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1년 7월 24일(일요일)

* 날      씨: 비

* 산  행 지: 밤머리재 - 왕재 - 웅석봉 - 십자봉 - 어천마을

* 산행거리: 10.3km

* 산행시간: 3시간 58분(운행시간 2시간 58분 + 휴식시간 1시간 00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8

 

 

 

직장산악동호회 진등회(晋登會)의 산청 웅석봉 정기산행이 있는 날,

잔뜩 찌푸리긴 했어도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란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오랜만에 나 홀로가 아닌 함께하는 산행이라, 뭔가 모르게 좀은 들뜬 기분입니다.

그러나 그도 잠깐일 뿐 국도 3호선을 타고 진주를 벗어나 산청 땅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빗줄기를 흩날리며 심술을 부립니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비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조망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 어쩌나!

산청읍을 거쳐 필봉산(848m)과 왕산(923.2m) 밑을 지나, 굽이굽이 감도는 국도 59호선으로

밤머리재로 오릅니다.

하지만 가도 가도 돌기만 할 뿐, 높고도 머나먼 밤머리재입니다.

도대체 몇 굽이인지?

밤머리재(570m)!

산청 금서면과 삼장면을 가르며, 지리산 동부능선과 웅석봉을 비롯한 달뜨기 능선을 잇는 고개입니다.

지리산 4대 태극종주를 하자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태극종주의 보급창(補給廠) 노릇을 하는 터줏대감 권사장(010-9139-3112)의 간이매점은 그대로이며,

관광버스 두어 대와 승용차 몇 대가 널찍한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비는 멎질 않는데다 스멀스멀 안개까지 몰려드니,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아 아쉽습니다.

웅석봉(熊石峰, 1099.3m)!

산청군청의 홈페이지를 보면“1983년 11월 23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웅석봉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산이면서도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이다.

천왕봉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져 쑥밭재 - 새재 - 외고개 - 왕등재 -

깃대봉을 거쳐 밤머리재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치솟는데 이 산이 웅석봉이다.

산청읍에서 웅석봉을 보면 마치 산청읍을 감싸고 있는 담장처럼 보인다.

지리산을 막아선 듯 버티고 서서는 산청읍을 휘감아 흐르는 경호강에 물을 보태준다.

또한 가을이 되면 화려하게 물드는 단풍으로 온 산이 불타는 것처럼 보인다.

웅석봉(熊石峰)은 글자 그대로 곰바위산이다.

산세가 하도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 해서 곰바위산으로

부른다.“

 

국도 59호선을 건너며 산행에 들어갑니다.

들머리엔 웅석봉 군립공원 안내도와 이정표(왕재 3.3km·웅석봉 5.3km)가 있으며,

처음부터 나무받침계단이 촘촘한 가풀막이 이어지며 골탕을 먹입니다.

비가 오는데다 안개까지 덧붙어 후덥지근함을 더하니, 얼마 안 돼 온몸이 흠씬 젖어버립니다.

비에 젖는 건지, 땀에 젖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인지?

한바탕 치오르자 잠깐 숨을 고르게 하다, 또 다시 이어지는 가풀막으로 대장 갈림길

(대장 4.0km·밤머리재 1.0km·웅석봉 4.3km)에 다다릅니다.

왼쪽(북쪽) 산줄기는 기산(611.1m)을 거쳐 금서면 평촌리 대장마을로 흘러내리고,

바로 위 산턱으로 오르자 밋밋하게 바뀌며 곧이어 853m봉을 밟고 섭니다.

고스락은 바위라기 보단 돌에 가까운 게 꽤 널브러져 있으며, 등산로에서 몇 발짝 살짝 비켜 있어

일부러가 아니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많은 지도에 856m봉으로 나와 있지만, 지형도엔 그보다 낮은 853m봉입니다.

5분 남짓 됐을까, 작은 오르내림 끝에 헬기장(관리번호 39-118-3-70)으로 올라섭니다.

119 팻말(밤머리재 위 2.5km, 웅석봉 5)이 자릴 잡고 있으며, 853m봉이나 856m봉 또는 859m봉으로

소개한 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것 같으니, 지형도엔 높이가 나오지 않는 850m쯤 되는 봉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랍니다.

