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목요일), 재작년부터 가을철에 가려고 별러 왔었던 속리산으로 가기 위해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한 준비를 끝낸 후에 6시 30분에 집을 나와 전철을 타고 강변역에서 내리니 7시 2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리산으로 가는 7시 30분발 첫 차의 표를 끊는다. 요금은 14000원.

버스는 청주와 보은 등 몇 군데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정차하다가 도착예정시각인 11시보다 5분 빠른 10시 55분에 속리산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매표소 직전에서 화장실에 들르고 스틱도 펴며 20분 이상 지체한 후에 매표소를 통과한다. 속리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국립공원 입장료 1600원과 법주사가 있기 때문인지 문화재 관람료 2200원을 더하여 38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매표소에서 몇 분을 걸으니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라는 현판을 단 법주사 일주문이 나타나고 일주문 못미처에 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샘물이 흘러나오게 한 특이한 모양의 샘터가 보인다. 바닥이 오목한 구멍에 고인 샘물을 바가지로 떠서 마신 후에 일주문 안으로 들어선다.

일주문에서 몇 분 더 걸으면 법주사로 가는 왼쪽 길과 속리산으로 오르는 오른쪽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늘의 종주는 비교적 긴 코스지만 말로만 듣던 명찰인 법주사를 들르지 않으면 나중에 서운할 것 같아서 일단 법주사로 걸음을 옮긴다.

다리를 건너서 금강문 안으로 들어서면 청동 주물에 3 밀리미터 두께의 금을 입혔다는 거대한 청동미륵대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법주사의 대웅보전과 팔상전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청동미륵대불이 모셔진 단상으로 계단을 오르니 한 사람의 몸집보다 더 큰 검은 향로가 눈길을 끈다.

청동미륵대불 주위를 한 바퀴 돌고 계단을 내려와서 신성한 구역임을 표시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는, 당간지주(幢竿支柱)를 카메라에 담고 시간관계상 법주사를 자세히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삼거리로 나와서 산행을 서두른다. 
 

속리산 시외버스터미널. 
 

속리산 매표소. 
 

법주사 일주문 못미처의 샘터. 
 

법주사 일주문. 
 

법주사 청동미륵대불. 
 

법주사 대웅보전. 
 

법주사 팔상전. 
 

법주사 청동미륵대불 밑의 거대한 향로.

 

법주사 당간지주. 
 

삼거리에서 평탄한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걸어가면 문장대로 가는 왼쪽 길과 신선대와 천황봉으로 가는 오른쪽 길이 갈라지는 세심정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길로 오르면 바로 나오는 세심정 휴게소를 지나서 이름도 특이한 이뭣고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 임도를 10분 정도 오르면 용바위골 휴게소에 이르고 이 곳부터 차가 다니지 못하는 산길에 접어들게 된다.

돌계단길과 나무계단길을 오르고 경상도집이라는 휴게소를 지나서 철제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돌계단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 바닥에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길을 걷게 된다.

한참을 오르다가 나무계단 직전의 바위에 앉아 십분 정도 첫 번째 휴식을 가진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바위들이 많은 지대를 통과하여 철계단을 오르면 이십여분 만에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에서 10분 정도 머물며 열무김치를 안주로 황기막걸리 한 잔을 마시니 기운이 좀 더 나는 듯하다.

 큰 바위 사이의 등로를 지나서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가파르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돌계단길이 나오는데 돌계단길을 10분 쯤 오르면 나무계단이 나오고 이 나무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에 “경상북도”라는 큰 표지석이 설치된 사거리가 나타난다.

사거리의 방향표지판에는 직진하면 화북까지 3.3 킬로미터, 물러서면 법주사까지 5.8 킬로미터, 왼쪽으로 오르면 문장대까지 0.1 킬로미터, 오른쪽으로 가면 천황봉까지 3.4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세심정 삼거리의 이정표. 
 

이름도 요상한 이뭣고다리. 
 

용바위골 휴게소 직후의, 큰 바위가 복판에 있는 등로. 
 

돌계단길. 
 

나무계단길. 
 

휴게소의 황기막걸리 한 잔과 열무김치. 
 

큰 바위 사이의 등로. 
 

문장대와 문수봉 사이의 사거리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길. 
 

