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괘관산 북릉

 

2009. 4. 12.(일)

꼭지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산행시간 : 약10km 6시간 40분 (06:30~13:10)

 

 

 

<괘관산 정상부>

 

괘관산(1,254m)은 함양군 서하면과 병곡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있다.

개관산(掛冠山)을 순우리말로 풀이하면 '갓을 걸어놓는 산'

즉, '갓걸이산'이란 뜻이 된다.

 

그 뜻도 뜻이지만 뾰족한 봉우리가 갓을 걸기에도 안성맞츰으로 보인다.

그런데 저기에 걸어놓을 만큼 큰 갓이 어데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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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리 은행마을 입구>

 

산행은 서하면 운곡리 은행마을에서 시작된다.

서상I.C를 빠져나와 함양방향으로 우회전하여 26번국도로 내려오면

작은 읍내가 나오는데 바로 송계면소재지다.

송계3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 빼배재로 향하는 37번지방도

자동차로 5분정도 달리면 좌측으로 큰 은행나무가 보이는 마을이

바로 서하면 운곡리, 은행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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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관산 북릉은 함양군에서 조차 소개하지 않았던 코스다.

어쩌면 퇴계 이황이 봉화 청량산을 남에게 보여주기조차 아깝다고

청량산가(凊凉山歌)에서 노래했는데.. 괘관산 북릉도 혹시?

그렇다면, 함양 사람들만 몰래 다니려고?

 

 

 

<산문은 좌측의 다리를 건너 5분거리>

 

함양군민들은

북릉코스가 외지의 산꾼들에게 소개되는 것을 꺼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상은 물론, 빼빼재에 새워놓은 함양군의 등산안내도에도 북릉에 대한 일체의 표시가 없다.

홈페이지에만 운곡리에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몇 글자가 있을 뿐이다.

 

어쨌거나 그 비경의 북릉을 '부산일보 산&산'팀에서 개척하여 길을 닦아 놓았다.

산행지도는 물론 운곡리 들머리까지 상세히 올려놓은 덕분에

우리도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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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8경의 하나인 괘관철쭉이 유명하다지만

철쭉이 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북릉이 더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백운산능선을 걸으면서 내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던 산자락이 있었다.

산이 예사롭지 않아보여 언제 저 능선을 함 걸어보나 중얼거렸는데 오늘에야 그 소원을 이룬다.

그것도 오랜만에 해병대부부와 함께해서 더욱 뜻 깊은 산행이 되었다.

 

 

 

<뒤돌아본 은행마을>

 

개울 옆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동네가 너무나 조용하다.

산꾼들만 보면 짓어대는 동네 워리(?)는 물론, 새벽 까치의 울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밥 짓는 연기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시골마을은 이미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새벽이면 들에 나서는 농부들도 보이지 않고, 커다란 은행나무만 쓸쓸히 우리를 지켜볼 뿐이다.

 

 

 

<산행 들머리>

 

 동네에서 7분정도 걸었을까 좌측 산으로 리본이 보인다.

고도가 450m쯤 되는 곳이다.

이미 진달래는 만개하였고 등로에는 솔갈비가 포근하게 깔려있어서 걷기가 참 좋다.

진달래 꽃잎 따 먹으며 부드러운 솔 숲길을 걸으니

어릴적 뛰어놀던 동네 뒷산에 온 기분이다.

 

 

 

 

 

부드러운 솔 숲길이 끝나면

키 만한 산죽이 길을 열어주고 여린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얗게 파고 든다.

봄은 계곡을 타고 더디게 올라오건만 햇살에 비치는 진달래는 요염하기까지 하다.

 봄이란 여신은 늘 자신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봄인가 하면 이미 여름이다.

 

오늘의 척후병은 해병대

부산일보는 물론 일반 산악회 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어서

길 찾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 능선에서 약간 가파른 길을 치고 오르니 시야가 트이는 주 능선이다

멀리 황석산 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모두들..

삿대질을 해가며 무어라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빨리 안 가면 산이 어데 도망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미친듯이 기백에서 황석까지 4산을 한 거번에 종주하기도 했다.

아마 그때 얘기들을 하고 있으리라.

 죽기 아님 살기로 밤중까지 걸으면서 우리는 산과 하나되고 싶어했다.

그것이

아둔한 인간의 욕심이어도 좋다. 그때의 열정이 그립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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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서는 소나무가 보기드믈다.

괘관산의 보물, 귀한 소나무가 바위사이를 비집고 자랐다.

왜 내 땅은 없냐고 한탄하지도 않는다. 발 뻗힐 자리가 좁다고 투덜대지도 않는다.

고개를 들 수 있는 하늘이 있어 마냥 행복해 할 뿐이다.

 

 

 

서서히  암릉구간이 나타나더니 북릉의 속살이 들어난다.

기암들의 속삭임..

