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가 그 맹렬한 기세를 늦춘 1월 16일(토요일), 6시 5분전에 집을 나와서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에 도착하니 6시 50분. 6시 59분발 단양행 첫차표를 끊는다. 요금은 12100원. 정시에 출발한 시외버스는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30분보다 17분쯤 빠른 9시 12분경에 공사중인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백 미터쯤 떨어진 임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기서 고수교 앞의 공사중인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서 공사중인 터미널을 끼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천동리행 군내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있다. 한참 기다리다가 9시 45분경에 도착한 천동리행 군내버스를 타서 천동리의 버스 종점에 내리니 9시 57분.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리 입구에 이르니 다리안폭포 안내문이 설치돼 있지만 계류가 얼어붙어 폭포가 어느 부분에 있는지 확인하지도 못하고 임도를 따라 계속 걸으니 천동탐방지원센터 앞에 닿는다. 여기서 쌍스틱을 펴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한 후에 눈이 두텁게 쌓인 눈길을 삼가리 주차장의 날머리까지 걷게 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눈길의 임도를 쉬지 않고 걸어서 천동쉼터에 이른다. 여기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국물이 유혹적인 어묵 3개를 사 먹으면서 쉬다가 다시 비로봉을 향해 오르는데 천동쉼터를 지나니 지루하게 이어지던 임도는 끝나고 산길다운 등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반쯤 가린 등로를 지나서 맑고 푸른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울 즈음에 누군가 뒤를 돌아보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월악산의 영봉을 위시하여 제천과 단양 쪽의 첨예한 산군이 운무 위로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며 그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꾸 걸음을 멈추고 멋진 산군을 돌아보게 되는데 민백이재가 가까워지자 정면으로 탁 트인 하늘이 그 맑고 푸르른 속살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시원한 모습이 계속되는 지루한 한파에 지칠 대로 지친 답답한 가슴 속의 체증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고사목이 한 그루 버티고 서 있는 전망대에 이르니 배후의 조망이 거침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평소에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는 제천과 단양 쪽의 산군이 맑은 날씨 덕에 운무 속에 준봉들의 그 첨예하고 웅장한 모습을 뚜렷하게 선보이고 있다.

고사목이 있는 전망대를 지나서 비탈에 난 등로를 10분쯤 걸어 오르면 백두대간의 한 고개인 민백이재에 이른다. 천동리 버스 종점부터 이 민백이재까지는 내리막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그 만큼 소백산이 높고 큰 산이라는 반증일까.

좌우로 언덕이 가로막고 있어서 바람의 세기는 많이 약해진 상태지만 차갑게 볼을 때리는 바람의 위력이 예사롭지 않게 예감되는 민백이재에서 비니와 마스크, 고글을 착용하고 자켓의 모자를 덮어 쓴 채로 비로봉을 향해 오른다.


 


천동탐방지원센터.


 


천동계곡을 낀 임도의 정경.


 


천동쉼터.


 


고사목이 있는 전망대 1.


 


고사목이 있는 전망대 2.


 


고사목이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망.


 


눈길.


 


백두대간의 민백이재.


 


민백이재의 조망.


 


민백이재의 방향표지판.


 

정면으로 어의곡리 하산길과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봉우리와 비로봉이 좌우로 건장한 형제처럼 장쾌하게 버티고 서 있는 백두대간길을 바라보게 되는 길에 서니 소백산의 칼바람은 민백이재에서 비로봉까지의 짧은 거리에서 맛보기로 그 매서운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매서운 강풍을 맞으며 민백이재에서 18분 만에 해발 1439 미터의 비로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표지석과 삼각점, 돌탑,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넓은 비로봉 정상에서 30분간 쉬다가 하산을 서두른다. 원래의 계획은 비로봉에서 죽령으로 하산하는 것이었지만 죽령에서 단양으로 가는 군내버스의 막차가 17시 50분인데 지금 시각이 14시 20분이니 3시간 30분 만에 죽령까지 가기는 무리이고 18분간 맛본 강풍에 네 시간 가까이 맞설 자신도 없어서 삼가리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비로봉으로 가는 길.


 


배후의 조망 1.


 


배후의 조망 2.


 


장쾌한 백두대간길.


 


비로봉.