안 그래도 숲에 가려 별스런 조망이 없는 편인데, 오늘은 볼 것도 없이 보이는 건 안개밖에 없습니다.

잠깐 머물며 얼음 막걸리로 컬컬한 목을 씻어 내립니다.

큰 통(1.8ℓ) 하나가 금세 비워집니다.

그 누구도 사양하는 이가 없습니다.

또 다른 얼음 막걸리를 갖고 온 이도 있지만, 그건 그냥 얼음일 뿐 막걸리는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나중의 몫으로 돌립니다.

7분 남짓 크지 않은 오르내림을 했을까, 바위 전망대가 나오더니 그걸 지나서도 비슷한 높이가

이어지다 슬며시 떨어집니다.

바위 전망대 부근이 지형도에 나오는 859m봉인 것 같으며, 안부로 내려서자 앞을 막은 능선으론

길이 없고 오른쪽으로 살짝 꺾어 돌아갑니다.

얼마 안 가 삼거리 갈림길이 나옵니다.

바로 가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며, 왼쪽으로 크게 꺾어 된비알을 치오릅니다.

1분쯤이면 다시 정상적인 마루금으로 올라서는데, 알고 보니 그새 880m봉을 우회한 것 같습니다.

 

또 다시 크지 않은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10분 남짓 지나자 삼거리 갈림길인 왕재(850m)로 내려섭니다.

119 팻말(선녀탕 위 2km, 웅석봉 3)과 이정표(선녀탕 2.0km · 밤머리재 3.3km · 웅석봉 2.0km)가

있으며, 그전엔 925m란 고도표시가 있었지만 요샌 보이질 않습니다.

이정표를 새로 하면서 맞지 않아 없앤 것 같으며, 새로운 이정표도 바닥에 떨어진 게 있어 좋은

모양새는 아닙니다.

왼쪽 아래론 강신등폭포와 선녀탕 입구를 거쳐 지곡사로 내려서는데, 그건 산청읍에서 들어와

지곡사를 중심으로 웅석봉 원점산행을 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대장마을 갈림길에서 여태까지 크지 않은 오르내림을 했지만, 왕재서부턴 한참 동안 오르막이

이어져 힘든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산악회원들을 하나 둘 제칩니다.

우리라고 고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앞서가는 이들을 제치며 치오르는 재미또한 꽤나 쏠쏠합니다.

남쪽은 펑퍼짐한 비탈이라 순한 편이지만, 선녀탕이 있는 곰골로의 북쪽은 깎아지른 벼랑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오죽하면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다 있을까요!

좋은 전망대 구실을 하는 1032m봉으로 오르지만 안개만 자욱할 뿐이고, 그칠 줄 모르는 비란 놈은

옷을 적시다 안으로 파고들기까지 하며 애를 먹입니다. 

그렇다고 덥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웅석봉과 마주보는 1079m봉(밤머리재 4.9km, 웅석봉 0.4km)에선 달뜨기능선이 나뉘며,

바로 아래 널따란 헬기장은 점심을 먹는 산꾼들의 몫입니다.

비가 온다고 아니 먹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웅석봉까지의 남은 거리는 300m지만,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오르막입니다.

마지막 오르막이란 생각에 힘껏 치오릅니다.

차츰 멀어지는 일행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서는 웅석봉, 어천마을 갈림길과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자마자 웅석봉 정상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곰바위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상석에 곰이 새겨져 있으며, 그 옆 삼각점(산청 25)은

무슨 이유에선지 일부가 깨져 있습니다.

하고 많은 발길에 시달리다 보니, 그 꼴이 된 게 아닐까요?

덕산 구곡산(961m)과 더불어 지리산 일대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인데, 지리산은커녕

몇 걸음 밖의 사람마저 겨우 들어올 뿐입니다.

조금 있자 일행이 올라오는데, 그것도 다가 아닌 다섯 밖에 없습니다.

퍼팩트와 희재가 보이질 않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고 전화도 받질 않습니다.

