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고려산-수도권 진달래명산 1번지

 

 


 


 


   진달래 명산을 찾아 

 

  우리나라 진달래명산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산은 여수의 영취산(439m)이며, 영남지방에서는 대구소재 비슬산(1,084m)이 대표적입니다. 한편, 수도권의 경우 비록 영취산과 비슬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강화도의 고려산(436m)이 손꼽히는 명소입니다. 영취산의 진달래는 이미 만개 되었으나 비슬산은 해발고도가 높아서인지 아직도 피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주 고려산을 다녀온 한 등산객이 이번 주말 진달래가 만발할 것이라는 귀중한 정보를 산행후기에 올린 덕분에 필자는 이 산을 답사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고려산만 답사하기에는 너무 산행거리가 짧으므로 남쪽에 위치한 혈구산(465m)과 퇴모산(338m)을 연계 종주하기로 합니다. 

 

 


  산행들머리인 미꾸지고개

 

  4월 들어 네 번째로 맞이한 일요일 아침, 48번 국도를 따라 김포를 지나 신강화대교를 건넌 전세버스(N산악회 주관)가 강화를 통과합니다. 버스가 좌회전을 시도하려는데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을 보면 고려산 진달래를 보러 나온 방문객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는 수 없어 계속 직진하여 송해를 지나 대촌에서 좌회전하여 좁은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약간의 오르막인 미꾸지고개에 정차합니다(10:00). 

 

 


  진달래가 반겨주는 낙조봉

 

  신속하게 동쪽의 등산로로 진입합니다. 오솔길처럼 보이는 호젓한 산길로 들어서니 상쾌한 숲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그러나 줄지어 오르는 등산객으로 인하여 제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동쪽으로 뻗어있는 등산로를 따라 가노라니 능선양쪽에 높은 산이 없어 눈길이 탁 터지지만 가스로 인해 선명한 조망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등산로 주위에 간간이 피어 있는 진달래가 반겨주는데 아직까지는 여느 산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된비알인 315봉을 치고 오르며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고 사람들이 감탄을 합니다. 맞은 편에서 오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한 마디 하면서 지나갑니다. 
  "고려산 정상의 꽃과 비교하면 이건 진달래도 아니라오!"


 

  경지정리가 잘 되어있는 광활한 농경지


 


  정상주변에 얼마나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 하면서 낙조봉을 오릅니다. 사람들은 산정주변을 물들이고 있는 진달래를 카메라에 담느라고 매우 바쁘게 움직입니다. 낙조봉 정상(350m)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행선지만 적어 놓았을 뿐 거리표시가 전혀 안되어 있는 이른바 백지이정표입니다(10:52). 이런 모양의 이정표는 혈구산과 퇴모산을 돌아오는 산행 내내 목격됩니다.     


 

  내가 저수지

 

 

   진달래 군락자가 보이는 315봉


 

  뒤돌아본 지나온 315봉


 

  낙조봉 이정표


 

  북서쪽의 별립산

  

        
  가야할 동쪽 능선에는 군사시설물이 있는 고려산 정상이 우뚝 서 있고, 북서쪽으로는 골산의 풍모를 갖춘 별립산(400m)이 독립된 산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남서쪽으로는 내가저수지 주변 넓은 농경지 뒤로 석모도의 상봉산(316m), 낙가산(267m), 해명산(327m)이 방파제처럼 드러누워 있으며, 남쪽으로는 저 멀리 체육행사시 성화를 채화하는 성산(聖山)인 마니산(469m)이 아련합니다. 

 

  지나온 315봉


 

  가야할 혈구산(중앙 높은 산)과 퇴모산 (우측)

 

 


  서해 낙조대

 

  필자는 지체 없이 오른쪽 산허리에 위치한 낙조대로 향합니다.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파릅니다. 이곳으로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어 내려가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바위 능선 끝에 조그만 해수관음보살이 서 있고 그 앞에 사람들이 낙조를 감상 할 수 있는 시설물이 보입니다. 몇 명의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우측으로는 방금 지나온 고려산 능선이 바로 눈앞에 보입니다(11:00).


 

  낙조대의 해수관음상


 

  지나온 주능선 봉우리


  밝은 낮이 지나고 어둠의 세계로 들어서는 분수령인 낙조! 이 낙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속엔 또 하루가 지난다는 감상에 젖습니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서해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다 지평선과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누구든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지 결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망대해에서 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지구가 둥글며, 당시의 정설인 천동설을 뒤엎고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정말 위대한 과학자입니다. 


