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불수사도북 산행記


 

 지난 7월 17일(제헌절)에 시도했던 불수사도북이 부족한 산행 정보, 멈추지 않는 비와 알바로 중도 포기하고, 인터넷 검색은 해보았으나 덕능고개와 수락산 정상부근의 지리를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행을 다시 실행합니다.

  

 우려했던 대로 덕능고개를 가지 못하고 두 시간을 알바하고 체력을 낭비해 이후 산행의 어려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락산 구간은 정상으로 알았던 곳은 하강바위이더군요. 간간이 눈에 띄는 등산객들에게 물어 가며 별 문제없이 수락산과 홈통바위를 지나 동막골로 안착합니다.

  

 결정적으로 범골 입구 샘터에서 물을 채우면서 삶은 계란(누나가 챙겨 준 것임)을 네 개 먹었는데 이것이 잘못되었는지 고통이 심했습니다. -제헌절 이후 누나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집밖을 나가지 못해 운동부족인 상태에다, 상계역이 가까운 누나 집에서 자고 출발한다고 오랜만에 친구 희곤이를  만났는데 안된다 하면서도 생맥주를 1000cc를 마시고, 오랜만에 보는 누나와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새벽 1시가 되도록 늦어지면서 결국에는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아 뒹굴뒹굴하다가 세시가 되자 출발합니다.- 몸관리가 안된 상태에서 또다시 알바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체력 안배에 문제가 된듯합니다.

  

 사패산에서는 앉아 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계속 쏟아져 단단히 체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사패산에서 포대능선으로 향하던 중, 오르막만 나오면 명치끝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어 가다 쉬기를 반복하는데, 우측 금지된 샛길로 산행하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면길이라 고도 차이가 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 사람들 뒤를 따릅니다. 결국에는 염치없게도 이분들 중 여자 한분에게서 약도 얻어먹고 손을 두 번이나 따게 하는 수고로움을 끼치게 합니다. 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밥까지 한술 얻어먹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계속 샛길로만 운행했기 때문에 신선대를 오르지 못했습니다.

  

 오봉과 거북바위 갈림길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우이암을 지나 우이암 매표소까지는 순조롭게 진행했으나, 육모정 입구에서 기다리던 세로산악회 친구들을 만나면서는 애초에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산행 속도를 떨어뜨리게 합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도선사 코스보다 거리가 멀어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산행 도중에 만난 분이 이 코스를 추천해 육모정 입구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어쩔 수 없이 코스를 변경하면서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긴 코스로 1시간 이상을 낭비합니다. 육모정고개에서부터 같이 행동하다가는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 앞서 진행합니다.

  

 백운산장에 도착하니 18:50. 시장기는 없으나 가야할 길을 생각해 컵라면을 사먹으며 운무속에 어두워져가는 산정을 바라보며 시간 계산에 여념이 없습니다. 늦어도 22시까지는 집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애초에 의도한 산성길과 비봉능선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완벽한 종주는 아니지만 덕능고개에서 두시간동안 알바하느라 오간 거리를 감안하면 그게 그거다라는 위안을 하며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담는데, 1.5L 물병을 다섯 번째 채웁니다.

  

 19:27. 드디어 백운대에 오릅니다. 그 붐비던 이곳을 아무도 없는 나홀로 태극기를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세로산악회의 인찬이형에게 전화하고 서둘러 내려오는데 까닭없이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무도 없는 백운대 철난간을 잡고 이제는 청춘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늙은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는, 짙은 운무와 어스름이 깔리는 세상으로 내려갑니다. 사는게 늘 이렇지요. 열망하는 그 무엇에 불나방처럼 달려들지만, 그 뒤에 남는 허망함이란.......    

                  

2006. 7. 23.  03:28~20:48.  17시간 20분(휴식. 알바 포함)

운행거리 *도상거리:약38.5km. *실거리(추정):약48km.


 

03:28 청록약수터 산행 시작

04:04 불암산성(헬기장)

04:27 불암산

지난 제헌절 산행에서처럼 406봉을 넘지 못하고 2시간 알바

06:51 덕능고개(야생동물 이동로)

07:51 하강바위

08:07 수락산

08:19 기차바위

09:22 동막골

09:59 범골입구

11:29 사패산

13:50 포대능선 샛길에서 점심

15:20 우이암 전망대

16:03 우이암 매표소

16:52 육모정입구

17:30 육모정 고개

18:28 하루재

19:27 백운대

20:48 북한산성 매표소


 

03:28. 청록약수터 산행 시작


04:04. 불암산성(헬기장). 제헌절 산행에서 30여분씩이나 헤멘.......