둘이서 죽이 맞아 자주 어울리는 편인데, 또 어디 붙어 술판을 벌이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 건 나도 잘 하는데, 쏙 빼놓고 저거들끼리 말입니다.

그들을 기다리며 수많은 표지기가 달린 곳으로 가자, 낯익은 닉네임과 함께 장거리 산행의

자존심 “태극을 닮은 사람들” 표지기가 나부낍니다.

올 봄 청주의 효령대군 부부가 지리태극을 하면서 단 것 같은데, 마치 그 사람들을 만난 듯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한참을 기다리자 비로소 둘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헬기장에서 고향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느라

늦었다나 뭐라나!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고향사람 몇 없는 놈, 어디 섧어서 살 수 있겠나!

어쨌거나 여덟 일행이 다시 모여선, 어느새 녹은 얼음 막걸리로 정상주를 들이킵니다.

비록 빗속의 웅석봉 정상주지만, 언제나처럼 좋긴 참 좋습니다.

이제 어천마을로 내려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가는 곳은 하나지만, 가는 길은 둘입니다.

되돌아서는 어천계곡이냐, 바로 가는 십자봉(900m)이냐?

여럿의 뜻을 물어 보자, 가 본 사람이 적은 십자봉으로 가잡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내려갑니다.

밧줄도 있고 계단도 있는 등 기울기가 장난이 아닌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한번 미끄러졌다 하면 볼 장 다 볼 것 같으니 조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치지도 않습니다.

좀 내려서자 기울기는 잠잠해지며, 십자봉 바로 밑에서 갈림길(내리 4.3km · 어천 4.0km ·

웅석봉 1.0km)이 나옵니다.

왼쪽은 내리저수지와 지곡사로 이어지며, 어천마을과 성심원은 오른쪽으로 트는 길입니다. 

양쪽 어디든 2분 거리인 십자봉으로 올랐다 좌우로 내려서도 되지만, 가 봤자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을 테니 들르질 않습니다.

십자봉은 이름 없는 900m봉을 일컫는 것으로, 남쪽 바로 아래 바위에 커다란 십자가가 있어

언젠가부터 그렇게 부를 뿐 정식 지명은 아니랍니다.

사형 선고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수난 과정을 묘사한 14처 그림상이 설치된 십자가의

길을 내려갑니다. 

꽤나 비탈진데다 비까지 오는지라 조심조심 내려서며,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오르막으로

바뀌며 나아갑니다.

펑퍼짐한 봉우릴 지나자마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바로 내려서는 건 성심원이요 어천마을은

오른쪽 등성이로 난 길입니다.

어천과 웅석봉을 가리키는 표시와 함께 표고 820m란 낡은 안내판이 있지만, 방향만 맞을 뿐

아무래도 높이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웅석봉과는 270m 차이요, 십자봉보다 불과 80m 낮다는 건 믿기질 않는답니다. 

 

솔가리가 밟히는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이 반질반질하고 뚜렷해진 건, 그리 오래된 세월은 아닙니다.

그전엔 겨우 흔적만 있었을 뿐입니다.

내가 일부러 몇 번이나 가 길을 막은 나무와 그 가지를 정리하여 어느 정도 길을 되살렸으며,

그 뒤 2005년 11월 17일 부산의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의 답사기가 실리는

바람에 유명세를 타며 뭇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입니다.

지금은 어천마을에서 어천계곡으로 웅석봉에 오르고 십자봉으로 내려서거나, 십자봉을 거쳐

웅석봉에서 어천계곡으로 내려오는 원점산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20분이 조금 넘어 외딴집(119 농원) 앞을 지나자, 황토가 드러난 길은 포장임도로 탈바꿈합니다.

어천마을에서 기다리는 진등회장, 어서 오란 독촉전화가 바리바리 옵니다. 

14시 30분에 식당을 예약해뒀는데, 너무 늦는다고 온갖 졸갑을 다 떱니다.

좀 늦으면 뭐가 어때서?

식당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보아하니 아무래도 조루증이 있는 듯한데, 글쎄요?

