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오봉,관음암) 산행기

일시 : 2006년 9월 2일(토) 10:30~18:20   일기 : 맑음  기온: 약 29도정도

준비물 : 도시락, 장조림캔 1개, 복숭아 3개, 사과 1개 등

            기타 일반 산행 준비물

산행코스 : 도봉산 들머리->광륜사->도봉서원->금강암->성도원->마당바위->관음암->주능선->칼바위->우봉(식사)->오봉능선->오봉(제1봉)->오봉샘터->주능선->제 4쉼터->성도원->하산

 

한 달을 마무리하고 맞이하는 9월의 첫 주말,

무척이나 맑은 날, 산행하기 정말 좋은 날이다. 오늘은 도봉산으로 가야겠다.  막동이가 학교에 가기에 혼자 산행을 하기로 하고  일찌감치 배낭을 챙기었습니다.

인적을 피해서 산행을 하려고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겠다. 도봉산은 여러 번을 오르내린 곳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산님들이 많이 오를것이 예상 되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코스를 정하고 머리속에 담아두었다.

그래도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10시 반이다.  저 위로 도봉산이 우뚝 자태를 보여 줍니다. 오늘 갈 길을 생각하여 봅니다

과일을 사려고 가게를 들러보니 좀 비싼 느낌이 든다. 혼자 산에 가면 막걸리도 마시지 않기에 과일은 꼭 준비 하여야 하는데, 동네에서 알고있는 가격 보다는 훨씬 비싸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조금 더 길을 옮기면 목필균 시인님의 시비가 있다.. 천축사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정화님이 기증한 시비, 시인 자신도 이 시비가 세워진 것을 몰랐다고 한다,  여기에 소개하여 본다.

<천축사 가는 길>

목필균

 

먼 산빛을 친구 삼아

도봉산에 오르면

천축사 가는 길은 열려있다.

 

젊은 까치 소리에 눈웃음 치고

이름 모를 풀꽃에도 손길을 주며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걸으면

노래하듯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가

오히려 내 갈 길을 재촉하니 재미있다.

 

도봉산을 품어 안은

천축사의 끝없는 도량을 향해

일상의 상념들을 날려보내면

근심은 바람 되어 맴돌다 사라진다.

 

티끌 같은 몸뚱이에 자리잡은

바위 만한 욕심덩이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시간.

천축사 가는 길은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하다.

 

목필균 시인님의 시비가 있는 곳을 지나 들머리 근처에서 복숭아 2,000원어치와 사과 1개를 1,200원 주고 구입하여 배낭에 챙기곤 입장표를 구입, 산행을 시작하였다.

천축사 가는 길이라는 시를 음미하면서 처음 보이는 곳은 도봉동문이라는 암각 글씨이다 무척이나 오래된 역사를 지닌 글귀이다

道峰洞門(도봉동문), 이 바위에 쓰인 글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친필이라고 한다. 좀 더 오르다보면  나오는 '도봉서원'에는 '정암 조광조' 선생과 함께 신주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바위 옆에는 안내판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여기는 들머리이기에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광륜사의 일주문이 보이고 보호수가 2 그루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인데 사뭇 200 여년의 수령을 보여준다.

광륜사는 청화스님이 계시던 곳으로도 유명하면서 동시에 흥선대원군 시절의 조대비와도 관련있는 사찰이다. 매우 큰 규모이면서 이곳 불자님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도량이다.  지날 때마다 참배를 하곤하는 곳이면서 관세음보살님의 입상이 조성되어 있고,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의 규모는 정말 대웅이라는 말이 실감날 수 있는 규모이다.

대웅전에 참배하고 연못에 들르니 지난주에도 보인 연꽃 한송이가 그대로 시들지 않고 피어 있다.  무척 반갑기 그지 없다, 진흙에서 피는 연꽃을 볼 때마다 유마경에 나오는 연꽃의 이미지가 떠 오른다.

