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여산 미륵산

산행일 : 2009년 4월 25일 토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너른숲.큰곰.문필봉.

 

 

일기불순하야~

비금도 선왕산 산행을 취소했다.

왕~ 서운하다...

 

날이 허벌나게 가물어 비가 온다니

고맙기는 한데 한편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비가 왕창 내리면 참말루 고맙겠는데 이게 사람 놀리는것두 아니구

찔끔 내리는 시늉 한번 내더니 하늘만 잔뜩 찌프리고 있다.

 

우이씨~!

 

가까운 근교로

소풍이나 가려고 나섰다.

가는길 외롭지 않게 길동무가 나서주니

우중충한 날씨의 우울한 기분이 업 된다.

 

정말 오랫만에 찾아든 여산 미륵사지...

주위가 확~ 달라졌다.

기우뚱 서있던 미륵사지 서탑은 간데 없다.

그새 해체가 다 됐나 ?

 

예전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야

멜짱 도루묵이다.

하긴 이젠 총기가 다 사라진 돌머리가 뭘 기억 하랴~!

그냥 미륵산을 향한 소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예전 미륵사지탑이 서있던 자리에

모형석탑이 세워저 있다.

발굴된 문화재를 모아논 박물관도 보인다.

내려와서 둘러봐야지...

 

오르다 보니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20배 줌으로 땡겨봐두 멋지다.

 

 

 

시멘트 소도로가 끝나고 임도가 나온다.

길은 이내 갈림길에서 우린 소림사로 향한 길을 택한다.

소림사...

이름부터 쿵후가 연상된다.

 

 

 

찾아든 소림사...

그러나 쿵후완 전혀 무관한 사찰이다.

탑과 부처상만 없다면 그저 평범한 농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찰이다.

 

 

미륵산 오름길엔

이쁜 나비가 외출을 나오시고..

 

 

어여쁜 야생화도 반겨준다.

간밤 단비에 생기발랄함으로 더욱 청초해 뵌다.

 

햐~!

이쁜것들...

 

 

 

본격적인 숲길에 든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새순이 움터 온통 초록 일색이다.

산은 이때가 젤 이쁘다.

전날 내린 비에 육산은 더 부드러워 발길이 편안하다.

 

 

첫 조망처....

오른지 얼마 안된 수고로움에 비해 넘~ 사치스런 호사를 누린다.

잔뜩 찌프린 하늘이 거슬리긴 하나 익산 시내가 훤히 내려다 뵌다.

사방팔방 허허벌판....

걍~

처다만 봐도 가슴이 탁 틔인다.

 

  (너른숲님과 필봉님)

 

   (초록잎새) 

 

   (큰곰님)

 

 

 

부드러운 육산이

근육질의 암릉으로 바뀐다.

비로소 옛 기억들이 하나 둘 떠 올려진다.

 

아내와 함께

자투리 시간을 때우려 찾아든 10여년전

이곳을 오르는 우리 부부를 향해 함께 오르던

어느 산객님의 구수한 사투리...

 

여그가 말이여~

겁나게 힘든 산이여~

 

그런데 우리부부는

겁나게 싱거운 산행이 이곳 여산 미륵산 였다.

 

그 전라도 아자씨 허풍이

참말루 거시기 하게 겁나부럿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그날 이후 난

충청도 사투리의 엄청이란 말 대신 가끔 겁나게란 말을 종종 쓰게 된다.

ㅋㅋㅋㅋ

 

 

 

 

 

 

 

 

오름길에 내려다 보니

금마 저수지가 보이는데 생긴 모양이 한반도 지형같다.

나만 그렇게 보이나 싶었는데

그걸 내려다 보는 산우들 모두 한결같이

 

어~!

저거 우리나라 지도 아녀 ?

 

   (한반도 지형을 닮은 저수지)

 

 

정상을 몇미터 앞둔 자리에

커다란 암릉이 터억 버티고 있다.

 

그냥 지날칠 산우들이 아니다.

올라서 보니 아마도 오늘의 최대 조망처가 아닐듯 싶다.

 

올라서 풍광에 취한 산우들도

멀리서 보니 한폭의 그림이 된다.

 

    (너른숲님)

 

 

    (문필봉님) 

 

 

 

정상의 문턱엔

어느놈이 불경스럽게 어른 지나가는 길에 

방댕이를 까 내리고 있다.

 

똥꼬까지 약간 벌렁 대는

그야말로 천상 방댕이 모양의 바위에

모두들 웃음 한번 짓는다

 

 

     (방댕이 바위)

 

 

등판에 땀도 나기전 벌써 정상이다.

산우들 넘 싱겁다 불만이다.

그럼 용화산까지 이어 산행 후 쑥고개까지 가자니

그건 또 싫단다.

 

오늘은 소풍 나온거니

그냥 쉬엄쉬엄 걷는 산책이나 하잖다.

 

 

    (미륵산 정상)

 

 

 

 

 

정상을 넘어 통신시설이 있느곳 까지

좀더 내려갔다가 바람이 잔 명당자리를 잡아 점심을 먹는다.

 

햐간에 부지런한 너른숲님은

이른 아침 옥천의 텃밭에 가서 푸성귀를 채취해 오신걸 꺼네는데

이게 웬걸~?

커다란 양푼까지 준비를 했다.

