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에 젖어버린 비단결 금수산의 7월  *

 

 

              2006년 7월2일 일요일  : 날씨 흐리고 비오다 개임

           산행코스 : 상학리=>문예동산=>절마당=>안부(880m)=>금수산=>어댕이골=>용담폭포=>

                         보문정사=>상천리 백운마을 

           산행거리 : 약7.2km 

  

              주말마다 배낭 꾸리는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원정산행 전 날은 초등학교 얼라들 소풍 가는 날 마냥 왜 잠을 못 자고 설치는지...

 

           완전히 유럽 리그전이 되어버린 월드컵을 보고

           장마철 날씨 답게 꿀꿀하고 후덥지근한 새벽 하늘을 보며 도착한 사당역은

           어느때처럼 반가운 인사와 정다운 안부가 있고 길 떠날 자 들의 설레임과

           숨가픈 현실에서 잠시 도망가 나를 찿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산 허리를 감고 돌며 피어나던 하얀 밤 꽃이 질 무렵이면 장마가 온다고 했던가?

           남부지방의 호우주의보...중부지방엔 오후엔 개인다는 일기예보속에

           여주 휴계소를 들러서 식사와 휴식을하고... 

 

           모내기 논의 두어뼘 정도 자란 푸른 들판이 월드컵 붉은악마들처럼 바람결에 이리저리

           초록이 파도 타기를하고 있는 어울림을 보면서 단양팔경 구비구비 길을 돌아 산행들머리인

           적성면 상리 상학마을에 내린다 (10시45분)

  

              * 산행들머리 *

 


 

 

                금수산입구를 알리는 비석과

             쑥 이파리 지천으로 깔려 향기 진동하는데 어릴적 상처나면 찧어 붙여주시던

             울 어머니 그리운 향도 함께 묻어나는 들녘엔

             개 망초 하얀웃음이 지천에 피어 안개속에 누워있다

 

             행여 비 쏟아질까 걱정했던 마음은 이 들꽃들의 신선함속에 함께 들어가

             투명비닐이 되어 펄럭입니다

 

                들머리 마을길

 

 

 

                 20분 여를 걸으니 좌측으로 문예인 마을로 가는 길이고 우측이 시화동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다. 
              금수산 오르는 등로에 시를 적은 나무판들을 세워두고 나무에 매달아 두기도 하였다.

 

                 문예마을입구에 있는 詩畵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천상병님의 "귀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환님의 "깃발"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
 


             아마 문예인의 마을에 사는 문인들이 등산을 오는 산꾼들의  위해 이렇게

          많은 시를 적어 걸어둔 것 같은데...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산속에서 만나는 마음은 또다른 느낌으로 젖어든다



                어느정도 완만한 길을 오르니 인공으로 만든 남근석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내용인즉 금수산이 음기가 강해서 마을에 남자들이 수명이 짧아서 인공으로 남근석을 만들어

            남자들의 정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했단다. 하여튼...사진 찍느라고 너무 복잡한 마당을 뒤로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너덜길이 숨이 턱에 찰 때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초록의 숲들이 장맛비에 젖어 겹겹이 안개속에 숨어버립니다

 

 

                이런날 나는 산 그 냄새를 맡는다 ...가슴 깊숙히 젖어드는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산 냄새를...

 


             흐르는 땀방울과 턱 흔들리는 잦은 숨 감아쉬며 오름길에 바지가랭이 다 적시고도

             '스마일 마케팅,하러 나온 요원들 처럼 모두들 웃음가득 담아둘 수 있는 여유로움과

             수선 부리지 않고 천천히 숨쉬는 그 속에서 푸른것들이  어깨를 툭~툭 치며 아는체를 한다.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토끼인 척 하고  물 한 모금 마셔봅니다

 

 

               옹달샘...절터를 지나  다시 20여분 가파론고 미끄러운 오름을 올라서서야

         드디어 정상 바로 아래 안부네거리(880m)이다.

 

  

         사방에서 금수산을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중심적 위치의 갈림길이다.