이 세상의 오악탁세에서 보살도를 구현하려고 태어나는 보살님, 바로 우리 주변에 많은 분들이 세상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래서 세상을 살 만한 곳이리라.

광륜사를 지나 조금 더 길을 오르면 섹소폰을 부는 아저씨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게 된다. 여기에서 길을 옮기면 녹야원을 거쳐, 다락원능선으로 가는 길의 하나가 나오고 만장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섹소폰을 부는 분은 아마도 장애인으로 보이는 데, 다리 부문이 불편하여 보인다. 이 길은 지나는 산님들의 정성이 모아지는 곳이다. 산을 사랑하는 산님들은 사람도 사랑하는 분들이니 아름다운 산하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 것이 정한 이치이다. 고결한 마음을 오늘도 보면서 약수터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길을 옮겼다,

도봉서원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는 또 다른 시인님의 시비가 서 있다. 김수영님의 시비, 청동부조가 조그만하게 있고 시가 보인다.  내용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나그네의 발걸음은 도봉서원을 지나 바로 앞의 침류대터 뒷편의 고산앙지라는 암가되어 있는 글씨에 눈을 고정하여본다.  고산앙지(高山仰止)라고 암각되어 있는 이글씨는 도봉서원 앞 계곡 바위에 1640년 (인조18년:경진)7월에 김수항이 글씨를 새긴것으로 고산앙지란 말은 시경(詩經)의 소아보전(小雅甫田)편에 나오는 것으로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 한다는 뜻이랍니다.   아마도 김수항이 정암 조광조의 학덕을 우러러 사모 한다는 뜻이 아닐까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몇 년전의 폭우로 글씨가 다 보이지 않고 물속에 두자가 들어가 있는 상태랍니다.

잠시 머물러 글씨를 감상하다가 금강암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금강암의 앞은 계곡이 흐르고 양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은 금강암을 다리를 건너게 하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금강암의 경내에는 오래된 듯한 석탑이 서있습니다. 이곳 사찰은 비구니 스님들만 거처하신다고 합니다.

계곡옆의 산길을 좀 더오르면 구봉사가 보입니다.. 초입에는 천진사라는 안내석이 보이는데 정작 나타나는 곳은 구봉사입니다. 구봉사에는 웅장한 미륵보살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필요하면 이곳에서 물을 보충할 수가 있습니다. 구봉사 일주문의 사왕천( 두분만 모셔짐)의 친근한 무서움을 옆으로 하면서 계곡물의 시원한 소리를 벗삼아 길을 오르면 성도원으로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성도원은 일전에 들러보았던 곳이기에 지나치려고 합니다. 성도원에는 산목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대식 사찰이랍니다.  

성도원입구에는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산길을 오르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봅입니다. 바지를 몽땅 내린 남자아이의 천진한 미소가 산길을 즐겁게 합니다.. 사탕이라도 하나 주려니 사탕이 아마도 배낭 깊숙이 들어있나 봅니다. 인연이 채 닿질 않는가 봅니다..

