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1년 6월 4일(토)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원전고개 - 딱밭골재 - 솔티고개 - 태봉산 - 유수교 - 실봉산 - 진주분기점

* 산행거리: 31.45km

* 산행시간: 10시간 58분(운행시간 8시간 54분 + 휴식시간 2시간 04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지난 5월 28일 낙남정맥 제2구간(하동 길마재 - 원전고개)에 이어, 꼭 1주일 만에 사천

원전고개에서 진주분기점에 이르는 제3구간 산행에 나섭니다.

산행일정은 원전고개를 떠나 딱밭골재 - 선들재 - 솔티고개 - 태봉산 - 유수교 - 비리재 -

실봉산을 차례로 잇고, 남해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진주분기점 아래의 진주시 정촌면 소재

국도 제3호선 화동버스정류소에서 끝을 맺고자 합니다.

제3구간은 제일 높은 봉우리가 250m를 넘지 않을 만큼 낮은 산줄기가 이어져 낙남정맥에서도

가장 낮은 구간이긴 해도, 산이란 건 낮을수록 갈림길은 더 많으며 웃자란 수풀과 덩굴이 발목을

잡을 것이기에 결코 만만찮진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동 옥종을 거쳐 궁항으로 가는 첫차(06:50)에 올라, 제2구간 산행의

날머리이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사천 원전고개에서 안전하게 산행 잘 하란 운전기사의 덕담을

들으며 버스에서 내립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속으론 안전운행을 기원합니다.

맑은 날씨와 더불어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경전선 철로 아래 좁디좁은 굴다리를 지나서, 오랑마을로 들어서며 제3구간 산행을 시작합니다.

마을길을 1분쯤 가자 Y자로 갈리고, 다시 그만큼 가자 또 Y자로 갈리는데 그때마다 오른쪽을

따릅니다.

두 번째 갈림길엔 이정표(돌고지재 14.82km·솔티고개 14.41km)가 있으며, 파란 지붕을 한

끝집 뒤 낡은 축사와 밤나무단지에서 산자락으로 붙으며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곧이어 나오는 포장임도를 건너 오르자, 널따란 헬기장(39-118-525)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한모금하며 깔깔한 목을 축이고선, 꽤 가파른 숲길을 5분 남짓 따르자 평평해지다

201m봉으로 올라섭니다.

오늘 산행의 첫 봉우리인데, 날 닮은 잔디라곤 없는 자그마한 무덤이 주인입니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호젓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는데, 오가는 이라곤 아무도 없으니 나 홀로

차지입니다.

사람이 싫은 건 결코 아닌데, 어쩌다보니 요즘은 홀로산행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동정씨가족묘를 지나자마자 아까 건넌 임도를 다시 만나는데, 내려서도 되고 바짝 붙어 그냥

그대로 가도 됩니다.

30m쯤 같이하다 어차피 또 헤어지니까요.

 

비교적 평평하던 길은 살짝 치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평평해지다, 묵은 무덤이 자리 잡은 이름

없는 봉우리에 올라섭니다.

둘러싼 소나무 때문에 조망은 없는 편이며, Y자로 된 갈림길 오른쪽 옆은 245.5m봉이라고 하나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조금 내려서자 아까의 임도는 등성이를 가로질러 돌아가고, 너른 길이 바로 가는 완만한 능선으로

나 있어 그걸 따릅니다.

너른 길은 얼마 안 가 송전탑(하동-개양 T/L NO.53)에서 끝나는데, 아마도 송전탑 설치공사를

할 때 닦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어 받는 산길로 펑퍼짐한 봉우릴 왼쪽으로 돌자 왼쪽 아래 송전탑이 또 하나 있고, 좀 내려서다

슬슬 치오르나 싶더니 산성산(山城山, 239m)으로 올라섭니다.

화삼산우회(華三山友會)의 떨어진 낡은 표지판이 아니었더라면, 어딘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펑퍼짐한 정상부는 웃자란 수풀과 베어낸 나무가 뒤엉겨 있으며, 제대로 된 조망도 열리지 않는

그렇고 그런 봉우립니다.

산성산 239m라 쓴 표지기도 달고, 막걸리도 들이키면서 잠깐 머무릅니다.

