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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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을 찾아가는 길에 ‘청풍호’를 만나면서

호반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청풍랜드’에 잠시 머무른다.

 

같은 호수를 두고 충주에서는 ‘충주호’로, 제천에서는 ‘청풍호’로 부르지만

왠지 ‘충주호’는 땜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청풍호’라는 이름에선 아름다움과 다정다감한 느낌을 풍기기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늘은 ‘청풍호’라 말하고 싶다.

 

짙은 녹음의 산들로 에워싸인 아름다운 호반을 보고 전 양규후미대장이

백두산 천지 같은 분위기라며 사진 한 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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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을 끼고 가파른 산중턱에 걸쳐있는 굽이굽이 길을 돌아간다.

 

창밖으로 금강산의 축소판이라는 ‘금월봉’이 기막힌 장관을 보여주자 

잠깐 들렀다갔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후미대장이 토로하지만 못 듣고 그냥 스쳐지나간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아! 저것이 ‘금월봉’이로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니

잠시 들렀으면... 하는 아쉬움을 품고 맑디맑은 푸른 물을 담은 채 골짜기를 따라

멋스런 자태로 누워있는 ‘청풍호’를 바라보며 가는 마음은 어느덧 황진이 할머니의 시한 수를 생각한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 한번가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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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호젓한 산길에서 제천의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마을 앞

‘상천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산객들은 하산을 한다.(10:45)

 

암벽이 병풍처럼 산 능선을 떠받치고 있는 ‘금수산’의 ‘늘등능선’을 바라보며

‘운하교’를 건너 ‘백운동’ 마을길로 들어선다.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오래 묵어 더욱 보기 좋은 노송들이 있어 산행의 감칠맛을 더한다.

 

언덕배기 백운산장을 지나자 금수산 능선이 담을 두른 아늑하고 평온한 분지에

용천계곡을 끼고 들어앉은 ‘보문정사’에 이른다.(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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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암자와 돌탑들을 배경으로 입구 다리 앞에서 일행모두가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3.5km의 '금수산 정상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암자 언덕위에 하얗게 뒤덮은 ‘개 망초’와 자그마한 ‘산신각’ 그리고 모내기를 마친 파릇한 논과

옥수수 밭에 과수원이 있는 그림은 한 폭의 전원을 배경으로 한 멋진 풍경화다.

 

태생이 촌놈인 나에게 있어 이런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낭만인가.

 

산딸기도 빨갛게 익어가고 ‘고돌배기’도 싱싱하게 돋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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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과수원 끝머리에 서있는 커다란 ‘용담폭포’의 돌비석에서 우측 산길로 가파른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주 강촌 ‘검봉산’에서 건진 머리띠를 질끈 매고 묵묵히 걷는다마는

무더위에 온몸은 이미 흥건하게 젖는다.

 

일찌감치 신 양수회장님과 차 정희님, 곰돌이, 달건이와 함께

전 양규후미대장 소속이 되어 천천히 오른다.

 

지루한 나무 숲길 제1쉼터 골짜기 물에 손과 수건을 적시고 떠난다.

 

꽤나 올랐을 무렵, 쉼터에 벗어놓고 온 모자가 생각나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려니

더위보다 맴이 더 열을 받아 뜨거워졌다.(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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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쉼터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잠시 누그러트리고 가파른 깔딱 고개를 오른다.(12:00)

 

땀에 젖은 바지가 척척 감긴다.

 

매일 아차산을 오른다는 달건과 헬스를 한다는 곰돌이는 잘도 간다.

 

그나마 차 정희님의 걸음걸이가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산은 저렇게 곰곰이 생각을 하며 차근차근 올라야한다.

 

보고 느끼려 산에 온 거지 뛰어다니러 온건 아니잖은가.

 

뛰어다닐 거면 차라리 학교 운동장을 뛰지...

 

굼벵이의 쓸데없는 푸념도 해가면서 해발 900m인 제3쉼터의 기암 봉을 의지해

사진도 찍으며 마음에 여유를 찾는다.(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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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500m 남은 것으로 보아 여기가 ‘돌뫼 삼거리’쯤 되는 것 같은데

오늘 받은 산행 개념도에 표시된 산행 길은 어떻게 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표시 상에는 ‘오래골’로 올라 작은 문, 큰문, 서팽이 고개, 돌뫼삼거리로 해서 정상을 가는데

아마도 ‘오래골’이 아닌 ‘정낭골’로 해서 곧바로 ‘돌뫼삼거리’로 온 모양이다.

