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만어고개(만어치) - 산성산 - 남기리 정문(旌門)

 

2007. 06. 03

 

홀로

 

흐리면서 뿌옇고 더운날씨

 

 

 

<산성산에서 내려본 "밀양">

 

 

 

 

 

 

                                                                          <산행경로>

 

                                                            1. 만어고개(만어치)            <07 : 05>

                                                            5. 칠탄산 갈림길                <08 : 05>

                                                            7. 385.3 봉                       <08 : 55>

                                                         10. 산성산 앞 임도                 <10 : 10>

                                                         11. 산성산 정상부 전망대         <10 : 45>

                                                         12. 활성강변 횟집 뒤편 하산     <11 : 40>

                                                               남기리 정문마을               <12 : 10>

 

                                                         <번호는 윗 지도 표기>

 

                                                           거리 10.3 km

                                                           소요시간 5시간 05분

 

 

 

 

오늘은 만어산-산성산까지 길을 이어감으로써 그간의 여정(총 6회)에 종지부를 찍게된다. 영남알프스의

능선길을 이어 오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주저없이 가야할 산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남알프스의

중심과 변방을 두루 섭렵해보는 기쁨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삼랑진 역사 앞에서 아내를 보내고 택시를 탔다. 만어사까지 가서 지난 주의 산길로 올라 내려선 지점에

서 되짚어 갈 예정이었으나, 일대 산을 좀 안다는 기사님의 호언과 배려로 만어치(만어고개)까지 오르

게 되어 시멘트 포장길 200 여미터를 잇지 않게 되었다.

 

 

만어치에서 잠시 걸으니 [99 임도시설 용전지구]를 표기한 곳에 다다른다. 건너편 산길이 수풀 속에서

좁디 좁아 보인다. 각오했던 대로 성가신 수풀이 진행을 더디게 한다. 고개에 올라서니 산불지역이다.

불탄 고사목이 을씨년스럽게 혹은 치솟거나, 혹은 널부러져 있고 덩쿨들이 그 위를 아무렇게나 휘감아

오르면서 나목의 주검을 감싸고 있다. 섬뜩한 초록이 괴기하게 빛난다.

 

 

 

그것도 모자라는 지, 어디선지 구성진 곡소리가 계곡에서 울려오는 듯하다. 초상이나 상례를 치르나하

다가 산비둘기들이 나즈막히 울어대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다. 허참! 분위기에 딱 들어맞네...... 홀로가

는 이 중생을 다만 굽어 살피소서...... 잠시 후 구성진 흐느낌이 멎는다. 

 

 

<그래도 이 정도면 깔끔한 경치다.>

 

 

<겨우 공터로 내려서 숨을 돌리는데 우측 소나무 사이로 또다시 수풀 속을 진행해야 한다.>

 

 

 

4번 지점에서면 처음으로 전방 조망이 열린다. 멀리 산이 파진 흔적 위로 산성산이 솟아 있다. 그리 높

지 않은 산(391.4)인데도 제법 위세를 드러낸다. 숲 속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산릉의 느낌을 잘 정리하

고 있어야 길을 잃지 않는다. 오늘은 GPS 훈련(원래 아둔한 기계치인지라)을 나름대로 하고 와서 지

난 번 처럼 초반의 기록이 누락되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형도와 함께 잘 보존된 리번들 덕에 무난한 진행을 이어간다. GPS 와 디카는 지점과 시간

을 일치시키는데 확인용으로만 쓰여 효용을 극대화하는데 아직 역부족이다.

  

 

<솔그림자 짙은 공터에서 홀로 존재함의 느낌에 한껏 젖어본다>

 

 

산길은 그런대로 평탄하다. 우측으로 리번과 함께 칠탄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다. 칠탄산은 얼핏 그

림자로 가늠되지만 우거진 수풀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 길은 서쪽 방향으로 틀어진다.

경삿길을 완만히 오르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난다.

 

 

나물 채취를 하러 온 동네 주민 세분이다. 이른 아침에 뜻밖의 만남에 눈이 휘둥그레진 건 그들도 마찬

가지다.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안도감으로 몇마디 주고 받게된다.