산길을 천천히 좀 더 오르면 여기에서 마당바위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다른 산길과는 달리 이곳은 산님들이 별로 많지 않는 코스입니다. 호젓하게 혼자 길을 오르니 앞에 가는 나이드신 산님들이 정겨운 대화를 하면서 갑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안녕하세요,,안산하세요,, 참 좋은 말들입니다. 산길에서 이런 인사를 나누는 건 기본예절 중의 하나이지요, 오늘도 산님들의 정겨운 인사를 담으면서 산길을 옮기니 저 숲속남쪽으로 언뜻 언뜻 보문능선길이 보입니다. 태양이 상당히 높은 하늘에서 내리 쬡니다. 우이암의 웅장한 모습이 나뭇닢사이로 보이는 길을 옮기어 약간 으슥한 곳으로 옮기면 쉼터가 하나 나옵니다. 아주 큰 바위로 형성된 이 곳의 아래쪽에는 천축사가 보입니다. 천축사에서 들리는 염불소리는 무척이나 청아하게 들립니다. 저가 불자인 탓도 있지만 이 산속에서 들으면 더욱 정겹게 들린답니다.  천축사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지닌 사찰입니다.  여기에 잠깐 천축사에 대한 유래와 역사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천축사는 도봉구 도봉동 549번지 만장봉의 뒷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깍아지른 듯한 만장봉을 배경삼아 소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창한 수목 속에 조용하고 경관이 뛰어난 참선도량으로 이름이 높다.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의상스님이 문도들을 이끌고 만장봉 동북쪽 기슭에 왔다가 그 산세의 빼어남에 감탄하여 현재의 위치에 절을 창건하고 옥천암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 뒤 고려 명종 때에는 근처 영국사의 부속암자가 되었다. 조선 태조 7년(1398)에 함흥으로 갔다가 돌아오던 태조가 옛날 이곳에서 기도하던 것을 상기하고 절을 중창하여 천축사라고 사액을 내렸다. 천축사라고 한것은 지공화상이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에게 이곳의 경관이 인도 천축국의 영축산과 비슷하다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성종 5년(1474)에 왕명으로 중창되었고, 명종 때에는 문정왕후가 화류용상을 헌납하여 불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현재 대웅저 안에 불탑으로 보존되어 있다.

 맑고 깨끗한 석간수가 유명하며 백년 묵은 보리수나무가 샘물 위쪽에서 천축사를 지켜보고 있다. 현존하는 건물은 대웅전, 원통전, 독성각, 산신각, 요사 등이 있고, 참선도량 무문관이 있는데 1959년에 중수한 것이다. 부속암자로 약 50년 전에 창건된 석굴암과 만월암, 그리고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던 장소로 전해지는 관음암이 있었으나 지금은 별개의 사찰로 독립되었다.  오늘 진리여행은 관음사입니다. 이 글은 네이버의 다른 블러그에서 빌려왔습니다.  저도 몇 번을 들렀던 곳입니다..특히나 천축사는 입구에 제불보살상이 도열하여 있어 특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대웅전 뒷편의 벼랑아래는 작은 석굴암이 조성되어 있답니다

오늘은 커피 포트를 가져 오지 않았기에 복숭아를 한 개 먹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과도를 꺼내어 깍으려는데 그만 복숭아를 놓치고 말았답니다, 굴러가는 복숭아는 저 아래로 한 없이 굴어가고 이내 보이질 않습니다. 새들의 밥이 되거나 다람쥐의 간식이 될 것입니다.  천축사가 보이는 곳을 위로 보면 선인봉이 앞장을 서서 도봉산의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 모습을 보려고 도봉산에 오르는지도 모릅니다.

숨이 탁 막히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우리 산하, 더욱 소중하게 아끼고 보듬어주어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고귀한 우리의 재산입니다. 청설모가 철없이 나무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시야를 어지럽힙니다. 그만 떠나달라는 소리로 해석을 하여야 할 것같습니다. 길을 옮기어 마당바위 쪽으로 오름길을 계속하였습니다. 마당바위 바로 아래에는 샘터가 있습니다. 지금은 마시기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안내문에 붙어 있습니다. 수질검사에 불합격판정이 나왔는가 봅니다. 물 맛이 참 좋은 곳이었는데 딱 한 모금만하기로 하였습니다.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 그래도 시원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마당바위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마당마냥 넓은 바위가 약 20여도 각도로 펼쳐진 곳이라 오르내리는 산님들이 많이 쉬어가시는 곳입니다. 겨울에 내자와 같이 이곳까지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저 건어에 우이암이 다가와 보입니다. 카메라를 그쪽으로 돌리어 보았습니다. 보문능선길에서 보면 참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도봉산의 남쪽 끝 자락인셈이지요. 우이암은 옆에서 보아도 멋있지만 , 우이암뒷편 봉우리에서 내려 보아도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이봉을 한참 바라보다 배낭을 다시 챙기어 관음암 오르는 길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는 계곡길을 건너가야합니다. 여기에는 물은 없지만 그대로가 계곡입니다. 이물이 흘러가면 용어천 계곡을 형성하고 우이계곡을 형성하여 아름다운 도봉산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여 줄 것입니다. 관음암쪽의 길은 험하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우거진 단풍나무와 소나무, 상수리계통의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가을이면 고운 단풍이 소나무의 푸르름과 조화를 이루어 산길 나그네을 환상의 경지로 몰입시켜 준답니다.

