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발의 검지 발가락에 이어 중지 발가락도 발톱이 흔들리다가 결국에는 빠졌는데 다행히 빠진 발톱 밑으로 새 발톱이 초승달처럼 조그맣게 나와 있다가 서서히 온전한 발톱으로 자라고 있다. 노파심에 매일 두 번씩 과산화수소수와 머큐로크롬으로 살균을 하고 밴드를 갈아 붙이는 게 두 달 이상 됐지만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 그리 귀찮지도 않고 신체의 왕성한 복원력에 놀라며 감탄할 뿐이다. 등산화 바닥에 기능성 깔창을 두 개씩이나 깔아 신으니 상대적으로 신발이 작아져서 내리막길의 체중이 등산화의 앞코와 맞닿아 세게 눌린 발가락에 전부 실리다보니 발톱이 상하게 된 것으로 판단되어 깔창 한 개를 빼서 신으니 발가락과 발톱이 아픈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5월 3일(토요일)은 다음의 폴러브 카페 등산동호회의 올해 1월 태백산 산행시 동승하게 되어 알게 된 일산하나산악회를 통해 경남의 황매산을 가는 날이다. 회비는 20000원. 진달래는 강화도의 고려산에서 만족할 만큼 본 적이 있지만 철쭉은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어서 은근히 큰 기대를 품고 6시 10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을 타고 서울역 8번 출구에 도착하니 약속시각인 7시 15분이 조금 못 돼서 버스가 도착한다.

관광버스는 망향휴게소와 덕유산휴게소에서 각각 일이십 분 정도 쉬다가 다섯 시간이 다 된 12시 10분경에 경상남도 산청군의 장박마을에 닿는다. 버스에서 내려 계곡을 오른쪽에 낀 임도를 따라 걷다가 이삼 분쯤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게 되고 다시 임도로 나와서 잠시 걸으면 리본들이 많이 매달려 있는 황매산 들머리에 이른다.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등로를 오르면 바가지가 놓인 조그만 샘터를 지나서 쓰러진 나무 한 그루가 완만한 비탈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 아직 만개하지 않아서 그리 볼품이 없는 철쭉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등로는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린 장박마을에서 쉬지 않고 1시간 5분 만에 떡갈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960봉(너백이쉼터) 정상에 도착한다. 960봉에서 잠시 황매산릉과 975봉을 조망하다가 완만한 능선길을 나아간다. 975봉과 헬리포트를 지나서 봉우리 한 개를 넘게 되고 안부에서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날씨가 맑은 데에다가 합천과 산청의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를 넘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다보면 각호산처럼 두 개의 큰 바위가 정상을 이루고 있는 황매산이 바로 앞에 보이는 공터 삼거리다. 960봉에서 43분이 걸렸다. 14시가 넘어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45분쯤 쉬다가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1108 미터의 황매산 정상에 오른다.

 


리본들이 많이 매달려 있는, 산청 장박마을의 황매산 들머리.

 


가파른 960봉 오름길.

 


예쁘게 핀 철쭉.

 


떡갈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960봉(너백이쉼터) 정상의 방향표지판.

 


960봉 정상에서 바라본 황매산 정상과 중봉, 하봉.

 


975봉.

 


975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960봉.

 


황매산 오름길.

 


합천호.

 


뒤돌아본 975봉과 960봉, 떡갈재에서 올라오는 길의 925봉.

 


정상 못미처의 공터에서 바라본 황매산 정상. 
 

황매산 정상에서 잠시 조망을 하고 사진을 찍다가 내려와서 남릉을 나아가다가 그냥 지나쳐도 되는 암봉에 올라 황매평전과 828봉, 모산재를 조망하니 여태까지 걸으며 보던 철쭉과는 다른 연분홍색으로 꽉 찬, 황매평전과 828봉의 드넓은 철쭉 군락이 자못 큰 기대를 품게 한다. 암봉을 내려와서 가파르고 긴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황매평전에 이르는데 철쭉 구경이 아니더라도 높은 산중의 드넓은 평전의 모습은 도심에 찌든 답답한 마음을 확 풀어준다.

 


황매산 정상에서 바라본 삼형제봉과 중봉, 하봉.

 


황매산 정상에서 바라본, 옆의 바위와 공터 삼거리.

 


황매산 정상에서 바라본, 앞으로 가야 할 능선길.

 

황매봉이라고 표기된 황매산 정상표지석 - 해발 1108 미터.

 


남쪽에서 올려다본 황매산 정상 1.

 


남쪽에서 올려다본 황매산 정상 2.

 


진행방향의 암봉.

 


암봉 정상에서 바라본 황매평전과 828봉의 철쭉 군락지, 모산재.

 


암봉 정상에서 바라본 산청 쪽 철쭉 군락지와 베틀봉, 감암산, 부암산.

 


산청 쪽 철쭉 군락지.

 


베틀봉이 바라보이는 황매평전. 
 

황매평전을 지나니 해발 946.3 미터의 베틀봉이 눈앞에 다가오는데 직등하지 않고 왼쪽 비탈에 난 등로로 우회하여 오르니 왼쪽으로 828봉의 철쭉 군락지와 모산재가 시야를 사로잡는다.

베틀봉을 우회하여 산불감시초소로 걸어가니 그 옆에 팔각정을 새로 짓고 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눈앞에 다가오는 828봉의 철쭉 군락지와 모산재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서면 완만한 오르막의 오른쪽 비탈에 합천 쪽의 드넓은 철쭉 군락지가 그 웅장하고 화사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큰 규모로 비탈을 온통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모습은 장관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리고 연분홍 물결 뒤로는 감암산의 단단한 암릉과 그 뒤로 부암산이 버티고 서 있다.

