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주말인 7월 22일~23일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정신없이 다녀온 지리산 산행기를 올려봅니다.

 

■ 달려라 달려 ■

차라리 이렇게 못 잘바에야 3시나 4시에 출발하였으면 오죽이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세석산장 창문을

수도 없이 바라보면서도 5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해드랜턴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5시가 되었습니다.

날이 밝아옵니다. 밖으로 나오니 여기저기서 식사들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애써 취사장을 외면하고 본건물 사이로

벽소령 가는길로 올라섭니다. 좀전에 산장안에서 어떤 산님이 성삼재에서 오셨다는데 산행시간을 물었더니 13시간이

걸렸답니다. 성삼재에서 마지막 버스가 5시쯤 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삼재로 가는길은 아무래도

내리막이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하나  적어도 4시 반까지는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손가락으로 연거푸 계산을

해봐도............. 답이 않나옵니다. 그러는 사이 벌써 시각은 5시 18분입니다.

  

달려라~ 달려~. 친구의 거친 숨소리도 배고프다는 말도 모두 못들은 채 앞서서 내달립니다. 매일 아침 오르는 양궁장

낙가산 오르는 속력으로 말입니다. 그러다가.....그러다가.....흘깃 하늘을 봅니다. 불덩이, 바로 불덩이가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촛대봉 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사람들 얼굴위에 일출이 부서지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좀 넓은 개활지에서 멈추어 섯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지리산을 봅니다. 핏빗~ 하늘! 황홀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제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불안감이 고개를 쳐듭니다. 가야만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또 달립니다.

생각해 보면 세석-벽소령  멀긴하지만 가장 평탄한 구간이 이었기에 탈진을 면하지 않았나 봅니다. 벽소령이 가까워지자

등산로는 차라리 임도->신작로로 변합니다. 드디어 흘깃 눈에 익은 지붕 보입니다. 벽소령 지붕입니다. 종주를 생각할때마다

인터넷에서 아예 인쇄까지 해서 마르고 닳도록 본 벽소령 지붕이 실제로 눈앞에  있는것이었습니다. 감동도 잠시 마음이

바쁩니다. 친구는 내 배낭을 배고 취사장으로 저는 샘터로 물을 길러 갑니다. 시간을 보니 7시45분 약 2시간반이 걸린겁니다.

  

이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어쩌면 4시안에 도착할지 모르며, 거기서 막걸리를......이런 기분좋은 상상을 하는데 비가 떨어집니다. 드디어 올것이 오는건가??? 일기예보에는 이미 일요일 장마비가 온다고 예보되었기에 각오는 되있었습니다. 최근에 저와 친구는 모든 산악회를 포기하고 금요일 마다  지리산을 예약하고 항상 5분대기조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주말마다 비가온다는 예보였고.....정말로 주말마다 비가왔습니다. 한번은 무릅쓰고 배낭까지 메고 나왔다가 천둥번개에 놀라 철수 한적도 있습니다. 물론 저와 친구는 준비한 술을 공원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 거의 다 마셨었습니다. 아뭏든 산행내내 우리는 비에 대한 일종의 `공포`에 떨었습니다.

  

취사장에 들어오니 부부처럼 보이지않는 부부 한쌍(확실하냐구요? 모릅니다!)이 정말로 깨가 쏱아지게 밥을 해 드시고 계셨고

저구석에는 블랙야크 검은 메리야스에 반바지 차림을 한 혼자 산행을 온 듯한  분이 프라스틱 소주병을 비우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분업과 속도전을 겸비하여 참치찌게를 만들어 브랙야크의 프라스틱 소주병 옆에 자리를 깔고 어제 로타리산장에서 만든

찬밥과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 분이 나간 후에 우리는 설겆이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코펠과 접시에 물을 여러번 부어 마셨습니다. 8시 반입니다. 일회용 우비를 배낭에서 꺼내 주머니에 넣습니다. 자~ 이제 또 가보는 겁니다.

다리는 않아팠냐구요? 아팠습니다. 저는 티눈이 많아서 걸을수록 점점 더 아파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저지른

일인걸요.

  

본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올 봄에 산악회원과 함께 백무동-장터목-천왕봉-로타리-중산리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는 그 코스는 가지 않기로 했던겁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오려고 했던거지요.

여유있게 말입니다. 지금은 그런거 저런거 따질 때가 아닙니다. 8시반 지금부터 오로지 전진입니다. 소대 전진~~!!

  

■ 만남 ■

소대원은 힘찬 구령 대신

“어디로 가는거야? ”

“연하천!”

