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듯한 겨울 풍광 【선자령 - 강원 강릉】


 


                                              

 

                                                       

2010. 2. 6 (토)
 

청명 26명


 


 


 


 

대관령(P) - 새봉 - 선자령 - 대관령(P)


 

 

 



 

 
 
 
 
 
 
 



 

    막막한 시공과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빠른 세월의 흐름에 무기력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제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길 수차례... 그 굴레는

 멀고도 먼 이야기로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저 구름 맴돌고 이 구름 떠돈다. 천공속을 마음껏 누비는 겨울바람의 당돌함,

   영원히 그 속에 머물러 있어라. 여명속 바람은 우리를 일으켜 깨우고 어둠속

바람은 세상을 잠들게 했다. 돌고 돌아, 그 큰 굽이 돌아, 세상을 아울러라.

또 찬란한 빛에 잉태되어 하늘을 물들이며 춤을 추어라.

 

 


 


 

 

 

 

 


 

   섣부른 생각이 앞서면 그 시간속의 노예에 불과하다. 구름, 바람, 물 흐르듯

자연처럼 자연으로 사는 것이 삶의 본질을 제대로 영위하는 것에 가깝다.

              세월은 바람을 낳았고, 억겁은 빛을 낳았다. 무한정 압도하는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빛과 바람이 연연하게 자연너머의 생동한 기원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겨울의 한계에 부딪혀 그 고개를 넘어서질 못한다. 세상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통념을 넘어선다. 연일 세찬 기온 앞에 속수무책이다. 群像들이

저질러놓은 마술에 딱 걸려든 셈이 되고 말았다. 자연을 책하기 이전에

진심으로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우리가 할일이며 사명이 아닌가 싶다.

 

 

 

 

 

 

 

 

 

 

 

 

 


 

     바람은 소리없이 다가와 온몸을 파고든다. 산로엔 해맑은 설목이 가지런히

진열하고 객을 맞고 있다. 그 드높았던 영욕스런 사면의 푸른 숲은 이젠

     맨 몸과 살을 드러난 초라한 설피로 주를 이루며 온 산정에 나딩굴고 있다.

심오한 계절의 변화는 무상만 느낄 뿐이다.

 

 

 

 


 

 
 
 
 
 
 
 
 
 
 
 
 

 

  대관령의 겨울바람은 유난히도 매서웠다. 북서풍을 타고 장대하게 돌진해온다.

 꼼짝없이 바람의 포로가 되고야 말았다. 하염없이 겹겹이 처진 저 높은 능선을

감싼다. 청명한 하늘빛이 흩날린다. 드넓은 벌판의 황량함의 무게가 바람속에

묻히며 더 소슬하게 짙어만 간다.


 

 

 

 



 

雪 속에 그려져 있는 산정의 구도는 고귀함이 넘쳐나지만, 잿빛구름이 짙게

    깔리면서 무채의 산중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겨울 풍경은 몸을 스치는

겨울바람과 함께 더더욱 을씨년스럽고 애잔하게 비쳐진다.


 

 

 



 

눈(雪)따라 길을 간다. 그 길이 눈(雪)이 되어 우리를 인도한다. 온후한 바람

부는 구릉에서 길 따라 펼쳐있는 유장한 설원에 진중한 마음을 실려 보낸다.

마음속에 고이 품고 있는 사연도 함께.


 

 

 


 
 
 
 
 

 

 7부능선에 다다르자 냉기는 어느덧 봄이 온 듯한 춘기로 돌변하여 그리

 푸근할 수 없다. 선자령의 겨울 풍경은 다가오는 봄의 길목에 선듯하다.

춘정에 그을린 이 산정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햇살에 더욱 빛이 난다.


 

 


 

 


    속도는 찰나였다. 사람은 세월 따라 세월은 기류 따라 흐름이 이어졌다.

이 산정도 그랬고 우리도 그랬다. 그 속도는 산정과 우리에게 맞춤과

여백의 틀을 주었다. 힘껏 휘감도록 무한정 安慰를 주었다.


 

 

 

 

 

 

 

 

 


 

봄기운에 묻혀있는 잔설의 무게감이 풍미하게 인다. 그 영화스러웠던 날들은

  다가오는 춘기에 쫓겨버려 서서히 메말라가며 또 다른 정기를 고대하였는지도

모른다. 짧았던 영욕스런 시간은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숙성된 시간의 제약일

     뿐이다. 그러나 뒤돌아 쳐다보며 빈번하게 수놓아 있는 그 잔설의 반복이 유달리

반가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봄의 기운을 맞으며 힘차게 발품에 가속을 더했다. 어느덧 봄 햇살이 퍼져

 아롱대는 전망대에 서있다. 동편에서 불어오는 미풍을 등지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동해안의 옥빛 물결과 한없이 펼쳐진 유정한 해안가의 풍경에 감탄사와

        함께 흠뻑 빠져들며 가야할 초점을 잃어갔다. 한동안 머무르며 평정심을 되찾자

묵직한 발길은 옮기기 싫은 양 더디기만 하였다.