사거리의 경상북도 표지석. 
 

사거리의 방향표지판. 
 

사거리의 휴게소를 지나서 5분 정도 오르면 본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춰져 있다고 해서 운장대(雲藏臺)라고 했었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 속의 계시를 따라서 이 암봉의 정상에서 책 한 권을 찾아서 하루종일 읽었다고 하여 문장대(文藏臺)라고 불리워지게 됐다는 암봉에 이른다.

문장대 정상의 큰 바위에는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철계단을 오르면 사방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해발 1054 미터의 문장대 정상이다. 법주사를 나와서 2시간 30분 만에 오르게 된 것이다. 넓고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추락방지 안전철망이 설치돼 있는 문장대 정상에서는 문수봉에서 천황봉에 이르는 속리산 주능선이 잘 보이고 관음봉에서 묘봉과 상학봉에 이르는 속리산 서북릉도 잘 보인다.

문장대 정상에서 20분 이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망을 즐기다가 철계단을 내려선다.

경상북도에서 설치한 큰 정상표지석의 왼쪽으로는 법주사에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정상표지석이 자리잡고 있고 그 왼쪽으로는 묘봉과 관음봉 지역은 환경 보호를 위해 영구적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고판이 설치돼 있다. 
 

문장대 정상으로 오르는 철계단. 
 

문장대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암릉. 
 

문장대 정상에서 바라본 칠형제봉과 문수봉, 신선대, 헬리포트. 
 

문장대 정상에서 바라본 칠형제봉과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문장대 정상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비로봉, 천황봉. 
 

문장대 정상에서 바라본 관음봉. 
 

문장대 정상의 전경 - 해발 1054 미터. 
 

문장대 정상표지석 후면. 
 

문장대 정상의 모습. 
 

다시 사거리로 내려와서 사거리 바로 옆의 바위 위에 올라본다. 바위에서 사방을 조망해 보다가 내려와 천황봉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문장대까지는 사람이 많더니 천황봉으로 가는 속리산 주능선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뚝 솟은 암봉의 바로 밑을 지나니 철제 난간이 설치돼 있고 바위를 다듬어서 돌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을 내려가게 된다.

산길을 오르내리다가 사거리에서 30여분 만에 휴게소가 있는, 해발 1026 미터의 신선대에 이르러서 주능선길로 걸음을 재촉하니 이 곳부터 속리산 주능선길의 전형적인 조릿대숲길이 나타난다.

신선대에서 5분 정도 더 나아가면 경업대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직진하여 나무계단을 오르면 석문이 있는 바위가 나온다. 이 곳에서 바위 위에 걸터 앉아 10분 정도 쉰다. 석문 위로 다가가보니 석문 너머로는 절벽임이 직감된다.

다시 조릿대가 밀생해 있는 숲길을 지나서 나무계단을 오르면 등 뒤에 입석대가 보인다. 언제 저 근처를 지나친 것일까? 초행길이라서 이름이 붙여진 암봉과 바위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암봉으로 오르는 샛길로 올라 조망을 해 보지도 못하고 꾸준히 등로로 나아가니 속리산의 비경을 제대로 즐기기도 어렵다. 
 

바위 위에 자란 나무의 고고한 자태. 
 

우뚝 솟은 암봉. 
 

주능선의 모습. 
 

청법대. 
 

휴게소가 있는 신선대 정상 - 해발 1026 미터. 
 

속리산 주능선의 전형적인 조릿대숲길. 
 

석문이 있는 바위. 
 

조릿대숲길. 
 

입석대를 뒤돌아보며... 
 

입석대를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르게 지나친 후에 나무계단에서 15분 정도 더 나아가니 눈 앞에 세모꼴의 큰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사이에 나 있는 좁은 길을 지나서 나무계단을 오르면 큰 바위 사이를 지나서 다시 나무계단을 오르게 된다.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곳을 지나면 눈 앞에 천황봉과 그 못미처에 있는 기암의 전시장 같은 아름다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경치다. 비로봉과 천황봉 사이의 이 바위지대가 속리산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나아가면 바위지대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삼거리가 나오는데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얼핏 보니 꽤 험해 보인다. 첫 번째 삼거리의 천황석문을 지나면 다시 10분 만에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두 번째 삼거리가 나온다. 
 