꽤나 독한 명석막걸리를 큰 통(1.5리터) 하날 갖고 왔는데, 어쩌면 혼자 마시기엔 좀은 많을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좀 덜어두고 가라는 아내의 말씀이 있었지만, 그러다 흘리면 아깝다며 통째로 갖고 온 것입니다.

밋밋한 길을 5분 남짓 갔을까, 무너진 돌무더기를 넘어 내려섭니다.

지난 산이 산성산인 걸로 봐, 예전 산성의 흔적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산성산에서 15분 정도 됐을까, 참나무와 소나무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224m봉에 다다릅니다.

말뚝 같은 콘크리트 삼각점이 있는데, 번호가 새겨지지 않은 번호 없는 삼각점입니다.

224m봉에서 조금 더 가 처음 만나는 바위지대를 지나 올라서자마자, 울산피크산악회의

해발 245.9m란 표지판이 길 위로 뻗은 가지에 달린 게 보입니다.

245.9m라면 제3구간에선 가장 높은 곳인데, 지형도는 물론 어디에도 나오질 않으니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연구대상으로 기억해두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밋밋한 능선을 4분쯤 나아가자, 삼각점(곤양 25)이 자리 잡은 234.9m봉에 닿습니다.

잡목과 소나무가 이웃하고 있으며, 여기도 숲에 가려 조망이 열리지 않아 아쉽습니다.

탐스런 모습의 청미래 열매와 빨갛거나 더러는 검기도 한 버찌가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그것 갖곤 고픈 조망을 달래기엔 턱도 없단 생각입니다.

5분 남짓 더 가자 삼각점(곤양 25)이 있는 사립재란 곳인데, 여태껏 산을 다니면서도 고유번호가

같은 삼각점을 보긴 처음입니다.

아무리 가깝더라도 그렇지,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화삼산우회의 사립재(235m)란 표지판이 있지만, 사립재는 맞는지 몰라도 높이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지형도엔 223.2m봉으로 나와 있으니, 아마도 방금 지난 234.9m봉과 헷갈린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정맥은 여기서 왼쪽으로 크게 꺾이며, 내려선 임도 오른쪽으론 농장지대입니다.

산줄기를 가르며 바로 가는 임도를 15분 남짓 따르자, 파란색 지붕을 한 조립식 건물이 나옵니다.

진주성광교회기도원으로 사용하던 곳이라고 하며, 무슨 까닭에선지 지금은 방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1분 뒤 임도에서 벗어나 오른쪽 너른 산길로 내려서더니, 3분 뒤엔 편백나무 숲을 빠져나가며

벗어난 임도로 다시 들어서자 가파르게 치오릅니다.

농장에 자리 잡은 외딴집을 지나자 조망이 열리지만, 뿌옇게 덮인 남해 바다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진 않습니다.

10분 정도 더 가자 나오는 갈림길에선, 임도를 버리고 검은 하우스와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왼쪽으로 갑니다.

임도는 딱밭골마을로 이어지며, 정맥은 산줄기를 타고 감나무단지를 지나 딱밭골재로 내려섭니다.

절개지와 철망 때문에 바로 내려설 순 없으며, 축사 같은 건물 앞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길에서

2차선 도로에 붙어 바로 위 고갯마루로 올라섭니다.

딱밭골재는 사천 곤명면과 곤양면을 가르는 고개이며, 그늘나무 쉼터와 외딴집 사이의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오릅니다.

큰개가 한 마리 있긴 해도, 꼬리만 흔들 뿐 달려들지도 않고 짖진 않아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개 같지 않은 개입니다.

 

외딴집을 지나자마자 감나무단지가 나오며, 감나무 사이로 곧장 나아가자 희미하게나마 길이

열립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 등 딱밭골재에서 10분쯤 되자, 별악산(201m)으로 올라서며 평평해지니

숨을 고릅니다.

온갖 잡초가 제 잘났다 키 재기를 하며, 그들이 피우는 이름 없는 꽃들도 아름답긴 마찬가집니다.

오늘따라 어쩐지 몸이 무겁단 느낌인데, 길지 않은 오르막도 힘들게 와 닿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도 없진 않겠지만, 암만해도 술과 과로로 말미암은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풀밭을 지나 북동쪽으로 난 임도를 따르다보니 또 외딴집이 나오고, 오른쪽 바로 아랜 딱밭골과

작팔을 잇는 포장임도가 보입니다.

