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였든 난생 처음 가장 높이 오른 중국 태백산

 

外國 山  006  太白山(3,767m) - 중국 섬서성 보명시

 

산 행 일 : 2007년 8월 17일 금요일
산의날씨 : 흐림
동 행 인 : 지리산악회 동참 산우 님들(총 11명)
산행거리 : 정확한 자료를 구하지 못함
산행시간 : 3시간 36분(하판사 주차장 원점회귀) - 구경하며 천천히 걸음

 

 

                                                 태백산 등산 안내도 일부

 

 

                              함께 한 일행들과 원민 양-하판사에서 - 민병권 님 사진

 

모닝 콜 전화벨이 울리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은 이른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아
프면서 개운하질 못하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대체로 맑으니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서안 공항

 

한심스러운 정치권 동향, 안타까운 피랍사건, 답답한 이랜드 사태 등등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
고 보잉 737기에 탑승 11시 10분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14시 20분 서안·함양 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나와 대기하고 있는, 4박5일 동안 우리들의 이동 수단인 陝A39240 25인승(?) 버스와 기사
님 그리고 젊은 남자 가이드 김영철 님과 대면하고 가도 가도 야산 하나 없이 펼쳐지는 옥수수
밭 사이로 난 고속도로를 달리다 위하를 건너고 보명시 미현 태백산국제구락부(태백빈관)에 여장
을 푼 시간이 17시경이었다.  

 

 

                           태백빈관 입구 -원민 양(좌측 두 번째)과 마을 청년(가운데) 

 

중국 시간은 한국 시간보다 1시간이 늦다.
-나는 시계를 조정하지 않고 한국 시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식사를 마쳤어도 잠자리에 들기엔 너무 일러 주변 농촌 풍경을 둘러보고자 밖
으로 나갔는데 입구에서 만난 청년이 우리를 안내하여 주겠다며 자청한다.

거의 한 시간을 돌아다닌 후 호텔 입구에 도착하여 수고비를 주려고 하자 한사코 사양한다.
식당 등에 근무하는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많이 변했으며 자존
심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큰짐은 전세버스에 실어 놓고 산행에 필요한 작은 배낭만 챙겨 화산셔틀버스로 옮겨 탄다.
전세버스로 태백산을 오르지 못하고 입구에서 태백산을 오르내리는 셔틀버스와 현지 가이드를 이
용하고 채용해야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 차원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의 현지 가이드인 묘령의 아가씨 원민(袁敏)양은 신참으로 우리 나라 인사말조차도 모르지만 
인상이 퍽 밝고 웃는 모습이 예쁘다.

 

 

                           매표소 옆 - 원민 양은 앞에 보이는 태백산여행사 소속이다.
 
08시 21분 호텔을 나서 7분 거리인 화산 매표소에 이르러 직원이 나올 때까지 10여분을 기다린다.
08시 39분 출발, 홍하곡(紅河谷)으로 들어서니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좌우 깎아지른 직벽의

웅장한 산봉들이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연화봉폭포

 

 

                                                   폭포 옆의 봉우리들

 

09시 12분 태백묘(太白廟) 옆 검문소에서 인원 점검을 마치고 8분쯤 오르자 암벽을 타고 떨어지
는 거대한 연화봉폭포(인공폭포라고 한다)가 차를 세우게 만든다.

'타이빠이산은 친링산맥의 주요 봉우리로 원시 우림을 덧입고 있으며 고대 빙하기의 변화에 따른
암벽의 모양, 산 위 암벽동굴, 암벽고리, 암벽바다, 기둥과 빙하지역이 있다'라고 하는데 고속도로
변의 옥수수 밭은 물이 귀하여 벼농사를 짖지 못한다는 말과 대조적으로 수량이 풍부한지 수력발
전소도 있고 인공 폭포도 만들어 놓았다. 

 

안내지도에 의하면 '公園入口距下板寺26公里'로 표기되었으니 26km 거리이다.
국내산행이라면 셔틀버스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 곳에서는 주변경관을 차창으로 내다보며 카메라 셔터만 부지런히 눌러대지만 제대로
된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암벽의 잔도

 

우측 암벽에 목책으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 놓은 길이 있다.
잔도(棧道)라고 표기한 그 길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몹시 낡아 보인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 같다.

