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통증⇒가슴애피 그리고 조심스런 현금산∼미륵산 산행

 

Mt. 0601   縣錦山(341m) * 彌勒山(461m)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행일시 : 2006년 3월 5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림 정오 비
동 행 인 : 김정수. 박상식
산행시간 : 4시간(식사 휴식 41분포함)
           점심이고개 <0:41> 삼거리봉 <0:09> 현금산 <0:08> ×341봉 <0:29> 안부(모자끈 찾
           으러 간 시간 포함) <0:12> 작은망 <0:07> 미륵치 <0:35> ×미륵산 <0:18> 묘지 삼거리

          <0:21> 띠밭등 <0:13> 용화사 <0:06> 주차장 

산행거리 : 약 6.0km ⇒ 점심이고개 <1.5> 현금산 <1.1> 미륵치 <0.8> 미륵산 <0.5> 묘지 삼거
           리 <1.0> 띠밭등 <1.1> 용화사 광장

 

 

                                          1:50,000 통영 지형도(2004년 수정본)

 

진주 경유, 고속국도 공룡나라 휴게소에 들려 커피 한 잔씩 뽑아 마시고 진행 통영대교를 건너
'산양읍'이라 음각된 커다란 빗돌 부근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맞은편에 세포 버스 승강장이 있고 좌측 '유인월성정씨 영세불망비'가 있는 곳이 점심이고개 산행
들머리이다.

 

 

                                                점심이고개에 선 산양읍 표지석


 

                                      불망비 우측 콘크리트 비탈을 타고 오른다.

 

10 : 18 보호장구 조임 끈을 다시 한 번 매만지고 장송 밭으로 들어가자 우측으로 낮은 돌담이
줄곧 이어지며 솔바람이 코끝을 간지러 비로소 지금 내가 산줄기를 따르고 있음이 실감난다.
하지만 거의 해면에서부터 머리 위의 300고지를 향하는 걸음걸이가 전 같지 않고 동여맨 보호대
속에 땀이 고이면서 호흡이 거칠어진다.

 

 

                                          키 큰 솔밭에 돌담이 길게 이어졌다.

 

산행중 장딴지 통증이 자주 발생하여 뿌리거나 바르는 약을 사용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
데 척추질환이 그런 증세를 동반한다며 사진을 찍었고 판독 결과 '척추관협착증 및 추간판탈출'
증세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보행마저 힘들어진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좁아진 구멍을 드릴로 뚫고 인공뼈 두 개와 내 엉덩이에서 떼어낸 뼈를 심는 수술이었다.
며칠전, 상당한 시일이 흘렀고 너무 갑갑하고 답답해서 거북이 걸음으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봉화산(해발355m)을 두 번 그리고 곡고산을 한 번 다녀왔었다.
물론 "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니 가벼운 산행은 괜찮다"는 담당의의 허락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순천시내 중앙에 위치한 봉화산, 호남정맥 갓꼬리봉 줄기가 보인다.

 

10 : 28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가다보니 돌담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바위덩어리가 산재한 곳에 통영시가지와 바다 그리고 작은 섬들이 조망되는 전망바위가 있다.
10 : 59 사라져 버렸던, 짧으나마 다시 이어지는 돌담을 따라 삼거리 봉에 닿게되는데 산양읍사무
소쪽에서 오르는 우측 길은 건강한 몸이라면 걸어보고 싶은 능선 종주코스다.

 

 

                                        병실 유리창 너머로 솟는 해를 바라보고

 

의기양양하게 첫 발을 내딛어 낙남정맥 삼신봉 구간을 마친 것이 작년 9월 25일.
그 이후론 산행을 할 수 없었으며 5층 병실 유리창 밖으로 도회지 건물 뒤 낮은 야산을 어루만지
며 고개를 드는 태양을 보고 해가 질 무렵에는 복도 끝으로 다가가 유물발굴 조사를 하고 있는
도심지 능선 위의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낙이었었다.

 

 

                             석양무렵 유물 발굴조사팀들의 일하는 모습도 자주 보았다.

 

11 : 08∼11 현금산(縣錦山 341m)
지금껏 삼림욕을 하기라도 하듯 조망 없는 솔밭 사이를 걸었는데 이곳 역시 나무가 방해한다.
친구 배낭의 물 한 모금으로 타는 입안을 적시고 2분을 내려간 안부 좌측에 길이 하나 있다.