       살바위고개를 지나 오르면 금수산 정상이고,오른쪽 내리막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어름골재 안부 네거리로 이어지고 어름골재에서 북쪽으로 얼음골,능강계곡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선녀탕을 지나 상천리로 이어진다.

            여기서 자그마한 봉우리를 두어개를 오르면 드디어 정상이다.

  

  

 

      * 금수산정상 *

     비 구름에 가려져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정상에 눈길도 닿기전에 안개가 퍼질러 앉아 버려

    산과 하늘의 경계가 지워져버린 산마루 너머로 우리네 삶도 같이 둥~둥~떠 갑니다.

        금수산은 높이 1,016m의 산으로 충북 적성면 상리에 위치하며 원래 백암산(白巖山)이라

        불리던 것을 조선조 중엽 단양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李滉)이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여 금수산이라 개명한 이 산은 가을경치가 빼어난 아름다운 암산으로 월악산국립공원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주능선상에는 작성산(848m), 동산(896.2m), 말목산등 700~800미터 높이의  크고 수려한

        산들을 거느리고 있는 금수산 정상은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옛부터 아들을

        낳으려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된다고 하는 애기가 전해지고 있다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 북쪽으로는 금수산의 지붕인 신선봉과 동산이 능강계곡과 함께 

        남쪽으로 월악산과 대미산, 백두대간이 지나는 황정산이 아련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청풍호반에 둘려싸인 청풍문화재 단지와 호반을 가르는 유람선도 보이는데

        오늘은 모두 숨어서 숨바꼭질을 하고있다.

 

          금수산 상봉에 올라가면 이름모를 묘가 하나 있는데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의 주천자가 천하명당을 찾아 이 곳까지 와서

        묘터를 잡았다고 전해오지만

        실은 적성면에 살고있는 영흥 최씨 일가의 묘소 라고 알려져 있다.


          또 한가지 재밌는 것은 이 묘소는 아들 낳기를 소원하는 이가 벌초를 하면 득남을 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어 지금도 그 신비로운? 효험을 믿는 사람들로 하여금

        최씨 일가를 대신해 벌초를 하는이가 있다고 하는데

        후손들이 벌초하기 힘들어서 일부러 퍼트린 소문이 아니기를...

        묘지가 있는 자리에서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어우러져 허기짐을 나누고 어댕이골로 하산을 서두릅니다

 

 

              비는 그쳤다가 다시 쏟아지기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안개를 이리저리 몰고 다닙니다

 

             비가와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전망대 바위에서본 충주호

 

           어댕이골내림길의 전망대...                                                                                                                     
 

                잠시 비가 개이고 하늘이 열리는 사이에 가파른 바위틈에 핀 꽃을 담아봅니다

 

                집 채 만한 암벽에 붙어있는 초록의 생명들

 

                성미급한 가을이가 벌써 우리 옆에 와 있네요

 

     아기자기 이쁘게 꾸며진 바위 정원... 자연의 신비는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바위위에 뿌리 내리고 사는 저 생명력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가파른 너덜길의 이끼낀 바위들..

 


 

 

               그냥 보기만해도 서러운 우리 아버지 종아리 근육처럼 툭~툭 불거져 나온 나무 뿌리들이

            미끄러운 어댕이골 내림길...

            조용한 오지의 숲

            숲이 숲 다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수림속의 상쾌함으로...조금은 힘든 내림길에

            건드리지 않은 깊은골 수줍은 초록의 숨소리가  우리 발끝에 같이 묻어 따라 내려온다

            계곡을 벗어나 용담폭포 내림길에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 용담폭포 *

             오른쪽의 복숭아밭 과수원을 끼고 계곡속으로 100여m 를 들어가야 폭포가 있는데  비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용담폭포를 찿아갑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바위암릉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곳에 신비스럽게 자리잡은 선녀탕은 설악산의 복숭아탕과 대야산의 용소를 합성하여 하늘 위에다

            올려놓은 것 같다는데 바위암릉 경사진 위험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수 없다 한다

            더구나 오늘은 비도 내려 미끄러워 선녀탕에 오르는것은 포기한다.

