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천태산 산행기

 

ㅇ 위치 : 충북 영동군 양산면(높이 717m)

ㅇ 일시 : 2006.6.24(토)

ㅇ 코스 : 주차장-영국사-A코스-정상-D코스-영국사-주차장(약4시간 )

ㅇ 찾아간 길 : 경부고속도로옥천I.C-영동방향(약20여분진행)-양산방향(약20여분진행)-천태산

ㅇ 누구와 : 아들과 둘이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둘째 아들이 첫 번째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저 학원 안다닐래요!!' '왜?' '가르키는 것도 별로고, 숙제만 많아요' '그래도 이제 그 정도는 하야야 할 것 같은데--내일까지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 해줄래--'

 

   다음날도 같은 대답. 다시 한번만 내일까지 생각해보자며 또 한번 미루어 보지만, 아들놈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마음 속에 묘한 경쟁심이 생긴다. 이제 막 시작된 첫 번째 반항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밀릴텐데--아들놈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비장한 각오로 대답을 한다.

 

   안되겠다. '산에나 갈까' '네--밧줄 타고 올라가는데 가보고 싶어요--' 천태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벌써 매미가 울기 시작하는 숲길. 날씨가 무더워 초입부터 땀이 흐리기 시작한다. 삼단폭포를 지나고, 어느새 도착한 영국사. 작년의 산불에도 불구하고, 그 노구의 몸이 정정도 하다. 영국사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로 잠시 숨을 돌리고, 우측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길로 들어선다.

 

   오늘따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산행길을 즐겁게 해주지만 무척이나 더운 날씨다. 간간이 쉬어가며 오름질을 시작하자 어느새 본격적인 암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들놈을부터 올려 보내고 나는 밧줄을 팽팽하게 잡고 뒤따라 오르는데, 아들놈이 다람쥐처럼 잘도 오른다.

 

   무척이나 재미있어 한다. 한 개의 암벽이 끝나면 또 다른 암벽. 그리고 또 다른 암벽. 약 200여미터 가량 이어지는 암벽이 보통의 산행보다 재미를 훨씬 더한다. 그리고 한 개의 암벽을 오르고 나면 나타나는 조망과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고 좋다.

 

   그러나 아무래도 체력적인 소비는 보통산행보다 훨씬 심하다. 어지간히 올랐는지 산의 7부 능선쯤 오르자 아들놈이 많이 힘들어 한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해볼까'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쉽지가 않아. 쉬지 않고 꾸준히 올라야지만 오를 수 있어' '그래도 저 학원은 안다닐래요' '?????'

 

   한방 맞은 느낌이다.아들놈도 미리 눈치를 채고 선수를 친다. 그래 산이나 오르자--어느새 아들놈의 몸이 땀에 흠뻑 젖고, 100여미터 오르기를 힘들어한다. 그래도 그만 올라가자는 말은 않는다. 속으로 은근히 대견함을 느낀다.

 

   천천히 쉬엄쉬엄 그런 아들을 이끌고 산행시작 약1시간 50여분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도착하자 무척 힘들었는지 힘들은 만큼 기쁨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기념사진 몇 장을 남기고, 그늘에 앉아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데, 무척이나 즐거워 한다. '이야기를 꺼낼까! 아니다. 본인도 속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있겠지--'

 

   아무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그냥 D코스로 하산을 한다. 힘들지 않은 길이다. 아들놈이 기운이 다시 나는지, 힘듦을 이겨내고 정상을 밟은 성취감인지, 약간은 톤이 높아진 경쾌한 목소리로 자기가 알고 있는 동물이야기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조잘된다.

 

   '마음이 좀 열리는 가 보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들의 해박(?)한 동물지식을 칭찬만하다 하산을 한다.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시원한 사이다로 하산주를 대신하고 타박타박 내려오는 길. 

 

   매미의 울음소리가 한결 우렁차게 계곡물을 따라 울려퍼진다 .

 

    

(천태산 입구의 바위)

 

 

 

 

(삼단폭포)

 

 

 

 

(영국사 은행나무)

 

 

 

 

(오름길의 암벽)

 

 

 

 

(암벽의 연속)

 

 

 

 

(암벽위의 소나무들)

 

 

 

 

(가장 험한 암벽-어린이나 노약자는 반드시 우회하여야 한다)

 

 

 

 

(어지간히 지쳐보이는 아들)

 

 

 

 

(천태산 정상)

 

 

 

 

(하산길에 본 오름길의 암벽)

 

 

 

 

(하산길의 전망대 바위)

 

 

 

 

(영국사 명부전)

 

 

 

 

(영국사 단풍나무 - 사철 붉다)

 

 

 

 

(영국사 경내 풍경)

 

 

 

 

(다시 영국사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