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하늘은 잿빛구름으로 덮이고,

껄렁한 산꾼의 마음은 갈팡질팡..... 망설임.....

 

검은 독수리팀은 날개가 더 강해져 태극종주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간길에 접어들어 토요일 이미 발진을 하고,

날개가 부실한 몇몇 독수리들은 발톱에 힘만 잔뜩주고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나도 태극종주에 동참하려 무진 애를 썼지만

그 때 마다 발목을 잡는 일이 생겨 차일피일 산행을 미루다보니

몸집이 비대해져 제대로 된 비상을 꿈꾸기엔 시기상조....

 

깃털을 고르고 힘을 불어넣기 위해 관악산으로 비행연습을 떠났다.

홀로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떠나는 길.

비장함이 서렸다.

 

압구정역에서 전철에 오르니 그동안 장마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강호의

산꾼들이 많이도 보였다.

녹슨칼을 갈기위해 산행을 나서는 산꾼들의 눈매는 매서웠고

나도 그들과 함께 관악산에서 일전을 불사하리라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우리 산하의 메카 사당역 5번출구엔 여전히 팀을 이룬 산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고,

하늘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전에는 늘 들러서 배낭에 고이 간직했던 투명한 이슬이 장만도 미루고

날개를 퍼득이기 시작했다.

날개는 그런대로 날개짓을 하였으나 불어난 몸통이 비행을 방해 하였다.

냉각수(?)는 연신 새어나오며 날개를 적시었다.

 

차분히 전 과정을 사진에 담으려고 평소에는 생략하는 관음사에 들렀다.

 

아직 이끼하나 끼지 않은 석탑과 석불이 사찰의 오랜 역사와는 다르게 생경하다.

석탑은 비례가 출중하여 맵시를 뽐냈으나, 관세음 보살상은 언뜻보기에도

5등신 정도만 되어 마치 아동 같다.

 

감로수의 수조가 그 중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이대니

연료부족 램프가 깜박이더니 렌즈를 제 몸통안으로 집어 넣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메모리칩만 대용량으로 바꾸고 충전을 하지않은 대단한 집중력....

 

------ 이거 초장부터 김새고~    낌새가  영~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서니 한꺼번에 몰려나온 강호의 산꾼들의 행렬이

가히  폭발적이다.

배는 슬슬 아파오고,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은 줄줄줄.....

 

------- 그래 오늘 사생결단을 내는거야~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여인)    저 아저씨처럼 반바지 입으면 정말 시원하겠다.

남자)    산행에 반바지 입으면 안 돼~  초짜나 반바지 입는거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가 뒤로 쳐지니 그 남자는 진바지가 땀에 젖어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 그래 고수답게 걸어보슈~

 

나는 잘 닦여진 등산로는 거의 반바지차림이다.   무릎을 드래내고 걸으면 얼마나 편한지....

개척산행에는 물론 긴바지를 입지만~

 

얼마나 고수들이 많은지 귀기울이면 전문산꾼 아닌 사람이 없다.

이 넓은 강호에 수 많은 고수들이 숨죽이고 있으니 무서워서 원~

 

거북바위를 지나고 나서 얼린 파인애풀을 맛보니 땀은 잦아들고 아픈배도

안정이 된다.

정상부근엔 먹장구름이 감돌아 금방이라도 쏟아부을 기세...

발아래 계곡엔 잦은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 물소리가 신기루처럼 아득하다.

 

마당바위에서 보니 계곡을 건너 정상으로 합류하는 길이 보였다.

 

------- 저런길이 있었네...      저 위의 봉우리에서 저 능선으로 내려오면.....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길에 저 코스로 가봐야지~

 

사당역 코스의 최대단점이 계곡이 없다는 거였는데 대단한 발견을 하고야 말았다.

 

다시 다리에 힘을 불어넣고 언덕을 너머 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

독수리형제 였다.

 

독수리형제는 점심식사 중이었다.    나와 같은 이유로 날개힘을 기르려고 나선 길이었다.

이슬이를 권하여서 잠시 머뭇거리다 한잔 마시니 온 세포들이 반란을 시작한다.

기어이 한잔을 더 마시고 중대한 협상(?)을 시작하였다.