이름이 어쩌면 이리도 이쁩니까? `연하천` `노루목` 임걸령` `총각샘` `선비샘` 장터목` `치밭폭` `벽소령` `토끼봉`......

누가 이렇게 멋지고 정감있는 이름을 지었는지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 할 따릅입니다. 그러나 감사는 감사고 갈길이 멉니다.

이제 친구를 앞세웁니다. 저는 친구 발끝만 보며 걷고 또 걷습니다. 그러다가 친구 궁둥이도 어려번 들이 받았습니다.

어쩌다 눈에 들어오는 들꽃이 예쁩니다. 어느 양지 바른 경사면에는 요런 ↓↓↓ 예쁜 꽃도 피었구요.

 

  


 등산로 바위틈 아무것도 빌 붙을데 없을것 같은 야박한 틈새에는 요런 ↓↓↓ 꽃보다아름다운 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꿏은 운명으로 지상최대의 목표지점인 성삼재를 오직 부실한 발만을 이용하여 가야만 하는것입니다.

이제 사람도 없습니다. 성삼재에 종주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미 다 지나가 버린거구요. 오늘은 비가온다니 누가 오겠습니까?

더군다나 일요일이니 비오는날 생짜 휴가를 낼리가 없지요. 이래저래 힘만들어갑니다. 길도 앞구간 만큼 좋질않습니다.

“사람소리 나는거 같다!!??” 갑자기 친구가 반가워 말합니다.

“모르겠는데... 가서 따라잡자”  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힘을 내봅니다.

한참 가다보니 정말로 앞쪽에 인기척이 납니다. 앞에서 인기척이 난다는 얘기는 성삼재로 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차편을

확실히 물어보리라 생각합니다.

잠시 후 조망이 탁 트인 등산로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얼핏 섬진강이 어쩌구~하는 소리로 보아 이곳 지형에 빠싹한 사람

들로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여 물 한모금을 먹자 인사를 건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아까 벽소령에서 본 블랙야크입니다.

“아예~ 청주에서요.” 친구가 저 사는 집이 그리웠는지 얼른 대답합니다.

“세석에서 오는길입니다 아까 벽소령에서 뵌 분이네요” 

우리는 블랙야크를 앞세우려는데 극구 우리보고 앞서랍니다. 결국 친구-저-블랙야크 순으로 대오가 꾸며집니다.

저는 혹시 블랙야크가 앞지르기를 할 경우를 대비해 급하게 물어봅니다.

“성삼재에서 남원가는 막차가 몇시지요?” 

“남원가는건 없고 구례로 가야합니다. 하루에 서너대 있을겁니다” 

`구례` `구례` 구례면 구례구역에서 기차를 타야한단 말인가 허~~참 이거 웃긴다 완전히 거꾸로 잖아. 그나저나

몇시가 막차인가. 거기서 기차가 있을까. 없다면 시외버스로.........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무는데 블랙야크가

믿지 못할 제안을 합니다.

“같이 가게된다면 제차로 구례까지 같이 가시죠?”  갑자기 청주가 눈앞에 있는것 같아 가슴까지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그러면 좋지만 저희들이 초보라서 속도도 그렇고....”  제가 불쌍한 목소리로 제안을 사양하는 모션을 취합니다.

속마음은 제발 같이가자고 조르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쫀심은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뭏든 제 친구는 이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속도를 냅니다. 어찌하든 따라가겠다는 의지 표현이지요.

그렇게 하여 산행의 새로운 제2라운드가 펼쳐집니다.

  

■ 지리산 신령님의 협조 ■

순천시청에 근무하는 분이었습니다. 나이는 묻지 않았지만 저와 비슷한 40대 중반으로 보였습니다.

자칭 지리산매니아, 딸이 중학교 3학년, 제가 모르는 곳에서 올라와 벽소령에서  1박, 애주가....등 신변에 대한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태극종주~ 매주 지리산에 온다는 얘기를 들으니 은근히 고수로 존경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분 아내도 산을 무척 좋아하는데 애들 때문에 따라오지 못했으며 성삼재에서 차를 몰고와 삼도봉쪽으로

오고 있다는겁니다. 그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철책이 보이더니 이내 연하천 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맘 좋게 생긴 수염달린 산장지기와 연신 대화를 하는것을 보니 한 두번 본 사이가 아닌듯합니다. 친구는 꼭 같이가자고

의지를 불태웁니다. 그사이 전 짱구를 굴립니다. `먼저가자` `죽기살기로 먼저가서 기다리면 태워줄꺼다`

“저희들 먼저 갈께요 천천히오세요”  저 멀리에 있는 고수에게 통보를 합니다. 천천히, 천천히 오라구요

“음료수 들고 가세요 이미 계산했습니다 걱정말고 같이 가세요” 기분좋게 웃어줍니다.

