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산과 축령산의 연록색 숲길을 온종일

2007.04.28(토, 맑음)

도농역(08:20)→비금리(09:20)→임도→능선(10:10)→전망대(10:50)→화채봉삼거리(11:10)→서리산(11:30~40)→절고개(12:20)→축령산(12:50~13:00)→남이바위(13:20)→전망대(13:50~14:20)→임도(14:30~40)→오독산(15:10)→파워고개→운두봉(16:00)→임도(17:00)→대성농원(17:40)→마을어귀(17:50)→대성리MT촌→경춘국도(18:20)





근 1년동안 떠돌다 포도청에 들어가 예전처럼 지지고 볶다보니 잿빛 산하가 연록색으로 변해 버렸고 여름기운이 찾아들기 시작한다는 입하도 가깝다.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들 모두는 시냇물에 밀려가는 모래알처럼 자신보다 약한 자는 밀기도 하고 힘센 자를 만나면 돌아도 가면서...

정신 노동자는 대게 좋은 환경에서 권세까지 누리는데 반해 육체 노동자는 품삯 받아내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으니....
강자와 약자의 중간에서 상반된 이해를 조정하고 공사책임을 맡고 보니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하면서 예전에 몰랐던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현장 근로자는 어쩔 수 없는 열약한 작업환경인데다가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땀 흘려야 하니 사람대접 받기도 힘들고....
인생살이가 즐겁다는 말은 솔직히 좋은 환경에 있는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집사람도 중국 가고 없으니 오늘만은 멀리 떠나봐야겠다.
지난 가을 눈인사 드린 서리산과 축령산을 뵙고 싶다. 교통편(도농역앞, 330-1번 내방리행)도 편리하니...

▼주금산에서 바라본 서리산과 축령산


▼철마산 가는 길에 바라본 서리산(좌측)과 축령산(중앙)


가양초교 지나 골짜기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몽골문화원 지나 고로수 마을이 종점이다.
다리 건너 임도따라 이리저리 오르니 골짜기 건너편으로 에덴 요양원이 보이고 전면에 뾰족한 봉우리도 보이는데 서리산정상일 것 같다.





▼가운데 우뚝 솟은 곳이 서리산의 화채봉


임도변에 들머리가 있을 것 같아 살펴보니 리본 하나가 팔랑대며 이곳으로 올라 오시란다.
가다보면 서리산과 연결되리라 보고 흐릿한 길로 무작정...

계곡 언저리 따라 숲속을 돌아가다 보니 진행방향이 계곡을 건너 되돌아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조건 산사면으로 오를까 하는데 저만치 산나물 채취하는 분이 보인다.

이제 한창 물이 오르는 연한 산나물 고추장과 보리밥 참 좋겠는데 봐도 모르고 시력도 좋지 않으니....
반갑게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두룹나무가 가끔 보이기 시작한다.

탐스럽게 부풀어 있길래 한두개 따먹어 보니 향긋하고 좋은 것 같은데 조금 있으니 배가 이상하다.
생것으로 먹었으니 독이 있는지
이렇게 싹이 나올 때마다 모조리 따먹으면 결국 잎새가 없어 죽을 것 같은데 미안한 생각도 들고....

전망 트이는 곳에서 풋고추 된장 찍어 곡주 한잔 하고 내려다보니 건너편으로 주금산이 반갑고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저멀리 우뚝 솟은 곳이 천마산


▼두리뭉실하게 솟은 곳이 철마산


▼우측으로 우람하게 솟은 주금산


화채봉 바위지대 넘어가니 완경사지가 정상까지 이어지는데 아주 오래된 진달래가 여기저기서 반겨주고 철쭉들은 몽우리가 통통하다.




흙이 좋아선지 진달래와 철쭉의 발육상태가 좋고 키도 어른 키 정도로 크다.
사이사이 노랑 제비꽃 군락의 환영을 받으며 진달래 터널을 빠져 나오니 운악산이 가깝고 청계산과 화학산도 구름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듯하다.




▼서리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금산



▼희게 빛나는 곳이 운악산



저 건너편 희뿌연한 산사면이 골프장일 것 같은데 저놈들 때문에 산하의 여기저기에 큰 흉터가 생겼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골프장과 스키장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지...

서리산 정상(825m)지나 방화선 따라 내려가니 절고개다.
부근엔 잣나무숲이 여기저기 형성되어 있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잣나무향이 그윽하다.


야유회 오신 분들이 떠들썩하게 흩어지더니만 주변을 마구 헤집고 다닌다.
어린 아이들이라면 귀엽지만 어른들이 보물 찾는다며 돌을 걷어치우고 새순을 마구 짓밟는 모습은...

축령산 오름길 역시 비옥해서인지 온갖 야생화로 가득하다.



▼ 오름길에서 만난 바위를 자세히 보니 밤알만한 흰색 돌이 신비롭게도 골고루...


