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확산 산행기


 

      *산행일자:2006. 6. 19일

      *소재지  :강원 홍천

      *산높이  :655미터

      *산행코스:북노일 샛말-등대골-금확산정상-무명능선-뒷골-한아름쉼터-북노일 강변

      *산행시간:10시16분-14시40분(4시간24분)


 

  어제는 모처럼 한적하고 아담한 산을 올랐습니다.

어제 다녀온 강원도 홍천의 금확산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낯선 산이어서 서울 근교의 명산처럼 북적대지 않고 한적해 걸을 만 했고, 강원도의 다른 고산들처럼 산세가 험하지 않고 아담해 느긋하게 오를 만 했습니다. 하루 전에 금북정맥을 종주하느라 8시간 넘게 걸은 터라 이번 일요 산행만은 조금은 여유롭게 걷고 싶어 나지막한 산을 찾던 중 마침 과천시산악연맹에서 해발 655미터의 금확산을 오른다하여 주저 없이 참여했습니다. 들머리의 고도가 몇 백 미터를 넘는 산들이 부지기수로 많은 강원도에서는 해발 6백미터 대의 산 정도는 단 숨에 오를 수 있어 산행이 너무 싱겁게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어제 오른 금확산은 달랐습니다. 홍천군 서면의 생곡리에서 발원하여 청평으로 흐르는 전장 143키로의 홍천강이 북방면과 남면을 어우르는 금확산 앞을 지나기에 들머리인 북노일리 등대민박집고도가 해발 백미터 정도 밖에 안 되어 산 오름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10시17분 북노일리 등대민박집을 출발했습니다.

과천출발 2시간 남짓 동안  양평과 홍천의 대명 비발디 콘도 및 팔봉산을 지나 등대민박집에 도착해 4-5분간 산행을 준비한 후 정북 방향의 금확산을 향해 시멘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10분을 걸어 샛말 마지막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섶의 뽕나무에 다닥다닥 열려있는 새까만 오디를 열심히 따먹는 일행들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했던 어린시절의 동심을 읽었습니다. 숲 속으로 들어가 곧바로 시원한 물줄기가 굽이져 흐르는 등대계곡을 만났습니다.  아주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한번은 건너뛰며 25분을 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동안  금확산의 진면목을 엿보았습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가 그리 크지 않아 마치 소곤소곤 말을 건네 오는 듯 했고 물줄기가 바위위에서 떨어져 만든 소들이 깊게 파이지 않아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기에 딱 알맞았으며 높이가 비슷한 관악산과 수락산 등 서울 근교의 다른 산들 계곡보다 한적하고 아담해 더 정감이 갔습니다. 잠시 계곡에서 쉬면서 행복해 하는 일행 분 들을 카메라에 실었습니다.


 

  10시52분 계곡에서 벗어나 정상이 1.2키로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목 옆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본격적인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15분간 0.7키로를 걸어 표지목이 서 있는 능선 길로 올라서기 까지 숨 가쁜 산 오름이어서인지 몇 분들이 쉬어갔습니다. 금확산의 산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보아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될 리가 없겠다는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곳곳에 안내판이 5백터 간격으로 서 있어 초보자라도 길 잃을 염려가 전혀 없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금확산이 아니고 금학산으로 표기되어 어느 이름이 옳은지는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오름 길의 경사는 급했지만 산바람이 시원해 걸을 만 했습니다. 봉우리 한 개를 넘자 바로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여 저 봉우리가 정상이려니 했는데 아니기를 몇 번 반복하자 진작 짐을 풀고 쉬었다 오를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숲과 암릉길을 지나 다다른 정상 바로 앞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안부에 닿았습니다.


 

  11시47분 안부에서 조금 걸어 해발 655미터의 금확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암봉의 정상은 여름 한낮의 직사광선이 내리 쬐어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남쪽 산 밑으로 태극 모양을 그리며 굽이져 흐르는 홍천강이 보였으나 강 건너 멀리 보이는 산 들 중 어느 산이 가평의 봉미산이고 나산과 장락산인지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일행들과 점심을 들었습니다. 십수 분 안에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점심을 해치워야 하는 대간 길 종주산행이 아니어서 모처럼 4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점심을 들었는데 일행 분들이 이것저것을 준비해와 먹거리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맙고 또 즐거웠습니다. 여기에 잠 한 숨만 추가된다면 천국이 따로 있겠나 싶을 정도로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12시27분 정상을 출발했습니다.

