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신데 안일어날거야.”

이녀석하고 같이 한게 벌써 3주나 되었습니다.  전전주는 덕유산 가느라고.

전주는 스키장간다고 해서.  오늘은...

아마도 어제밤 컴터겜 하느라.. 늦게 잔 모양입니다   

오후에 병원에 문병갈 일 있는 데.....   에라 그냥 수락산이나  혼자서....

 

 

 

 

 

 

 

 

 

 

 

 

 

 

 

 

 

 

 

 

 

 

 

 

집 부근이 산이다보니 수락산 시작은 거의가 8시 아니면 9시입니다.

손님 맞을 준비하는 노점들...    조금만 지나면 등산객들로 북적거리겠지만

아직은 한산한 등산로 입구입니다.

덕성여대생활관, 시립노인요양원,  염불사...   계곡을 옆에 끼고 천천히..

산책하듯 오르며 시작하는 이 길을 좋아합니다.  집을 나설땐 좀 쌀살한 듯

싶던 것이 지금은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다리를 건너고 돌계단을 오르고 배드민턴장을 지납니다. 등로 주변에 생강나무가

보이는군요. 이제 몇 달 지나면 병아리 솜털 같이 노란 꽃을 피워내며 봄의 시작을

알리겠죠.


 

만남의광장을 지나 깔닥고개를 오르고 암릉을 넘어 철모바위에 도착하니

10시반입니다. 혼자 올때는 이 곳 철모바위까지 천천히 걸어도 1시간반이면

충분하군요.  너무 빨리 왔나요.  어차피 점심은 집에서 하려고 한거라

계속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치마바위 지나 탱크바위에 올라섰습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암릉과 바위들이 어우러져 정말 멋진 모습입니다.

하늘에는 구름한점 없는 데 가스가 심하군요.  멀리에 도봉의 암봉들이 희미하게 보이고

삼각산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자리를 깔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조망에 취해 있는 데 코 끝에 스치는

바람에서 봄냄새가 납니다.  또 그 냄새에 취해 스르르 눈을 감으니 슬며시

공상 하나가 떠오릅니다.


 

어떤 공상이냐하면.......

어느날 우연히 알게 된 산님과 백두대간을 시작합니다. 그 산행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 데 우선 그 산님과는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입니다.  두 번째는 산행의 특별함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산행은 1년에 단 한차례 반드시 4박 또는 5박 비박을 포함해서 합니다.

좀 길어보이지만 예비산행으로 중간에 보급기지를 만들어 놓는다든지

연구해보면 불가능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조건이 포인트인데 그 산행 이외에는 일체의 다른 인연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두 번째와 비슷하지만 진짜 이유는 대간을

완성하겠다는 초심에 변질이 올까 염려되어서입니다.  다른 일들도 그렇듯이

이런 저런 인연들이 끼어들다 보면 예기치 않던 갈등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하여튼 10년 20년 세월이 흐른 후에 둘은 각자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되고....

어쩌면 인생자체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때는 남북의 상황도

변화가있어....  대간을 완성하는 마지막 날에 백두산에 올라 가슴벅차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ㅎㅎ.  에라 이 걷는돌  차라리 소설을 써라 소설을..  ㅋㅋ.

 

 

사실 저도 백두대간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제 산행스타일도 그렇고 저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 뭔가를 목표로 세워놓고

그 것을 관철해나가는 의지력, 실천력, 추진력.. 뭐 이런 것들하고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거죠.

대간.정맥 완성하신 분들 저에게는 정말이지 경외의 대상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게 되실지 모르겠지만 운해님.산그림자님.그리고 함께하시는

백두대간팀 모든분들에게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운해님 직접 전화까지

주셨었는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도 같이 전해 봅니다.


 

한기가 느껴지는 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봅니다. 자켓을 꺼내 걸치고

다시 도솔봉 못미쳐 안부를 지나고 사면길을 가는 데 앞쪽에 대규모 산행팀과

마주칩니다.  언제 보아도 단체산행팀에서는 활기가 넘쳐납니다.  그팀을

지나고 나니 등로는 다시 조용해집니다.


 

사면길을 지나고 다시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명당자리들이 몇 곳 눈에 뜨입니다. 배낭을 내리고 간식으로 가져왔던 컵라면,

사과, 팩소주를 펼쳐놓았습니다.


 

맨정신으로 보아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수락산인 데 이스리란 놈까지 한잔 속으로

들어갔으니.........

 

 


  

1.27(토) 수락산에서 걷는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