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 광교산 산행기


[2/6-귀성하는 심정의 산행과 속 쓰림]

2008년 우리 민족 고유의 설날을 맞아 5일간의 연휴가 시작이 되었지만 사정상 고향을 못가고 고향에 찾아가 뵐 부모님도 처가의 장인, 장모님도 안 계시는 관계로 여유시간에 청계산-광교산 종주를 한번 예정하고 있었다.

명절 연휴를 이용하여 제주도 한라산 설 산행을 인천부두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하여 10만원에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가족들의 반대와 가내 예산권자의 승인불허로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청계산-광교산 종주로 갈음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남들은 고향 간다고 8시간 이상 차를 운전하면서 밀리는데 나도 귀성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하여보자는 센티한 마음도 있었다.

2월 5일 저녁 명절맞이 기념 소주를 ERP. H차장 등 4명과 소주 8병을 나눠 마시고 조금 진하게 2차를 한 뒤 귀가한 터라 속이 많이 쓰렸지만 2월 6일 아침 08:30분에 보온병, 컵라면 1, 감귤 6개, 물 과 음료수 작은 병 각 1개 및 애들이 먹다 만 과자 부스러기를 가방에 넣어 아직도 한밤중인 집사람 몰래 집을 나선다.

나는 언제나 혼자서 산행을 한다. 같이 갈 사람도 마땅치 않아 그런 면도 있지만 혼자 산행을 하면 동행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보조를 맞출 수 있어 좋은 면도 많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조금이라도 위험한 길은 택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인덕원 지하철역에서 토스트 한조각과 뜨거운 커피로 아침을 대신한 뒤 서울구치소 가는 방면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1550-3 번 버스를 45분간 타고 경기대 후문에 내렸다.

10:10분에 수원시 광교산 등반을 한다.

형제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으로 오르는 것 같은 느낌 속에 많은 사람들과 뒤 섞여 산을 오른다. 형제봉은 작은 밧줄을 잡고 오르지만 내려가는 것은 철 계단에 눈이 붙이 있어 미끄럽다. 시루봉에 올라 청계산을 바라보면서 가야할 길임을 다짐하면서도 가다가 힘이 들면 빠질 곳이 여러 곳이니 상황에 따라 가보겠다는 생각도 은연 중 있다.

억새밭과 통신대를 거쳐 오른 백운산(의왕시)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소요시간이 2:30분이나 된다.

내려가는 길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워 보여 발틱(신조어 : 메고 있는 배낭에서 칼을 빼듯이 스틱을 빼내어)과 착젠(신조어 : 아이젠을 등산화에 착용하는 것)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출발하여 고분재에 이르니 백운호수 가는 길과 바라산의 갈림길이다.

바라산에 힘들게 올라 보니 전에 있던 정취 있던 이정표는 누군가가 파손을 했는지 임시로 만들어 소나무에 매어둔 이정표에 우담산 1.9KM 표시가 되어 있다.

바라산에서 다시 백운호수와 고기리로 내려가는 갈림길까지는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 밧줄이 매어져 있지만 힘든 구간이다.

우담산을 거쳐 성남시와 의왕시 경계인 하오고개를 내려가는데 도로와 접한 산의 경사가 보통이 아니라 의왕 -성남간 도로상에 서니 백운산에서 2시간여 걸린다.

공동묘지를 거쳐 청계산으로 들어서는데 공동묘지에 보니 묘비마다 코팅한 팻말을 달고 있어 무슨 내용인가 싶어 가까이서 보니 망자에 대한 독촉장이라서 쓴 웃음이 나온다.

묘지 일제신고를 하라는 이야기로 아마 후손들이 성묘 와서 발견하고 신고하도록 조처한 것 같지만 망자는 후손이 올 때까지 비석에 달고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제의 만취로 인한 속쓰림은 백운산 정상에서 말끔히 가시고 하오고개에서 국사봉을 50분만에 오른다.

그 다음 이수봉을 거쳐 청계산 근처의 헬기장에서 막걸리 한잔을 사 마시니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과천매봉을 거쳐 인덕원 쪽의 청계산 등산 들머리에 이르니 2시간여 소요되어 총 7:20분이 소요되었다.


인덕원의 청계산 들머리에서 인덕원 4번 출구근처의 자택까지 걸어서 가니 30분이 소요되어 오늘 하루 약 24km를 7시간 50분 만 걸은 셈이다.

오늘 정말 많이 걸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즉 하오고개에 당도하기 전에 너무 힘이 들어서…….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획했던 완주를 끝을 내어 기분은 무척이나 좋다.


[2/9-귀경하는 심정의 산행과 호기심]

명절날 고향을 향해 재배를 하고 ‘우생순’ 영화를 작은 딸과 관람하는 등 하루를 온전하게 보내고 체력을 비축하였다.

2월 9일 고향에서 명절을 보내고 귀경한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나도 오늘은 귀경하는 기분으로 산행하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마음속의 또 다른 생각은 일종의 호기심인데 내가 다녀온 코스를 거꾸로 가면 같은 시간이 걸리나 아니면 어느 쪽이 더 힘드나 알아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아침은 우유와 시리얼로 대신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을 나선다.