산불감시초소 밑의 철쭉 군락지에서 잠시 철쭉의 바다에 빠져 헤매다가 완만한 봉우리 한 개를 넘으면 오늘 철쭉 구경의 하일라이트인 828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옆에 팔각정을 짓고 있는 산불감시초소와 베틀봉.

 


뒤돌아본 황매산과 황매평전 1.

 


828봉의 철쭉 군락지와 모산재.

 


새로 짓고 있는 팔각정과 산불감시초소.

 


동쪽 비탈에 난 등로로 우회한 베틀봉.

 


눈앞에 다가온 828봉의 철쭉 군락지와 모산재.

 


뒤돌아본 황매산과 황매평전 2.

 


합천 쪽 철쭉 군락지.

 


감암산과 부암산.

 


828봉의 철쭉 군락지로 오르는 길. 
 

안부에서 828봉으로 오르는 오른쪽 비탈의 철쭉 군락도 멋지지만 828봉의 정상부분을 뒤덮고 있는 철쭉 군락의 모습은 그야말로 철쭉의 향연에 귀빈으로 초대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

화강암으로 만든 황매산 철쭉 제단을 지나서 828봉의 정상부분에 이르니 철쭉숲길을 걷게 된다. 연분홍색 철쭉으로 뒤덮인 828봉 정상은 철쭉 바다 속에 군데군데 사람들이 표류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황매산 철쭉 제단.

 


철쭉의 향연 1.

 


철쭉의 향연 2.

 


철쭉의 향연 3.

 


철쭉의 향연 4.

 


철쭉의 향연 5.

 


철쭉의 향연 6.

 


철쭉의 향연 7.

 


황매산릉과 철쭉. 
 

828봉에서 철쭉을 구경하며 한참 머물다가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안부에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방향표지판에 현위치가 성터라고 적혀 있는 모산재 삼거리에 이른다. 모산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잠시 오르면 동그란 돌탑과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767 미터의 모산재 정상이다. 모산재는 고개가 아니라 산봉우리인 데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선자령처럼 고개 같이 불리어지고 있다.

모산재에서 몇분 머물다가 다시 삼거리로 되내려와서 몇분 오르면 해발 745 미터의 암봉인 무지개터다. 무지개터에서 예쁜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10분쯤 내려서면 암릉의 절벽 앞에 돛대바위가 서 있고 그 건너편에는 순결바위능선이 흰 화강암의 단단한 암벽을 보여주고 있다.

돛대바위 앞에서 다시 암릉을 잠시 되올라와 와이어로프 난간지대를 지나서 가파르고 긴 철계단을 내려서면 암릉의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철쭉이 한창인 육산의 모습은 간 데 없고 모산재 삼거리부터 이어지는 단단한 암릉길은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산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인 양면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철계단을 내려서면서부터 일행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홀로 등로를 찾으며 암릉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며 천천히 하산하게 된다.

 


모산재에서 바라본 황매산과 중봉, 하봉.

 


모산재의 돌탑.

 


모산재에서 바라본 돛대바위능선.

 


모산재의 정상표지석 - 해발 767 미터.

 


모산재 정상의 전경.

 


무지개터.

 


돛대바위능선에서 바라본 순결바위능선.

 


돛대바위능선의 기암.

 


순결바위능선과 돛대바위.

 


돛대바위 1.

 


돛대바위 2.

 


철계단. 
 

흙이 많은 부분의 암릉길은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천천히 내려선다. 순결바위능선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모산재 주차장 밑의 대기저수지도 내려다보면서 나아간다. 오른쪽에 석문이 있는 기암의 왼쪽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기암들이 아기자기하게 군데군데 나타나는 예쁜 암릉길을 내려서니 오른쪽에 절로 보이는 곳의 철책을 끼고 내려가게 되고 마침내 임도와 만나는 돌계단의 황매산 날머리에 이른다. 돛대바위에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50분 만에 내려온 것이다. 다시 10분 가까이 임도를 내려오니 관광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는 모산재 주차장이다.

먼저 내려온 일행과 가볍게 술 한 잔을 하고 나서 18시 20분경에 출발한 버스는 22시 40분경에 양재역 앞에 도착한다. 대부분 일산에 사는 회원들의 빠른 귀가를 위해 아침에 버스를 탔었던 서울역 앞으로는 가지 않아서 양재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산행 전에는 진달래와 철쭉을 벚꽃과 매화처럼 구분할 수 없었으나 산행 후에 인터넷을 검색하여 푸른 잎이 꽃과 같이 피어 있으면 철쭉이고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오기 때문에 꽃이 피어 있을 때에는 잎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 게 가장 명확하고 간단한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법이다. 그리고 대체로 진달래가 일찍 피고 철쭉은 늦게 피는데 꽃의 모양으로만 봐서는 전문가가 아닌 한 구별하기 어려울 듯하다.

2005년 봄에 간 강화도 고려산의 만개한 진달래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황매산의 철쭉 군락지의 눈길을 잡아끄는 화사한 철쭉의 향연은 모산재 암릉의 준수한 아름다움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라.

 


순결바위능선 1.

 


순결바위능선 2.

 


암릉길의 정경.

 


기암.

 


기암 옆의 석문.

 


주름살이 깊게 파인 바위들.

 


내려다본 대기저수지.

 


내려온 암릉을 뒤돌아보며 한 컷.

 


예쁜 암릉길 1.

 


예쁜 암릉길 2.

 


임도와 만나는 황매산 날머리.

 


모산재 주차장.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