올라온 길로 백 미터를 되돌아가 왼쪽으로 확 꺾어 급경사 길로 들어섰습니다. 오전에 올라온 길보다 훨씬 경사가 심한 길을 일행들은 쏜살같이 내려가 버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갈 까보아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가느라 30분이 지난 후 정상보다 고도가 330미터 가량 낮은 평평한 능선에 닿았습니다. 다시 반시간 동안 이어지는 능선 길은 높낮이가 그리 차이나지 않아 걷기에 마냥 편안했습니다. 참나무 등 활엽수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이 고마웠고 쉬지 않고 불어오는 시원한 골바람도 고마웠습니다. 이 나무들에 넓은 잎을 만들어준 여름의 태양도 고마웠고 기압이 낮은 곳을 찾아 움직이는 공기가 바람을 만드는 것도 고마웠습니다. 이 산의 주인은 잠시 짬을 내어 산길을 밟는 제가 아니고 이 산에 줄곧 머무르는 나무들과 바람  바로 그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아무리 고마워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13시34분 산소 2기를 지난 지 얼마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자 마을 밭에 다다랐습니다.

기대했던 계곡에서의 목욕을 포기하자니 너무 아쉬워 시계를 보자 다시 되올라가서 능선 왼쪽의 계곡을 들러도 시간이 넉넉할 것 같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되돌아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너무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탄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산악회에서 나눠준 개념도에는  바로 다음 길이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젓나무 숲 그늘로 올라와 잠시 쉬었다가 12분을 되올라가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로 내려섰습니다. 이 길은 산소로 이어지는 길로 여기에서 길이 끊겨 풀숲을 헤치고 7-8분을 내려가 뒷골계곡을 만났습니다.


 

  14시 정각 뒷골계곡의 한 소에서 전신목욕을 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라곤 보이지 않아 걱정은 됐지만 정 못 찾으면 능선으로 되올라가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나서 일단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6월 중순의 계곡하류의 수온은 그리 차지 않았습니다. 계곡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로 몸을 씻으며 세속에 찌든 마음의 때도 같이 닦아냈습니다. 마침 계곡에 연결된 주황색의 큰 비닐 호수가 눈에 뜨여 넝쿨 숲을 헤치며 나아가다 3분도 못되어 개념도에 나온 옥수수 밭이 올려다보였습니다. 옥수수 밭으로 올라서 농가를 지나 마을에 다다랐습니다. 북노일리 교회탑이 보이는 한아름 쉼터 앞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 일행들이 쉬고 있는 강변으로 옮겼습니다.


 

  14시40분 홍천강변의 쉼터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산악회에서 정해준 시간보다 반시간 정도 일찍 다다랐지만 제가 제일 꼴찌로 도착해 먼저 온 분들에 미안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똑 같은 능선을 타고 내려온 일행들은 바로 마을로 내려서 이곳으로 이동해 이미 식사를 끝내고 쉬는 중이었기에 뒤늦게 식사를 하기가 더욱 미안했는데 몇 분들이 음식을 거들어주고  시원한 맥주까지 챙겨주어 더욱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15시26분에 홍천강변을 출발한 버스가 19시경에야 안양의 인덕원에 도착할 정도로 길이 막힌 것은 프랑스와 맞붙는 월드컵 16강 예선전이 새벽4시에 있어 나들이를 나선 많은 사람들이 미리 잠을 자두고자 일찍 귀경을 서둘러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 팀의 선전을 갈망하면서도 온 나라가 월드컵축구에 휩쓸리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1980년대 LA의 흑인시장 한 분이 흑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자 대학입학을 권장하는 다양한 정책을 폈지만 대부분의 흑인학생들이 스포츠로 성공한 흑인선수들만 선망하고 공부를 소홀히 해 실패했다는 사례가 생각났습니다.


 

  금확산은 한적하고 아담했습니다.

어제 산행을 마치고 나서 생각을 키우며 호젓하게 산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길이 제대로 나 있어 안전하면서도 한적하고 아담한 금확산을 권해드리고 싶어 졸고를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