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종주는 무엇일까?

참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태극종주하시는 분도 있고 백두대간 뛰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제 두 번째 종주하면서 그 궁극의 대답을 듣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만,

상투적인 대답조차 먼저 보다 더 어려워지는 것은

왜 일까요?

 

작년 단독 종주의 첫 경험이 지리산의 모습에서 지혜를 깨달았다는 듯

가슴벅차하던 초보산꾼의 오만이었다면,

벗과 함께 동행 했던 이번 길은

경험은 있으되 요령은 허락지 않고,

기회와 행운이 있을 수 있지만, 가로지를 수 있는 지름길은 나있지 않으며,

그 모든 것은 길을 가는 이의 아름다운 고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더군요.

어쩌면 참 단순한 진리를 무거운 등짐을 메고 30여키로의 길을 걸어야 느끼게 되는

저는 참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참 오래도록 많이도 퍼붓는 장마입니다.

입산통제와 해제가 반복되었고, 일기도 녹녹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첫 길 나서는 동행의 덕으로 날씨도, 시간일정도 모두 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산길을 팔팔 날아다니는 체력은 아닌지라, 해 저문 어느 너덜 길에선

아픈 다리를 한걸음씩 겨우겨우 옮기며 왜 내가 여기 왔나 후회도 했더랍니다.

하지만 출발에서 귀환까지 무탈하게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산하의 품에 안겼다 오니

저는 참 행복합니다.

 

22일 새벽5시에서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23일 16시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담아온

몇 컷의 지리산의 모습으로 산행기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구례구역에서 저희가 타고 온 버스입니다. 성삼재로 4시20분 출발하기 전이네요.

산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시간여행이라는 것을

저는 시골의 변하지 않는 터미널에서 많이 느낍니다.

생각보다 많이 한산하지요.


 
 

노고단에서 본 운해입니다.

광주 쪽 방면인 것 같군요?


 

노고단에서 천왕봉방향의 일출모습입니다.

이것을 보기위해 첫걸음부터 정말 열심히 걸었습니다.

천왕봉도 보입니다. 저 멀리.

물론 둥근 검은 봉우리는 반야봉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천왕봉 25.5km

이 이정목의 의미가 남다릅니다.


 
 

 
 

노루목 가는 길의 돼지평전 부근 조망 터지는 곳에서 본 노고단운해입니다

비경이지요.



  
 

이 야생화 이름 좀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아마 연하천까지 인가 능선 길에 많이 피어있었고,

그리고 장터목 이르는 길에는

비비추 꽃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외에도 나리꽃 등 우리의 야생화가 지나가는

산객을 응원합니다.


 
 


 연하천 산장도 지나버렸네요.

훌쩍 뛰어넘어 형제봉 부근의 조망 좋은 곳입니다

벽소령산장이 보입니다.

현장에선 장터목산장도 시야에 잡히더군요.

벽소령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죠.

저만 그런가요? 그래도 길만 좋으면 수월하련만.

이 구간이 종주전체 코스에서 넘버3 고생구간일 것입니다.

넘버원은 선비샘에서 영신봉구간입니다. 이번에도 악전고투였습니다.

넘버투는 중산리 하산구간 일 것입니다. 일정과 체력소비도 포함해서요. 

지리종주의 최대의 적은 능선상의 바위 너덜길이라고 저 강력 주장합니다.

그 다음이 무거운 배낭이고요.

이게 이 두 가지는 거길 가야만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뭐 보시기엔 밋밋한 봉우리들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상을 모두 거쳐 가셔야 합니다.


 
 벽소령 선비샘도 지나 칠선봉 가기 전 봉우리에선 본 지리의 남쪽모습입니다.

작년 종주 땐 이곳에서 부터 운무가 끼어 세석까지 앞서가는 산꾼의 종아리만 보고

처질까봐 열심히 따라 갔지요.

분명 일정상 세석까지 가야만 합니다.

그래도 벽소령에서 잠깐 고민하지요. 더 갈 것인가? 여기서 말 것인가?