  낙조대에 와서 너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석양(夕陽)이 점점이 떠 있는 섬 사이로 가라앉으며 세상의 저 편으로 모습을 감추는 낙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맥박이 거칠어집니다. 낙조대의 일몰풍경은 강화 8경의 하나라고 합니다.   


 

  진달래 뒤로 보이는 별립산

 

 

  고구려 시대의 사찰인 적석사

 

  낙조대 아래에는 적석사가 위치해 있는데 산비탈의 누각 앞에는 사람들이 서서 기도하는 모습이 나무사이로 보입니다. 아래쪽으로 사찰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떠납니다. 

 

  적석사는 고구려 장수왕 14년(416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하는데 병자호란 때 정명공주가 이곳으로 피난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또한 인도에서 온 천축조사가 고려산 정상의 오련지라는 연못에 핀 다섯 송이의 연꽃을 공중에 날려 오색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청련사, 백련사와 폐사된 흑련사 및 황련사와 더불어 적석사(일명 적련사)를 창건하였다는 설화를 갖고 있습니다(자료 : 적석사 안내문).


  이 절의 동편 돌 틈에서 나오는 맑고 찬 샘물은 나라에 변란이 일어나거나 흉년이 들 때면 마르거나 갑자기 물이 흐려져 마실 수 없다고 하는데, 지난 1910년 한일합방 시 물이 마르고 6.25동란 시 갑자기 흐려져서 마시지 못 했다고 전해집니다(자료 : 강화군 홈페이지).   

 

 


  고인돌 유적지

 

  낙조대에서 다시 뒤돌아 낙조봉으로 오르니 같은 산악회 회원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아니합니다. 아마도 전부 낙조봉 왕복을 하지 않고 바로 직진한 것 같습니다. 나 홀로 너무 뒤쳐진 것 같아 이제부터는 발걸음을 빨리 합니다. 등산로는 별로 특징이 없어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등산로 바로 곁에는 고인돌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각 고인돌마다 고인돌 지킴이를 지정하여 명찰을 달아 놓았습니다. 해발 250∼350m에 위치한 고천리 고인돌군(群)은 우리나라 고인돌의 평균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것이 특징이며, 대부분의 고인돌은 무너져내려 원형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그래서인지 비전문가의 눈에는 땅위에 평범한 돌이 놓인 상태인 것처럼 보여 안내문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하였습니다.  
     

  고인돌 유적지

 

 

  진달래 명산 1번지

 

  두 번째의 고인돌 유적지를 지나 오르막으로 변한 산길을 가다가 정상이 빤히 바라보이는 능선에 섭니다. 그러자 그만 몸의 행복지수가 급상승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던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산 북쪽사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진달래꽃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장관을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지요. 수많은 진달래가 그 절정을 향해 몸부림을 치고 있으니 이를 보는 관객은 그 진달래의 황홀한 몸짓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진달래 군락이 시작되는 곳

 

  정상 밑 군락지


 

  불타는 고려산


 


 

  넓게 펼쳐진 진달래 군락

 


  아침에 고려산으로 접근하면서 산악회장이 정상이 붉게 물들어 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차장 밖으로 역광을 받아 보이는 풍경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용인에버랜드나 과천서울대공원처럼 인공적으로 조성한 꽃 축제도 물론 아름답습니다. 꽃은 누구에게나 항상 아름다운 식물이니까요. 그러나 산비탈에 조성된 진달래군락은 그런 감정보다도 한 차원 높은 희열을 맛보게 해 줍니다.
  지금까지 능선을 오르면서 수많은 인파로 인하여 때로는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일렬로 서 있기도 하였지만 짜증나던 마음의 앙금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만개한 시기에 때맞추어 잘 왔다는 생각으로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북쪽 사면의 진달래밭을 열심히 내려다 보는 등산객들 

 

 


  김소월의 명시 "진달래 꽃"

 