 

20여분을 오른(속도 약 20∼30km/h) 버스가 다리 가에 멈춰 서자 의자에 앉아있던 노인이 호스
를 이용하여 차바퀴에 물을 뿌린다.
타이어 열을 식히는 작업으로 오름 길에서는 한 곳에서 더, 내림 길에서는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
해서인지 세 곳에서 물을 뿌렸다.

 

급커브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오르는 버스에 안전벨트가 없어 방심하면 통로로 굴러 떨어지기 십
상이고 우측의 칠녀봉(七女峰) 입구와 석봉(石峰)표지를 차례로 지나 힘겹게 오른다. 

 

 

                                  하판사(下板寺)로 오르는 돌계단 옆 안내판

 

10시 20분, 1시간 40분만에 하판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잠시 볼일을 보고 천도문으로 오르는 돌계
단 옆의 팻말을 보니 36km라고 표기되었다.
안내지도와 거리표기가 다르지만 출발점이 어딘지 모르고 고도는 2,800m로 우리 나라 백두산 보
다 더 높이 오른 지점이다.

 

긴 시간 자동차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있었던 관계로 계단을 타고 오르는 다리가 무겁다.
아니 어젯밤 호텔 입구 가게에서 모기를 쫓아가며 마신 독한 중국 술 탓인지 모른다.

 

 

                                           하판사 앞 광장에서 본 태백산

 

10시 34분, 3,000m급 봉우리들을 잠시 감상하고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들머리 바윗길로 들어섰
지만 이내 숨이 차고 발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현지 가이드를 불러 세운다.

 

 

                                                          광장 전경
                      

 

                                 꼬불꼬불 오른 도로와 칠녀봉으로 여겨지는 산군

 

 

                                              먼 산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2인승 케이블카를 홀로 타고 오르면서 보는 주변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조망 없는 바윗길을 오르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한다.

칠녀봉으로 여겨지는 봉우리 밑의 버스로 오른 꼬불꼬불한 도로며 아득히 먼 하늘아래 아슴푸레
보이는, 마치 마이산 같은 봉우리를 살펴본다.

 

 

                                          케이블카 도착점에서 본 천원지방

 

 

                                                하강기 착점 앞 판자길

 

 

                                                       하강기 안내문

 

11시 11분, 바윗길을 오르는 일행들을 발 밑으로 보니 미안하지만 도착점에 편하게 닿아 한동안
기다리고, 조금 떨어진 그네식 하강기 -확실한 이름이 궁금하다- 도착점에서도 시간을 보내며 그
것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보려고 했으나 아직은 하산 시간이 이른지 내려오는 사람이 없다.

낡아서 빠져 버릴 것 같은 판자길, 콘크리트로 만든 계단길, 그리고 돌길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봉황송

 

 

                                                             상판사

 

11시 46, 봉황송(鳳凰松) 앞에 이르자 한 분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참 여유롭게 보인다.

이 높은 곳에 상판사(上板寺)가 세워졌으며 도인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향을 권한다.
시주는 제각각 성의껏 하는 모양이나 나는 관심이 없으며, 아직도 머리위로 솟아 구름이 비질을
하듯 빠르게 스치는 높은 바위산을 바라보며 뜨거운 입김을 토해 낸다.

 

 

                                                             배선대

 

 

                                                부풀어 오른 빵 봉지

 

12시 05분, 해발 3,300m인 배선대(拜仙臺)에 올라서 작은 나무 그늘을 찾아 주저앉는다.
간식용으로 갖고 온 빵 봉지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었고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속이 안 좋고 머리가 띵한 것은 어젯밤의 술 탓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배선대 안내석판에 '上距 "天圓地方" 500米'라고 새겨졌다.
높게 보였던 암봉이 천원지방인가? 하여튼 올라보면 알 것이다.

 

고도 3,500m 이상을 高山草句林帶로 정하고 있는 표지를 지나 콘크리트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데
바닥에 '加油'라고 적은 글귀를 가끔 보게된다.
글자대로 해석한다면 기름을 넣으라는 말인데-
알고 보니 '힘내라!'는 뜻이란다.