산 정상(879m)을 알리는 돌탑 옆엔 태극기가 휘날리고 몇 분의 산님들이 먹거리 펼쳐 놓고 정경사진 담고 있는 나에게도 곡주한잔 따라주신다.



▼축령산에서 바라본 서리산 모습


또 하나의 계곡이 가평군 상면 쪽으로 뻗어 내리고 능선은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다.

▼ 저 아래 골짜기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는 것 같고


▼가운데 솟은 곳이 오독산 그 뒤로 운두봉


남이바위쪽으로 이동하다보니 하산코스다.
남이장군 즐겨 쉬시던 바위에 올라 천마산에서 철마산 거쳐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보고 발아래 짙푸른 잣나무 숲도 보니 나도 장군이 된 듯한 기분이다.



하산코스 살펴보니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내려가다가 수동면쪽 잣나무숲으로 빠지면 좋겠다.
지나쳐 온 능선 어디쯤엔가 그쪽 능선으로 빠지는 길이 있을 듯싶다.

정상쪽으로 되돌아가면서 찾아보니 희미한 산양발자국이 보인다.
무조건 따라가니 엄청 급경사지다. 미끄러지듯이 내렸다가 우측으로 접근해 가니 제법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전망 좋은 곳에서 발 벗고 저 멀리 천마산 바라보며 시원한 곡주부터.....



아침고요수목원이 가평 쪽 산자락에 보이고 이내 임도로 빠진다.
수동방향 임도 따라 가다보니 서너개의 리본이 이리로 올라 능선 따라 가면 좋다한다.




그래 오늘은 덥지도 않으니 잣나무숲길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 길로 가는 것도 좋겠구나
30여분 오르니 오독산 정상이다.


건너편으로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이고 남북으로 능선이 뻗어간다.


이쯤에서 수동면으로 빠지는 능선 길을 찾아보니 아니 보인다.
허는 수없이 외길 능선 따라 안부로 떨어지니 계곡으로 빠지는 길도 보인다.

여기까지 왔으니 저 앞 봉우리만 올라가면 청평과 한강이 보일 것 같은데 하니 햇님께서도 아직까지는 괜찮으니 올라가보라 하신다.
그렇지 저 봉우리엔 분명히 우측 능선 따라 가는 길도 있을 거야

30여분 오르니 운두봉 헬기장이다.
예상대로 저 멀리 한강이 보이고 좌측으로 깃대봉, 우측으론 원대성리다.




▼ 하산중에 오독산과 축령산에 눈인사 드리고


우측 능선으로 가면 수동면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겠지 하며 달려가는데 갈림길은 아니 보인다.
어둡기 전에 하산해야 하니 무조건 길 따라 가는데 예상과 달리 청평방향으로 빠진다.

계곡엔 기도원인지 집 한 채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제부턴 편안히 임도를 따라간다.
지름길 같은 길로 넘어가니 허름한 집 한 채가 보이고 계곡물도 졸졸 흐른다.
지금까지 오면서 물 구경 못했으니 반가운 마음에 실컷 마시고...

내려가면서 깊은 소를 찾아보는데 마을이 가까운데도 아니 보인다.
온종일 수고한 발이 아무데서나 하자며 난리다. 이내 흐르는 물속에 담그니 시원하다며 좋아한다.
오늘 수고 많았지 그 조그만 발로 먼 길을 왔으니...

마을 뒷동산엔 벌서 달님이 걸쳐 있고 텃밭엔 마늘 파가 싱그럽다. 나도 저렇게 살아보면 좋으련만....






마을 어귀 빠져 나오니 꽤 넓직한 신설도로가 지나간다. 서울 가는 차편은 대성리 쪽으로 40여분 가면 있단다.



시냇물 따라 가는 길가엔 MT마을이 계속된다.



요즘 돈 없으면 자식 키울 수 없을 것 같다.
어학연수, 학원, 과외비 등으로 자식들 뒷바라지 정말 장난이 아닌데....
부모 늙어 골골할 때 저 녀석들 돌아볼 런지...

경춘 국도변에 청량리행 버스출발지가 보인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녀석 밉지만 이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저녁이라도 함께 해야겠다.
남양주 시청앞에서 만나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생맥주 집으로
이 녀석 식성도 달라졌는지 그토록 좋아하는 멍멍이를 싫어하다니...

카드 보증 때문에 살던 집까지도 곧 빼앗기게 된다니....
너를 도와줄 수 없는 형의 마음도 무척 아프다. 듣기 싫은 소리지만 깨진 항아리 물 부어봤자 헛일이니....

이제 바랄 것이 무엇이겠느냐
타고난 기질은 변할 수 없겠지만 한 가닥 바램이 있다면 너의 실패를 교훈삼아 자식들만큼은 잘 되도록 남은 삶으로 본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고 저마다 타고난 운명의 틀 속에 있다 해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본인의 마음자세와 실천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부디 새로운 모습 보여 주길 바란다.

아무리 밉다 해도 옆길로 지나가는데 못 본체 할 순 없지 않은가?
만나보면 괴롭고... 형제라 할지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참으로 괴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