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0년 6월 24일(목요일)

* 날      씨: 흐림

* 산  행 지: 진주 집현산

* 산행거리: 6.2km

* 산행시간: 2시간 12분(운행시간 1시간 41분 + 휴식시간 31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걸음

* 산행인원: 23명

 

 

 

진주 집현산(晋州 集賢山, 548m)

아주 작긴 해도 정상석까지 갖추고 집현산 행세를 하며 떵떵거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몇 년 전 산청 생비량면 쪽의 진짜 집현산이 정신을 차리며 내가 제일 높은 어른이니,

그만 자리를 비키라는 바람에 권좌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그 정상석은 그대로이며 숲에 싸인

집현산 정상과는 달리, 진주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조망이 탁 트여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입니다.

집현산 부봉 또는 진주 집현산으로 명의가 바뀐 셈이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는 상관없이

집현산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진주 집현산 야간산행을 하기 위해, 근무를 마친 직장동료 23명이 아름다운 밤을 같이합니다.

지난 6월 15일 의령 자굴산 야간산행 이후, 9일 만에 다시 야간산행이란 걸 하는 셈입니다.

산행의 시작이자 종점이기도 한 응석사 주차장에서 인원파악을 하니, 23명 으로 그전보다 2명이 더

늘었습니다.

응석사(凝石寺)는 신라 24대 진흥왕 15년(55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염주를 만드는데 쓴다는 무환자나무가 절 뒤쪽에 있습니다.

근처의 가게에서 정상주로 사용할 동동주 2통을 구입합니다.

1통에 6,000원이나 하는데 왜 이리 비싸냐? 물으니, 수십 년을 이어온 토종 할매 동동주라서

그렇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맛을 보라며 제법 퍼주는데, 바가지가 빌 때까지 입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한마디로 원샷입니다.

맛은 참 좋습니다.

 

주차장과 맞닿은 청심교(淸心橋)에서, 임도를 따라 산행에 들어갑니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개울을 지나는 아담한 다리가 보이는데, 그 밑엔 예전 무지개샘이라며

이름깨나 날리던 약수터가 있었지만, 몇 해 전 어느 날 갑자기 수질검사에 불합격이 되고난 후론

아예 샘을 없애버렸습니다.

진주시내 음식점에서 손님이 먹을 물을 대주느라 수십 개의 물통을 갖고 와선, 아예 일을 삼고 물을

받는 사람도 더러 있을 정도로 유명했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 팔짜 시간문제라지만, 약수 팔짜 또한 운명을 거스르진 못하는가 봅니다.

오후 늦은 시간의 고즈넉한 응석사!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할 뿐 인기척을 느낄 순 없습니다.

누군가 있긴 할건데......

개울의 작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임도에서 벗어나, 오른쪽의 또 다른 작은 다리를 건너서 등성으로

올라붙습니다.

암반 위를 흐르는 개울의 물이 거의 말라, 가뭄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데, 곧 장마가

시작되어 많은 비가 올 것이라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올까 싶어 걱정이기도

합니다.

많아도 탈이요 적어도 탈인 게, 바로 물이 아닐는지요?

 

꽤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마사토와 잔돌이 많아 미끄럽기도 하지만, 이런 정도에 힘들어 할 우린 아닙니다.

오늘은 내가 선두에서 길을 안내합니다.

비교적 잘 난 길이라 안내랄 것도 없지만!

응석사 0.7km, 월명암 0.7km라 된 떨어진 낡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근처엔 오래된 비석 하나가 서 있습니다.

5분 남짓 올라 임도에 합류하여, 오른쪽 오름길을 택합니다.

왼쪽 내림길은 진주 명석면으로 이어지며, 잘 익은 산딸기가 더러 있어 눈길을 끌며 입맛을 돋웁니다.

그걸 본 누군가 산딸기 1이냐, 산딸기 2냐며 개그를 합니다.

그런 영화를 보기나 한 것인지?

 

임도를 타고 4분 정도 오르다, 왼쪽으로 벗어나 산길로 올라붙습니다.