 

 

"우리는 어릴 때 부터 일로(이리로) 올라와가꼬 기차가 지나댕기는 거 구경하고 그랬지. 산길도 별로 안

좋았지만 그때 뭐 놀끼있나. 그저 기차만 봐도 재밌고 그랬는데.....  그란데 요새 길이 좀 좋아졌어. 얼

마전까지만해도 이 길이 안이랬는데... 마이들 댕기더라꼬. 그런데 혼자 댕기는교?"   이곳에서 자라고

나물을 채취하러 다녀도 매봉, 칠탄산, 산성산은 모르고 대신 도둑골(실은 도득골), 칠탄정, 활성동과 살

내교는 잘 알고 계신다. 산이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잔잔한 봉우리들의 오르내림이 두어번 이어지고 385.3 봉에 이르렀으나 조망없이 그냥 스치게 된다.

(지점 7).  거친 잡목의 봉우리를 하나 더 넘으면 산길이 크게 우측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 지점을 숙지해야하는데, 직진길에 비해 뚜렷한 길의 대비와 리번으로 인해 길을 놓칠 가능성은 없

다. 부언하자면, 아래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친 묘가 하나 나오는데 지나고 보면 묘비가 수풀 속

에서 조금 드러나게 된다. 왠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처사 안공지묘"라 산거북이의 종씨임을

확인하였다.   거기서 몇 발자욱 더 진행하면 우측으로 길을 꺾어야 한다. (아래사진 :주의지점)

 

 

 

 

다시 진행방향은 줄곧 서쪽으로 이어가게 되고, 두 군데의 봉우리를 완만하게 오르락 내리락한다.

지점9 에서 거칠고 잡목이 많은 등로가 얇은 등산복의 팔 다리에 사정없이 가시에 찔러대니, 어렵사

리 진행을 해야한다. 우측으로 전망이 터지는 곳에서는 경사가 가파른 길로 트래버스를 하게 되는데 

발 아래는 산성터였음직한 축석들이 계속 밟힌다. 이른바 자시산성의 흔적이 이어지는 듯하다.

(아래 사진)

 

 

 

<능선이 아닌, 좁게 난 길로 진행하면 우측으로 만어산이 솟은 장면이 보인다. 지점 9.>

 

 

방향이 북서로 꺾이면서 완경사로 내려서면 얼마지 않아 임도가 드러나게 되고 더이상 거친 수풀 길

은 없다. 임도 건너편의 단아한 묘터와 벤치는 앞으로의 여정의 순탄함을 암시하는 듯. (아래사진)

 

 

<묘지 좌측으로 완만한 솔 숲 길이 열린다.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산성산 자락이다.>

 

 

 

<산성산 오름길은 산책길이다. 이제껏 고생스러웠던 여정의 모든 피로를 씻겨주는 등로. 감미로운 음악

이 들릴 것 같은 안온한 황톳빛 길과 싱그러운 초록...... 감격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여유있게 산행해서

그런지 이때부터 상쾌함이 온 몸을 적시는듯,>

 

 

<솔 숲길. 정상이 얼마남지 않는 곳에 곡선진 벤치가 좀 누워서 가시라 권한다. 바로 위에 정상석이 있

는 줄 모르고 드러누워 하염없이 그간의 여정을 되새겨 본다.>

 

 

 

<그래서 전망없는 정상을 휙 지나게 된다.>

 

 

 

정상을 지나자 마자, 정상보다 몇미터 고도가 낮지만 정상부로서 손색이 없는 바위지대에 도착하고

산불감시초소를 전망대로 겸용하여 만든 정자가 조망을 한껏 시원하게 한다. 날씨가 흐려 아쉬웠지

만 사방팔방의 조망이 훤히 트인다. 오늘 산행의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송신탑이 희미한 만어산 방향이다. 만어산-산성산 줄기와 칠탄산 사이의 계곡은 구서원(옛 덕성) 일대

와 구서원 고개에서 내려오는 덕성천으로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산행 내내 끊이지 않는 공사의 소음과

칠탄산 쪽을 완전히 파헤친 저 공사는 다름아닌 골프장 공사다.  이른바 밀양 표충 컨트리클럽(표충CC)

조성 사업으로 알려진 이 공사는 일대 부지에 27홀의 대중골프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때까지 칠탄산 아

래 구서원 계곡이 굉음에 덮힐 것이며.......  