이따 보면 임도는 정맥을 넘고, 난 임도를 넘어 정맥을 이어가게 됩니다.

외딴집을 살짝 돌아 능선으로 붙어 함안조씨가족묘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는 덴 꼭 10분이

걸렸으며, 20m쯤 임도를 따르자 황토가 드러난 널따란 안부에서 조망이 열립니다.

사천 와룡산(801.4m)과 그 앞의 조선소 크레인이 뿌옇게나마 들어오고, 바로 아래 골짝엔 크지

않은 저수지와 집도 몇 채 보입니다.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바람이 솔솔 불어 쉬어가라며 붙잡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기에 쉬고픈

맘을 누르고 물만 마시고 그냥 떠납니다.

좀 오르자 왼쪽으로 작팔마을이 들어오고 이어서 183.5m봉이지만, 밤나무에 둘러싸인

그저 특징 없는 봉우리일 뿐입니다.

제3구간 등산로는 가도 가도 개옻나무가 판을 치는데, 벤 흔적이 있긴 해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재주를 부리며 애를 먹입니다.

아니 하나를 베면 몇 배나 더 되는 싹을 틔우며, 꿋꿋이 되살아나는 묘기를 부리니 뒷감당이 쉬울

리 없습니다.

덥다고 소매 긴 옷을 입지 않는다면, 옻을 타는 사람은 큰 낭패를 당할 것 같습니다.

지방도 1001호선이 지나는 선들재로 내려섭니다.

지방도라고 해봤자 겨우 임도 수준인데, 그전 차를 타고 서너 번 지난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땐 낙남정맥이 지나는 줄도 몰랐었지요.

선들재는 사천 곤명면과 곤양면을 가르는 고개로, 이정표(돌고지재 24.73km ·솔티고개 4.50km)가

있으며 길은 30m 남짓 어긋나 있습니다.

좀 머물며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합니다.

 

한동안 치오르다 송전탑(하동-개양 T/L NO.40)에 닿자 숨을 고르고, 2분 정도 뒤 널따란 공터로

내려서자 진주내동공원묘지가 들어옵니다.

곧장 공원묘지로 내려서려는데,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기어이 걸음을 멈춥니다.

다른 덴 아직 멀었더니, 올 되었는지 여긴 제법 익었습니다.

웬 횡재냐 싶어 따 먹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입에 살살 녹는다는 표현만으론 실례가 될 맛입니다.

공원묘지 끝자락으로 난 길로 성모마리아상을 지나고, 가장 높은 곳에서 망루 노릇을 하는

189.2m봉에서 북서쪽으로 내려서며 일단은 공원묘지를 벗어납니다.

쉬었다 가라며 붙잡는 것도 같지만, 그러단 영영 못 일어날까봐 서두른 것입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가긴 하겠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니란 생각입니다.

얼마든지 할 일이 남았는데!

부랴부랴 공원묘지를 빠져나간다고 하지만, 끄트머리엔 또 하나의 작은 안식처가 마련돼 있습니다.

정맥은 그곳으로 지나진 않고, 바로 아래 축대를 따라 오른쪽으로 휘어집니다.

밋밋하게 10분 남짓 나아가 다다른 184m봉, 잡초와 잡목과 소나무가 뒤섞여 있을 뿐

별스런 볼거리도 없습니다.

점심용으로 갖고 간 김밥을 먹지만, 그런대로 1줄은 받아주더니 더 이상 넘어오는 걸 마다합니다.

이를 어쩌나?

그렇게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어야 힘을 쓸 텐데!

이럴 땐 대용식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꿀꺽꿀꺽 들이키는 막걸리는, 거절이고 뭐고 없이 잘도 넘어갑니다.

아니 있을 리가 없습니다.

막걸리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란 진리를 철썩 같이 믿으며, 아직도 남은 거리가 만만찮기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솔가리가 밟히는 부드러운 길인데다, 오르내림도 크지 않은 수월한 길이 쭉 이어집니다.

 

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진양호캐리비안온천이 들어오고, 이어서 국도 제2호선 4차선 도로가

지나는 솔티고개로 내려섭니다.