세모꼴의 기암. 
 

바위 사이의 등로. 
 

등로의 기암. 
 

천황봉 못미처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바위지대. 
 

기암들 너머로 천황봉이 우뚝 솟아 있고...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천황석문.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두 번째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두 번째 삼거리에서 5분을 더 오르면 헬리포트가 나타나는데 이 곳에서 잠시 지나온 암봉들을 조망해 보다가 10분 만에 삼각점과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1058 미터의 천황봉 정상에 오른다.

문장대보다 4 미터가 더 높지만 조망은 문장대에 미치지 못하는 천황봉 정상에서 15분 정도 머물다가 하산을 서두른다.

남도지방에는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천황봉이라는 명칭을 붙인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이는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위가 일본 천황이라고 세뇌시키기 위해 일부러 개명(改名)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산행중 자주 뇌리를 스쳤다.

걸음을 재촉하여 천황봉 정상에서 15분 만에, 문장대 쪽에서 볼 때 상고암으로 내려가는 두 번째 삼거리에 닿는데 이 길은 상환암으로 내려가는 길이기도 하다.

단풍잎들이 수북히 떨어져 있는 나무계단길을 구불구불 내려간다.

고개를 들어 산 위를 쳐다보니 능선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풍이 산비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광경이다.

18시가 다 된 시각에 서산에 지는 석양을 바라본다. 속리산 속에서 맞이하는 석양이 마음을 처연하게 해 준다.

천황봉 정상에서 30여분 만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삼거리에 닿는데 직진하면 상고암까지 0.2 킬로미터이고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법주사까지 4.6 킬로미터다. 최단거리로 내려가기 위해 법주사 쪽으로 내려선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또 상고암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역시 법주사 쪽으로 나아가니 바위에 홈을 파서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길이 나온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구불구불 내려가다가 시계를 보니 18시 27분이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후래쉬를 꺼내 든다.

사나운 짐승이 튀어 나올 듯한, 동굴 같이 음침한 상환석문을 지나니 나무계단 밑에 야생고양이 한 마리가 등로를 가로막고 있다. 야생고양이를 쫓고 상환석문에서 15분 정도 더 내려가니 상환암까지 0.1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3분 정도 더 내려가면 세심정까지 0.8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나오지만 내리막길은 끝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도봉산이나 북한산처럼 미끄러지기 쉽거나 관절에 많은 부담을 주는 험로는 아니고 육교나 지하도의 계단처럼 유순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후래쉬를 켜지 않으면 칠흑 같이 어두운 산길을 조심tm럽게 내려오니 오른쪽에 불이 켜져 있는 세심정 휴게소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19시 6분. 서울로 바로 가는 버스는 이미 끊기고 속리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주로 가는 막차가 19시 50분인데 여기서 아무리 넓은 포장도로라고 해도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길을 막차 시각에 맞춰 급히 내려가기는 무리이고 8시간의 산행에 다리도 지쳐 있는 터라 마침 대기하고 있던 영업용 차량에 동승하여 약간의 수고비를 치르고 속리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십여분 만에 내려가니 터미널 매표소는 불이 꺼진 채 아무도 없다.

터미널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서 버스표 자동판매기에서 청주까지 가는 막차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6900원.

이십여분 만에 식사를 해결할 수 없어서 근처의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서 버스 안에서 배낭 속에 남은 떡과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21시 15분경에 이 버스의 종점인 청주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남부터미널로 가는 21시 25분발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6100원.

버스는 23시경에 남부터미널에 닿는다. 터미널 바로 밑의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다. 
 

헬리포트. 
 

헬리포트에서 돌아본 지나온 암봉들. 
 

천황봉 정상의 정상표지석 뒷면.

 

천황봉 정상에서 돌아본 문장대와 속리산 주능선의 암봉들.

 

천황봉 정상의 정상표지석 - 해발 1058 미터.

 

조릿대숲길을 되돌아 내려가며... 
 

단풍잎들이 수북히 쌓인 나무계단길을 구불구불 내려가며... 
 

만산홍엽. 
 

속리산 속에서 맞이하는 석양. 
 

바위에 홈을 낸 바위계단길. 
 

원점으로 회귀한 오늘의 속리산 날머리 - 세심정 휴게소.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