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제대로 온거야. 이래야 봄이지......!!]

 

파리봉 정상 아래, 팝콘같은 산벚꽃이 까르르 일제히 웃고,

 보면 볼수록 경이로운 연록의 조화가 물감처럼 번져있다.

 

 

성지곡에서 상계봉, 파리봉까지 [금정산 봄나들이]

 

2010. 5. 2.

아내랑 천천히

 

 

 

 

[성지곡수원지, 부산의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서 이곳까지 참 많이도 변했다. 우선 동물원은 비워진 후 새단장에 한창이고

옆으로 오르는 숲길에 목책길을 놓아 하늘나무다리를 방불케하였다. 가족휴식공간

의 명소로 다시 옛명성을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피톤치드 풍부한 편백림 속으

로 난 나무길로 하염없이 꼬불꼬불 걸으니 마치 다람쥐나 청솔모가 된 기분이다.

 

이곳 수원지까지 공사가 완료되었으며, 5월5일을 겨냥한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수원지에서 불태령 가는 길]

 

통과시각 9시. 아침 숲향이 적당히 코를 자극하고 피부에 닿는 공기의 촉감도 좋다.

이 길을 다니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으니 올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서있는 나무는 뿌리가 우선 튼튼해야하고.....]

 

걷는 자는 우선 다리가 튼튼해야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관절의 부담을 줄여야한다.

유전적인 체질적 요소를 감안해야겠지만, 자신의 체력과 신체상태를 잘 고려해서

산행에 무리함이 없어야 山과 오래 사귈 수 있을 것이다. 즉, "가늘고 길게"모드로^^

 

 

 

 

[예정에 없이 석불사로 둘러 헬기장쪽 능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석불사 능선을 산행하고 싶었는데 기어코 소망을 이루었다.

고을산행에서 드문 횡재지만 금정산에는 아직도 여지가 많다. 

 

 

 

[불태령에서 만덕고개 가는 숲길 양옆으로 잡목제거가 깔끔히 되었다.]

 

 

 

 

[만덕고개 직전의 조망봉, 전망데크가 설치되었다.]

 

사직운동장, 부산의료원, 서면 범일동 너머 영도까지......

 

 

 

[만덕고개를 내려서면서]

 

가야할 석불사가 산 중턱에 잘보이고, 그 너머에 하얀 바위로 이뤄진 상계봉.

고개 내리막길도 목재데크로 정비되었네...... 중간에 비목나무 큰 녀석이 연

두빛 꽃망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비목나무는 내 수준에서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무 중의 하나다. 

 

 

 

[458봉으로 능선을 타지 않고 우측 옆으로 진행한 다음, 석불사로]

 

 

 

[석불사 일주문 지붕위의 삼색...... 모두 봄을 채색하는 벚나무 종류다.]

 

왕벚나무를 비롯해서 하얗고 붉은 홑,겹의 다양한 산벚나무와 벚나무류를 한꺼번에

보게되니 눈이 절로 즐겁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깐. 사진을 겨누다가 바위에 무릎이

강하게 부딪혀 비명을 지르고 주저앉았다. 순식간이 혈관이 솟고 검붉은 피멍이 번

졌다.

 

 

요즘은 두터운 무릎 보호대를 시작부터 하고 다니는데 하필 오늘은 배낭에 넣어두

고 하지 않았더니 묘한 일이 발생했다. 

 

 

 

[압박붕대와 무릎보호대(이젠 보호대가 아니라 숫제 '치료대'가 되었다)하고......]

 

석불사 능선을 오르긴 하는데,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

우측 어깨도 고질적으로 아파 요즘을 잠도 설치고, 좌측 팔은 주관절 주위근육의

통증으로 1000 cc 수통도 제대로 들수 없고 로프도 잡을 수 없으며, 오른쪽 발목

을 접질림을 몇차례 반복하더니 불현듯 몹시 시큼거리고...... 마침내 좌측 무릎손

상까지 더해졌으니 사지가 멀쩡한 곳이 없다.

 

 

게다가 입술까지 부르텃으니......  

 

 

 

[이런 경우야말로 산행이 치료라고 생각한다.]

 

객기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많은 분들의 경험은 흔쾌히 수긍의 편을 들게 할 것이다. 

 

 

 

[가만!!! 건너편...... 상계봉 아래...... 클라이머들이 즐기고 있구나!!] 

