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봉-백운봉 산행기


 

날짜:2006/07/23(일)

산행자: 여여와 마눌

날씨; 안개

산행길: 원점회귀산행

세수골 약수사(0830)-두리봉-헬기장-백운봉(1130/1230)-헬기장-용문산자연휴양림-세수골 약수사(1400)...........총5시간30분

교통: 구리판교 고속도로 서하남IC-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지나 우측-하남IC-팔당대교건너-6번국도-양평-양평대성학원-약수사

 

 

 


 


 

1.인간의 한계


 

몇 일간  폐병환자 말기에나 들을 수 있는 허한 기침과 가래가 계속 된다.

여름 감기는 @도 걸리지 않는다던데...평상시 영이 있는 @를 즐겨 먹어 이런 벌을 받는 것인가?

누가 그랬던가?......... 사람이 아픈 병에는 2가지가 있다고.....

“하나는 병(illness)요 또 하나는 질환(disease)이다” ..............

 

암에 걸린 사람에게는 암 자체는 문자 그대로 지칭하는 병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걸리지 않는데 나만 왜 암에 걸렸을까?”....“내가 오랫동안 담배를 펴서 그런가?”....

“마음 씀씀이를 드럽게 써서 이런 벌을 받는 건가?” “아니면 평상시 방만한 생활을 해서 걸린 것인가?”.......이렇게 병의 사회적인 인과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질환이 된다..........

우리는 대개 병 자체보다는 질환 다시 말해 병이 가지는 사회적 무게나 시선 때문에 더 괴로워 한다 는데............나또한 여름 감기를 견공의 복수로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고 씁쓸하게 웃는다.

 

한마디로 병이 아닌 질환이란 중증에 걸린 것이다....불쌍하고 나약한 인간이여...

 


 

↗하남IC 들어서기 전에 보이는 구름속 예봉산
 

2.뭉탱이 알약


 

오한이 나는 천근만근 몸뚱이를 곧추세워 기신기신 일어나니 6시 30분......

마눌을 보니 나보다 상태가 더 안좋다. 저혈압증세로 천길 나락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하는데

손을 뻗어도 구해줄 묘책이 없다.  그래도 산에 가볼 요량이냐고 물으니....

죽어가는 목소리로 산에는 간단다......

마른 기침소릴 연짱 내고 있는 내가 안쓰러운지.....오히려 나의 상태를 걱정한다....

약봉다리에서 7알이나 되는 뭉태기 알약을 입에 털어넣고 보니....

뭉탱이 약으로 배는 부른데...빈속이다.. .... 쩝~........


 

3.항상 기다려 주는 곳


 

대충 준비해 출발하는데...행선지를 정하지 못했다...

애라~ 백운봉이다. 그래 항상 만만한게 백운봉이다...

몸이 안좋거나 비가오거나 시간이 넉넉치 않으면 집에서 50분정도 걸리는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

백운봉가는 날은 조건이 여의치가 않다.

몸이 안좋거나 비가오거나 날이 흐리거나..시간에 쫓기거나........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으로 차를 모는데...안개가 자욱한 날씨 때문인지 약기운 때문인지...

뽕맞은 사람처럼 몽롱하다. 마눌은 눈을 감고 자고 있는지 명상을 하고 있는지.......

거의 환자들의 후송상황.....

 


 

↗ 암릉도 있어요

  

 

 

4.두리봉을 들머리로


 

8시반에서 약수사에 도착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매번 올라간 백년약수쪽이 아닌 두리봉으로 들머리를 잡는다.

용문산 자연휴양림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택해 두리봉을 오른다.

벌써 휴가를 온 가족들이 일어났는지 펜션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두리봉 오르는 길은 안개가 자욱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지 청정지역이다.

공기는 가볍고 촉촉하다.

 

가파르게 오르는 길 예기치 않은 밧줄도 나오고.....그러나 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매번 세수골에서 오르는 길에서 ....항상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궁금했었다.

마눌은 원기를 회복하고 정기를 받았는지 씩씩하기 이를 데 없다.....

힘이 없는 나는 오름길에서 니이체의 “나를 죽이지 못하는 병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다” 라는 말을 되뇌여 보지만 몽롱하기는 마찬가지다.

 


 



  

↗두리봉과 낯선 총각


 

↗패랭이꽃인가요? 아는 꽃이 없어서....^^

 

 

5.두리봉에서 백운봉 가는 길


 

얼마나 올랐을까?...케른(돌탑)이 있는 두리봉이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백운봉 가는 길에 고만 고만한 봉우리를 넘는다.

두리봉에서 조금 가다보면 우측으로 삿갓봉과 태봉으로 가는 길이 있다던데......

집중을 할수 없었던지 발견을 못한다.

 

양평사람들이 운동 삼아 잘 올라온다는 헬기장에 도달하니 많은 꽃들이 피어있다...

안개속 천상 화원........................

헬기장에서 조금 내려서니 평상시 잘 올라오던 세수골의 길과 만난다.

 

백운봉 쪽을 올려보니 평상시 잘 보이던 백운봉의 위용은 볼 수 없고 오리무중속이다.

이제부터는 가파름의 시작.....철계단을 지나 백운봉에 오른다.

 


 

↗오름길에 안개

  

 

 

6.쓸데없이 바쁜척하며 움직이는 우리들


 

하얀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백운봉이라했지......

이름에 걸맞게 하얀 구름 속에서 오찬을 한다.

5~6명의 처녀 총각들이 까르르 까르르 웃고 떠든다. 젊음은 어디서든 좋다....

 

언젠가 여행을 가서 근사한 식당에서 잘 어울리는 한쌍의 젊은 커플을 보면.....

웨이터를 조용히 불러.....그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리라..... 는 상상을 해본다............

상상은 자유고 더구나 돈이 들지 않으니..........^^**....................

 

“어이! 총각들......과일줄까?”..........가져온 자두를 나눠 주니...

물밖에 없는 그네들이라 넙죽 받는다....

형식과 예절에 얽메이지 않으니....주는 손과 받는 손 모두 가볍다.

 

전망바위에서 오찬을 하는 동안 안개가 걷히고 올라오고 순식간에 몇 번을 반복한다.........

“浮生이 空自忙”한다는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

 


 

↗백운봉에서 본 지나온 능선

  

↗전망바위에서 안개가 스러지고

 


 

↗다시 안개속으로


 

↗문자 그대로 하얀 구름속

 


 

↗하산시 구름속 능선

 


 

↗방끗 웃는 백운봉


 

↗서부능선


 

↗성두봉쪽 칼날 능선과 백운봉 능선


 

↗칼날 능선


 

 


 

↗세수골

 

7.그얼굴에 햇살을


 

한시간을 휴식한 우리는 우리의 주제를 파악하고 흩뜨러진 의관을 정제한 후 올라온 데로 내려선다.....

 

가파르게 내려서 안부에 도달하여 백운봉을 올려보니.....

성두봉으로 향하는 칼날 능선이 안개속에 열리고 있다...

 

내가 그렇게 백운봉을 홀대하는데도 백운봉이 방끗 웃는데............

목젖에 뜨거운 무엇이 올라와 울컥 걸린다..........

 

모든 것이 여의할 때 다시 찾으마 다짐하며 하산하는 길.....왼쪽 우뚝 솟은 멋진 두리봉...........

창백한 얼굴들......가벼워진 발길에 햇빛이 밝게 비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