  이처럼 인간의 가슴을 황홀경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진달래 군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국민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소월의 시를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소월도 그 많은 꽃 중에 하필이면 진달래꽃을 떠나는 님의 길에 뿌리기로 노래한 것을 보면 진달래의 아름다움에 반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 시는 외형상으로는 이별하는 님을 기꺼이 보내준다는 것을 노래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님이 떠날 때 도저히 그렇게 보낼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사랑을 내포하고 있는  반어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김흥규의 해설을 소개하면서 산행을 계속하겠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때 그것을 붙잡고자 함은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간곡하게 붙잡음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면 그런 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런 일을 스스로 겪어 보지 않고는 아무도 자신 있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진달래꽃」은 하나의 시적 해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인물은 님이 떠나실 때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노라고 한다. 제2, 3연에서는 영변의 약산에 핀 진달래꽃을 한아름 따다 길에 뿌려 놓을 터이니 그것들을 걸음마다 밟고 가시라고 한다. 그리고는 한번 더 강조하여, 님이 떠나실 때에는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겠노라고 한다. 어차피 떠날 수밖에 없는 님이라면, 그리고 떠나는 것이 진실로 님이 바라는 일이라면 굳이 붙잡지 않겠노라는 비장한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의미가 전부라면 「진달래꽃」은 별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 되지 못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문제는 위의 내용이 작중 인물의 진심과는 다른 반어적 표현 내지는 역설이라는 데 있다. 비록 말의 표현에서는 떠나는 님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고 하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말이 아니다. 진심은 그 반대이다. 그는 님이 떠날 때 도저히 그렇게 보낼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사랑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위의 구절들은 그 깊은 의미에서는 오히려 표면의 문맥과는 반대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제2, 3연의 말들을 좀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된다. 님이 가시는 길에 뿌리는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다. 그것은 곧 그 꽃처럼 붉고 아름다운 그의 사랑이기도 하다. 가시는 걸음마다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 달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깊은 사랑을 떠나는 님에게까지도 아끼지 않으려는 정성의 표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차마 그 아름다운 사랑을 밟으며 떠날 님에의 원망과 한이 서리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애절한 사랑과 슬픔 그리고 한을 나지막한 호소의 말씨에 실어 노래한 데에 「진달래꽃」의 간절한 뜻이 나타난다. 그것은 흔히 말하듯 고려 가요의「가시리」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나 「가시리」의 작중 인물이 님에게 `가시는 듯 돌아오십시오'라고 말하는 기다림의 여유가 있었던 데 비해 이 작품은 그만한 기다림도 가질 수 없는 절망적인 분위기와 슬픔을 띠고 있다.』(자료 : http://www.lovehope.co.kr).

 

 

 

  군부대와 헬기장

 

  다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군부대 옆의 헬기장에 오릅니다(12:09). 선두대장을 맡은 산악회장을 비롯한 몇몇의 회원들이 모여 쉬고 있습니다. 정상에는 군사시설물이 있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넓은 헬기장 귀퉁이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정상 표석은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나온 낙조봉을 뒤돌아보는 조망이 좋으며, 남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혈구산의 능선이 잘 보입니다.


 

  장상으로 접근하는 등산로의 인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관전포인트는 방금 지나온 능선의 북쪽사면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입니다. 등산로가 연결된 군락지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입니다.


  진달래는 정상에서 북쪽의 백련사와 동쪽 청련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목에도 집단적으로 조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필자는 정상을 오른쪽으로 돌아 남쪽의 혈구산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에서 뒤돌아본 모습


 

  불타는 고려산에 운집한 인파

  가야할 혈구산

 


  혈구산으로 가는 길

 

  내리막 직전의 능선에 서니 지금까지 고려산 정상에 막혀 보이지 않던 동쪽 강화군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날씨가 계속 흐리고 가스가 끼인 탓에 조망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고려산 남쪽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려섭니다. 저 아래 나래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올라오는 등산객을 예상외로 많이 만납니다.


  해발이 낮다고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지 어린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이 많습니다. 어른도 오르기 힘든 된비알을 어린이들은 때로는 부모의 손을 잡기도 하고 또 때로는 홀로 서서 열심히 산을 오릅니다. 간혹 오르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어린이도 있지만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불평입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이런 대열에 빠질 수는 없는가 봅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나래현에 도착해(13:00) 바로 혈구산을 향하여 맞은편 산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가파르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이 이외로 상당한 거리입니다. 고려산에서 바라볼 때는 매우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 등산로를 따라 돌아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내가 저수지 뒤로 보이는 석모도


 

  혈구산 북쪽 사면의 진달래군락지


 

  지나온 낙조봉 능선


 

  멱쇠채(미역쇠채) 


 

  노랑제비꽃


 

   호제비꽃


 

  내가저수지

 

  혈구산 정상 가는 길의 진달래 군락


 

  뒤에 방파제처럼 보이는 석모도

 

 


  바위봉인 혈구산 정상

 

  혈구산이 가까워 올수록 다시금 진달래 군락지가 눈길을 끕니다. 물론 이미 지나온 고려산의 그것에 비하면 그 규모는 매우 작습니다. 여기도 정상 직전의 이정표이외에는 아무런 표지가 없습니다(13:53). 암석으로 된 정상에는 서너 명의 촌노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한 스님(여승)도 막 하산하려는 중입니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기에 짬을 내어 산을 찾는 일은 좋은 것입니다.  