벌써 하산하시는 분들이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오십니다. 일찌감치 산을 올랐던 모양입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님들과 같이 관음암을 향하여 길을 가면 저 앞에 올 봄 초파일에 달았던 연등이 보입니다.  단 한 개의 등이지만 무척 반갑습니다. 여기에 관음암길이라는 걸 알려주는 등불만 같습니다. 관음암을 오르다 보면 자연석에 계단을 파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어 보입니다. 이 깊고 높은 산에 길을 만들어 진리의 세상을 열어주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하신 이름모를 분들의 공덕이 새삼 고마워집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돌계단길이 여느 동네의 계단처럼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고마울 따름입니다..산에 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

저 위로 주봉이 나뭇닢사이로 보이는 걸 보니 이제 지척이 관음암인 것 같습니다. 해우소가 보입니다.. 해우소는 근대식의 건물입니다.. 근심을 풀고 번뇌를 푸는 곳으로 해석을 하고 싶습니다. 번뇌와 근심을 풀 수 있다면야 바로 진리여행의 끝자락이 될 터이니 의미심장하게 해우소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이름모를 들풀과 뱀딸기 몇 개의 붉은 빛이 그늘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그늘을 드리운 주인공은 돌배나무입니다.

제법 많이 달려 가지가 휘어져 있습니다.  이 계절이 벌써 결실의 계절임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산님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시간이 벌써 오후에 한참을 접어든 시간입니다.  정면으로는 큰 바위 아래 나한전이 보입니다.. 그리고 경내 가득히 쉬어가시는 산님들이 나누는 정겨운 대화가 들립니다. 작은 규모의 암자이지만 참으로 이 깊은 산속에, 아니 높은 산속에 이런 공덕을 지으신 분들이 참으로 거룩하게 생각됩니다. 불사의 인연을 지어 이 암흑의 세상에 진리의 등불을 켜주시는 분들의 은혜를 다시금 느껴 봅니다.

대웅전에 참배를 하였습니다.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삼배를 올립니다. 관세음보살님께도 올리고, 영산회상전에도 명부전에도 올립니다. 이럴 때의 마음은 정말 깨끗하여 집니다.  산에 오르면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보람이 있길래 지치지 않는가 봅니다.

대웅전에 참배를 마치고 저 아래 세상을 굽어 봅니다. 마당바위도 아마득하게 보입니다. 다락원 능선도 멀리 보입니다. 저런 작은 세상에서 아옹다옹 다투면 가져갈 것도 없는 저승길에 갈 것을 알면서 살아온 날들이 갑자기 우스워 집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삶들의 나날이지만 인연이 닿은 그 길이기에 버릴 수 만도 없어 힘겹게 살아온 날들입니다.. 그래서 사바세계라고 하나 봅니다.

수통에 물을 다시 채우고 한 모금 마셨습니다. 이 높은 곳에도 물이 나온다는 걸 신비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고맙기 한량없는 샘물입니다.  오백 나한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곳 사찰을 창건하신 선사님이 아마도 자연석의 석굴 형태의 이 큰 바위 아래에 오백 나한을 모셨으리하는 짐작이 갑니다.  오백 나한님들은 모두 그 자세와 표정이 각각입니다. 근엄하신 분도 계시고 웃음을 띠신 분도 계시고 그야말로 오백 형상을 다 보여줍니다.

