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계곡

 

 

2006년 7월 18일

 

주차장-금난정-삼화사-관음폭포
혼자서

 

관음폭포(1)

  

  

작년 8월 대간길을 걸었던  청옥산과 두타산에서 무릉계곡으로 발길을 돌리기엔 그럴 수 없는 나, 댓재로 고집을 하여야 했던 서운함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짙은 푸르름이 산과 골짜기에 가득 차면  누구나 겸손해지고 숙연해지는 깊은 침묵을 깨지는 못하나 봅니다.

  

  

 

장대비 속의 끝자락일 것 같은 지루한 장마는 온 세상을 뒤엎을 듯 강원도 인제와 오색마을을 수마에 할퀴고간 상처라고 하기엔 너무도 큰 아픔앞에 짊어지는 고통 속에서 "꼬옥 필요한 곳에 알맞게 내리는 단비라면 얼마나 좋을까,"  고속버스에서 차창밖으로 내비치는 천재지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슬픔입니다.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용추폭포, 쌍폭포, 장군바위들이 머릿속에서 훤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더위마저 숨는 곳이라는 무릉계곡은 짙은 구름이 드리운 장마철, 한적한 주차장과 찾는 손님들 발길 없으니 쓸쓸함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계곡물 소리로 대신합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삼화사까지만을 허락하면서 무임승차해 주시는 관계자분의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금난정의 아담함이 계곡물에 더 정겨워 보입니다 .  넓은 바위 바닥에 흘러내리는 거친물살이 귓청을 때려 마룻바닥에 눕힙니다.   수백명이 앉을많한 바위에 새긴 한자로 이름을 밝힙니다.  부딪치며 때리는  물살에 소나무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푸르른 봉두에 구름꽃을 피워 여우짖을 하며 눈길을 빼앗아 갑니다.   삼화사를 건너는 다리가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장해 보입니다.

  

 

  

  

  

계곡옆에 자리잡은 웅장한 삼화사가 흙담장에 위엄을 줍니다.   가랑비 내리는 축축함에 내 마음은 쓸쓸함을 더 합니다.  대웅전에 모셔놓은 철조조사좌불상이 신비롭습니다.   이중 기단위에 3층의 탑몸체부를 세운 보물 1277호의 3층석탑이 오랜 세월을 말해줍니다.  신라의 장군 김재량을 흠모하다 장군이 전사하자 서로 네탓이라 싸우며 자결한 세 처녀귀신과 자장에 얽힌 전설을 다시한번 공부하게 됩니다.

  

  

철조조사좌불상

  

  

 

초록터널을 지나가는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뿐 이내 관음폭포에서 배낭에 있던 자그마한 디카에 찍힘을 합니다.   폭포위의 수십미터 바위 절벽이 겹겹이 검은줄을 쳐 놓았습니다.  용추폭포 앞 바위에 별유천지(別有天地).란 음각해 놓았다는 곳을 가보지 못하니 이곳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관음폭포(2)

  

  

 

자연 그대로 숨쉬는 곳, 싱그러운 산소가 살갗을 파고들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스럽게 와 닿는 바로 이곳.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흩어지는 숲 속 향기로 설레게 했던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철들지 않은 산속, 무릉계곡의 소원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은 아직도 모릅니다.

  
    "늦게 오는 기쁨은 늦게 떠나고 큰 기쁨은 슬픔처럼 말이 없는 법이다"라는  J. 데이비스의 말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은 짧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언젠가 다시 두타산, 청옥산과 쉼움산에 원을 그리며 자연의 몸짓에 나도 따라나서 보려 하겠습니다.  

  

"무릉도원의 움푹파인 이 속에 나 다시 돌아오리라! "  마음속에 흥얼거리며 내 발자욱따라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삼화사 (1)

 

 

삼화사 (2)

 

 

삼화사 (3) 

 

 

삼화사 (4)


 

 

 

삼화사의 칠성당 (5)

 

 

삼화사  (6)

 

 

매발톱 (개량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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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

  

-----고립된 오색마을------

 

2006년  7월  19일

 

 

 

 

 

 


 

 


 

 

폭우가 쏟아진 7월 15일

한순간  오도가도 못하는 고립된 오색마을이

참으로 처참하였습니다.

계곡물이 덮쳐 집이 떠내려 가고,

산사태로 인하여 44번 국도가 끊겨나가고,

인제와 양양을 잇는 오색의 평화로웠던 마을은

전기가 수도물이 모두가 끊어진 암흑이었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계곡엔

수백년씩 자라던 나무들이 나뭇가지로 쓰러져  있고

무지무지한 바위들이 뒤엉켜 어데로 갈지 내동댕이 쳐있고

도로를 잃은 가드레인이 양쪽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선주가 쓰러져 노오란 표시기가 주의하라는

부탁의 말들로 꼬리를 달았고

망신창이가 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주전골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엔

다리도 용수폭포도  말을 잃었습니다.

조그마한 망월사의 위태로움도

이젠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수마가 덮친지 나흘째.

겨우 전기가 들어오고

수돗물이 조금씩 흘러

오늘은 그래도

사람사는 집이라 위안을 했습니다.

 

 

대청봉에서 부르는 오색의 발걸음은

한계령으로 왔던 바로 엊그제가 옛일이 되었습니다.

양양에서 들어가는 한쪽 길을 한동안

고집할 것입니다.

비내리는 한계령의 쓸쓸함도

눈내리는 아름다움의 거대한 봉두들도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는지 알았습니다.

 

 

 

다섯가지의 빛깔

청색,황색,적색,백색,흑색의 조화로움을 뽐내던 곳에,

 알칼리성 단순천으로서 피부병, 신경질환, 당뇨, 고혈압에 좋다는

온천에,

남설악의 절경을 보러 가는 산님들에게 힘이 되었던 매표소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오색은

양양에, 강원도의 힘이었습니다.

 

지금

오색은

피어나는 꽃구름속에

다시 용트림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장대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산님들의 비 피해는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