삼성약국 옆 연평마을 표지석에서 마을길로 들어서자 고월마을회관이 나오고, 신흥목장 표지석과

절개지를 지나 외딴집과 애향비(愛鄕碑)가 있는 곳에서 가파른 산길로 올라붙습니다.

빤히 보이는 무덤을 지나 오르면 밤나무단지가 나오며, 또 한 차례 치올라 많은 무덤이 있는 데서

등성이를 넘습니다.

길게 늘어선 무덤 왼쪽에도 길이 있어 헷갈리기 쉬운데, 그건 185m봉을 지나 진양호에 걸친

진수대교 부근으로 떨어지는 길입니다.

넘어 내려서자마자 나오는 왼쪽 갈림길은 못 본 척 하고, 은근슬쩍 오르내리다 삼각점이 둘인

태봉산(189.2m)으로 올라섭니다.

새것으로 보이는 건 진주 313이요, 다른 하나는 번호 없는 삼각점입니다.

진양호가 바로 아래지만, 아카시아와 잡목에다 덩굴이 뒤엉겨 조망이라곤 숫제 열리질 않습니다.

정상을 내려서자 무너진 돌무더기가 꽤 있는데, 예전 산성의 흔적인 것 같습니다.

펑퍼짐한 소나무봉인 디비리산이란 곳에서 정맥은 남쪽으로 꺾이는데, 표지기의 높이가 서로 달라

하나는 115m요 다른 하나는 120m입니다.

어느 게 맞는지?

20분 남짓 내려서자 경전선 유수제1터널 부근을 지나 옛 국도 제2호선인 2차선 도로로 붙고,

국도 제2호선 4차선 다리 밑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틀어 오릅니다.

국도 옆으로 올라서자 배수로가 네 개 나오는데, 맨 오른쪽으로 가자마자 왼쪽으로 길이 열립니다.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한 오르막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바락지산(128m)이란 평퍼짐한 봉우리가

나옵니다.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없는 편이며, 8분 정도 내려서자 유수철교가 보이는 농장에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마을길을 버리고, 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릅니다.

얼마 되지 않아 펑퍼짐한 봉우리에서 왼쪽의 가화강 쪽으로 내려서며, 이어 나오는 임도

삼거리에선 바로 내려서는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꺾습니다.

어디로도 되는 것 같지만, 바로 가면 유수교가 좀 더 멀 것 같아 보입니다.

 

곧이어 포장임도를 타고 매실나무와 감나무단지를 지나 2차선 도로로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틀어 100m 가까이 가자 가화강을 가로지르는 유수교에 다다릅니다.

낙남정맥은 홍수예방이란 명목 아래 허리가 잘리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고, 그 끊어진 정맥을

다시 잇는 역할을 유수교가 하는 것입니다.

그늘 아래 좀 쉬기도 하고, 느릿느릿 걷기도 하면서 유수교를 건넙니다.

아니 가화강을 건너는 셈입니다.

유수교를 지나자마자 유동마을 표지석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들어섭니다.

그물이 높게 쳐진 곳을 왼쪽에다 두고, 외딴집 앞을 지나자 산으로 붙는 길이 나옵니다.

슬슬 치오르는가 싶더니 대나무 밭을 지나고, 이어서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유수경보국

홍수예경보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직도 꽤 남은 막걸리를 들이키며, 남긴 김밥 두 줄을 마저 먹으며 기력을 보충합니다.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온 몸은 아니란 느낌입니다.

이어 나오는 드넓은 밤나무단지를 지나는데, 어느새 웃자란 잡초와 덩굴이 그냥 있을 리 없습니다.

168m봉으로 올라서지만 말 없는 무덤만이 반길 뿐,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조망이 열리지 않아

답답합니다.

좀 내려서자 또 밤나무단지가 나오고, 왼쪽 아랜 유동마을이 터를 잡고 있습니다.

이어서 매실과 마 재배지를 지나 임도로 붙자, 오른쪽으로 사천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옵니다.

내려선 고갯마루에선 오랜만에 이정표(솔티고개 6.93km·와룡산 9.41km)를 만나며,

비포장이던 임도가 포장되어 내려서는 왼쪽 아랜 파란 지붕을 한 창고 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정맥을 타고 오르다 돌아서자 168m봉이 제대로 들어오며, 이어서 둥글고 파란 물탱크 두 개가

놓인 105m봉입니다.

