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앉아 노숙자 패션으로 식사를 하고 입산했는데
술이 덜깨서인지 다리가 무겁고 영 시포 분위기이다.
메아리님 왈! 여긴 시포 읍서여...
지도와는 다른 듯한 능선도 유난히 가팔라 보인다.
해가 동녁에 솟을 무렵 봉우리에 올랐는데
선두가 모두 모여서 지도를 들여다 보고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들머리가 잘못되어
천축산과 박달재 중간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통고산을 들렸다가 나중에 천축산에 가기로하고 출발.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몸이 무거워 먼발치에서 일행을 따라가는데
임도 고개로 올라가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왼편 능선으로 들어가 아침 숲의 고요한 정적을 깨며
부산히 올라가니 예기치 못했던 삼각점 봉이 나온다.
뒤늦게 사다리를 외쳐보나 대답이 없고..
곁가지 갈림길 능선이 있나 찾아보며 고개로 내려갔다가
다시 삼각점 봉우리로 돌아와 조금 더 살펴보고 고개로 빽!
임도를 내려가는데 방향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안트콩님에게 전화를 하고 둘러보니
고개에서 아까 올라온 길로 내려가고 있다. 에구구..
1시간여 까먹고 다시 임도고개로 올라가 박달재로 내려간다.
박달재에서 지도를 들여다 보고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어라? 이번엔 지도를 또 꺼꾸로 들고 보고있다.
마음이 급하여 서두르다 이내 오버 페이스를 하고선
바위 급사면을 올라서는 그냥 땅에 눕고 만다.
에라 이왕지사 늦은거..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야지.
사다리팀과 갈 때는 매번 홀로 산행을 하지 않았던가?
잠시 눈도 감고 잠도 청해본다.
1007봉을 지나서 또 알바를 15분 하며
통고산을 지나 탈출하기로 일행과 통화를 한다.
몸이 힘드니 독도도 제대로 안된다.
인적 없는 통고산에는 산불 감시 초소와 시설물이 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달달 떨며 감시초소로 올라가 보나
일월산쪽 전망은 터지지 않는다.
한메님과 통화에서는 낙동정맥을 타고 탈출하여
답운치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지도를 보니 거리가 상당하다.
그냥 정규등로로 하산.
임도로 내려오니 통고산 자연 휴양림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남회룡리로 가다가 전화를 켜보니 불통지역이다.
그냥 휴양림으로 내려가 전화를 하는 건데..후회를 하면서
일행보다 늦으면 또 민폐..급히 서두른다.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은시원하다.
계곡 물은 맑고 어느새 단풍이 들었다.
민가를 지나 도로로 내려가니 노란 버스 한대가 서있다.
내 전화는 아직도 불통인데 한 남자가 길에서서 통화를 하고 있다.
긴 통화가 끝나길 기다려 전화를 빌려 일행에게 현위치를 설명하는데
전화주인이 여기가 도착지점이라 알려준다.
그제사 간밤에 타고 내려온 버스의 기사님인줄 알고는 놀래 자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