 

금정산은 정말 다양한 속성을 가졌다. 명멸하거나 지금도 빛을 발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금정산에서 거듭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고을 사람들에겐 천혜의 휴식터가 되

기도하며, 내겐 등산의 길잡이 역할 뿐 아니라, 오늘날은 재활치료(?)의 장이 되기도 하

니 참으로 성스러운 곳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석불사 능선에서 바라본 상계봉 정상부]

 

 

 

[정원같은 석불사 능선]

 

 

 

[능선 양켠으로 눈을 뗄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바위 능선]

 

-주고 받은 책망-

 

나이가 들수록 정분은 깊어지지만 대화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신혼시절 휴가여행시에

호텔식당에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노부부가 다정하게 들어와서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나가는 것에 경악했지만...... 점차 우리도 그런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

는 지 모른다.

 

(헐떡거리는 큰개가 거의 탈진 직전이라며 자기 수통의 물을 다 비워준 아내를 보고)

- 아니???? 산의 기본도 없어?? 남은 길이 얼만데 이 더운날 물을 비워.... 내 참!!!!

 

(나중에....., 상계봉 바위틈의 둥글레풀을 뿌리채 캐내는 아줌마를 내가 간섭했더니......)

-당신은...... 남이사 파가던 말던 왠 간섭이우? 몰매 맞을 일 있쑤...... 내 참!!!!

 

 

이러다가 서로 핀잔이나 주는 잔소리가 늘어나면 어쩌지......

 

 

 

 

[진작에 오름길을 마친 석불사 능선은 꽤 기나긴 평지 능선을 이어간다.]

 

뒤를 보니 백양산이 우뚝...... 우측으로 주지봉 능선이 흘러내리고, 낙동강이 흐릿하다.

 

 

 

 

[그렇게 올듯말듯 겨울바람, 비와 눈에 발목을 잡혀 있더니......]

 

봄이 마치 '스프링'처럼 튀어오른 것을 '보게' 되었다.

봄이 우리말로 봄(보다)의 의미도 공유하고 있고,

영어로, 그래서...... 스프링인지 모른다.^^

 

 

 

 

[해발 500-600 의 이곳 계절은 진달래와 철쭉사이에 걸쳐 있다.]

 

 

 

 

[바위사...... 계절에 무덤덤한 수행자이지만!]

 

 

 

 

[바위로 치더라도, 금정산 주릉의 동쪽 사면에 못지 않다.]

 

 

 

[드뎌, 망미봉에서 이어지는 헬기장에 도착!]

 

뒤돌아보니 석불사 능선길도 또렷하고, 너머로 만덕고개도......

이곳 헬기장에서 몇 해 전, 지진을 감지하고 혼자서 올매나 놀랬던지......^^ 

(확인해보니 2005년 3월 20일...... 당시의 산행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산성과 제1망루]

 

 

 

 

[상계봉까지는 아직 한차례 더 땀을 흘려야한다. 물이 바닥이면 수박샘을 믿으면 되고......]

 

 

 

 

 

[상계봉을 오르면서...... 땅만보고 천천히 오르는 아내를 기다리고.]

 

헬기장과 망미봉 

 

 

 

[서낙동강 분지지점에 새 다리가 건설 중이다.]

 

 

 

 

[상계봉의 닭벼슬 바위들]

 

 

 

 

[정상에서]

 

 

 

 

[만덕 고을]

 

 

 

 

[오붓한 오찬을 마치고 1망루를 거쳐 파리봉으로]

 

오늘의 점심메뉴는 어린이대공원 앞 가게에서 산 김밥 몇 줄......

나는 사과 한개만...... 왜 안드셔?? 물 켤까봐?? 아니 배고프지 않아.

 

 

아내는 호흡이 힘들어 물을 참을 수 없지만, 나는 어엿한 낙타류의 산거북이다.

산행의 경력은 갈증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기도 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은

지 이미 오래다. 

 

 

 

[오랫만에 만나는 파리봉]

 

 

 

[파리봉은 항상 배경과 어울렸다.]

 

 

 

[금정산 고당봉과 어울리면 더 좋지......]

 

 

 

 

[산벚나무 아래 연록의 봄]

 

오늘은 이 바위를 타고 내려갈 수 없다.

오늘은 편안하게 우회......

 

 

 

 

[일단 화명정수장 방향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

 

 

 

[이곳에서 잠시 쉰 다음...... 우측으로 하면 가나안기도원이다.]

 

 

 

 

[산길이 멋지다. 이 우회로도 처음 확인한 셈이다.]

 

 

 

 

[숲도 깊고 수목도 종류가 다양하여 절로 흥이 났다.]

 

화명 정수장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남은 4 킬로를 부담스러워하는 아내를 처지를

고려해서 긴급선택한 단축 하산코스. 아주 멋지다.

 

 

 

[기도원을 나와 바라본 파리봉.......]

 

오랫만에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산성마을에서 화명으로 향했다.

다친 무릎만 조금 욱씬거리고 나머지 수족(手足)들은 거뜬해지는 것 같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