 

 

                                              군인들과 콘크리트 계단 길

 

1개 중대병력쯤 되는 군인들이 줄지어 내려간다.
그러나 모두들 무표정이고 말을 하는 군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정상 부근에 군 시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정상을 오를 수 없다고 했다.
자연이 준 선물을 모든 사람들이 살펴보며 즐길 날이 언제쯤 오게 될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기대를 갖고 오르지만

 

 

                                              저 문을 들어 설 수 없었다.

 

12시 39분, 가게와 목조 건물이 선 곳에 이르러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앞서 오른 일행이 손사
래를 치며 "여기가 종점"이라고 한다.
"저 사람들은 들어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자 "중국 사람은 들어가도 되고 외국사람은 출입금
지구역이라며 막는다"고 한다.

 

우리들끼리 하는 말이었지만 중국 사람들 뒤를 따라 모른 척 들어가는데 외국인인줄 금방 알아채고
제지 하드란다
모르긴 해도 복장에서 차이가 난 것 같았다.

 

 

                                             상판사라고 새겨진 지붕 돌

 

도인상이 모셔진 지붕 돌에 상판사라는 붉은 글자가 음각돼 있다.
안내도에 의하면 배선대 밑 사찰이 상판사(上板寺)다.
또한 외국인 출입금지구역 위의 봉우리가 천원지방으로 해발 3,511m라고 표기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풍치가 좋은 곳의 바위마다 글자를 새겨 놓았다.
엉뚱한 곳에 정상 이름을 새겨놓고 그 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돈을 받기도 했다.

 

 

                                  천원지방 정상에 구름이 비켜가기를 기다려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산이 좋아 산을 찾았으면 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팔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암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구름이 순간 순간 스쳐 가는 기
회를 포착하여 사진도 찍고 사방팔방을 휘둘러보는데 발 밑 세계는 온통 잿빛이다.
산밑에서 볼 때 우리는 구름 위에 올라 있으니 보일 리 만무할 것이다.

 

 

                                                     배선대를 내려다보고

 

고도 2,800m까지 셔틀버스로 올랐으며 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하였든 난생 처음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이다.

글쓰는 재주가 없어 가슴속에 담은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지금껏 그러했듯 태백산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도 가끔 펼쳐보게 될 사진첩이 말해 줄 것이다.

 

12시 55분, 최고봉 산신령님께 술을 올리고 난 후 김경중 회장님이 "음복하라"며 건네주는 술 한
잔에 속을 풀고 발길을 돌린다.

 

 

                                               하강기 - 민병권 님 사진

 

10여분만에 배선대 밑의 하강기 앞에 모여 스릴을 맛보기로 한다.
안내문에 '滑索道'라고 표기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滑'자가 '화해할 골'자다.
두 사람이 그네 식으로 된 것에 걸터앉아 전장 500m를 초당 10m씩 미끄러져 내리는 동안 서로
화해하라는 뜻인가?

 

 

                                             하판사로 내려가는 바윗길

 

14시 04분, 이젠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바위 사잇길을 따라 하판사 광장에 내려섰다.
높은 곳에서 팔고있는 색다른 국수로 느긋하게 점심을 대신한다.

 

 

                                                     차창 밖으로 본 풍경

 

 

                                                 수력발전소 파이프

 

타이어에 물을 세 차례나 뿌리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차창 밖의 풍경은 오를 때의 반대편이어서
또 다른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찌그러진 물병

 

16시 06분, 입구에 도착하여, "안녕히 가십시오" 금새 몇 마디 배운 인사말과 함께 활짝 웃는 원
민 양과 작별한다.
그리고 산 위에서 빵 봉지가 부풀었던 것과는 반대로 물병이 찌그러 든 것을 발견하고 기압 차를
실감하며 우리의 전세버스를 세워 놓은 호텔을 향해서 달린다.

 

오늘밤은 서안 시내에서 묵고 내일은 위남시(渭南市)에 위치한 화산(華山)을 찾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