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7. 5. 5 (토)

어디로 : 영남알프스 고헌산(高獻山. 1,033m)

누구랑 : 홀로이

산행코스 : KCG파크 - 경주 이씨묘 - 전망대 - 1,020봉 -

          정상 - 방화선 - 전망대 - 헬기장 - 소나무봉 - 보성빌라

산행시간 : 총 5시간 30분


 

3일전에 찾은 명필봉, 취경산은

소담스럽고 때묻지않은 청정무구 묵은 산길

마치 에덴을 거닐듯 평안히 다녀왔지만

뭔가 10%는 부족한 듯 잔잔한 아쉬움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이 발길 재촉하니

지나다니면서 늘 맘 속에 남겨두었던 숙제

영남알프스 7개 봉우리중 막내

유일히 미답이었던 고헌산을 찾기로 한다.

시간은 후딱 지나 이미 11시 50분!

덕성스런 모습의 산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이내 숲 속으로 젖어들다.

침묵하는 듯하지만 깨어있는 산이다.

생명의 몸짓이 고요속에 분주한데

숫꿩이 힘차게 반가이 인사한다.

“꿔~~엉!!”...  (“환~~영!!”)

지그재그로 난 길을 시그널을 따라

묵은 낙엽 층층인 길 쉬엄쉬엄 이어가다.

총총이 등장하는 야생화, 자생란들

쫑쫑대는 산새에게 같이 쫑쫑 화답한다.


 

--그대를 늘 그리지만

  난 한 마리 새장안에 갖힌 새라.

  아스라이 먼 그대

  이제야 찾아와 그 품에 안겼나니

  타래얽힌 세상사 잠시 접어두고

  비록 짧디짧은 반 나절이지만

  머무는 동안 빛나는 5월이길!--


 

얼음물을 마시며 첫 쉼을 갖다 (14:10)

희고 노오란 제비꽃과 별무리같은 양지꽃이

해말간 웃음띤 채 길 섶으로 이어지고

이름모를 난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고도를 높일수록 푸르름은 사라지고

오름 이어가니 문득 가을 분위기다.

하늘향한 활엽수가 이제야 싹 틔우고

머리 위 쏟아지는 5월의 맑은 햇살

그래, 마음껏 내리쬐어라

온 몸을 내어놓고 열기조차 마다않다!


 

나무터널 길을 새 소리 벗삼아서

몽긋몽긋 철쭉 봉오리 입마춤 해가며

거친 길을 이어 전망대 올라서니(14:55)

지나온 산길이 꿈결마냥 드러나고

흘러내린 녹음자락 속살 다 내보인다.

지척의 1,020봉 고개들어 올려보니

바위위에 거대 물체 검은 빛이 서성인다.

멧돼지는 아닐테고 산양인가 다시 보니

반지르르 검은 윤기 통통히 살오른 채

보아하니 4마리라, 흑염소가 틀림없다.

이 고지에 웬 일인가 방목하나 기이한데

행여 두려운 맘 스틱치며 접선하다

“아그들아, 길 열어라

 이 누님 좀 지나가자”

귀를 쫑긋 세우다가 골 아래로 달음박질

단란가족 나들이길 방해해서 미안터라.

흑염소 떠난 자리 1,020봉 올라서니

무리지은 돌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15:00)


 

인적 하나없는 고헌산 정상!

고헌사 3.0, 소호령 2.0

와항재 3.0 삼거리 이정표

지척의 고봉들과 이어지는 산 그리메

눈에 익은 풍경들이 흐릿하게 펼쳐지고

때늦은 감 있지만 정상석에 찜을 한다.

파이와 커피 한 잔, 과일 하나 배 채우니

눈치빠른 까마귀가 원 그리며 보채누나.


 

다시 일어나서 방화선 걸어간다(15:30)

성형 부작용 일그러진 형체이나

인재 결과 보여주는 타산지석 삼으려마.

산불감시초소 홀로이 길 지키고

급내리막 거친 돌길 시나브로 진행하다.

이내 다른 모습 운치있는 길 잇다가

한 웅큼의 취나물과 고사리 세 대 꺾다

굵디굵은 고사리  눈물방울 보았다!


 

암릉에 이어 전망대 지나쳐서

잡목에 숨은 헬기장 통과하니

갓 조성한 소나무숲 질서정연히

양 갈래로 도열하곤 씩씩히 맞이한다.

바닥도 아니뵈고 앞도 가리워서

진군하는 용사인 양 온 몸을 부대끼며

산새소리 응원삼아 행군길 잇는 터에

햇 솔향 진동하니 코 끝이 알싸하다

松花가루는 끝없이 바람에 흩날리고!


 

행복한 걸음 끝 올라선 곳, 소나무봉이라.(16:30)

이제 내려가야지 세상 속으로

큰 나무가 쓰러져서 길목을 가로막고

완전히 몸 낮추고 인사하고 떠나란다.

급내리막 하산길은 밀림이 연상되고

묘지 한 켠에서 목을 축이는데

영양실조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었다.


 

물 마른 계곡을 관통하다(17:10)

春情 못 이긴 숫꿩이 긴 울음 토해내고

소생과 화평의 숲 벗어나니 마을이 가깝고나.

막바지 모내기 준비 한창인 무논들과

개골개골 개구리의 반가운 고향음향

눈에 익은 시골풍경 잠시 넋을 빼다

돌아서서 산 자락에 작별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