게토레이 한개에 2000원-저와 친구 먹었습니다. 기가막히게 맛있습니다. 위벽에 쏙쏙 빨아드는것 같습니다.

연하천을 떠나 계단을 오르면서 맘의 여유가 생깁니다. `잘하면 이거 제대로 되겠는데.....' 긍정적으로 모든게

바뀌어 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의 체력이 바닥이 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내리막은 잘가는데 오르막만 만나면

출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겁니다. 고수는 페이스를 잃지 말라고, 천천히 가라고 고마운 말만 거듭합니다.

드디어 5백 몇십계단을 올라 삼도봉입니다. 고수보다도 더 인자해보이는 분이 기다립니다. 고수의 아내입니다.

거기서 고수의 아내가 싸온 김밥, 맥주, 김치를 맛나게 먹고 섬진강 쪽을 바라봅니다. 기가막힌 풍경이↓↓↓↓↓펼쳐집니다.

(아래사진은 제가 찍은게 아니구 고수님이 찍은것을 무단 전제합니다)
 

  

■ 고난의 시간 ■

노루목을 지나 임걸령 샘에서 식수를 채웁니다. 체력이 바닥이 났습니다. 고수 아내도 보통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는 이제 염치고 뭐고 오르다 쉬기를 반복합니다. 제가 않되겟다 싶어서 먼저 가시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는 불안한 마음에 나를 쳐다봅니다. 그렇게 그분들을 보내고 둘이서 그간 못했던 욕을 해대며 산을 지리산을

오르고 내립니다. 그렇게 고대했던 산행인데, 이제는 종주고 뭐고 아무생각이 없습니다. 오로지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들짐승 같다는 느낌입니다. 저기 노고단이 눈앞에 보이는 지점에 그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야생화를 찍고 있었습니다. 허락없이 한컷 올려봅니다.


 

이왕에 길어진 산행기 사진축소를 안하겠습니다.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길은 티눈 많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밖힌 너덜바위 지대입니다. 아이고 발에서 불이 번쩍거립니다.

친구도 무릎을 움켜쥡니다. 그렇게 죽기살기로 노고단에 오릅니다. 노고단에서 잠시 휴식하며 천왕봉을 봅니다.

■ 종주의 완성 ■

시야가 너무 좋아 천왕봉이 발 지척거리에 있습니다. 기쁨도 잠시 성삼재까지 걸어가야 하는것입니다.

이길은 이미 지난 겨울에 걸어본적이 있는길로 역시 티눈환자에게는 쥐약입니다. 노고단 산장에 겨우 내려오니 화장실 아래로

계단길과 우회로가 납니다. 저희는 우회로 가겠다고 고수 내외에게 말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와 판판한 부분을 골라골라

성삼재로 내려옵니다. 길고도 긴 2km입니다.

드디어 매표소~!!! 화장실로 가 대충 손수건으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등산화 끈을 풀어 조은후 두리번거립니다.

없습니다. 찾아도 그분들이 없습니다. 친구와 제가 길잃은 양 모양으로 떨고 있는데 뒤에서 그분들이 먼저 아는체를 합니다.

구례 목화식당에서 돼지머리국밥과 소주 3병을 마셨습니다. 꿀맛~~~바로 그거였습니다.

“종주 축하드려요” 내외분들의 말입니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술을마시니 다리가 안아픈것 같습니다. 친구는 구례역이 멀지 않으면 걸어가겠다고 맘에 없는 말을 합니다.

결국 섬진강 넘어 순천땅에 있는 구례구(구례입구란 뜻이랍니다)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다행이 자리도 있고 시간도

남았습니다. 기차역 옆에 있는 슈퍼에가서 새우깡과 소주두병을 사서 마셨습니다.

조치원 까지 오는길에 술을 마셨음에도 전 깨어 있었습니다. 40분 연착한 기차는 조치원역에 10시쯤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종주가 완성된것입니다. 제힘으로요? 아닙니다. 지리산 산신령과 그분의 꼬붕인 고수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길고 엉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고수님께

사진 무단으로 올려서 화나시지는 않으셨겠지요

그리고 요즘은 부부같지 않은 부부도 많은거 같습니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청주근교 오시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내내 두분 건강하십시요 - 청주에서 김동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