보온병, 컵라면 1, 감귤 4개, 커피 2, 물 과 음료수 작은 병 각 1개를 챙겨 오늘도 08:30에 출발하였다.

하천변을 따라 가다가 인덕원 삼호아파트 앞에서 도로를 횡단하여 청계산 들머리에 당도하니 30여분 소요되어 본격적인 산행은 09:00부터 시작되었다.

9:40분에 과천매봉에 당도하여 사과 한 조각을 먹은 뒤 청계산 근처의 헬기장을 지나 이수봉에 당도하니 각 문파의 복장(k2, k-2 사레와, 듣보잡 등)으로 치장한 많은 남. 여 산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듣보잡 : 지도 지도 못한 다한 제품

산에 오면 항상 느끼는 점은 산행에 내공이 많은 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치 무림지에 나오는 고수와 비교할 수 있는데 특히 이 고수들은 백두대간이나  정맥로 등에서 자주 발견되고 한다.

고수들은 대부분 흑의복장을 하며 2명 또는 3명 정도로 조를 이루고 다니는 것 같다.

산행로를 따라 가다가 뒤에서 말밥굽 소리처럼 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릴 때 옆으로 재빨리 길을 비켜주면 바람처럼 지나가 곧 시야에서 사라지곤 한다.

혹자들은 백두산 까지 가는 무리들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하루 30~40여 km를 간다고 한다.

이수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발틱 및 착젠하고 국사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산에 오면 느끼는 교훈은 나의 경우에 2가지가 있다.

첫째, 겸손인데 내공이 무지 높은 산행고수들이 아주 많은 관계로 앞서가는 사람을 무리하게 따라 잡으려하거나 얕은 실력을 뽐내다가는 콘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며

둘째, 易地思之이다.

흔히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말인데 산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식으로 해서는 실감나게 느끼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번 처럼 3일전에 다녀온 코스를 반대로 넘어가면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기억나는 몇 군데를 빼고는 전부 오르막인 것으로 생각되던 코스를 거꾸로 가는데 어찌 그리 오르막이 많은지(실제 앞에 번에 내리막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수봉에서 국사봉까지는 1.6km이지만 국사봉 오르는 마지막 고개가 보통이 아닌데다 눈이 녹지 않는 음지라 미끄럽기 짝이 없다.

국사봉에 당도하니 시간은 11시 20분을 가리킨다. 사과 한조각과 귤 한 개를 먹은 뒤 하오고개 방면으로 하산하다가 여전히 독촉장을 달고 있는 망자들의 집단촌을 지나 의왕 -성남간 도로에 내려서니 시계는 12시를 가리킨다.

미끄러운 길을 줄을 붙잡고 기어올라 힘들게 오르니 KBS 송신탑이다. 힘든 구간이다. 내려갈 때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우담산(바라산 정상의 이정표에 표시된 산 이름)을 오르는 구간도 만만하지 않는다.

바라산 초입에 보면 백운호수로 빠지는 길목이 있는데 미련을 뿌리치고 바라산으로 오른다.

바라산의 막바지 급경사를 마주보면 주저앉아 보온물통의 물로 즉석커피 한잔을 마시며 힘을 비축한 뒤 밧줄을 부여잡고 산을 오른다.

바라산 정상에서 가지고 간 컵라면과 감귤 1개를 먹고 바삐 길을 재촉한다.

바라산을 내려오면 고분재로 백운호수 가는 길과 고기리 가는 길이 갈리는 곳인데 중도포기의 미련없이 백운산을 오른다.

백운산은 바라산 만큼 힘들지는 않아 수월하게 산을 오른다.

백운산 정상에서 시계를 보니 14:20분이다. 소요시간은 총 5시간 20여분에 해당된다.

백운산 酒有所에서 찬 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광교산의 시루봉, 토끼재, 형제봉 등을 가는데 경기대에서 올라오는 것이나 힘들기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내려오다가 병자호란때 청나라의 장수를 목 베었다는 김준용 장군의 승전비에 들려 구경한 후 형제봉을 오른다.

경기대 후문의 산행 들머리에 당도하니 시계는 16:40분이다.

총 산행시간을 계산하여 보니 7시간 40분이지만 집에서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까지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8시간 10분이 소요되어 지난 번 보다 20여분이 더 걸렸는데 광교산에서 10분과 나머지는 백운산과 국사봉 사이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덕원 청계산- 광교산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달전 과천매봉에서 아침 9시경 쉬고 있는데 늙수그레한 남자 2명의 산행고수가 경기대 후문에서 어제 밤 11시에 출발하여 왔는데(지금 계산하니 야간산행인 점도 있고 중간에서 일부 휴식을 취했겠지만 10시간 걸려서 왔는데) 인덕원에서 아침식사 후 관악산 깃대봉을 거쳐 연주대- 사당동 전철역(4시간 소요)을 간다는 것으로 나는 아주 어려울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 도전하여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내 딸아이가 결혼할 남자를 데려왔을 때 청계산-광교산 종주를 8시간 만에 하는 조건을 내건다면 내 딸아이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