 

나더러는 정상에 다녀오고 하산해서 통화하라하고, 자기는 들머리에서 기다리는 또 다른 독수리형제를

먼저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정상에 가는것을 포기할테니, 조금만 더 올라가서 계곡이 있는 코스로 하산하면

몸도 씻고 좋지않느냐라는 묘수를 두었다.

 

------ 드뎌 걸려 들었다.ㅋㅋㅋㅋ

 

코스를 모르니 내 말만 듣고 흔쾌히 허락하였고, 어차피 사당역 도착시간은 별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예상한 경로로 이동하며 확신한 코스로 접어들며

- 난 역시 인간 네비게이션이야~  걱정하지마세요~

호들갑을 떨었다.

 

사람도없고 호젓한 코스..... 관악산에 이런코스가 있었다니....

아래서도 사람들이 올라오니 걱정은 붙들어 매 두었다.

 

여유롭게 한참을 내려서니 길이 햇갈리기 시작하고

등장하는 팻말엔 " 길 없음"이라고 군부대에서 적어 놓았다.

잠시 허둥대다 짐작컨대 무시하고 더 내려가면 계곡을 건너는 길이 있을 것 같아

그 팻말을 통과.

 

잠시 후 다시 "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 100M후방에서 우회하시오" 라는 팻말이

우리를 맞았다.

기왕 내려 온길 그대로 통과하니 " 출입금지 1KM후방에서 우회하시오"......

가벼운 현기증이 엄습하고 발아래 절벽을 내려가서 계곡을 건널까 고민하였으나

조금만 더 가면 길이 있을 것 같은 예감.

 

오기로 내려가니 " 이곳은 사격장 주변이니 출입을 금하며 사망하여도 책임 못짐"이라는

팻말을 나타나고 그 때서야 한참 잘 못 됐구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변을 보니 능선을 두어개를 넘어야 내가 생각한 코스라는 것을

알아챘다.

 

- 인간 네비게이션 운운한거 취소합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래도 운동은 되었지요?(비굴한 표정으로..)

- (화를 삭이는 듯한 표정으로)  아까 거기서 내려갔어야 했는데.....

- (적반하장격으로)  그럼 바로 내려가서 능선을 너머갑시다.   우리같은 꾼들이 이정도 바위쯤이야 뭐~

- 조금 더 올라가서 찿아 보자구~

- 네...........

 

다시 내려왔던 길을 오르려니 얼마나 힘이 드는지 말은 못하고 죽을 지경이었다.(지은 죄가 있으니..)

오르는 길에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내려 오는 분들을 만나 소상히 설명하니 일행이 늘어났다.

------ 오늘 나 같이 더위를 먹으신 분들이 많구만~ㅋㅋㅋㅋㅋ

 

다시 원래 등산로에 도착하니 1시간 30분이나 소요 되었다.

------- 묘수가 아니라 패착이었군.......

 

헬기장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마음상한 독수리를 달래고

코스를 물어 기어이 계곡이 있는 코스로 다시 접어 들었다.

원래의 코스가 맞은 편으로 보이니 널널산행.

 

-저기 마당바위 보이죠 ?    이 코스 참 좋은 데~

- ..............................

 

오랜만에 드러난 해는 순식간에 피부를 벌겋게 달구었다.

물소리는 기까워지고 독수리형제의 무릎은 삐걱거렸다.

계곡입구엔 크나큰 남근석이 민망할 정도로 정교하게 서있었다.

 

계곡엔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여서 얼굴만 씻고 조금 더 가니

원래코스가 아무런 일이 없었던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방황 끝-

 

하산후 독수리 3마리는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안주삼아 불콰해 져만 갔다.

 

---- 에구~ 오늘은 몸통을  줄여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려 했건만  줄인 것 보다 더 채워넣었으니......

 

*  오름길에서는 코스가 다소 바뀌어도 정상이 보여서 큰 차이가 없고 길을 찿기쉬우나,

    내림길에서는 조금의 차이로 하산지점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다시금 새깁니다.

    특히 요즘같이 수풀이 우거진 시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겠습니다.(누누히 들었음에도 실수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