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려고 예매열차표 덫에 걸려 중간에서 접은 산행

호남정맥 제20차 <송치재-미사재>

제2008003002호     2008-01-06(일)

자리한 곳 : 전남 순천시,구례군

지나온 길 : 솔재-농암산-죽청재-508.8봉-마당재-갓거리봉-미사재-심원마을

거리및시간 : 도상거리: 약 11.1km(07:29 ~ 14:11) 6시간 42분 실제거리(탈출로 포함) 26,738보 약17km

날 씨 : 맑음(강한 안개)

함께한 이 : 단독

                                               ◈ 안개의 부드러운 손길에 태양도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

시간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누적된 피곤이 풀리지 않아 멍하게 천장만 바라보다가 느린동작으로 샤워하고 배낭을 꾸려 분식집에 들려서 순두부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점심식사용으로 김밥을 준비하여 어둠이 가시지 않은 버스정류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 산행일정을 계획하며 서둘러야만 소화해낼 빡센 구간이이여서 부담을 느끼며 버스를 기다린다.(06:19)

마음은 급한데 기다리는 시내버스는 40분을 넘겨 7시가 넘은 시간에야 버스정류장에 들어와 불만스러웠지만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 승객은 두 사람뿐이다 앞자리에 앉아 산행복장을 갖추고 송치터널입구 정류장에 내려서 한산한 17번 국도를 횡단하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위에 벌목하여 한 줄로 쌓아둔 나무무덤에서 산허리를 치고 오르며 산행을 시작했다.(07:29)

                                          ◈ 솔재터널위에서 바라본 풍경이 어린시절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

벌목과 벌초지대로 깔끔하게 단장된 산허리를 치고 올라서 내려다보는 17번 국도는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있고 솔재를 넘지 않으려고 터널로 이어지는 엷은 안개가 부드러운 손길로 세상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유년시절 보냈던 고향에서 느꼈던 정겨움이 가득하여 친근하게 다가온다.(07:37)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아스팔트길을 오르며 솔재 정상에 커다란 교회건물을 바라보니 직접경험과 간접기억이 번갈아가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직접체험 했던 구례에서 순천을 이어주는 굽이치는 고갯길의 솔재와 간접으로 읽었던

                                              ◈ 첩첩산중처럼 느껴진 갓거리봉에서 바라본 동쪽방향 ◈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첫머리에 이순신 장군께서 귀양에서 풀려나 부임지 우수영(여수)으로 가는 길목을 설명한 대목을 생각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구례에서 바꾸어 탄 말이 순천으로 넘어오는 고개(솔치)에서 죽었다 굶주리고 비루먹은 짐말이었는데, 고개 밑에서부터 앞다리를 절었다 말은 무너질 듯 비틀거렸으나 고갯마루까지 기어이 올라와서 죽었다. 말의 죽음은 자연사처럼 고요했다. 말은 닳아 떨어진 편자가 박힌 네다리를 쭉 펴더니 눈을 뜬 채 숨을 거두었다 눈을 뜨고 죽은 말은 그 죽은 눈으로 한동안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말의 죽은 눈동자에 비치는 내 봉두난발을 들여다보았다 말의 시체를 길섶에 버리고 나는 걸어서 순천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한 머릿속으로 미세한 안개를 헤치고나가 교회 뒤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 가벼운 오름길에 올라서니 전신주에 붙어있던 표시기가 미풍에 떨고 있는 모양이 시야에 들어온다.(07:44)

                              ◈ 이순신 장군께서 수군통제사로 부임하며  비루먹은 말을 타고 올랐을 솔재길 ◈

안개 숲을 헤치며 임도에서 산으로 들어서 용도가 폐쇄된 산불감시초소와 호화묘지를 지나 임도에 내려서 매화동산 안내판과 고로쇠 물 판매광고판이 서있는 가건물을 올라서 솔치를 내려다보니 부드러운 안개가 따뜻한 손길로 감싸고 있는 가운데로 정지한 듯 보이는 구도로는 한가롭기만 하다.