두 바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산의 매력이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다.

더러는 바위를 타 넘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고..

 암반위에 올라설 때는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에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다

 

 

 

미끄러질 듯 말듯.. 위태로운 바위너머로

가야할 괘관산 첨봉이 하늘로 솟구치듯이 위용을 드러낸다.

 멀리 지리산은 조망되지 않지만

 

 

 

 코끼리 등짝같은 암릉너머로

덕유산에서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희미하다.

연무때문에 조망이 아쉽다.

제 작년  덕유산구간을 오를 때처럼 산안개 피어오르는 아침이었다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2007.10.14. 백두대간 덕유산구간

그날은 가슴까지 적시는 산안개로 인하여 아침이 무지 아름다웠었다.

덕유산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품에 안기지 않을 것이 없었다.

할미봉과 깃대봉 그 뒤로 백운산과 오늘의 괘관산,

그 옆에는 황석산,  뒤로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우리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우리는 늘 그러한 산행을 꿈꾼다.

꿈꾸는 산행..

 

 

 

꼭지와 해병대부부

너럭바위만 나오면 퍼질고 앉아서 갈 생각을 않는다.

하긴 산에서야 잡을 귀신도 없을테니..

 

 

 

무슨 고뇌가 그리 많을까

바윗돌이 층을 이루며 서로를 이고 섰다.

고통을 나누면 가벼워진다고 했는데..

 

청마 유치환이 꿈꾸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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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노(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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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떨어져 부상을 당할 수 있는 곳..

특히 사진찍을 때 조심할 구간이다.

발이라도 꼬여 넘어지면 그 아래는 바로 낭떠러지

 

조심조심..

 

 

 

 

 

운곡리 은행마을도 보이고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은 소나무가 많아 녹음이 짙은데 비해 능선에는 잡목뿐이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기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암봉을 몇 개 넘고 주위 풍경에 취하다보니 괘관산 첨봉이 지척이다.

 

 

 

 

 

 

아슬아슬한 암반위에서도

해병대는 징검다리 밟듯이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지나온 첨봉

옛날 함양 선비들이 벼슬길에서 물러나

허허로이 고향으로 내려올 때 맞이하는 산이 바로 괘관산이라 한다.

함양 선비의 기개를 엿보듯 하늘을 찌를 듯한 첨봉의 기세가 대단하다.

김종직의 성품이 이러할까..

 

 

 

중앙으로 거망산이 보이고

뒤로는 지난번에 꼭지와 다녀왔던 월봉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조용하길래 뒤를 돌아보니

또 퍼질고 앉았다. 언제 가려는지..

 

 

 

 

 

 

귀한 소나무

암릉주변에만 몇 그루 보일 뿐이다. 

 

 

 

황석산과 마주하고 있는 괘관산 정상

생김새도 비슷하여 닮았지만 황석산과 달리 로프없이 오를 수 있어서 좋다.

 

 

 

 뒤돌아본 괘관산 정상부

 

 

 

천황봉 갈림길..

천황봉에 갔다 오려면 40분정도 걸릴 것 같아서 생략하고 빼빼재로 향한다.

사면에는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듯 제비꽃이 지천에 피었다.

 

 

 

 

 

 

기온은 23도

한 여름에나 느낄 수 있는 무더운 날씨다.

나무들은 아직 잎을 틔우지 않았다. 그늘이 없으니 쉴 수도 없고..

저 멀리 검은 점으로 보이는 바위옆으로 두 어 그루의 소나무가 보인다.

저곳에서 잠시 휴식하고 점심을 먹었다.

 

  

 

 

 

 

 

 

 

옛 고개를 지나 뒤돌아본 괘관산 방향

이곳에서는 정상이 보이지 않을뿐만 아니라 북릉은 부드러운 육산으로만 보인다.

암릉구간을 감추고 있는 것이 외유내강, 함양 선비의 기개를 닮은 것 같다.

 

 

 

 '빼빼재' 일명 원통재

 

빼빼재에 도착하니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서상택시에 전화했더니 무주 빼재인줄 착각하고 50분이나 걸린다고 한다.

원통재라 했더니 그때서야 알아들으시고 15분만 기다리란다.

차량을 회수한 후 화림계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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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행보너스는 화림계곡

은행마을을 빠져나와 송계리에서 26번국도 함양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우측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거연정으로 유명한 화림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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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관산 북릉 산행지도  /  출처 : 부산일보 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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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괘관산의 보너스 입니다.

함양8경 중 화림동 계곡 돌섬(?)에 위치한 거연정과 동호정의 벚꽃,

그리고 람천정의 연인들..

 

 

 

 

 

<주변풍광이 화림계곡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거연정>

 

 

 

<가장 잘 생긴 정자 동호정>

 

 

 

<연인들이 있어 더욱 운치있게 보이는 람천정>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