 

각종 푸성귀에

고추장 된장에 참기름 듬뿍 넣어

써~억썩 비벼내니 그 맛이 참으로 일품이다.

 

빵빵하게 배를 불린후

탱자술.백세주.맥주.소주의 각종 酒님을 섬긴후

과일로 후식까지 하고 나니 오늘 비로소 웰빙 산행이 실현된다.

 

 

 

 

 

 

 

 

되돌아 내려오는길...

정상 초입 갈림길에서 전북 과학 고교로 향한길로 내리다

사자암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자암....

백제 무왕과 선화 왕비가

사자암으로 행차 하던중 용화산 아래 연못에서

미륵 삼존불이 출현하여 미륵사를 세웠다는 삼국유사의 글귀로 보아

비록 그 규모는 작으나 참으로 오래된 고찰임을 알 수 있다.

 

사자암에 이르자

작은 암자 뒤 암벽에 커다란 고목의 소나무가 잘려 죽어있다.

살아 있다면 정말 명물이 됐을텐데.....

 

  (단애절벽에서 생을 마감한 소나무 고목)

 

사자암엔

천년고찰에 어울릴 아름드리 고목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사자암으로 향한 진입로의 고목과 함께 어린나무들이

인정사정없이 모조리 잘려 쓰러저 있다.

그냥 봐도 멀쩡한 나무들인데...

 

필봉아우가 그걸 보고 분을 못 참는다.

ㅆ~ㅃ ㅆ~ㅃ....

 

왜 그래야만 했을까 ?

하드용량이 작아 그런지 답을 낼 수 없다.

뉘신지 좀 더 심사 숙고 할순 없었는지 묻고 싶다.

 

찾아든 사찰엔 고요함과 적막감이 감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속이 시꺼먼 중생을 알아본 것일까~?

멍멍이가 그악스럽게 짖어댄다.

 

이런~!!!!

 

다행히

58견 멍님인 큰곰님이 겁없이 달려가 한번 얼려주니 잠잠해 진다.

그넘~ 참...

동족은 신통하게도 알아본다.

ㅋㅋㅋㅋ

 

사자암 뜰엔

시커먼 속을 정화 시켜주는 시 한구절을 적은

현판이 내 심금을 울려준다.

내용은 이렇다.

 

내 죽거든

이웃들에게 친구들에게 알리지 말길.

 

관이나 상여나 만들지 말고

그저 입은 옷 그대로 둘둘 말아서

타오르는 불더미 속에 던저 버릴것

함 줌 재도 챙기지 말고 버려 버릴것.

 

내 죽거든

49재다 100일재다 제발 없기를.

쓰잘데 없는 일로 힘겨워 말길.

 

제삿날이니 생일이니 잊어버릴것.

죽은자를 위한 그 무엇도 챙기지 말것.

죽은자의 사진 한장도 걸어두지 말것.

 

내죽어

따스한 봄바람으로 돌아 오리니

피고 지는 들꽃무리 속에 돌아 오리니

 

아침에는 햇살 처럼

저녁에는 달빛 처럼

더러는 눈송이 되어 더러는 빗방울 되어.

 

                     이 향봉의 시 중에서...

 

 

  (사자암의 풍광들)

 

 

 

 

  (사자암 석등의 이끼) 

 

 

 

   (큰곰님이 멍멍이를 달랜다)

 

 

내림길이 유순하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그렇게 가파르지 않는길에 원목테크를 쫘악 깔아놓고

석축의 돌계단을 만들고 길 양편엔 꽃들을 심어놨다.

 

여긴

지방재정이 남아도나 보다 했더니

너른숲님은 다른시각으로 그걸 바라본다.

 

여기는 사방팔방 둘러봐야 산이 없잖여~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산여~

그러니께 이렇게 가꾼겨~

 

하긴 그렇기도 하다.

대전만 해도 계족산,식장산,우성이산,보문산,도솔산,수통골,갑하산,우산봉 등등......

시내에서 몇걸음만 옮기면 여기보다 더 높고 깊은 산들이 지천이다.

굳이

계룡산까지 걸음할 필요도 없다.

 

흐미~!

대전 좋은줄은 진즉 알았는디 생각해 보니

겁나게 좋구만 그려~!!

 

 

 

 

 

 

여산 미륵사지....

동탑과 서탑중 현존하던 서탑의 복원을 위해

해체만 3년이 걸렸다는 이곳은 아직도 복원을 향한 현재 진행형이다.

 

그 과정과

미륵사지터를 발굴하며 쏟아저 나온

문화재를 전시한 유물전시관을 들려본다.

 

전시관의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면

선조들의 높은 문화수준과 그 당시 생활상을 추측해 볼 수 있어

학생들은 꼭 다녀 가야 되는 필수 코스로 선정됐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모든 유적지가

다 일본놈들한테 도굴당해 껍떼기만 남은것에 비해

이곳은 거의 원형 그대로 발굴된게 정말 우리에게 다행이란 생각이다.

 

 

 

 

 

 

 

 

 

유물 전시관을 끝으로 주차장에 들어서니

주차장 한켠에 축제가 열렸다.

익산 참외 수박 축제란다.

 

맛보기 참외와

수박 몇조각 먹어본 후 파전에 막걸리 한잔으로

오늘 나들이 소풍같은 산행을 정리한다.

 

 

 

함께 하신 산우님께 감사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