임도가 끝나고 눈 쌓인 산길에 올라서 농암산(476.2m)에 닿았다.(09:19)

 

                                                                                 ◈ 농암산 정상 ◈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잔설과 대화하며 임도에 닿은 곳이 죽청재(381m)를 지나 오름을 올라서니 독야청청한 소나무가지에 표시기들이 붙어있음이 시야에 들어온 것으로 보아 갈매봉(508.8m)에 도착한 모양이다.(10:44)  

 

 

                                                               ◈ 갈매봉 정상에 서있는 멋진 소나무  ◈

삼각점을 확인하고 안개가 자욱해 조망은 불량했지만 하늘은 높고 기온은 포근하여 산행에 불편이 없어 시간이 정지된 것으로 착각되는 마루금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부드러운 내리막을 30여분 내려서니 서면 청소리와 황전면 죽청리를 왕래했던 마당재에 이르러 둘러보니 죽청리로 내려가는 길은 흔적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라져가고 청소리 방향에 누군가 마당재라고 매직펜으로 써놓은 글씨가 흐릿하게 남아있다.(11:15)

◈ 마당재를 알려주는 표기 ◈

 

고개갈림길을 넘어서 진행하자 곧바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어 호흡이 거칠어지고 뜨거운 입김을 뿌려대며 헬기장에 올라서지만 아직도 엷은 안개가 남아있어 조망이 불만스럽다

이끼와 로프가 매여 있는 짧은 암릉을 통과 하느라 늘어진 카메라를 겨드랑이에 끼고 기어오르니 파란색 산불감시초소 옆의 삼각점을 확인하고 출입문에 “갓꼬리봉, 갓거리봉”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써놓은 글귀를 읽어보고 바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소나무와 북쪽에 지리산이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갓거리봉(688m)에 서있다.(12:08)

  

  

 

 

 

 


◈ 갓거리봉에서 눈에 들어온 주요 풍경들 ◈

 인근에서 올라온 등산객 4명이 라면을 끓이며 한입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고맙다고 거절하고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적설량이 많아서 무릎까지 빠지며 708봉에 닿았고 조망이 양호하다

 

 

 

◈ 갓거리봉에서 708봉에 이르며 ◈

이어지는 내리막은 경사가 급해 엉덩방아를 찍어가며 신선바위에 이르러 잠시 호흡을 고르며 준비해간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터널공사를 내려다본다.(13:11)

 

 

 

◈ 신선바위에서 미사재 까지는 경사가 급해 몹시 미끄럽다  ◈

기온이 높고 활엽수림이 많은 지대로 낙엽과 눈이 알맞게 섞인 급한 내리막은 엄청나게 미끄러워 다리를 후들거리며 다리와 스택2개에 의지하여 내발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미끄러운 눈길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니 순천서면산악회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는 4방향으로 가는 길안내를 하고 있는 미사재(444m)에 이른다.(13:35)

◈ 마루금 산행을 접은 미사재 ◈

벤치에 앉아 예약한 열차표를 확인하며 생각에 잠긴다.

미사재에서 계획한 한재까지는 거리로 13km 6~7시간은 족히 소요되는 거리로 아무리 부지런을 떨어도 20시는 되어야 한재에 도착하게 되면 19시예매한 열차는 이용이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피로회복이 더뎌 진행속도가 늘어진다면 귀경하여 정상출근이 불투명하는 현실이 편리하려고 했던 예매 표에게 결국은 발목이 잡혀 한재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 산행 접기로 결정하고 착용하고 있던 아이젠과 스패츠를 겨둬서 비닐봉지에 넣어 배낭에 집어넣고 스틱을 접어 배낭을 꾸리고 심원마을을 향하여 하산을 시작했다.(13:47)

정겨운 오솔길을 내려서니 터널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장을 내려서 포장도로를 따라 심원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14:12)  

 

 

◈ 미사재에서 심원마을 버스정류장에 이르는 풍경 ◈

한동안 기다리다 지루해 다음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농원에서 설치한 양지바른 건물에서 기다리다 시내버스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리니 열차시간까지 3시간 이상이 남아있어 사우나탕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고 샤워를 끝내고 저녁식사를 하려고 3곳의 식당에 들렸으나 바쁜 시간에 혼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4번째 식당에서 죄인처럼 구석자리에 앉아 백반한상과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20분을 기다려서 허기를 면할 수 있었지만 열차사간이 임박하여 부지런히 마시고 새마을호에 올라서 편안하게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가 웅성거림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용산역에 다다르고 정시(23:39) 정차했다.

화장실에 들려 1호선 전철을 타려고 내려가니 동대문까지 가는 막차가 0시 3분에 있다는 전광판의 안내만 믿고 기다렸는데 열차가 들어와 승차하니 안내방송은 오늘의 마지막차로 서울역까지만 운행하는 전동차라는 안내에 전광판과 열차안내방송이 제각각에 은근히 화가 치밀었지만 방법이 없어 서울역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택시로 귀가하며 영등포역에서 하차했다면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귀가할 수 있었는데 신중하게 결정하지 못하여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지불하지 않아도 될 택시비(10,000원)를 추가로 지출하는 낭비를 하는 비효율적인 산행을 접는다.      -끝-.

◈ 청소골 계곡을 따라 도로가 달려오고 있다 ◈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는데 안기면 포근해지는 山을 찾아서~

 

2008-10-17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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