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군, 미쳤어! 세월이 하도 어수선하니 季節마저  제 순서를 잃어버린게야."

 

매화꽃 꽃몽오리가 맺힐 무렵이면  꽃샘추위가 닥치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옛 

선인들도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라는 시를 읊었겠지만 덕유산 설천에서

향적봉 오르는 길의 설화는 한 겨울에 전혀 다름이 없다.

이번 겨울 태백산에서도 선자령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설화를 경칩이 지난 봄길에서

나다니....

 


 

계절이야 역행을 하건 말건 하얀나라에 들어선 중늙은이들,어린아이들 마냥 마음이 들떠

감탄성이 끊이질 않는다.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1,614m)이 구름속에 묻혀 있지만 않았드라면  더할 나위없는 멋진

풍광이 되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 속에 매서운 바람에 쫓기듯이 중봉을 향하여 출발.

해발 1,500m이상의 덕유능선을 설화와 상고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림에 취해  동엽

령까지 2시간동안 걷게되리라는 꿈은 산불예방기간 출입금지라 써놓은 현수막 하나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아니 이 처럼 눈이 쌓여있는 산에서 어떻게 산불이 날  수 있단말이요?"

국립공원 관리공단 측에 통사정을 해보건만 마이동풍에 우이독경이라.

상황변화에 따른 융통성 적용이 꼭 옳은 일만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 아니

었나 싶다. 

별 수 없이 백련사방향으로 하산을 할 수 밖에.....

약 한 시간을 내려온 백련사 부근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높은 산에서는 고도차에 따라 기온이 변화무쌍함을 실감하게 한다.

 


 

백련사에서 부터는 구천동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편안한 길이다.

교통이 발달되고 지역개발이 되기 훨씬 전에는 무주구천동 70리계곡이라 하여 나제통문

까지를 일컬었고 구천동 33경의 제1경이 나제통문이었으나 현제는 삼공리 매표소 자리

까지 약 6km에 20경이 있다한다.

백담계곡이나 칠선계곡 처럼 골이 깊고 넓지는 않아도 이 골짝 저골짝에서 눈 녹아  흐르

물소가 봄의 소리 왈츠되어 온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개울가 바위를 타고 녹아 내리던 물이 갑작스런 추위에 얼어붙어 만들어진 고드름의  자태

보라.

뉘라서 이 같이 아름다운 레이스장식을 만들 수 있으며 어느 예술인이 이 같은 조각작품

 새길 수 있으리요.

저 처럼 고드름으로 만들어진 꽃은 무슨 꽃이라 불러야 할런지?

 



오늘 산행은 당초 계획처럼 덕유능선을 걷는 산행이 되지 못하는 바람에 무주리조트 곤도

라를 타고 올랐다가  걸어서 내려오는 등산행사가 아닌 하산행사가 되어버린 셈이지만 한

겨울 산행에서 만나지 못했던 설경을 봄산행에서 조우한 특이한 산행으로 길이 기억될

것 같다.

                                                               20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