바로는 월명암으로 갑니다.

여기서부턴 진양기맥길입니다.

남덕유산에서 시작하여 진주 진양호에서 끝을 맺는 진양기맥, 구간산행은 좀 했으나 완전한 종주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잡목을 정리하여 거치적거리는 게 없으니, 진행이 한결 수월합니다.

작년 6월 응석사에서 진주 석류공원까지 45km의 길을 혼자서 간 적이 있는데,

아침에 지나다 이슬을 흠뻑 머금은 수풀에 옷과 신발이 젖어 낭패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선 진주시청 홈페이지에다 제발 집현산 등산로 정비 좀 하라며 쓴소리를 했는데,

아마도 그게 효험이 있었나 봅니다.

보아하니 올해는 아니고, 작년에 한 것 같으니 말입니다.

광제산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던 집현산 등산로가, 그나마 좀 나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솔가리가 깔린 푹신푹신하고, 순한 흙길을 서서히 오릅니다.

그야말로 웰빙산행입니다.

앞이 트이는가 싶더니 능선에 올라서는데, 오른쪽으로 200m 남짓 거리에 동봉이 있습니다.

집현산 동봉은 장군봉이라는 또 다른 정상석이 있으며, 낮은 돌담을 두르고 제단과 돌탑이 있는 등

신령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곳입니다.

둘 다 정상석에는 539m로 되어 있으나, 실제 높이는 549m라고 합니다.

근처의 크고 기품 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더욱 동봉을 돋보이게 하는데,

그중 하나는 둘레가 두 아름이나 되어 우릴 놀라게 합니다.

보호말뚝과 줄이 삭고 낡아 자빠져 있어, 조금은 아쉽기는 합니다.

갖고 간 동동주로 정상주를 주고받습니다.

언제 마셔도 좋은 게 바로 정상주입니다.

좀 머물다 되돌아서서, 능선을 타고 나아갑니다.

작년 옷과 신발을 적셨던 억새도, 기가 많이 꺾였습니다.

없는 건 아니나 예초기를 맞고 나더니, 상당히 납작해 졌습니다.

오래된 건 그때 다 달아나고, 새 건 아직 방해를 할 정도는 되지 못합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렇게 모두가 편한데, 어쩌다 가끔이라도 정리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왼쪽의 임도로 내려서는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산청 생비량면 현동 갈림길이 있는 묵은

헬기장(450m)도 지나니, 부봉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헬기장(관리번호39-118-007)이 있는데,

바닥에 블록을 깐 것으로 봐 이건 제대로 관리를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응석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데 있는, 무인산불감시시설을 지나자마자 진주 집현산(548m)에

다다릅니다.

산불감시초소와 집현산 572.2m라 적은 작은 정상석이 있고, 몇 년 전 마련한 커다란 제단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미 땅거미가 진 진주 집현산!

부봉이라고도 하는 집현산 제4봉입니다.

예전엔 진짜배기 집현산으로 대접을 받았고요.

집현산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 7개의 봉우리가 빙 둘러 있는데, 까치봉(530m)이 제1봉이요,

구시봉(530m)이 제2봉이요, 장군봉(549m)이 제3봉이요, 부봉(548m)이 제4봉이요, 오봉(526m)이

제5봉이요, 삼면봉(563m)이 제6봉이요, 새로운 집현산 정상(577m)이 제7봉입니다.

더러 거꾸로 소개한 것도 있는데, 그러면 오봉(5봉)이 3봉이 되니까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집현산 정상은 부봉 너머 보이는 봉우리로 부봉과는 1.8km 떨어져 있으며, 정상부의 크고 작은 바위

형태가 상여를 닮았다고 하여 상여바위라고도 합니다.

바위 위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편리하긴 하지만,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은 아쉽기도 한 일입니다.

여기저기 소개된 집현산 572.2m란, 집현산 정상에서 약 100m 북쪽으로 가면 묵은 삼각점이 있는 곳의 높이입니다.