오백 나한전의 바로 옆은 이 암자의 후문(?)이면서 산신각이 있습니다. 풍경이 바람에 울려 아름다운 산의 노래를 들려 줍니다. 이 산신각 옆의 바위가 무척이나 기이하게 보입니다. 큰 소나무가 보이고 그 바위는 마치 누가 살짝 들어서 얹어 놓은 듯합니다. 그리고 바로 옆의 바위는 몇 조각을 맞추어 붙여 놓은 듯합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고 험한 길을 좀 더 가면 넓은 바위가 나옵니다. 여기에도 많은 분들이 쉬어갑니다..

저도 여기에서 쉬어 가기로 하였습니다.조금 전에 지나온 관음암의 산신각이 지붕만 살짝 보여주는 높은 위치입니다. 앞으로 보면 저 아래의 세상이 환하게 보입니다. 성냥갑을 세워 놓은 듯한 아파트들, 멀리 남산이 희미하고 건너편의 수락산은 지척입니다.. 조금더 아래로 보면 불암산이 우뚝하니 보입니다.. 다락원 능선도 보이고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바로 도봉산의 정상부가 몽땅 한 눈에 보입니다

왼쪽으로 주봉이, 그리고 뜀 바위가 보이고  보통 산님들이 많이 올라가시는 신선대 그리고 이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과 만장봉, 그림에 가장 많이 모습을 보여주는 거대한 벼랑으로 보이는 선인봉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정말 아름다운 우리강산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이 웅장하고 아름다움, 무엇이라고 표현을 하여야 할런지 이 산을 바라볼 때 마다 갑갑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세상이 온통 나의 것 인양 하여집니다.  아마도 저가 도봉산을 그리도 자주오고 찾는 이유 중의 하나 인가 봅니다..

요란스러운 헬기소리가 주봉쪽에 들립니다.. 바라보니 방송국의 헬기인 것같습니다. 소방서 헬기와는 색깔이 다릅니다. 사고인가 하고 걱정이됩니다. 산에 오를 때마져 헬기가 보이면 사고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뜀바위 근처에 맴 돌고 있습니다.. 아마도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왔다고 하는 다른 산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구저 산행은 조심 조심하여야 할 것같습니다. 대자연은 말이 없지만 그저 겸손한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우리고 대자연의 일부에 속하니 그 법칙에 포함된 작은 구성인인 만큼 자연에 순응을 하여야할 것 같습니다

식사를 하시는 산님들이 막걸리를 한 잔 권합니다. 산님들의 인심이야 그저 좋지만 오늘은 사양 하기로 합니다. 처음부터 막걸리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혼자 산행을 할 때는 술을 일체 마시지 않습니다. 정상주도 마찬가지이고, 바로 진리여행을 하는 중이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도리일곳 같아서입니다.

나름대로 정중함을 다하여 사양하고 잠시 머물다가 도봉 주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계곡도 마찬가지로 험준한 곳입니다. 한 눈 팔다가는 큰 일이 나는 곳 이랍니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앞에 도봉 주능선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곳의 위치가 바로 칼바위 아래편이기에 오봉능선의 초입이되는 셈이됩니다. 칼바위의 웅장함도 지척에서 보면 정겹기 그지 없습니다. 처음 도봉산행을 하였을 때는 칼바위라는 이름만 듣고도 주눅이 들어 버린 적이 있었답니다.  칼바위, 혹은 칼날바위라는 그 이름자체가 험준하다는 것을 암시하여주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벼랑의 담쟁이 넝쿨의 자체, 이른 가을인양하는 모습이 소나무와 어울리고 벼랑에 간신히 붙어있는 진달래, 철쭉, 싸리나무와 이름모를 잡목, 그리고 이끼들이 합창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계잔 두계단 힘든 걸음을 옮기어 계단의 정상부에 서면 오봉갈림길이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거리는 1km입니다.

