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눈을 감고도 산행할 수가 있을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수락산을 오래 다니다 보니

눈을 감아도 눈앞에 훤히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암릉을 넘어서면

중간에 소나무 두그루가 서 있고.....

그 다음엔 갈라진 길이 나온다.

약한 경사를 오르고 나서

대슬랩으로 내려서는 갈래길이 나오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부서진 나무계단.


 

흙먼지 뒤집어쓴 나무뿌리.


 

길 가운데 툭 불거져 나온 바위.


 

앙상한 싸리나무들.

         .

         .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큰애가 초등학교 다닐때니까

아마 한 십이삼년전 늦가을 아니면 초겨울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뒷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땐데

출근시간도 있고 해서 좀 일찍 오르는 탓에

그시간이면 아직 새벽등산객들이 없을때이고

내려올때 즈음에야 한두명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이곤 했었다.


 

그날도

여명이 시작되기전 어둠속에서 희미한 산길을

랜턴도 없이 오르고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도

밤에 산길을 홀로 오르다보면

어떨땐 나무의 실루엣이 사람처럼 보일때도 있고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갑자기 마주치면 가슴이 덜컥하기도 한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내자신의 발자욱소리뿐이었는데

갑자기 맞은편 어디선가

부스럭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리고

건너다보니 무언가 검은물체가 움직이는게 얼핏 보인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해지고

나도 모르게 온몸이 굳어버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들은 아래위층간 소음문제로

신경써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나도 15층아파트 12층에 살땐데

어느날 퇴근하고 오니 경비실에서 아래층에 사는분이 소음 때문에

인터폰을 했다고 한다.


 

우리집 큰애는 여자아이인데 조용한 성격이고

둘째는 남자아이인데 밝은 성격에 친구들이 집에 자주 놀러오는 편이었다


 

평소에 교육을 많이 시켜놓아 집안에서 뛰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낮에는 애들끼리만 있으니 시끄러운적도 있었을 것이다


 

사과도 하고 양해도 구할겸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나이드신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셔서

바깥양반이 앞을 못보는 맹인이라

일반인보다 훨신 예민하니 조심해달라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다음부터 TV도 크게 틀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더 시키고

심지어 집안에서는 발끝으로 다니게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조용히 해달라는 인터폰이 계속 온다.

이 나이되서 남에게 똑같은 싫은 소리를 자꾸 들으려니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고 신경도 날카로워진다.

아이들에게 낮에 왜 자꾸 집에서 뛰냐고 신경질을 내며

앞으로 한번 더 아랫집에서 연락오면 집에 친구들 못오게 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들도 아빠가 아랫집 때문에 신경쓰고 있는걸

잘아는데.....  집에서는 절대 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어느날 저녁때 작은애가 자기방에서 거실로 뛰어나왔는지 걸어나왔는지

하여간 내가 기억하기론.... 절대 바닥이 울리거나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건

틀림없었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바로 인터폰이 오는것이 아닌가


 

아니 이정도도 용납을 못한다면 도데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지...

인터폰이 올때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되고....  순간 시쳇말로 뚜껑이 확 열리고 말았다.


 

나같은 사람은 참을성이 많고 겉보기에는 상당히 이성적일 것 같으나

한번 폭팔하면 그때부터 나자신 스스로는 통제불능이 되버린다. 


 

하여간 그때 맨발로 바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는데

동네가 한바탕 뒤집어졌었다.


 

그 이후론 인터폰도 안오고

어쩌다 그집 식구들과 마주쳐도 본척만척 외면하고 지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산에서 부스럭거리는 있는 검은물체

좀 떨어진 곳이었지만 나는 그게 누구인지 알아챌수 있었다.

아니 100M이상 떨어져 있다고 했어도 알았을 것이다.


 

 

얼마전에 나와 대판 싸웠던

우리 아래층에 사는 그 맹인이었던 것이다


 

앞도 못보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산을 올라왔는지

정말 놀랄일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운 사실보다도...

자세히보니

몇 번 넘어졌다 일어나곤 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

그는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내려서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크게 위험한 곳은 없지만 그래도

빨리 달려가서 도와줘야 당연한데

 

그때는... 그와 마주치는 것이 정말 정말 싫어서

오히려 혹시 내존재를 눈치채지는 않을까하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잠시후에 그 맹인은 정상적인 길을 찾아내고

그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있었다.


 

맹인이 산에 온다는 자체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혼자서 평지도 아닌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에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어떻게 산행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이후 한번인가 더 산에서 그를 보았고

얼마 안 있어 그집 식구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리고 그가 산행을 하게된 사연을 들을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지만

지금도 그 맹인이 산행하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지금 나는 물론  눈을 감고 산길을 걷지 못한다

그러나 가끔

커다란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아보곤 한다.


 

눈을 감으면

눈을 떴을때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

그리고 싱그러운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눈을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눈을 뜨고 있을때 모르던 산에서 나는 독특한 내음이 맡아진다


 

지저귀는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눈뜨고 있을땐 들리지 않던 많은 소리들이 들린다


 

자연이 불러주는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

              .

              .

              .


 

대우주가 연주하는 교향악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