 


 

 

              바위아래는 유명한 용담폭포인데 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전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 폭포는 용이승천하여 남긴 발자국으로 형성되었다 한다

           상.중.하담과 주나라 황재의 명으로 명당을 찿아온 신하에 의해 만들어진 신성봉 정상의

           朱千子墓와 주변의 기암절경과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어 옛부터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절경을 이룬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은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찿아오라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고 전해진다 합니다.

 

               * 하산길 *

              산속에 흐미하게 용담폭포가 보입니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산봉우리들이 한 순간 구름이 비켜서자 하늘은 거짖말처럼

      금수산을 데려다 놓습니다.

           * 보문정사 뜨락 *

  

           차곡 차곡 쌓아올린 돌탑 하나하나에  깃들여진 정성들을 담아 올리는 보문정사 뜨락의 기도처
 

              백팔번뇌의 근원인 생로병사와  희노애락, 애별리고, 등..등...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온갖 상념들을 비에 젖어 한 없이 부드러운 가슴처럼 다 안아 줄것 같은 작은 뜨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절마당을 내려섭니다

 

              산 뽕나무엔 오디가 한 말쯤 열려 있고

           덤불속 산딸기는 제몸 다 들어 내놓고 우리 발 길을 잡는다.

         

             몇 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마을 지킴이 소나무

 


 


 

             상천리 백운동 마을 풍경
 

            상천리 마을 물레방아는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마을을 지키는 소나무 그늘 작은 정자엔 상천리 마을 어른들이 ...나를보고 좋은때라...하신다.

           어른들이 보시기엔 나도 그리 보아 주시나보다.

           불혹을 넘고 얼마지않아 지천명을 마무리 할 나이인데도 말이다

           그 어른들의 여유는 더 이상 여유가 아니라 질곡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 이러니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길가 바위 틈에 노란 나리꽃

 


            "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접시꽃당신중에서)

 

          아픈 아내를 먼저 보내며

          마지막 삼베옷 한 벌 밖에 해 줄 수 없었다던..도종환시인의 " 접시꽃당신"으로 우리곁에 피어있는 접시꽃...

 


 


 


             오염되지 않은 비단결 같은 산...금수산을 안고 있는 상천 산수유마을 을 내려서며

          장맛비속에 금실수를 놓은 금수산은 젖어있고 그 속에 우리도 젖어들어 가슴까지 초록빛 물이

          들어버릴 것 같은 산야...

          닫혀진 마음들도 이 녹색의 산등성이에 서면 가슴에 숨겨둔 애기들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을 것 같은 산행을 접습니다.


           * 돌아오는길 *

 

            충주땜 건설로 청풍이 수몰되기 직전에 관아를 비롯한 문화재들을 옮겨다 놓은 곳

      청풍문화재 단지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호수가 생기기 전에는 높은 산 봉우리들이었을 곳들이 작은 섬이 되어버린 풍경들...

      시멘트 회사에서 석회추출을위한 작업도중 암반이나와 파 본 결과 큰 봉우리 자체가

      수석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이 나와 발견하게 되었다는 거대한 바위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독특한 형태가 장관인 금월봉...

      태조왕건 촬영장...청풍랜드...아시아에서 제일 높다는 청풍대교가 자리한 단양팔경...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

 


 

            해는 구름속에 숨어있고 빛만 살그머니 충주호에 내립니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놓아두고

      떠난 것 은 떠난 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됩니다

      풀리지 않는 끈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마십시오...

      마지막 그리움은 늘 하늘에 떠돌더이다.

      작년가을 산사 음악회때 들렸던 청량사의 지현스님의 말씀이

     '갈 바람차'향 처럼 목젖에 닿는다.

 

       깜빡 졸다 눈뜨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살아있음...그 자체를

      축복이게 하는... 길 떠나 돌아옴의 그 여로속에

      물 흐르듯 만나 기쁘게 편하게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 갈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