집현산 정상은 숲이 막아 조망은 없지만, 이곳 부봉은 진주시내와 지리산 천왕봉 등 지리산 일대가

잘 보이는 곳이지만, 지금은 밤이라 반짝이는 불빛만이 진주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하늘엔 열사흘 둥근달이 구름에 싸여, 희미하나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요.

부봉에서 이번에도 동동주로 정상주를 대신합니다.

땀 흘린 뒤라 좋긴 참 좋습니다.

집현산 정상을 갔다 오면 아무래도 1시간 30분은 잡아야 할 것 같기에, 일정상 조금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하산에 들어갑니다.

캄캄한 밤에 보이는 것도 없는데, 굳이 갈 필요도 없고요.

 

무인산불감시시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갑니다.

꽤나 비탈진 곳입니다.

임도에 닿기까지 그리 멀진 않지만, 까딱하면 미끄러져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거꾸로 오를 땐 용깨나 써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쉼터가 있는 임도를 지나면서 길은 순해집니다.

짙은 숲과 의자가 있어 부봉을 오르내리는 많은 산꾼들이 쉬어가는 곳이지만,

밤에 그럴 것도 없어 그냥 지나칩니다.

오름길에 힘들어하던 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내림길엔 잘도 적응합니다.

누구 하나 처지지도 않고, 일렬종대로 나란히 내려갑니다.

건강장수마을 갈림길을 지납니다.

응석사 0.9km, 집현산 1.5km란 이정표가 있는데, 어디가 거긴지는 나로선 알 수 없습니다.

날 받아 가봐야겠습니다, 거기다 어딘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마을이라면, 좀은 비좁더라도 한자리 끼고 싶은 마음입니다.

좀 더 내려와, 아주 큰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있는 델 지납니다.

길가에 붙어 있는 게 더 큰데, 높이도 높이지만 이만한 두께를 가진 플라타너스를,

다른 데선 여태껏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싱싱한데, 지날 때마다 누구도 감탄하지 않고선 못 베길 겁니다.

 

물 마른 작은 개울을 건너 주차장이 가까우니, 응석사는 말 그대로 절간인데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동네 개가 다 몰린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개판입니다.

응석사 주차장으로 돌아와 마침표를 찍으며, 제2의 야간산행은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2시간 10분 남짓 걸린 길지 않은 산행이지만, 길들 짧든 산행의 즐거움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그것도 직장동료들과의 산행이라 더더욱 즐거웠고요.

모두가 내려온 걸 확인하고서, 올 때의 차를 또 타고 주차장을 떠납니다.

돌아가는 길 멀지 않은 곳의 멋진 하산주가 기다리는 쉼터로......

제2의 야간산행은 이제 끝났습니다.

깊어가는 밤과 함께......

 

 

 

* 산행일정

18:45             응석사 주차장

18:58 - 19:03  비석 이정표

19:08             임도

19:12             진양기맥길 합류

19:34 - 19:47  동봉(장군봉)

19:58             현동 갈림길 헬기장

20:07 - 20:20  진주 집현산(부봉)

20:30             임도 쉼터

20:40             건강장수마을 갈림길

20:57             응석사 주차장

 

 

 

 

 응석사 일주문

 

진주 집현산 등산안내도 

 

청심교 

 

옛무지개샘 다리 

 

석탑 

 

개울 풍경(1) 

 

개울 풍경(2) 

 

임도

 

장군봉 

 

장군봉 갈림길 

 

장군봉(동봉) 정상 

 

장군봉 정상석 

 

집현산 동봉 정상석 

 

장군봉 노송

 

현동 갈림길 헬기장 이정표

 

진주 집현산(부봉) 밑 헬기장 

 

 진주 집현산 이정표 

 

산불감시초소 

 

제단 

 

 달

 

일행 

 

 나

  

나 

 

엉터리 정상석 

 

임도 쉼터 이정표 

 

접시꽃(1) 

 

 접시꽃(2)

 

 접시꽃(3)

 

 접시꽃(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