 

 500m거리의 정상을 향해간다.(12:55)

 

정상이 임박하니 능선 평지에 좋은 자리를 잡은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바쁘다.

 

조금 전 어떤 아줌마가 우리를 붙잡고 자리를 비워줬더니 어떻다는 둥

궁시렁 거리며 푸념을 하던데 아마 이 자리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우리도 정상 암봉 밑 그늘진 암반위에 자리를 잡고 곰돌이와 달건이 챙겨온

반찬과 밥에 상추쌈을 곁들이면서 곡차와 함께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는다.(13:35)

 

신 회장님이 가져 온 고소한 대추 떡과 과일로 디저트를 하고

머리맡 해발 1016m의 ‘금수산(錦繡山)’정상을 밟는다.(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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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최북단에 위치한 금수산 정상에 서니 이리저리 시원하게 흘러내린 짙푸른 능선들과

청풍호가 엮어내는 비경이 아름답고 저 멀리 월악산 쪽 능선들이 운해 위로 너울너울 거린다.

 

이 산의 원이름은 ‘백운산’이였는데 조선 중기에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이

단풍이 든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금수산(錦繡山)’이라 했다고 한다.

 

‘정상 석’ 뒷면에 단양군이라 표기되어있다.

 

단양군수 시절의 퇴계 이황을 거론한 이상 그를 사모한 나머지 목숨까지 던지며

사랑해야만 했던 한 여인의 지극한 사랑을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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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극한 사랑이야기는 가면서 더듬기로 하고 서둘러 벼랑길 철 계단을 내려간다.

 

정상 암봉 부위에 작고 앙증스런 이름모를 꽃이 수줍게 피었다.

 

날카로운 바위능선을 타고 ‘살개바위 고개’를 지나자 걷기 좋은 산 능선 ‘늘 등’ 길을 간다.

 

능선 길에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풀이 널리 깔려있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저 풀들의 끝을 묶어놓으면

사람들이 모르고 걸려 넘어지게 장난을 하던 풀이였는데....

 

‘퇴계 이황’은 부인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부인 허씨는 아들 셋을 낳고 병사를 한다.

 

당시 퇴계는 27세의 젊은 나이였는데 한참 후에 스승의 딸인 권씨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지만

그는 조선의 사화당시 가족들이 처참하게 맞아죽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이상해진 여인 이였으나

스승의 간곡한 부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여인으로 인한 웃지 못 할 일화가 여럿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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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심상찮아 일행들이 비옷을 걸친다.

 

선두에서 비 때문에 암 능선 길이 위험하니 중간에 하산 표지를 남긴다고 무전이 온다.

 

926고지인 ‘망덕봉’이 얼마 남지 않은 ‘얼음골재’(해발885m)에 도달해

좌회전 안내표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비탈을 내려간다.(14:50)

 

수없이 벼슬을 사양하던 퇴계는 어쩔 수없이 50대 중반 들어서 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고향인근인 단양군수직을 맞게 되고 그 곳에서 단양의 명기인 20대 초반 두향을 만난다.

 

매화를 유난히 좋아해 매화에 대한 시를 많이 남긴 퇴계는

매화에 얽힌 두향과의 세대를 초월한 사랑의 늪에 빠진다.

 

얼마나 더운지 비탈을 내려오면서도 땀이 절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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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만에 물이 흐르는 ‘어뎅이골’을 만나 땀으로 범벅이 된 육신을 찬 물로 식히며 발을 담그고 앉아서

곰돌이의 골뱅이에 후미대장이 준비한 곡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15:20)

 

이래서 아무리 좋은 산이라도 물이 있어야 좋다.

 

오를 때 모자 때문에 열을 받은 보상인지 웬 모자하나를 건지게 된다.

 

30여분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지루한 비탈을 내려간다.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으라.(生也全機現死也全機現)”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퇴계와 두향은 서로의 세대를 잊은 채 꿈같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만남도 이별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가.

 

공직을 수행하던 퇴계가 단양군수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가게 된다.

 

두향이 이별이 서러워 울고불고 했으면 아마도 대유학자인 퇴계 이황인들

어찌 거두어들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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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퇴계는 정신 이상자인 아내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을지언정 가정을 중시하는 대유학자이고,

두향 역시 퇴계를 정신적인 지주로 사모하는 마음에 한없이 그리워할 안타까움을 안고

고이 보내드리기 위해 마지막 밤을 맞아 서로의 마음을 토한다.