 

 

 

 


 

 
 
 
 

 

몰아치는 거대한 산바람 앞에 당당하게 기지개를 펴고 있는 풍력 발전기의

    위풍이 드높다. 자연속의 힘을 넉넉히 아우르며 여유롭게 받아주는 그 기개가

     대단하다. 자연과 함께 딩구는 산품의 품격이 더욱 새로워지는 느낌이 앞선다.

잠시 후, 힘찬 날개 짓을 하며 자연 속으로 몰입하기 시작한다.

 


 

 

 

 
 
 
 
 
 
 
 
 
 
 
 
 
 
 
 


 

길 위에 서서 머무름을 오래 갖는다. 정적속에 펼쳐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버거운 마음이 사그라진다.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그 모든... 이제는 그 자연을

        통해서 고독을 소화해 내야만 한다. 끝없이 펼쳐진 연속된 구릉과 능선의 청아함,

            꼭 유순한 지평선 위를 걸으며 받는 느낌이 구름속에 노니는 선자의 소요(逍遙)로움

같다. 


 


 


 

 
 
 
 
 
 
 
 
 
 
 
 
 
 
 
 

 

굴곡된 능선의 아름다움이 그윽하게 번져온다. 능선따라 걸으며 유장한

구릉의 높낮이에 정경함을 느끼곤 한다. 겨울빛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낙엽송무리의 어울림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뒤로 굽이 굽이치는 산경의

절경이 눈 안에서 하염없이 인다.


 

 

 


 

 
 
 
 
 
 
 
 
 
 
 
 
 
 
 
 
 

 

구릉을 따라가는 그림자의 깊이가 신묘하다. 그 길은 때론 자재롭고, 때론

 자적스러웠으며, 때론 자유와 고독한 길이었다. 오락가락 한동안 이어지다

  반짝 해가 나는 사이, 산봉에 어른거리는 사면의 그림자를 보고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것이 선자령의 내면이라 단정 지었다.


 

 

 


 
 
 
 
 
 
 
 
 
 
 
 
 
 
 
 

 

겨울꽃의 그림자가 주를 이룬다. 산봉과 산릉, 능선의 줄기에 단아하게

   피워댄다. 그곳을 뒤덮은 습습한 겨울 기운과 산정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겨울 풍경에서는 문득 아름다움 감정을 정화시키는 仙子의 향기가 그윽하게

번져오는 듯싶다.

 

 

 

 


 

 

 

 

 

 

 

 

 

 

 

 

 

 

 

 

 

 

 

 

 

 

 

 

 

 

 

 

 

 

 



 

쓸쓸한 겨울을 혼자 견뎌내고 있는 깡마른 겨울나무의 냉정함과 차가움의

   미묘한 차이, 겨울의 내면이 비춰지는 고독함이랄까. 산정 속에 묻어 버리고

     싶은 소외감이라 할까. 질곡한 세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의 구차함이랄까.


 


 


 

 

 

 

 

 

 

 

 

 

 

 

 

 

 

 

 

 

 

 

 

 

 

 

 

 

 

 

 

 

 

 

 

 

 

 


 

 

햇살에 파묻힌 선자의 겨울 구릉은 애잔했다. 흘러가는 천기가 사뿐히 내려

구릉 깊숙이 파고든다. 저 굽이치는 산물결 위로 편이 쉬어가는 잿빛구름이

   짙게 깔리면서 푸근한 순도의 겨울풍경을 전개한다. 또한 한쪽은 겨울 햇살의

화려함에 안착되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를 듯 너무도 사랑스럽다.


 

 


 

 

 

 

 

 

 

 

 

 

 

 

 

 

 

 

 

 

 

 

 

 

 

 

 


 

산은 말이 없다. 동숙한 바람만이 휘날릴 뿐. 해서 겨울은 삶의 침묵과도 같다.

     부드러운 온기속에 잠잠히 묻혀있던 소리개의 표상을 상상해본다. 일제히 산상을

날아올라 높은 저 하늘을 지붕 삼아 바람을 마음껏 벗 삼는 풍력기들의 부산한

날갯짓 소리가 이 산에 열정적인 장중한 정기가 서리도록.

 

 

 

 


 
 
 
 
 
 
 
 
 
 
 
 
 
 
 
 
 
 
 
 
 
 
 
 
 
 
 
 
 
 
 
 

 

  그토록 염원했던 이곳의 겨울을 만났다. 이곳 겨울의 정정함과 순순함이

 제일 좋게 느껴졌다. 번잡한 세상과 텅 빈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이곳의

겨울을 만났다. 그것은, 선자의 또렷한 모습이 아니련가.


 

 

 


 
 
 
 
 
 
 
 
 
 
 
 
 
 
 
 
 
 
 
 
 
 
 
 
 
 

   “봄과 겨울사이”의 낀, 봄의 길목이 다가온 시간에, 가슴을 활짝 열치며 그 시간을

 함께 해주신 회장님과 회원님들, 그 시간만큼은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대자연의 순행은 매순간 우리를 매료시키는 경이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돈독한 마음의 정을 나누시며 처음으로 동행하여주신 손정성

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201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