여기 삼거리에서도 많은 산님들이 쉼터 삼아 땀을 바람에 말리며 정담을 주고 받습니다. 길을 채근하여 바로 앞의 바위로 올랐습니다. 오봉능선의 시작이 좀 험한 느낌을 줍니다. 예전에는 이리로 나왔지만 오늘은 이쪽으로 시작합니다. 이 큰 바위의 정상부로 올랐습니다.. 주능선에서 이 쪽을 바라보면 정상부에 물개처럼 보이는 작은 바위도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솔바람을 마주하면서 저쪽을 바라보니 신선대에는 가득한 산님들의 울긋 불긋한 자취가 보입니다. 만장봉 꼭대기의 산님들이 보이고, 앞의 바위에는 릿지산행을 하시는 아슬 아슬한 장면이 보입니다.

칼 바위 정상에도 한 분이 큰 키를 자랑하면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지 허리춤에 손을 걸치고 멋스런(?) 모습을 보여줍니다.멋 있게 보여도 저는 저런 모습이 너무 조마하여 보입니다.. 안전제일이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아도 안전장치를 하고 자일로 암벽등산하시는 분들과는 너무 차원이 달라보여 부럽지가 않답니다.  그저 걱정이 될 따름입니다. 하기사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으니 굳이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저의 마음은 좀 걱정이 됩니다.

여기서 정상을 배경으로 젊으신 분께 부탁하여 사진을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두 번 연속 찍어 줍니다. 참 사려깊은 젊은이같습니다. 이 산에 대하여 안내를 청하길래 사패산부터 우이봉까지 차례를 설명(?)을 하여주었습니다. 땀을 식히고선 발걸음을 옮겨 우봉으로 향하였습니다. 이 능선의 중간쯤되는 약 6백 수십 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웅장한 봉우리입니다.  지난 봄 오봉에 갈 때 적어 본 글을 다시 한 번 여기에 올려 봅니다

오봉 가는 길

 

청하 권 대욱

 

아직은 봄 날이 하염없이 멀지마는

목련화끝이 오늘에는 보송하게 보이더라

겨울비 내린 날 하늘은 가 없이 높구나

누군가 세월을 무상하다고 하였더니

보문능선길에서 바라보는 만장봉이

멀리에서 고즈녁한 자태 지어내노라.

 

자운봉에 걸린 구름은 언제까지 일런지

주봉 저 능선길 어이 가렴인가, 아득하네

산바람이 조용히 지나가니 솔바람이구나

까마귀 울음이 상서롭지 못하다지만

홀로가는 나그네에게 그저 반가움일세

이 길가면 만장봉, 저리가면 오봉길이로다.

 

돌구석에 박힌 얼음장이야 그대로건만

우봉 지나는 겨울바람은 어디로 가는가

서녁을 바라보니 그곳이 오봉 줄서있네

오로지 태고적 그 날부터 그자리였던가

우람한 그 봉우리에는 바람마져 없구나

푸른 솔을 무엇하여 그 곳에 서 있는고.

 

저 멀리 칼바위는 세상을 호령하듯하고

나그네는 양지녁 바위틈에 쉬엄가니

낙엽 떨구어진 상수리목엔 봄날소식오고

멀리 구름 쌓인 백운대는 뿌연 희망일세

지금가는 이 걸음길이 저 능선 지나면은

저 관음암 아랫세상이야 안개 속 이로다.

 

천천히 길을 가니 이제는 배가 고파집니다. 벌써 2시 반이나 되었습니다. 배가 고플만도 합니다. 우봉에서 봄에 식사하던 기억이나서 마땅한 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봄에는 양지바른 곳을 , 지금은 적당히 그늘과 바람이 어울린 곳을 찾아아겠지요. 우봉에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우봉에는 오늘 처음 오릅니다.. 하기사 오늘 마당바위와 관음암 길만 반복이지 모든 코스는 처음 길입니다.

뒤로 보이는 칼바위와 도봉주능선을 가끔 보면서 산위로 오르니 올라간 봉우리에서 내려오시는 부부로 보이는 오십대중반 두분이 보입니다. 인사를 하고 쉼터를 물어보니 하시던 말씀을 멈추시곤 개략 설명을 하여 주십니다. 부인으로 보이시는 분이 남성분께 제발 알뜰히 정답게 잘 살아보자고하시면 남편분의 성격을 차분하게 다듬으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 분들은 오봉에 오를 때 하산걸음에 다시 만났습니다.. 산은 마음을 넓게 하여 주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옛분들이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智者樂水)라고 하였나 봅니다.