선비샘까지는 덕평봉 구간만 빼면 수월한 코스고, 선비샘 물맛도 좋고,

선비샘을 지나면 이젠 돌아갈 수 없기에 무조건 세석가지는 GO이지요.



  
 


 

아 지금도 생각하면

다리가 후달달거리는 칠선봉지나 영신봉 코스입니다.

아마 하늘과 닿아있는

사진 중앙의 두리 뭉실 봉우리가 영신봉인 것 같은데요.

영신봉 정말 가도 가도 나오지 않더군요.

칠선봉을 지나 봉우리가 나오면 영신봉이구나

하길 서너 번은 한 것 같습니다.


 

  

 

이젠 해가 지려고합니다.


 
 


 
 

산행은 비움과 채움의 시공입니다.

시간이 일정에서 벗어나자 지리산은 낙조라는 멋진 선물을 보내줍니다.

그리고 영신봉을 지나 세석에서 별빛을 받으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촛대봉에서의 일출사진입니다.

기상 후 초스피드로 내달려 도착했지만 처음부터 속살을 보지는 못했네요

하지만 장엄한 일출을 이번 종주에서도 보게 되는 행운을 가져 봅니다.

내년 신년일출은 감히 천왕봉에서 맞이하리라 욕심도 가져 봅니다.

윗 사진은 북쪽의 능선을 잡은 것입니다.

가려고 가려고 하는 덕유능선 아닌지요?


 


 
 
 

산에서는 그 자리에 선 사람만이 그 광경을 가슴에 담아갈 수 있지요.

그래서 기를 쓰고 그곳에 올라가는 것인가요?

산과 사람 모두 아름답습니다.

윗 사진 여명의 붉은 빛이 어떤 여성등산객의 옷 색깔과 잘 어울리네요,

아래 사진은 동행한 벗인데 천왕봉 바라보는 모습을 재빠르게 찍었습죠.

동행의 고마움을 사진으로 대신할 만큼 사진 멋지게 않은가요?

이번에 젤로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DSLR카메라를 부러워하게 하는 산입니다. 명필이 붓을 탓 하겠습니까 만은,

세석의 별사진, 멋진 일출사진 맘에 들게 한번 찍고 싶더군요.


 
 


 
 촛대봉에서 본 조망입니다

저 많은 봉우리들 모두 산골 어느 마을의 전설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장터목 가는 길에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이 보이네요

세속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물론 수월한 길은 아니지만,

지나온 힘들 길을 보상할 만큼의 매혹적인 길입니다.

조망도 좋고 천왕봉도 지척이고 힘이 절로 샘솟죠.


 
 


 
 

제석봉과 통천문 부근에서의 조망입니다

온 산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산행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정상에서는 없는 밧데리를 쥐어짜서

정상석 끌어안고 증거사진도 남기고

울 산하의 모습을 겨우 360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늘 밧데리가 문제입니다.

 

백무동에서 올라온 지난 10월엔 정상석만 보고 갔는데

오늘은 너무 조망이 좋습니다.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그런 산행이 되었습니다.

동행과는 악수로서 지리종주의 기쁨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이젠 하산입니다

중산리까지 5.4KM 3시간 30분 코스

물론 그것보다 더 걸리겠죠.

이젠 귀향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중산리 방향하산 첫 급경사구간 낙석 주의하셔야 합니다.

유난히 이번 하산은 힘에 겹습니다.

그래도 로타리 산장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중산리계곡에서 이틀 동안 쩔은 땀도 씻어내고 내려와

멋진 종주기념 축하 하산주까지 곁들입니다.

중산리계곡에서 진주 가는 버스 타는 곳이 그리 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작년하고 느낌이 다릅니다.

아픈 다리로 이젠 버스 놓칠까봐 뛰었습니다.

떠나는 버스 뛰는 우릴 보고 기다려주는 인심도 보여주시고.

시간을 칼같이 발라먹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젠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 거의 혼절모드로 들어갑니다.

잠깐잠깐 잠에서 깰 때 마다 버스는 위도를 높이는데

마음은 지리산에서 고도를 다시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