 


찬 자리 팔베개에 어느 잠 하마오리

무심히 거울드니 얼굴만  야위었고

백년을 못사는 인생 이별 더욱 서러워라.

 


두향의 애끓는 마음을 본 퇴계 이황은 그 이별의 슬픔을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어라.

 


라고 답하며 살아생전 만나지 못할 영원한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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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천휴게소 1.2km를 남기고 오르던 길과 만난다.

 

무더위에 지친 발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마을 어귀 과수원에서 용담폭포 돌비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후미대장을 따라 신양수회장님과 함께 300m 골짜기를 찾아간다.

 

나무 숲속에 숨겨진 거대한 암벽이 나타나고 30m높이의 절벽을 타고내리는 시원한 물줄기를 본다.

 

금수산 제일에 비경으로 꼭 보아야만 하는 용담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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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폭포는 상, 중, 하탕으로 형성된 ‘선녀탕’에서

30m높이의 절벽을 타고 물살이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진다.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세숫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보라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

 

 ‘선녀탕’에는 ‘금수산’을 지키는 청룡이 살았는데 주나라 신하가 명산임을 알고 산꼭대기에 묘를 쓰자

청룡이 크게 노하여 바위를 박차고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폭포다.

 

명작을 찾기에 바쁜 후미대장의 무전기로 시간이 없으니 빨리 왔으면  하는 송신이 자꾸 들어온다.

 

서둘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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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온 퇴계는 두향이 보내온 매화를 보는 것으로 두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며

살다가 마지막으로 ‘매화에 물을 주라’고 유언한 뒤 숨을 거둔다.

 

두향은 멀리서 늘 퇴계가 있는 곳을 향해 지성을 드리며 종신수절 하다가 퇴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26세의 젊은 나이에 ‘죽어서 퇴계를 모시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다.

 

이 얼마나 지고지순한 사랑이드냐. 세인들이 흉내나 낼 수 있으랴.

 

산을 좋아했던 ‘노산 이은상’은 단양을 들르면서 이런 글을 남긴다.

 

 


내 비록 풍류랑은 아닐지언정

두향의 무덤 앞에 꽃 한 송이 못 놓고

가는 것이 얼마큼 서운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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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급한지 산악회는 서두르며 재촉하니 덩달아 마음은 급해지지만 발걸음은 따르지 못하고

타박거리며 논두렁 밭두렁을 걸어 망 촛대 하얗게 너울대는 보문정사를 지난다.(16:55)

 

마을로 들어서는 옥수수 밭 길가에 오전에 오를 때 무심히 지나쳤던

접시꽃들이 많이 피어 그나마 맞아줄 뿐 산객들은 급하게 서두른다.

 

퇴계와 두향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을 그리며 내려오던 차에

접시꽃을 보니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을 연가로 몇 구절 부르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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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가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이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중략)

 

저 많은 묵정이 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은 망 촛대와 잡풀 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중략)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 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중략)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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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향의 퇴계를 향한 마음과 병들어 죽은 아내를 묻고 지었다는 시를 읊다보니 왠지

이 저녁에 까맣게 잊혀진 그리움을 후비고 파면서라도 찾아내 그 그리움 속에 한없이 빠져들고 싶구나.

 


늦게 도착한 쑥스러움에 서둘러 차에 탔는데 한사람이 부족하단다.

 

확인 한즉 정상능선에서 ‘미인봉’ 쪽으로 갔다고 하니 미아 된 산객을 찾으려 ‘미인봉’ 쪽으로 들어가

한참 만에 합류시키고 나서야 오전에 보지 못했던 ‘금월봉’에 잠시 들른다.(18:06)

 

흙속에 묻혀 있던 것을 공사를 하면서 발견했다는데 규모는 작지만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금월봉’은 날카로운 칼 능선 봉우리들이 삐쭉삐쭉 솟아 비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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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금월봉’을 배경삼아 왕건, 장길산, 제국의 아침 등

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 두꺼비, 날아오르는 거북이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얽히고설킨 모습의 장관을 둘러보고 서울을 향한다.

 

 

 

 

 

 


2007. 6. 23(음력5월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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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상도    편집: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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