04:14. 거북바위. 어두워서 찍지는 못했지만 그 모양이 꼭 거북이 같습니다.


거북바위 위에서 잡은 상계동 방면의 야경입니다.


04:27. 불암산입니다.


04:34. 불암산 정상에서 진행하면 다람쥐광장이 있고, 그 오른쪽에 있는 표지판입니다. 이 표지판쪽의 능선길을 따라 2시간의 알바가 시작됩니다.


05:25. 왜, 똑같은 사진을 위 아래로 올렸겠습니까? 장소는 같은 건데 시간이 50여분 차이가 납니다. 능선길을 타고 1km정도 진행하면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봉이 406봉입니다. 이봉을 넘어가야 하는데 그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에도 알바했던 곳입니다. 지난번엔 좌측길로 빠지지 말라는 산행기를 보고 우측으로만 빙빙거렸는데,  이번엔 좌측으로 돌아 이 봉을 넘으려다 결국엔 실패하고, 혹시나 석장봉에서부터 잘못된게 아닐까 싶어, 그리고 혹여 등산객을 만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다시 석장봉을 올라 옵니다.


06:01. 석장봉에서 다시 406봉 밑으로 다시와 결국엔 지난번에 헤멨던 우측길로 다시 들어서 진행을 하지만 406봉을 돌지 못하고 떨어지는 능선따라 진행하다가, 지난번에 보았던 송전탑에서 멈추고, 혹시 대장님이 알고 있을까 싶어 전화를 했으나 주무시는지 받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이것저것 프린트해온 것들을 살피다가 어느 산행후기 댓글에 올려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염치 없지만 전화를 합니다. 016-380-17XX. 이분도 주무시다 받았는지 어떨떨해 하다가 406봉 앞에서 우측으로 꺽자마자 좌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는군요. 귀신이 곡할 지경입니다. 어쨌튼 이길로 진행해서 지난번처럼 부대 철조망따라 갈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울화통이 치밉니다. 오늘 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 길을 찾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깁니다. 길을 되돌려 오르다가 406봉 근접해서 희미한 우측길로 들어갑니다. 여러 선등자가 헤멘 곳인지 처음엔 길이 뚜렸하다가 나중에는 아주 점입가경입니다. 되돌아 나오면서 그와중에 또 길을 잃어 아주 진땀을 흘립니다. 이제는 무조건 안부까지 나옵니다. 


06:38. 안부까지 되돌아와 주변을 살폈지만 별수가 없어 다시 우측길로 접어 드는데 땀을 닦다가 손수건을 땅에 떨어뜨려 주우려고 주저앉다 무심코 앞을 보니 맙소사!!!  조그만 바위에(무릎 높이 정도) 붉은색 스프레이로 5산이라고 씌어있고 좌로 꺽어진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리본도...... 나무에 메달린 표식기만 찾았지 이렇게 무릎 높이로 낮게 써 있으니, 지난번 산행때는 비가 오고 어두워서 못보고 오늘 역시 어두워서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근데 대부분의 산행기는 별 문제없이 이 구간을 지나가던데 왜 나만 이리 헤멨을까요?


06:51. 덕능고개. 동물 이동로입니다 . 송전탑을 지나 부대 철조망을 따라 진행하는데 인찬이형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알바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에 회룡에 가기 어려우니 먼저 출발하라고 통화합니다. 알바하느라 기운이 소진됐는지 발이 엉켜 미끄러지며 넘어져 손바닥이 긁히며 피까지 봅니다.



07:51. 생김새가 요상한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지난번 실패기에 불암산 정상이라고 잘못 올린 하강바위가 있습니다. 태극기가 걸려 있어 정상인줄 알았는데 지나던 등산객이 정상은 더 올라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분을 따라 가는데 조금 더 올라가 쇠줄 난간이 나오고, 난간 사이 우측으로 떨어 집니다.(지난번 산행때 역시 이 길로 들어섰는데 문제는 지난번에는 워낙 운무가 짙어서 보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다시 우측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계속 계곡으로 떨어졌던 것입니다.) 중간에 철모바위등이 있으나 이분이 불수사도북을 한다는 말을 듣고 우회해서 정상으로 안내해 줍니다.


08:07. 수락산 정상입니다. 사진 위로 태극기가 있는데, 이때는 빈 깃대만 있습니다. 안내해 주신 분이 찍어준 사진으로 제가 들어간 유일한 사진입니다.



08:19. 홈통바위입니다.


