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 들다.

 

      북한산을 가기로 마음먹었으나 청계산이 미답인 독수리형제의 요청으로

      가이더를 겸하여 청계산으로 들었다.

 

      산은 이미 푸르렀고 태양은 작열한다.

 

      자연은 철따라 이미 변해있는데 나는 철모르는 철부지........

 

      지난 밤 산행꿈에 부풀어 새벽에 잠깨어 오랜만에 도회의 여명을 보았다.

      뒤척이다 TV를 켜고 졸며, 깨며 있다보니 마나슬루의 풍광이 TV하나가득이다.

 

      다시 선잠에 들고, 깨어보니 택시를 타야 시간을 맞출 수 있어 기어이 택시를 탔다.

 

      그러면 일찍 일어난 건 다 무효인거야?( 쩝~)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으로 접어드니 비단길....

 

초행인 형제들은 동네뒷산같다고 연신 탓아닌 탓을 하는데

------ 이 것들아  동네 뒷산도 산은 산이고, 그 안에도 다 힘든 구간은 있는 법이야~

------ 조금만 기다려 봐~

 

지난주 대간구간에서 알바를 많이하여 몸풀기에 딱이라나 뭐라나.....

 

 

비단길이 끝나고 계단이 시작되니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도 매봉까지는 정말로 동네뒷산걷듯 쉽게 걸어 갈 태세.....

 

그 때 내가 태클을 걸었다.

- 오랜만에 산에오니 죽겠다.    감기도 걸리고.....

- 내 배낭이 무거우니 배낭안에 든 술과 안주를 해결하고 가자~

 

더운 날 빠르게 술잔을 돌리니 금방 효과가 나타나고,

계단을 오르면서 그 오만방자하던 태도는 사그라들었다.

 

 

매봉아래 막걸리주점을 마다하고 곧바로 망경대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따가운 햇살도 이파리를 뚫지못하고 틈새를 비집고 간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더운 날 나는 더운줄을 모르니~     감기녀석이 끈질기기는 하군........

 

 

서울대공원 동물들도 더위에 지쳐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일찍찿아 온 더위는 바위를 달궈놓아

군불을 지펴놓은 아랫목처럼 따뜻했다.

 

 

망경대직전 바위구간에서 빡센구간을 택해 내려가니 겁많은 독수리들은 웃음을 잃고,

묵묵히 고약한 산행대장만 따르는데 뒤통수가 걱정스럽다.

------ 동네뒷산 같다며.........

 

 

예전에는 없던 길이어서 나도 당황스럽긴 했으나 쾌속질주(?)하여 코스통과.....

 

먼저 내려와서 위를 향해 빨리내려오라고 채근하였다.(  심통하고는. ㅉㅉㅉㅉㅉ)

 

망경대를 통과하고 망경대건너편 바위에 기어올라 그 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데서 점심을 먹느냐,  오금이 저리다 불평도 있었지만

오늘은 내가 산행대장이니까 내 맘대로????!!!!!!!

 

-------- 사실은 나도 무서워~ 

 

 

길도 아닌 곳으로 먼저 바위구간을 내려서다 반바지차림으로 드러 난 무릎에서 살짝 붉은 꽃이 피다.

------ 죄를 받는 구만.........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하산하는 구간에서는 널널산행모드로 급선회하여 피톤치드를 배불리 마시다.

 

 

하늘은 맑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계곡을 찿게 만들다.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였으며 빈약한 계곡물은 오히려 심리적 더위를 배가시켰다.

 

산행종점은 지척인데 하루는 아직 많이 남아 여유롭다.

 

 

푸른 빛이 뚝뚝 떨어지는 숲속에서 담소는 이어지고,  오랜만에 산행하는 나는 산고픔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독수리형제들의 형제애는 6월의 숲처럼 싱그러웠다.

 

산그리움으로 몸살을 앓던 나에게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준 독수리남매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