 

 

 

내려설 지점과 가장 가까운 남기리 정문마을을 자락으로 건너편에 종주길의 출발지인 비학산이 미끈하

게 솟아 굴던바위와 신선봉 보두산 낙화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비학산의 등로 1/3 지점

이 눈으로 확인되는데, 아마도 지나가게 되는 묘터일 것이다. 이곳에서 비학산 방향으로 날등을 고집하

며 진행해야 한다. 좌측의 가곡동으로 뻗어난 좋은 길은 용두산까지 이어져 시민들의 훌륭한 산책로가

되는 모양이다. 이에 비해 비학산 쪽 등로는 조금 인적이 드문 등로다.

 

 

 

 

<단장천 방향이다. 단장천은 많은 산줄기들 틈에서 지류를 합류해나가는 강 줄기다. 큰 줄기 하나로

흐르면서 지류(언남천, 동천,구천, 시전천, 용포천, 안법천, 덕성천, 배내천)를 받아들이는데 본류의 흐

름은 승학산, 정각산,천황산 재약산, 향로산 아래를 거슬러 배내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형세라고 볼 수

있다.>

 

 

 

 

<활성강변 식당 바로 위 암벽에 서면 단장천의 하류를 잘 볼 수 있다. 지금의 수량은 적어도, 단장천을

천황산과 재약산의 아름다움과 승학산과 정각산, 향로산과 향로봉의 멋과 어찌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

을까. 단장천을 산줄기 이름에 적용하시고 싶은 분들은 단장천의 본류와 지류의 흐름을 살펴보고 한번은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산줄기의 최저점에 내려섰다. 저 암봉에서 이리로 하강하기가 꽤나 경사졌다. 산행 종료!!>

 

 

 

 

도시락에 점심도 그대로고 간식과 얼린 물도 반이상 남았다. 헛짐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아쉬워

이 걸음 그대로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땡볕이 내려 쬐는 한낮의 더위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어쨌거나 단장천을 건너야 한다.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살내교를 건너 살내교 아래서 땀을 씻

었다. 강물에 땀을 씻어 보는 것도 얼마만인가.

 

 

근처 용두산 일대에 화살용 대나무가 많이 나서 한자 이름으로  전천(箭川) 이 원래 마을 이름이었다.

이 화살 箭의 훈을 따 '활', 마을 입구의 성터(양장성)의 성을 따서 활성마을이라 불리우고 있다하니 활

성! 이곳이 더욱 정감이 간다. 게다가 이 다리가 살내교라고 하니 그 살도 바로 화살(箭)을 의미한다는

것과 전천의 원래 우리말이 살내임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30분 걸려 이곳 정문마을에 도착하여>

 

 

 

<바로 앞 가게-낡고 낮은 함석지붕의 집인데 흙집이라 토굴같이 시원했다-에서 맥주와 커피를 사서

홀로 자축연을 원샷으로 마치고 벌렁 누웠다.

 

 

하늘은 파랗고 초록빛 그림자는 시원하다.

 

 

 

<영남알프스를 변호하면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워도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할까. 체계적 분류는 대원칙이라는 점에서 논의할 식견

과 경험도 없기에 산줄기에 관심을 가지는 입장에서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다만, 영남알프스의 이름

에 관해 한번 변명을 하고 지나가자. 지역 일대의 산명 "영남알프스"의 생뚱함은 오래 전부터 식자들의

당혹함을 불러일으켜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제국주의 일본의 전략적 사고는 아니라는 점만 허용

할 수 있다면, 이미 굳어지고 통용되는 산군(山群)의 닉네임임을 이해해 줄 아량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영남알프스 대신에 영남고산대(산거북이도 제법 사용해보았다)를 비롯해 다양한 시도가 행해졌지

만 쉽게 고쳐지지도 않을 뿐더러 그들 또한 옹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분야의 학술명칭과 행정

명칭도 그렇지만, 그외에 일제시대의 흔적과 제국주의 통치전략과 별도로 이뤄낸 그들의 학문적 성과의

흔적이 얼마나 산재해 있는가. 그런 것에 일일이 극일의 잣대를 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나름대로 바람직한 작명을 하여 보급운동을 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겠다. 기꺼이

동참할 용의가 있고 노력할 수 있다.<산거북이 ahs2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