감나무단지가 넓게 펼쳐지는 오른쪽 끝으로 붙어 내려서다 다시 오르는데, 왼쪽 아랜 조립식

주택이 있으며 주인 남자는 제초작업이 한창입니다.

 

감나무와 매실단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2차선 지방도 1049호선이 지나는 비리재로

내려섭니다.

진주 내동면과 사천 축동면을 가르는 고개이며, 낙남정맥 이정표(솔티고개 7.72km·

와룡산 8.62km)가 있습니다.

도로 건너 나무를 심은 밭 한가운데로 길은 이어지는데, 아무래도 물이 모자랄 것만 같습니다.

2리터 생수 1통을 갖고 왔건만, 그게 바닥이 드러날 지경이니 참 많이도 마셨습니다.

막걸리는 막걸리대로 물은 물대로 자꾸만 줄어드니, 애가 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마침 부근 농장의 창고 같은 건물 앞에 사람이 보입니다.

어쩌면 물이 있을 것도 같기에, 영감님께 물 좀 주십사하니 선선히 물을 틀어줍니다.

실컷 마시고 한통 가득 채우고선, 밭을 지나 빠끔히 열린 길을 따릅니다.

오른쪽에도 꽤 넓은 길이 있는데, 그건 무덤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5분 남짓 오르막을 치자 백일홍단지가 나오며 평평해지고, 오른쪽으로 틀어 임도를 따르다 산길로

붙어 또 5분 만에 125m봉으로 올라섭니다.

무덤 하나가 자리 잡았을 뿐, 소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이 열리진 않습니다.

어느 순간 몸이 좀 가벼워진 걸 느낍니다.

한마디로 천만다행입니다.

왼쪽으로 좀 내려서자 감나무단지가 나오는데, 여태까지와는 달리 오른쪽 끝이 아닌 왼쪽으로

꺾는다는 기분으로 가운데로 나아갑니다.

멀리 가야 할 정맥과 그 왼쪽 산줄기가 들어오고, 그 아랜 포장도로가 길게 이어집니다.

감나무단지 아랜 외딴집이 있는데, 예닐곱 마리나 되는 커다란 개가 길목을 지킵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어 다가서자, 양 옆에서 미친 듯이 짖고 날뛰는데 글자 그대로 개지랄을

합니다.

목에다 쇠줄을 걸었긴 해도, 금세 끊어져 달려들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개한테 기죽긴 싫어, 지팡이 두 개로 다스리며 어렵사리 지나갑니다.

제 딴엔 밥값 하느라 그러는 진 모르지만, 이건 좀 심하단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주인이 있다면 따지기라도 하겠지만, 개 잡고 뭐라고 해봤자 알아들을 것도 아니기에 그냥 갑니다.

외딴집을 지나자마자 이정표(솔티고개 8.82km·와룡산 7.52km)가 있는 삼거리에서 포장임도가

감나무단지로 이어지는데, 차라리 좀 더 내려서다 그걸 타고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입니다.

이어 나오는 고개 사거리 왼쪽 아랜, 잘 지은 다루황토집찜질방이 자릴 잡았습니다.

 

감나무단지가 넓게 펼쳐진 사이의 아스팔트 도로를 오르는데, 내동면 유동과 모산을 잇는

도로라고 합니다.

조금 오르자 이정표(솔티고개 9.55km·와룡산 6.79km)가 도로를 벗어나라며 능선을 가리킵니다.

처음엔 갈만한 길인가 싶더니, 갈수록 웃자란 풀과 덩굴에 시달리며 기껏 6분 남짓 가다

다시 도로로 내려섭니다.

그러니 굳이 올라설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3분 남짓 오르자 고갯마루가 들어오며, 도로는 그걸 넘지만 정맥은 150m쯤 앞에서 오른쪽 산길로

붙습니다.

2분 정도 됐을까, 절개지 부근 능선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비스듬히 좀 내려서자 왼쪽 아랜 임도가 나란하고, 내동면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옵니다.

임도와 슬슬 멀어지며 좀 오르자 178m봉이며,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이름 없는 오거리 고개로

내려섭니다.