 

 

                                                   ×341봉의 삼각점

 

다시 6분을 오른 봉에는 부산체신청장 명의의 팻말이 선 안테나와 지형도에 표기가 없는 삼각점
이 수풀에 숨어있고 군용으로 여겨지는 그러나 쓰임이 없는 듯한 초소, 부근에 두 개가 더 있다.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KBS송신탑, 역시 통영 시가지쪽이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전망대, 그리고
조금 앞에는 거대한 바위가 있으며 작은 안테나가 보이는 암봉 뒤로 미륵산이 우뚝 솟았다.

 

 

                   전망바위에서 - 대교 건너 통영지맥이 좌측으로 끝을 향해 뻗고 있다.


 

                                                   바위 벼랑에서 본 미륵산

 

11 : 28 삼각점이 박힌 341봉 주위에서 이곳 저곳 살펴보고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이내 좌측으로
길이 갈리는데 모르긴 해도 도솔암, 관음사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안부에서 올려다 본 햄 안테나가 설치된 암봉

 

11 : 32 널찍한 안부에 닿아 모자 끈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341봉을 향해 불편한 몸뚱이
를 이끌고 오르면서 땀과 쓴웃음을 흘려야만 했는데 현금산에서 빠뜨렸는지 없다.
뒤쳐진 나를 염려한 친구 전화를 받고 발길을 돌렸으나 솔직히 현금산까지는 가고 싶지 안했다.
다시 안부로 내려서고 햄 안테나가 설치된 암봉도 기어오르고, 주저앉아 애꿎은 보호장구를 만져
보며 허리를 틀어 본다.

 

 

                                             작은망에서 뒤돌아 본 현금산(좌)

 

12 : 00 이제 미륵산이 바로 보이는 끄트머리 암봉, 335봉으로 작은망이라고도 하며 어떤 안내도
에는 정토봉이라 표기되었는데 돌탑이 세워졌다.
미륵치로 푹 꺼졌다 치고 올라야할 정상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오가는 사람들과 말없이 스치기도 하고 불쾌하게 질러대는 고함소리에 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미륵치와 이정표

 

12 : 07 미륵치, 성황당터 같은 돌무더기와 오늘 처음 보는 '미륵산정상 0.8km'를 표기한 이정표
가 반가운 가운데 일부 등산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비닐 끈이 볼상사납고 이후 용화사로 내려가는
동안 여러 곳에서 나풀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잘 다져지고 돌 박힌 길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진 돌 박힌 가풀막진 길을 가다 서다, 어느 지점에서는 지나는 이들
에게 방해가 안되는 작은 돌에 엉덩이를 걸치기도 하며 힘들게 오르자 철계단이 나와 고개를 숙
이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세어보니 스물 여덟 개다.

 

 

                                                  미륵산 정상 표지석과 함께

 

12 : 42 암봉으로 이뤄진 미륵산 정상에 오르자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고 바람이 깃대에 걸린 태
극기를 몰악스럽게 흔들어 댄다.
발아래로 보이는 용화사라는 절이 있어 용화산이라고도 부른다지만 미륵도에 있어 미륵산이라 부
르는지 미륵산이 있어 미륵도라 부르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게 훨씬 설득력이 있다 생각된다.
서쪽의 사량도는 희므끄례하게 보이고 바로 앞의 한산도는 그런 대로, 그 너머 거제도도 선명한
자태를 볼 수 없으니 쾌청하면 대마도가 조망된다는 말이 어쩐지 어색하다.
섬산행의 묘미는 뭐라 해도 바다와 어우러진 크고 작은 섬들 그리고 배와 흰 날개를 번뜩거리며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인데 오늘은 부-웅 이따금씩 들리는 뱃고동 소리만 마음을 달래준다.

 

 

                               마리나리조트, 방화섬 건너 거제도마져 희미하게 보인다.

 

남해고속국도 하동땅에 들어서면 '소설 토지의 고장 하동'이라 쓴 대형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이곳 통영 출신 작가의 대하소설로 그 분 보다 꾸며낸 이야기이나 충무교 인근 해저터널을 지나
방파제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했던 기구한 운명의 여인 임명희가 연상되고 최참판댁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고 서희가 만주로 가야만 하는 동기를 만들었던 야차같은 인간 조준구가 홍
씨 부인과 더불어 학대하였던 꼽추 아들 병수의 집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그 장소는 어디쯤이며
홍이 사랑했던 장이와 같이 그녀의 시댁 가족에게 몰매 맞았던 차고지는 어디였을까?
별게 다 궁금한 가운데 몽치가 일했던 곳은 남망산 좌측 움푹 들어간 곳으로 상상해 본다.