마땅한 자리가 보여 자리를 잡았습니다. 더워서 조끼도 벗고 윗도리도 벗고 등산화도 벗었습니다. 여기는 아무도 올라올 것 같지 않아서 마음 편히 자유를 만끽하여 봅니다. 조촐하지만 배낭에서 나온 음식들을 펼치고 맛있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밥알을 조금 떼어 고수레(고시래)를 하고 감사의 오관계(저는 간단하게 합니다)를 올리고 식사를 하였습니다.

저 아래는 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여성봉이 보입니다. 아직은 못가보았지만 상상히 되고도 남는 곳입니다. 어떤 분들은 다섯 봉우리가 여성봉으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음양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려준 기억이 납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이 곳에서 바라보면 정말 그럴싸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들 둘러 보았습니다. 저 아래로는 여성봉이 보이고 정면에는 오봉이, 그리고 그 뒤를 포진하고 있는 상장능선이 우람하게 보입니다.. 멀리 북한산의 영봉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백운대를 필두로, 인수봉과 만경대가 보입니다. 멀리 문수봉과 보현봉도 보입니다..

아래쪽의 바위에 작은 웅덩이가 물을 가득담고 있습니다. 참 경이로운 모습니다. 이 높은 곳에서 저런 웅덩이가 있다니, 오늘 처음 본 장면입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조용히 쉬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인가 봅니다.. 복숭아를 마져 먹고 물도 한 잔하고 주변을 치우고 길 채비를 다시 하였습니다. 이제 500m 만 더 가면 오봉의 제 1봉입니다. 갈림길을 지나 오봉으로 올랐습니다.. 아까 우봉에서 뵌 분들이 내려오십니다. 목례를 하고 헤어져 오봉의 봉우리에 섰습니다. 뒤돌아 보니 우봉이  앞서고 그 뒤로는 칼바위가 그리고 만장봉도 보입니다. 산님들이 조그마하게 보이는 신선대바위, 그리고 포대능선이 길 게 보입니다.. 물론 여기에서는 북한산도 상장능선이 그리고 아래편으로는 여성봉도 조망이 됩니다. 하산길에 들려야 할 도봉주는선의 긴 허리가 저 앞입니다.

오봉은 참으로 대단히 큰 바위입니다. 누가 저런 조각을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웅장함에 숨마져 죽여 봅니다. 이봉과 삼사봉에는 자일로 오르시는 분들이 몇 분보입니다.

 

파란 하늘이 너무도 고운 날이기에

내 마음이 시원하니 저 멀리 한강줄기

저곳가면 섬들의 고향, 무슨 물결이야 말 있으랴

아마득한 곳에는 송악산이 손짓하고

선바위 그 뒷켠에는 속세가 가 없어도

산 나그네의 마음이 오늘은 가벼워라

 

전망을 주욱 둘러보고는 하산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오봉의 옆으로 난 샘터가는 길입니다. 이전에는 이길을 반대로 산행을 하였습니다. 그 때는 초봄이었고 눈이 많아 아이젠을 차고 산행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오봉을 옆으로 하고 내림길에서 다시 오봉을 올려다 보면서 산님에게 부탁을 하여 기념으로 한 컷을 남겨 봅니다.