임도 세 가닥과 산길 두 가닥이 만나며, 임도시설비(2000 내동 독산지구)가 보입니다.

여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으며, 실봉산 정상까진 0.6km가 남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봉산 오름길이 예사롭지가 않을 것이기에, 미리 막걸리도 들이켜고 물도 마시면서 힘을 모읍니다.

아무래도 마지막 고비일 것 같습니다.

나무 사이로 서서히 실봉산이 들어오는가 싶더니, 길지 않은 오르막을 뒤로 하자 이윽고

실봉산(186.3m)으로 올라섭니다.

삼각점(진주 11)과 실봉산 정상 185.0m이란 표지판이 있지만, 지형도엔 그게 아닌 186.3m입니다.

펑퍼짐한 정상엔 무덤이 둘 있으며, 여름이라 그런지 숲에 가려 조망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정상주 삼아 아껴둔 막걸리를 기어이 모두 비웁니다.

그 많은 물과 막걸리를 모두 받아주는 속이 고맙기만 합니다.

남이 그랬다면 물고문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인데도.

평평한 길을 4분쯤 따르자, 두릅 재배지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조망이 열립니다.

왼쪽에 진주 시내와 월아산(483.2m)이라면, 오른쪽으론 사천 시내와 와룡산입니다.

임도가 살짝 내려서다 오르는가 싶더니, 실봉산 체육공원이 있는 175m봉에 다다릅니다.

해돋이 쉼터란 육각정자와 산불감시초소 같은 게 있으며, 간단한 체육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방팔방 막힘없이 조망이 열리는데, 제3구간 가운데선 최고의 전망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되돌아 나와 임도로 3분 남짓 내려서자, 방향표시만 된 이정표와 함께 임도 사거리가 나옵니다.

잘게 부순 돌을 깐 바로 가는 임도를 따릅니다.

평탄한 임도로 다시 3분 정도 가자, 많은 표지기와 함께 정맥은 오른쪽으로 꺾어집니다.

난 산길로 내려서고, 임도는 저 혼자 달아납니다.

오르내림도 크지 않고, 돌이라곤 없는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집니다.

그러길 10분쯤 됐을까, 앞이 트이는 고사리 재배지를 지납니다.

고사리는 이미 제자리를 잡았지만, 다른 농장은 개발이 한창인 것 같습니다.

왼쪽으로 돌아 농장으로 이어지는 포장임도를 끝에서 만나고, 비포장임도로 들어서자마자

왼쪽 산길을 따릅니다.

곧이어 나오는 화원마을과 화원삼계탕 갈림길에선, 왼쪽의 너른 길이 아닌 녹슨 컨테이너 박스

앞을 지납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든 마찬가집니다.

화원삼계탕을 지나자 연못인지 저수지가 나오고, 이어서 화원마을 삼거리에 다다릅니다.

실봉산·무선산 등산안내도가 있으며, 실봉산은 내가 내려온 화원삼계탕 쪽을 가리킵니다.

바로 옆 골목도 산으로의 길은 열리니,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보수공사를 하는 남해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지나 국도 제3호선으로 붙자, 화원마을 표지석과

낙남정맥(정촌면) 등산로 표지판이 있습니다.

온 곳 실봉산 구간은 8.4km요, 이다음 갈 곳인 무선산 구간은 11.6km를 가리킵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화동마을버스정류소에서 마침내 마침표를 찍습니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어렵게 이어간 제3구간 산행, 그렇게 또 마무리가 될 수밖에 없나 봅니다.

몸은 지치고 거지꼴이 다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좋고 흐뭇한 마음입니다.

제4구간 산행의 들머리를 확인하고선, 진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면 온다고 했던가요?

