을 반짝이며, 낮아있는 시간을 고쳐가는 것이다.

 

 





                                H님과 Y회장님, 전 총무이신 M님의 대화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 어설픈 봄의 사랑이 번지고 있습니다.」


                                           「 설익은 봄의 낭만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 엇갈린 운명이 아닌가요, 이번의 봄이…」


                                           「 기다리는 님 그리워 봄을 보내지 않습니다.」


                                           「 봄 언덕을 그리며 홀로 지셉니다.」








                [차디찬 공기가 봄을 흡수한다.]

 

 



                                    노송을 움치는 겨울의 殘雪이 빠른 바람에 주름 퍼지듯 휩쓸리고 있다. 그 사이로


  산 물결이 가볍게 밀리면서 천변만화의 색태를 숨기며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빛에

 

 반사되는 장엄하고 수려함은 거울 속처럼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봄이 멀었나?

 






      꿈틀꿈틀 살아있는 풍경들이 산빛을 안으며 먼 곳을 돌다 유빙처럼 돌아오는 듯하다.


산은 산을 넘지 못하고 세월은 시간을 넘지 못하듯무엇에 쫓기듯 겹겹이 쳐댄


   후렴구에 갇혀있다. 그 속에는 겨울이라는 철옹성이 창창히 고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저항이 없는 그 자세들이 내 뒤통수를 휘잡는 것이다. 도대체 봄은


언제 맞으려는지

 






                                          「 봄 돌이처럼 막연한 기다림에 눈동자는 힘없어지고….

 

                                          「 봄 창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먼 산은 시간의 연민이 되어줍니다.」


                                          「 거친 두 손을 모아 언제가 찾아오는 가득 찬 생기를 맞이함이 어떨 런지요.」


                                          「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 깊은 봄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봄이 렌즈의 조리개처럼 활짝 열려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무수히 바람을 가르는 암봉위에 몰려들어 심심찮게 이야기하는 님들에겐 봄이 보약인 듯하다.

 

 






                [봄의 길을 묻다. - 동봉과 상봉에서]

 




봄끼리 붐비는 의암호의 창에 빨간 빛이 스며든다. 그리운 창이 멀리서 파란 부싯돌처럼


   초록의 향기로 돌변하며 시간을 속박한다. 바람처럼 떠도는 불안이 생기는가. 하얀 빛깔이


물결을 휘저은다. 푸르른 하늘 구름이 초동을 해대고 있다.

 






허공을 떠도는 안개의 외로움을 봄이 감싸 돈다. 봄을 따라 자적하게 유영하고 있는


  붕어섬이 자연을 닮은 청정함이 되어주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푸근함처럼 꾸밈이


  전혀 없다. 느림 속 구영인가. 채우려는 가슴속이 적요해진다. 바람을 타고 강물 위를


떠다니는 봄의 수수함을 마음속에 쌓아둔다.

 






   봄을 기다리는 욕망에 지쳐버린 시간도 헛되이 흘러가버린 하지만 그 욕구덕분에


새로운 시간이 도래될 것이라는 명분이 앞선다는 생각에 골똘해진다. 오래전에도


그러했다. 그리했기에 생의 욕구와 나약한 의지를 회복할 수가 있었다.

 






              여러 걸쳐있는 산맥들의 심플한 선이 눈에 아련하다. 물 위에 뜬 바위 절벽처럼 수십,


수백m 높이의 크고 작은 절벽들이 봄의 강을 이으며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그 생경함에는 산의 원초적 본능이 살아있는 것이며 자연의 안식처가 따로 없는


듯하다.

 






산정의 장대함. 웅대하고 역동적인 산정의 느낌이 살아있다. 봄의 생애에서 마주하고


 싶은 느낌이다. 그런 마음이 더하는지 유독 봄이 기다려진다. 겹겹이 흐르며 안정감을


주는 산정의 템포라인이 그렇다. 그것을 안겨주는 감흥의 시선이 아니고 몸소 느끼며


묻어두는 이 산의 넉넉함으로 생각해야겠다. 스몰 휠 라인이며, 스몰 휠 환타지


이 산정의 근황이다.

 

 





                [어느덧 그리움 되어]

 

 



굴곡처럼 흩어진 산봉들의 연결선에 그 위를 부유하듯 퍼져가는 흰 구름이 풀죽처럼


  펼쳐있다. 부서진 빛의 입자들이 한곳으로 모여든다. 산정은 잿빛 속 홀로이 그림자만


     남긴 채 바람 따라 떠나가려는 듯 하더니 곧 사그라진다. 텅 빈 허공 속으로 모든 소리가


잿빛에 묻혀버린다.






                                      「 시간 속에 피어나는 또 다른 시간은 환영에 가깝다지요.」


                                      「 그렇습니다. 그 환영의 부재가 일파를 이루겠습니다.」


                                      「 차분히 다가오는 시간 속에 피는 숭고함이 순정이 아니겠습니까.」


                                      「 참을 수 없는 기다림이겠지요. 다행이 저기 오는 것 같네요. 그 봄이….

 




                                   Y형과 백송 전 M총무님의 대화가 그리움을 잇는다.

 

 






창끝처럼 손살 같이 찌르는 폭포수가 벼랑들을 거느리고 있다. 물결의 동선이 수직으로


 조급히 겹쳐 내리 쏜다. 한결 가파르다. 그 속에서 흐르는 봄 창이 솟구치는 彩雲 같기도


하다. 화려한 물줄기가 꼬리를 길게 흩 틀어가며 짤막한 신음소리를 읊조린다.

 

 


         짧고 굵은 절벽의 외침이 봄을 몰고 온다. 물살들은 세월을 쫓아 일제히 제 몸을 누이며

흘러가는 생처럼 ‘가녀리게’…, 순간 헛헛한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시간의 소란이

    아우성이다. 봄의 울림이 들린다. 새로운 시기의 새로운 바람이 내안으로 스며들기

  시작이다. 더욱 봄을 맞이한 것인가. 그러나 아직어울렁 더울렁 네 시간여,

어느덧 등선폭포 제일 아래에 자리한 시간의 끝자락에 닿았다.

 




                             ◈◈◈






  때는 봄이 아니기에 적빛이 나를 위로하는 듯 반듯하다. 적적한 시간은 더디 없이 흐르고 유유한

시기는 느림의 미학이 되어주는. 하물며 그 속에서 기다리는 심정은 불안한 내면되어

  흐르니 속물로 단정할 수밖에.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이려나.

   정지된 시간만 계속 지속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