임도가 삼거리를 이루는 곳 지리산 둘레길 팻말에 웅석봉과 아침재가 있는데, 

웅석봉은 우리가 데가 아닌 오른쪽 어천계곡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가리킵니다.

바로 가는 임도를 조금 따르자 고사리 재배지가 나오고, 곧이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지나는

아침재에 다다릅니다.

아침재는 어천마을과 성심원을 가르는 고개이며, 지리산 둘레길 팻말과 함께마을 주민이 애써 가꾼

자식과 같은 재산인 농작물에 손대지 말란 안내문이 있습니다.

성심원은 왼쪽이요, 어천마을로의 오른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 유덕제(裕德齊)를 지나, 어천계곡에 걸친 어리내교에 닿으며 비와 함께한

산행을 끝맺음합니다.

어리내 맑은 물에 몸을 담가 알탕을 하며, 비에 젖고 땀에 찌든 몸의 피로를 씻어 내립니다.

알탕이 있어 참 좋은 계절 여름입니다.

진등회장이 또 누르락푸르락 하며 빨리 오라 다그치지만, 아까 늦은 둘은 들 척 만 척 느긋합니다.

마치 웅석봉의 곰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 그 모습입니다.

조급함과 느긋함!

다 같은 국산품(國産品)이지만, 국산(國産)도 여러 가지란 걸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내 사는 진주로가 아닌, 맛깔난 쇠고기와 하산주가 기다리는 한빈갈비로!

 

 

 

* 산행일정

10:22             밤머리재(왕재 3.3km·웅석봉 5.3km)

10:45             대장 갈림길(대장 4.0km·밤머리재 1.0km·웅석봉 4.3km)

10:48             853m봉

10:53 - 11:00  헬기장

11:07             859m봉

11:30 - 11:33  왕재(선녀탕 2.0km·밤머리재 3.3km·웅석봉 2.0km)

11:51             1032m봉

12:03             1079m봉(밤머리재 4.9km·웅석봉 0.4km)

12:10 - 12:45  웅석봉(밤머리재 5.3km·어천 4.2km<5.0km>·내리 5.3km)

13:05 - 13:20  십자봉(웅석봉 1.0km·내리 4.3km·어천 4.0km)

13:41             성심원 - 어천 갈림길

14:02             외딴집(119 농원)

14:12             아침재

14:20             어천마을(어천계곡 경유 웅석봉 4.2km·십자봉 경유 웅석봉 5.0km)

 

 

 

 

 

  밤머리재

 

    밤머리재

 

  밤머리재

 

  밤머리재

 

  밤머리재

 

    밤머리재

 

 

 

    대장마을 갈림길

 

  853m봉

 

  헬기장

 

  왕재

 

    왕재

 

    왕재

 

  웅석봉 헬기장

 

웅석봉

 

웅석봉

 

웅석봉

 

 

 

 

 

웅석봉 산불감시초소

 

웅석봉

 

웅석봉

 

  웅석봉

 

  

 

 

 

  십자봉 십자가

 

   성심원 - 어천마을 갈림길

 

임도 삼거리

 

  아침재

 

아침재

 

아침재

 

 

 

 어천마을 가는 길

 

어천마을 가는 길

 

어천마을 어리내교

 

 

 

 

 

 

 

  

 

어천마을

 

  어천마을

 

어천마을

 

 

 

 

 

 

 

 

 

 

 

 

 

 

 

 

 

 

 

 

 

 

 

 

 

 

 

 

 

 

 

 

 

 

 

 

* 퍼팩트 작품을 모셨습니다.

 

 

 

 

 

 

 

 

 

 

 

 

 

 

 

 

 

 

 

 

 

 

 

 

 

 

 

 

 

 

 

 

 

 

 

 

 

 

 

 

 

 

 

 

 

 

 

* 2011. 7. 28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월아산 국사봉과 장군대봉

 

월아산 국사봉과 장군대봉

 

월아산 국사봉

 

월아산 장군대봉

 

 

진주시농산물도매시장

 

구름 아래 사천 와룡산

 

구름 아래 사천 와룡산

 

초전동 아파트단지

 

초전동 아파트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