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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은 이제야 깨어난다. 서울에서 돌아오는 어느날 사무소 근처 아스팔트 길에 뛰어다니는 개구리를 보았으니 정말 이곳에도 봄은 찾아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냇물이 불어든 날이 언제쯤부터였을까. 비는 없어도 이따금 찾아드는 봄눈은 미미했어도 지난날 산중 깊이 쌓인 인연들은 하루하루 부풀어오르는 대지를 위해 스스로 몸을 푸는 것이다. 그 물가에 시절을 축복하듯 버들개지는 하얗게 피어나고 모여선 곳마다 연두빛으로 아스라하다. 아.. 네가 아직 열어보지 않은 편지에는 눈밭에 오른 북방산 개구리가 있었지. 그게 벌써 삼월 십일경이었다. 그 무렵 다른 소식에는 너희가 다녀간 오대천 계곡이 봄볕에 시나브로 풀리는 풍경도 있었었지.

 

 

너는 아니? 눈밭의 개구리랑 봄볕에 시나브로 풀리는 오대천 냇물이랑은 계절적 차이가 크다는 것을. 눈밭의 개구리는 좀 연출이긴 하지만 봄이 일찍 찾아드는 소금강계곡의 웅덩이에서 본 것이었어. 주변에는 그처럼 눈밭이 있어도 따뜻한 영동지역의 기후는 그들의 시간을 어김없이 찾아주었지. 녀석을 웅덩이에서 건져내어 눈밭에 올렸더니 부아가 나서 그렇게 볼 살을 잔뜩 부풀리고 있더라구. 얼마나 귀여운지..^^ 뒤집으면 꼼짝도 않고 죽은 시늉을 해. 산에는 저런애들이 많아. 저 북방산개구리 말고도 아무르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물두꺼비 등이 깊은 산중에서 살아간단다.

 

 

그에 반해 오대천 쪽은 그 무렵에서야 냇물이 풀리고 있었으니 소금강에 비하면 삼주쯤이나 계절이 늦다고나 할까. 같은 오대산권역인데도 이처럼 영동과 영서 기후차이가 큰 건 백두대간 산줄기가 동해에 면해 길게 오대산을 가르고 있기 때문이야. 태백산맥이라고 하면 더 잘 알겠구나.

백두대간 줄기가 북서풍을 막아선 서쪽을 영서(嶺西), 동쪽을 영동(嶺東)지방이라고 부르지. 영서는 대륙에서 불어오는 기단의 영향아래 고산 내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이고, 영동지역은 동해에 면해 흐르는 난류의 영향이 큰 해양성 기후의 영향권에 들어있어 비슷한 위도라도 영동지방은 서울에 비해 훨씬 따뜻하지. 비슷한 날 국립공원내 영서와 영동의 대표적인 수계인 오대천과 소금강의 봄풍경이 그렇게 차이나는 것 결국백두대간이 만드는 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지.

 

 

우리가 알고있는 높새바람, 왜 있잖아? 푄(Fon)현상. 그것도 동해의 따뜻하고 습윤한 바람이 백두대간 산마루에 비바람, 눈을 뿌리고 고온 건조해져 영서지역으로 불어내리걸 말하는 거지. 너희들이 예전 만난 눈보라도 동해바다에서 넘어온 것들일께야. 이곳 오대산에 겨울눈이 많은건 그 때문이란다. 백두대간 줄기가 빚어내는 조화말이지. 이 백두대간을 경계로 물줄기도 멀리 남한강 줄기로 흘러들거나 아님 동해에 면한 하천으로 나뉜단다. 어디 기후나 물줄기뿐일까. 그 산골…나는 모든 사람의 거처는 다 산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뿐이지. 높은산에 올라 사람들의 거주지를 보아봐. 첩첩산중으로 둘러쌓인 우리들의 소박한 둥지를 …산 기슭에 얹혀 사는 우리들의 말씨나 풍속도 기후, 지리의 영향아래 차이가 생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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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쨌든 이곳 오대산에도 봄은 찾아왔단다. 복수초가 피어나지 벌써 오래 이제는 제비꽃도 노루귀도 설핏 보이고 볕바른 산기슭에는 노란 생강나무가 활짝 꽃망울을 피우고 있으니. 너에겐 나의 이 봄소식이 왠 때늦은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깊은 산 계절이 그 몸과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이 깊은 산중에선 시절 인연이 도래함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일인지 모른다.

그러고보면 다들 제 있는 곳에서 시절의 도래함을 축복하고 반겨야할 일이다. 처한 곳은 다를지라도 자연의 숨결 우주의 시간은 마다하는 곳이 없음이니. 네가 사는 도시에선 도시의 봄이 펼쳐져 있을테니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