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속담에 시간은 화살같이 지나간다(Time Is Arrow)는 말이 있듯이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2011년이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한 달만 지나면 새해가 되어 나이가 한 살 더 먹게 되니 말이다. 60대는 세월이 시속 60Km로 달린다고 하는 말이 맞는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다.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란 노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대로 무얼하나 남기지 못하고 이렇게 가는 세월을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까? 아니면 나만의 유별나게 속좁은 생각일까? 이것이 궁금하다.

  회갑, 진갑을 지난 6학년 4,5반 친목계원들, 시쳇말로 별볼일 없는 서람들과 지난달 만남에서 겨울이 오기전에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꿍작이 맞아 낙찰된곳이 덕유산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연례행사인 김장담그는 작업이 발목을 잡게 된다. 당초에는 1126,27일 날짜를 잡았는데 와이프가 지인의 소개로 배추밭에 나가 보니 너무 좋은 배추가 있어 1통에 천원씩, 40통을 가져와 현관에 쌓아놓고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럴땐 어떻게 한다. 협상에 들어간다.

금요일 저녁에는 마늘을 까놓고 토요일 낮에는 배추를 절구고, 저녁엔 무채를 만들고 양념을 버무려 놓으면, 일요일날 딸과 둘이서 속을 넣으면 되니 부담갖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한다.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괜찮아유!” 금요일 저녁부터 프로그램대로 김장담그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토요일 아침 배추를 절구려고 배추를 보니 상당히 크다. 이게 단돈 1,000원이라니. 농사지어서 먹고 산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죽했으면 자기가 정성드려 키운 배추밭을 트랙터로 뒤엎을까?

  일요일 아침에 살금살금 도둑고양이 모양 살짝 일어나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배낭을 메고 나선다. 매주 산행을 하는 놈이 일요일 아침을 챙겨달라고 할 만큼 간이 크지 않아 내가 해결하는 편이다. 작년말 부터 정차하는 수원역에서 KTX 08:45 대전행 열차에 승차했다.

KTX가 개통된지도 몇 년 되었지만 직접 승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왜 이리 좌석과 좌석사이가 좁단말인가? 너무 좁아 앉기가 거북하다. 차라리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타는게 편하다. 편하게 앉아서 여행을 해야지, 이게 무슨 고생이여. 좌석수만 늘려 돈만 챙기면 된다는거여 뭐여, 공기업이 이렇게 해도 되는거여. 조금 빨리 간다는 핑계로 승객들을 불편하게 해도 되나 ? 탁자를 펴놓고 책읽기도 어렵다. 거기에다 입석한 승객들도 보인다. 1시간 정도 타니 망정이지 오래 타면 큰일날 것 같다.

  대전역 광장에 내리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다른일행을 합하여 14명 정도여서 미니 버스가 동원됐나 보다. 덕유산으로 향한다. 수확을 마친 들녘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덕유산은 국립공원으로 산세가 화려하고 공기도 맑다. 무주리조트에 도착하니 제설기(製雪機) 가 작동하여 눈을 만드는 모습이 마치 불이 났을 때 불을 향하여 힘차게 물을 뿌리는 모습이다. 몇 번이나 덕유산 산행을 해보았지만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까지 올라가 보기는 처음이다. 15분여 만에 금방 꼭대기까지 데려다 주니 편하긴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여.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산 아래는 날씨는 추웠어도 눈은 없었는데 간밤에 내린 눈으로 나무 가지를 눈꽃으로 단장을 하고 자태를 뽐내면서 우리를 환영하는 듯하다. 야 신난다. 마치 어린아이마냥 모두 좋아들 한다. 이럴 때 대비하여 똑딱이 카메라를 준비해야 하능겨, 알기나 혀.미처 방한복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향적봉까지 오르니 하고 바로 내려온다. 올라가는 계단 목제데크가 얼어 대단히 미끄럽다.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손이 시렵다. 모두들 한마디로 감탄사를 되뇌인다. 길옆에는 오래된 고사목이 내몫까지 살아달라고 애원하듯, 발가벗은 몸으로 지나온 세월을 원망하듯 옆의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무를 시샘하는 모습이다. 몇 번씩 엉덩방아도 찧으면서 향적봉 정상에 섰다. 바라보이는 남덕유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보이는 것은 모두 그림이다. 번갈아 가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정말 이렇게 멋이있는 눈꽃을 보기는 쉽지않다. 늦게 올라오면 눈이 녹고, 그렇지 않으면 눈이 뭉쳐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오래 머물고 싶어도 먼저 내려간 사람들한테 눈치가 보일까 보아 서둘러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일행이 곤도라 옆 양지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배낭속에 넣어온 안주와 소주로 빈속을 채운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한 탓인지 금방 속이 찌리리 하다.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는 곤도라를 탔다. 내려다 보는 스키장의 모습이 올라올 때 보다 더욱 아름답다. 내가 언제 스키장을 와보았나? 젊음이 부럽다. 직장에 다닐때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취미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먹고 사는게 무엇인지 앞만 바라보고 살았지! 휴일도 없이 살아온 세월이다. 나이가 들어 시간이 되고 여유가 있으되 넘어지면 허리다친다고 미리 겁을 먹어 스키장 구경도 못한 구닥다리 낡은이가 되었으니 그 누구를 원망하리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하고 싶은 대학공부도 하고 외국유학, 어학연수 등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하고, 직장생활도 주 5일 근무에 부모들이 뒷바라지를 해주니 얼마나 행복한가? 하긴 나보다 먼저 태어난 세대는 고생을 더 많이 했겠지만... 항상 근검절약이 몸에 배여 사치스런 운동이나 여행이나 취미생활도 마음대로 못하고 지낸 세월이 못내 아쉽고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아직도 무료급식소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대전역 광장에서 보았다. 이번모임에도 일요일 근무라 같이 오지 못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노후의 생활이 그리 녹녹치 못하신 분들도 많은게 사실이다.

  예약된 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값만 비싸지 먹을것이 없다. 관광버스기사가 안내하는 식당이 그렇지 뭐! 그냥 대충먹기로 하세. 동동주에 매운탕과 닭볶음을 시켜 먹고 시간이 남아 구천동 방향으로 거닐어 보았다. 관광객이 별로 없어 식당가가 점휴업상태이다. 나이가 오래된 느티나무 가지에는 겨우살이가 많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겨우살이를 보면 기생충같은 느낌이든다. 다른 나무에 얹혀서 혼자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데 한약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식사를 하면서 먹은 술이 양이 부족한 탓인지 이곳에서 만난 부부(?)차림의 사람들과 어울려 2차로 송어회를 시켜 매운탕과 함께 먹으니 이제야 제대로 먹은 것 같다.

  다시 버스를 타고 유성에 도착했다. 유성온천지구에 온천물을 덥혀 무료로 발을 담글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이용해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평상시에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피로가 회복되고 산행후에 시냇물에 발을 닦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행정기관의 조그만 배려가 여행객이나 시민들한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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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5분 서울행 KTX에 승차하니 역시나 올때와 똑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래도 어쩌랴. 미쳐 못읽은 책을 보다보니 수원역에 도착했다. 이렇게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 이제 각자 집으로 가자구! 아녀 한잔 더혀? 그래, 오늘은 피곤하니 그냥 가고 다음달에 또 만나세. 추운데 건강 조심하고 마나님 김장하는데 적극 도와 주자구. 악수를 나누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집에 오니 김장을 다 놓았다. 가족한테는 미안하지만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 일요일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