 


비로봉 정상의 방향표지판.


 


비로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439 미터.


 


비로봉에서 어의곡리와 국망봉으로 가는 길.


 


국망봉 쪽 백두대간길.


 


비로봉의 전경.


 

폐타이어를 잘게 잘라 바닥에 깐 푹신한 계단을 내려서니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길은 눈에 띄게 순해지고 국립공원다운 잘 정비된 등로를 걷게 된다. 한겨울의 매서운 서북풍의 위세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길에서 잠시 쉬며 비니와 마스크를 벗어 배낭 안에 넣고 나서 내려서는 길은 순탄한 편이지만 두터운 눈길이라서 조심스러워진다.

양반바위도 지나고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1000 미터의 비로사 구등산로 갈림길도 지나서 석축이 설치돼 있는 비탈길을 내려서니 쉼터가 나온다. 쉼터 바로 위의 방향표지판에는 삼가주차장까지 2.8 킬로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다. 이제 다 내려온 셈이라고 판단하고 쉼터에서 편히 쉬다가 하늘로 쭉쭉 뻗은 침엽수림이 새하얀 눈길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길을 지나고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 사유지를 지나니 내리막의 임도가 시작되고 다리를 건너니 비로사의 일주문 앞이다. 여기서 삼가주차장까지는 1.8 킬로미터. 지루하고 단조로운 임도를 계속 걸어야 하지만 주변의 풍경은 전혀 단조롭지 않다.


 


비로봉에서 삼가리로 하산하는 길 1.


 


비로봉에서 삼가리로 하산하는 길 2.


 


눈길의 정경 1.


 


눈길의 정경 2.


 


눈길의 정경 3.


 


눈길의 정경 4.


 


눈길의 정경 5.


 


계단길.


 


쉼터.


 


침엽수림.


 


비로사 입구의 방향표지판.


 

16시 40분에 삼가탐방지원센터 앞에 닿고 다시 10분 가까이 보도를 걸으니 마지막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곳에 이르는데 소백산기도원 갈림길이 나 있는 삼가주차장 앞이다. 여기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고 잠시 앉아 쉬다가 5분쯤 더 내려가니 삼가리의 버스 종점에 닿는데 여기서 풍기를 거쳐 영주로 가는 시내버스는 16시 5분에 있고 그 다음은 18시 40분에 출발하는 막차 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막차를 타려면 한 시간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는 외진 곳이라서 음식점도 보이지 않고 버스 종점 앞에 가게 겸 식당이 단 한 군데 있는데 여기서 식사 겸 반주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막차를 타고 영주에서 밤늦게까지 있는 시외버스를 타고 귀가할까 궁리해 보지만 음식을 그리 잘 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 히치를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분이 풍기까지 가는 길에 차를 태워 준다고 한다. 풍기에서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 시각도 알려주며 풍기시외버스정류소 앞에서 내려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근처의 해물칼국수집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이다가 매표소 건너편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18시 15분경에 도착한 동서울행 시외버스를 타니 어둠 속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시외버스는 20시 25분경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7시간 1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산행 준비 및 휴식시간인 1시간 55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약 5시간 15분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오늘의 산행은 한 달간의 지루하고 매서운 한파로 인해 운동이 부족한 상태에서 두텁게 쌓인 눈길을 헤치고 나아가다보니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허벅지의 근육통을 참으며 산행을 하게 됐다. 시종일관 두텁게 쌓인 눈길은 내딛는 걸음마다 아이젠이 바닥 깊숙이 박혀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둔하고 더디게 만들었고 주능선의 칼바람도 맛보기로 짧게 체험했지만 그 위력은 죽령까지 종주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소백산은 초행길이었지만 이번의 산행에서 장쾌한 주능선을 조망해 보니 죽령에서 고치령에 이르는 소백산 주능선의 백두대간길을 언젠가는 꼭 걸어봐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임도의 정경 1.


 


달밭골.


 


임도의 정경 2.


 


임도의 정경 3.


 


삼가탐방지원센터.


 


마지막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가주차장 앞.


 


뒤돌아본 삼가주차장.


 


삼가리 시내버스 종점.


 


풍기시외버스정류소.


 


오늘의 산행로 - 두터운 눈길의 12.3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