 

 

                                    빙 둘러 온 산줄기 밑 다랭이 논들이 더욱 정겹다.

 

갑자기 후드득 빗방울이 도시락 속으로 쏟아진다.
정상에 끼리끼리 모여있는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끈을 잃어버린 모자는 바람 대문에 벗었고 등산복 모자로 아쉬운 대로 비를 막아본다.
"괘안타. 지나가는 비 아이가" 몇몇 사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비는 이내 그쳤다.
그러나 땀에 젖은 등어리에 한기가 서린다.

 

 

                                              봉수대터에서 본 미래사쪽 풍경


 

                                               케이블카 공사로 막혀버린 능선

 

13 : 15 흔적도 없는 봉수대 터를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
미래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가다 용화사쪽으로 내려서려고 작정했는데 반대 여론과 말썽이
많은 가운데 강행한다는 케이블카 공사로 인하여 곳곳의 등산로가 폐쇄되어 서쪽으로 돌아 미래
사로 향한다.

 

 

                                       미래사 약수터-미래사 경내에 있는 것이 아니다.

13 : 33 묘지삼거리에 닿고 0.4km 거리의 미래사 둘러보기를 생략, 좌측으로 꺾어 잠시후 나오는
미래사 약수터에서 물맛을 보고 좋은 길을 따르지만 허리 부위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

최근 털보가 만난지 오래된 진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수술소식을 전해주었단다.
"니 산에 못 가지? 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됐으니 바람도 쐴겸 회나 먹으러 가자"고 친구가 전화를
해서 모임이 이뤄졌는데 미륵산이 얼른 떠올라 그러잖아도 꿈틀거리던 산으로 향하는 마음을 붙
잡을 수 없었다.

 

 

                                       통영 현금∼미륵산 개념도(부산일보)

 

배낭을 매지 않고 용화사에서 출발하여 한 바퀴 돌면 봉화산을 오르는 정도로 여겨져 가벼운 산
행을 겸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제 꼬락서니는 생각지 않고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기왕 멀리 나선 김에 산양읍사무소
에서 도남해수욕장까지 동서로 이어진 미륵산 줄기 종주를 염두에 두었다.
결국 과욕을 버리고 산행하리라 마음먹은 것이 오늘 코스였는데 그나마 등산로가 폐쇄되어 조망
은 물론 특징없는 길을 생각보다 더 많이 걷게 된 것이다.

 

 

                                                             띠밭등

13 : 49 케이블카 공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이어진 길에는 역시 출입금지 표지가 있다.
벤치 두 개가 있는 쉼터에서 좌측으로 구비를 돌자 체육시설이 설치되었고 한 여인이 굵은 훌라
후프를 열심히 돌리고 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정상으로 이어진 길이 있다.
'↖미륵산정상 0.7km * ↗용화사광장 1.1 km * ↙미래사 1.3km' 이정표를 살펴보고 5분을 걸어
넓은 잔디광장에 이르렀는데 이곳이 띠밭등으로 띠풀이 많아서 그런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용화사 보광전과 명부전

 

좌측으로 임도 수준의 길이 두 가닥으로 나있고 산 능선 쪽으로 난 길을 따르는데 송림과 편백이
어우러져 어둑어둑하다.
가느다란 통나무 계단이 계속 이어지더니 차량통행이 용이한 길로 연결되고 용화사로 들어가는
곳엔 가시철망이 드리워졌다.

 

 

                                                  돌계단에서 바라본 미륵산

 

14 : 07∼12 조금 내려간 곳 용화사 높은 돌계단을 타고 경내로 들어간다.
암수기와가 물린 멋들어진 지붕위로 보이는 미륵산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보던 스님 한 분이
얼른 몸을 돌리며 총총히 사라진다.

 

14 : 18 관광버스 서너 대와 작은 차들이 몇 대 주차된 광장으로 내려서면서 '조심 조심,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구나'하는 기쁨보다 '무리하지 안했으니 지장은 없겠지?'하는 자위와 함께 깊
은 숨이 절로 나온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 맨 우측에서 좌측으로 걸었다.

 

그러나 택시를 이용하여 점심이재에 가서(2,000원)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 차에 몸을 싣고 애
당초 계획했던대로 회를 먹으러 여객선 터미널로 향할 때는 허리 펴고 눕고싶은 마음 간절했다.
또 비를 뿌리려는지 하늘이 수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