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계산 입산을 기다리며....

 

(----------- 무슨 K2를 오르는 것도 아닌데 거창하기는~)

 

독수리남매들은 다들 멀리있는 산에 가서 참꽃(진달래)을 보자고

보채는데, 저는 사정상 원거리산행은 힘들어 잘 다녀오라고만

하였습니다.(머릿속에선 비슬산이 아른거리더군요.)

 

비가 온 다는 예보가 있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아내는 산에나 갔다 오라고 하더군요.

---------- 우찌 이런 일이~

 

이심전심인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독수리형제가

같이 점심먹고 산에 가자고 해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점심약속 장소에 먼저 나가서 기다리니 다른 독수리형제도

한 명 추가되어 셋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 다른 독수리남매가 서울을 비운 사이 우리 독수리3형제가

서울을 지킨다??!!!!!!!ㅋㅋㅋㅋㅋ

 

점심을 먹고나니 1명은 못 간 다고 하고, 다른 1명은 춘곤증인지

맥주나 한 잔 하고 헤어졌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갑자기 부아가 끓어 오르며 씩씩거리며 말했지요.

 

- 진작 못 간 다고 말했으면 나는 벌써 관악산정상에 가 있어~

- 빨리 집에 가서 옷 갈아 입고 청계산으로 가자~

제 기세에 눌린 친구는 알겠다고 하더군요.

 

입산을 못 하는 형제는 나를 청계산입구에 떨구고 휭하니 떠나버리고,

저만 댕그마니 남아서 옷 갈아 입으러 간 친구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 왜 이리 굼떠~  남들은 다 하산하는 구만~

오랜 시간이 흘러 지쳐 갈 무렵에서야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 지금부터는 네가 하자는 대로 할께~ 마음대로 해~

----------- 오후 3시에 출발해서 어딜 가자구........

 

 

2. 입 산

 

오후 3시이고 황사도 나타났지만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많은 하산객을 뚫고 매봉을 향해 부지런히 올랐습니다.

진달래는 벌써 꽃잎을 떨구고 연녹의 이파리들이 수줍게 피어나더군요.

 

랜턴만 준비됐다면 광교산까지 가고 싶은 컨디션이었습니다.

 

매봉은 이미 하산시간이라 한산하고 매봉아래 막걸리파는 분도

파장무렵인지 거나하게 취해 있더군요.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코스를 상의하고 있던 차에 분당에서 오신 아주머니들이

옛골코스를 물어와서 짧은 코스를 말씀드렸더니 다른 분이 이수봉을 거쳐가야 한다고

하기에 너무 늦어서 랜턴없으면 힘들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척 보아도 유산객 수준의 분들인 것 같아  친구와 가이더를 자청했지요.

저는 선두 친구는 후미......사이에 아주머니들 6분.......

 

하산도중에도 계속 청계산에 오면 이수봉에 올라야한다고 우기는 아주머니,

올라오는 분들에게 옛골가는 코스가 맞냐고 재차 확인 하시는 분....

- 못 믿으시면 다시 올라가셔서 이수봉거쳐 하산하세요~

말씀드렸더니 꼬리를 내리고 이온음료를 주시더군요.

그 순간 유료가이더(?)가 되었지요.......

 

- 이제 부터 뛰어 갑니다!!!!!ㅋㅋㅋㅋ

 

분당에서 관광버스로 와서 등산 후 옛골에 있는 식당에서 뒤풀이하는 일정이랍니다.

--------- 산하모임도 이런 식으로???????

 

아주머니들을 안전하게 안내해 드리고 우리는 관현사로 하산하였습니다.

저녘식사를 마치고 친구가 집까지 태워다 주고 사라진 다음 저는 동네 사우나로 향했지요.

 

 

3. 사우나에서 스바라시이~

 

저희 동네 사우나는 꽤나 유명하고 규모도 큰편이지요.

온천물이라고 사우나측에서는 강조를 하고 시추공사 사진도 훈장처럼 붙어 있습니다.

 

짧은 산행이지만 흡족했고, 땀도 씻을 겸 들어 갔습니다.

탕에 들어 가 TV를 보고 있는 데 갑자기 주위사람들이 다 일어나 나가더군요.

이상해서 봤더니 일본어를 쓰는 야씨형제로 보이는 사람들이 탕으로 들어 왔습니다.

 

온몸을 화선지 삼아 동양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한 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조씨형제들은 용과 호랑이를 선호 하는데, 그 들은 총 천연색에 기화요초 만발하고.

사슴, 새, 나비등 대단했습니다.

 

탕안에 한국사람은 달랑 저 혼자

이번에도 외톨이 독수리가 탕을 지켰습니다.

야씨형제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저도 같이 쳐다 보았지요.

--------- 고고와 와다시노 나와바리야~(맞나?)

 

녹색의 탕에 수증기 피어 오르고, 취기도 적당히 오르고,십장생이 수 놓아 진 야씨형제들....

-------- 이것이 몽유도원도?????

 

한 참 있으니 중년의 야씨가 뜨거운 건식사우나로 들어 갔습니다.

저도 기왕이면 간부와 같이 하고 싶어 같이 들어 갔지요.

옆에 앉아 문신을 감상했지요.(정말 예술이더군요)

제 시선이 느껴지는 지 저를 쳐다보더군요.

 

시선이 마주치자 저는 어깨의 문신을 가르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음 스바라시이~

그랬더니 금방 반응이 오더군요.

-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일본어를 써봐서 발음이나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4월 21일(토요일)은 기다림에 지쳐서 오후에 청계산에 들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청계산이 있어 행복한 날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