221번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내 사는 진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 산행일정

07:30            사천 곤명면 원전고개

07:39            헬기장(39 - 118 - 525)

07:45            201m봉

08:05            245.5m봉 옆봉

08:15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53)

08:31 - 08:36  산성산(239m)

08:51             224m봉

09:02 - 09:05  234.9m봉(△ 곤양 25)

09:10             사립재(223.2m, △ 곤양 25)

09:27             진주성광교회기도원

09:33             농장 외딴집

09:51             딱밭골재

10:01             별악산(201m)

10:07             외딴집

10:22             183.5m봉

10:43 - 10:53  선들재

11:02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40)

11:04 - 11:09  진주내동공원묘지 위 공터

11:20             189.2m봉

11:35 - 11:50  184m봉

12:17 - 12:22  솔티고개(4차선 국도 제2호선)

13:00 - 13:10  태봉산(189.2m, △ 진주 313)

13:18            디비리산(115m)

13:39 - 13:44  경전선 유수제1터널

14:01             바락지산(128m)

14:20 - 14:30  유수교

14:40 - 15:00  남강댐관리단 유수경보국 홍수예경보시설

15:11             168m봉

15:34             105m봉

15:42 - 15:55  비리재

16:05             125m봉

16:17             다루황토집찜질방

16:40             178m봉

16:50 - 16:55  무명고개 5거리

17:07 - 17:15  실봉산(186.3m)

17:25 - 17:35  실봉산체육공원(해돋이쉼터)

18:11             고사리농장

18:23             화원마을 삼거리

18:28             진주분기점(국도 제3호선 화동버스정류소)

 

 

* 낙남정맥 제3구간거리(31.45km)

원전고개 - 7.55km - 딱밭골재(7.55km) - 3.05km - 선들재(10.6km) - 4.0km -

솔티고개(14.6km) - 3.8km - 2·4차선 국도 제2호선(18.4km) - 1.95km -

유수교(20.35km) - 2.85km - 비리재(23.2km) - 3.9km - 실봉산 (27.1km) - 4.35km -

진주분기점(31.45km)

 

※ 포항대정산악회에서 50m 줄자로 실측한 거리라고 함(2003.10.19 ~ 2005.5.15)

 

 

 

 

 

 

원전고개

원전고개

 

오랑마을

 

오랑마을

 

오랑마을

 

오랑마을

 

낡은 축사

 

헬기장(39 - 118 - 525)

 

201m봉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53)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53)

 

 

 

 

 

 

 

 

  

 

 

 

 

 

 

 

 

 

  

산성터

 

224m봉

 

 

 

 

 

234.9m봉

 

 

 

 

 

223.2m봉(사립재)

 

 

 

 

 

 

 

 

 

 

 

 

 

 

 

진주성광교회기도원

 

 

 

 

 

 

 

농장 외딴집

 

농장 외딴집

 

 

 

 

 

 

 

 

 

딱밭골재

 

딱밭골재

 

딱밭골재

 

딱밭골재

 

외딴집

 

 

 

선들재

 

선들재

 

선들재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40)

 

송전탑(하동 - 개양 T/L NO.40)

 

 

 

 

 

 

 

내동공원묘지 성모마리아상

 

내동공원묘지

 

 

 

 

 

189.2m봉

 

189.2m봉

 

개옻나무

 

 

 

 

 

솔티고개

 

솔티고개

 

솔티고개

 

솔티고개

 

솔티고개

 

고월마을회관

  

애향비

 

태봉산

 

태봉산

 

태봉산

 

산성터

 

디비리산

 

디비리산

 

경전선

  

경전선 유수제1터널

 

 

 

국도 제2호선 다리

 

바락지산

  

 

 

 

 

유수철교

 

유수교

 

유수교

 

 

 

 

 

유수교

 

유수철교

 

가화강

 

 

 

 

 

 

 

 

 

 

 

 

 

  

 

유동마을

 

 

 

 

 

고개 이정표

 

168m봉

 

105m봉

 

 

 

 

 

비리재

 

비리재

 

비리재

 

비리재

 

다루황토집찜질방

 

고개 사거리 이정표

 

 

 

 

 

 

 

 

 

무명고개 오거리

 

무명고개 오거리

 

실봉산

 

실봉산

  

실봉산

 

진주

  

 

 

실봉산체육공원

 

실봉산체육공원 해돋이쉼터

 

 

 

진주

 

정촌일반산업단지

 

고개 사거리

 

고개 사거리 이정표

 

 

 

  

 

 

 

 

 

 

 

 

 

 

 

 

 

 

 

화원마을 - 화원삼계탕 갈림길

 

 

 

화원삼계탕

 

화원삼계탕 이정표

  

화원마을 삼거리

 

화원마을 삼거리

 

 

 

 

 

화원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