 

  혈구산 이정표


 

  여기서는 북쪽으로 고려산의 군사시설물만 보일 뿐 진달래는 거의 보이지 아니합니다.  진달래가 양지 바른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능선을 경계로 북쪽과 남쪽이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이곳 혈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달래는 북쪽사면에만 집단적으로 피어 있습니다. 진달래꽃에 취해 있는 순간 큰 벌 한 마리가 꽃술을 휘젓고 다닙니다. 꽃이 피어있는 곳에는 나비 아니면 벌이 날아드는 현상은 위대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화려한 진달래 꽃 속의 큰 왕벌 한 마리!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 대니 이놈의 벌이 초스피드로 날아다녀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는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바로 남서쪽에는 석모도의 상봉산과 낙가산 줄기가 더욱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마니산(469m)의 마루금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가야할 퇴모산의 모습도 다소곳이 누워있습니다.


 

  진달래 뒤로 보이는 고려산 정상

  꽃술에 앉아 있는 벌


 

  오른쪽으로 하산해야 할 능선


 

  넓은 농경지


 

  지나온 낙조봉 능선


 

   혈구산 이정표와 내가저수지



  밋밋한 퇴모산

 

  혈구산에서 약 20분간 휴식을 취한 후 능선을 따라 퇴모산에 도착해도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14:40). 퇴모산에 서서 몸을 뒤로 돌리니 방금 지나온 혈구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진달래 군락은 보이지 않고 간혹 두 세 그루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어 이를 배경으로 열심히 카메라 초점을 맞춥니다. 


 

  화려한 진달래


 

  방근 지나온 혈구산 정상

 

  퇴모산 정상의 진달래 뒤로 보이는 지나온 낙조봉 능선


 

  불타는 진달래


 

  진달래 뒤로 보이는 내가저수지

 

 


  지루한 하산 길

 

  마침 필자처럼 홀로 산행을 나온 두 명과 한 조가 되어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그야말로 평이한 산책로 수준입니다. 오른쪽에 위치한 내가저수지를 바라보며, 한 숨을 돌린 후 종종 걸음으로 이동합니다. 약 7∼8명의 같은 산악회 회원들이 지나가면서 우리가 후미그룹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노닥거리지도 않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들의 뒤를 열심히 좇아갑니다.


  길이 갈리는 곳에도, 임도가 만나는 곳에도 B산악회 선두그룹이 지나가면서 아무런 안내표기도 남겨 두지 않아 여러 차례 망설이기를 반복합니다. 다행히 다른 산악회에서 표시해둔 안내를 따라 갑니다. 송림 숲 속으로 이어진 산길에는 연탄이 보급되기 전 취사용 땔감으로 수집하였던 송엽(소나무갈비)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어렸을 때 시골에서 이를 채취하러 가던 고달픈 일을 회상합니다.


 

  양탄자 같은 송엽이 깔린 길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내가저수지


  곧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은 산길도 계속하여 능선 끝까지 이어지다가 드디어 버스가 서 있는 다락말에 도착합니다(16:30). 역(逆) C자형의 산 길 약13km를 주파하는데 6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낙조대를 왕복했으므로 약 1km정도는 더 걸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

 

  하산을 해 보니 우리보다 먼저 하산한 인원은 몇 명되지 않아 우리가 선두 그룹입니다. 그로부터 20분만에 모든 회원이 전원 하산을 완료하여 인근에 위치한 외포리 선착장으로 이동합니다. 갈매기가 어지러이 날고 있는 외포리 선착장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석모도로 가는 배가 입출항하는 곳입니다. 약 5년 전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건너가 보문사에 들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외포리 선착장

 

 

   갈매기 떼를 몰고다니는 선박 


 

  갈매기의 꿈


 

  창공을 날으는 갈매기

  
  산악회 측에서는 약 1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며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고 하여 우리 셋은 인근의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산행을 다시금 회고해 봅니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시기에 때맞추어 수도권의 진달래 명산인 고려산을 답사한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2007. 4. 22).
 
  끝으로 오래 전 "진달래"와 관련된 유머를 보았는데 원문을 찾을 수 없어 기억나는 대로 여기에 재구성해 봅니다. 진달래 명산을 답사한 후 뒤풀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남녀가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분위기 좋은 강변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를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남자 : 진달래?
  여자 : 물안개!
  두 남녀가 진달래와 물안개만을 되풀이하고 있어 보다 못한 종업원이 끼어 들어 그 뜻을 물었다. 그랬더니 이들은 원문으로 풀어서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남자 : (진달래) 진짜 달래면 줄래?
  여자 : (물안개) 물론 안주지 개의 자식아!
  끝.   

 

 


펜펜의 나홀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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