09:22. 동막골 입구 굴다리입니다.


09:35. 동막교 난간에 피어있는 나팔꽃입니다.    


09:59. 범골 입구입니다. 이정표 뒤편의 샘에서 물도 담고, 여지껏 먹은게 사과 하나와 물 뿐이라 몹시 시장해서 계란 네개를 서둘러 먹고 출발했는데, 급하게 먹은게 잘 못 됐는지 호암사를 조금 못 미쳐서부터 몹시 고통스러웠습니다.


11:29. 사패산 정상입니다. 이곳에서는 앉아 쉬고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고통스러워 30분을 쉽니다. 좀처럼 체기가 가라앉지 않아 사실, 포기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기도 했는데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어 가는데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을 먹습니다. 이곳에서 포대능선을 향해 가는데 처음엔 내리막이라 그리 힘든줄 모르고 갔는데, 오르막이 나오자 명치가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심한 경사를 오를라치면 한걸음 걷고 쉬고 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때 능선 우측의 출입이 금지된 샛길로 한무리의 사람들이 여유롭게 얘기하며 줄지어 가는 것을 보고, 기복이 심한 능선길보다는 사면 샛길이 기복이 덜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사람들 뒤를 쫓습니다.


13:50. 결국에는 사진 중앙의 뒤, 얼굴이 반쯤 가린 여자분이 약도 주고 등까지 두들겨가며 손을 두번이나 따 줍니다. 조금 살만해지면서 식사를 하는데 솔잎주까지 곁들여 밥까지 한술 얻어 먹습니다. 이 분들과는 오봉과 거북바위 갈림길에서 헤어지면서 수차례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미흡하나마 오늘의 산행이 성공한 것은 순전히 이 분들의 도움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샛길로만 운행했기 때문에 신선대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군요.


15:20. 우이암을 오르는 계단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썩 괜찮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젠 살만한지라 시원한 조망에 눈이 가는군요.


16:03. 우이암매표소입니다. 시간은 많이 지체되었지만 매표소를 돌아 나와 계곡물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10여분 지체하며 발을 닦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일교에서 찬이형과 통화를 하는데, 오늘 산행을 하다 만난 분이 안내해준다고 육모정 입구에 같이 있으니 오라고 합니다. 애초에 불수사도북을 준비하면서 도선사 길과 육모정 코스를 비교했는데 육모정 길이 1km 길 뿐 아니라 영봉(604m)까지 올랐다가 하루재로 내려가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도선사로 계획을 잡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어 육모정입구로 향합니다. 도봉산장으로 오라고 해서 식당에서 기다리는 줄 알고 그렇다면 뭐라도 먹게  시켜달라고 하고  가보니 식당이 아니고 주차장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찬이형과 장총무님, 윤형원님, 바닷가의 추억님과 한사랑님 부부입니다. 그리고 길안내 해주신다고 함께 하신분도 계셨는데, 말씀을 들어 보니 이분은 도봉, 북한산의 박사입니다.


16:52. 육모정 입구입니다.


17:30. 육모정 고개입니다. 이곳에서 후미를 기다렸는데 올라오더니 술병을 꺼냅니다. 아무래도 행동을 같이 하다가는 오늘 산행이 어려울 것 같아 먼저 일어 섭니다.


18:28. 하루재입니다. 도선사로 왔으면 한 시간 거리를 두 시간이 넘어 도착합니다. 백운산장에서 남은 거리를 생각해 별 생각도 없는 컵라면을 시켜 절반이나 남깁니다. 우물에서 물을 담는데 이번이 다섯 번 째 입니다. 동막교를 지나 스프레이 파스를 사러 들어간 약국에서 먹은 물과 범골 입구 떡집에서 먹은 물을 계산하면 오늘 마신 물이 7리터가 넘습니다. 엄청 마셨군요.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소변을 한번 밖에 안 봤으니 그 많은 물이 다 어디 갔을까요?


19:27. 백운대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눈앞만 흐릴 뿐 할 말이 없습니다.


20:48. 산성매표소입니다. 애초에 계획한 산성길과 비봉능선을 지나 대호매표소로 날머리로 잡았으나, 알바와 몸의 이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결국엔 오산을 오르긴 했으나 마지막 북한산은 종주는 실패하고 횡단만 하는군요. 덕능고개에서 알바를 하면서 오간 거리로 총 운행거리는 대호매표소까지의 거리와 다름이 없어 그나마 위안으로 삼습니다. 끝으로 성원해 주신 여러분과 이번 산행에서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