좀 더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오봉샘이 나옵니다. 다른 길도 있지만 오늘은 굳이 이 쪽길을 택하여 보았습니다. 예전에 온 길을 반대로 온 셈이되기에 택한 길입니다.  스틱을 커내어 조절하여 짚고 조심 걸음을 옮기어 잠시 후에 샘터에 도착하여 땀을 식혔습니다. 물맛이 아주 좋습니다. 여기는 산님들이 많이 쉬어 갑니다. 예전에는 야영지로 많이 사용되었을 법한 곳입니다. 남향으로 아주 포근한 곳으로 보입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니 한참 후에는 도봉 주능선입니다. 평평한 시골길 처럼 능선길이 몇 군데 보입니다. 도봉산이 이래서 더욱 좋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조용하고 차분하게 때로는 날카로움도 주지만 포근함도 주는 산이기에 그렇습니다

산새가 보입니다.  이제는 하산길이지만 이 산새는 도무지 겁이 없습니다. 저가 좀 덜 되어 보이는지 가까이와서 먹이를 보챕니다. 찾아보니 겨우 과자 부스러가 몇 개 보입니다. 뿌려주니 좋다고 하며 다른 녀석을 불러 같이 먹고 있습니다. 조금 작은 걸보니 새끼인지 암컷인지 모르겠습니다.. 흐뭇하지만 저의 이런 행동이 저들에게는 야생성을 박탈할 것만 같아 걱정이됩니다. 전망대에서 오봉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는 잘 다듬어진 산길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내림길은 완만합니다. 아마도 이 길이 가장 완만힌 계곡길일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려옵니다.  지금시간이면 대다수산행을 마칠 시간입니다. 이제 약간 그림자가 길어집니다. 이곳은 이미 태양의 자취가 없는곳입니다. 동쪽 사면이기에 그렇습니다.

이제는 계곡에 물소리가 들립니다.. 다시 단풍나무의 군락이 보이고 상수리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나 단풍나무는 직경이 20-30cm 정도의 거목들이 많습니다.. 상수리나무(참나무, 도토리,신갈, 떡갈나무등)들은 아주 큽니다. 뿌리쪽에서 몇 줄기 나무어져 뻗어 올라가서 아주 크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밑둥이 거의 한 아름이상입니다. 저런 자연이 그대로 잘 보전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요즈음은 무슨 벌래가 참나무를 해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는 아직은 그렇진 않지만 그래도 걱정입니다.  

앞선 분들이 산행의 장점과 건강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경험자로서 말씀하시는 분의 말씀은 산행이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활용되는 경험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옆의 분은 연신 관심을 기울입니다..

돌무더기 길이 보이고 용어천계곡이 나타납니다. 입구녘에는 돌탑이 서있습니다. 누구의 염원이 담겼는지 오랫동안 쌓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계곡길을 지나면 이제는 완연한 계곡 옆길로 접어듭니다. 거의 다 내려 왔는 것 같습니다. 계곡에는 탁족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은 막걸리로 하산주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다들 웃음을 띠고 있습니다. 용어천 계곡을 더 내려오니 문사동이라는 글귀를 옆구리에 둘른 바위가 보입니다. 아래는 폭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글자는 초서체입니다.

잘 보니 문사동입니다. 門師洞 이라는 단어(?)의 뜻은 스승을 모셔다 가르침을 청하는 장소라는 뜻라고 해석되어 질 것같습니다. 그러니 예전에 선비들이 수련하던 장소임이 분명합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계곡에 머물고 있습니다. 탁족의 유혹이 생깁니다. 그러나 내자(아내)가 아직은 성치 않기에 집으로 곧장 가야하기에 발걸음을 계속 옮깁니다. 삼거리교를 지나고 다시 구봉사입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길을 옮겨 금강암을 지나니 도봉서원입니다. 하산길을 마무리 할 즈음입니다.

시원한 약수를 한 잔 하고 광륜사에 들러 스님께 인사 여쭙고 관세음보살상께도 인사 올렸습니다. 일주문을 나서고 들머리를 지나면 여기도 사하리(寺下里: 사찰 아래의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 등)마을과 마찬가지로 대단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루의 산행길을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길가에 아름다운 꽃들이 보입니다. 다시 뒤돌아 보니 노을이 도봉산에 걸려있습니다.

하루을 이렇게 보내면 내일부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맞이 할 것입니다. 늘 산행, 특히나 진리여행이라고 명칭을 부여하는 산행은 저에게 많은 것을 남겨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