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렁한 산꾼으로 이미 알려져 있으니

용기를 내어 산행기 아닌 강행기(?)를 한번 써 볼 까나......

 

산에 다녀 온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구색도 좀 맞추어 보고.....

 

기실 사설이 긴것 역시 껄렁한 산꾼의 게으름을 숨기려는 의도일 것이다.

 

장타를 날리기위해 워밍업으로 청계산을 다니고 있는데

잠이 많은 본좌는 휴일이면 단독산행을 결심하고서도 늦잠으로 청계산 정수리에 해가

걸릴 때 시동이걸리니 원~

 

그래도 동반산행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꽤나 준법정신이 살아있는 청년(?)이다.

 

동호대교(출발)

해는 따사로운 자태를 뽐내나 시기심 많은 봄바람은 체감온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 오늘은 청계산 대신 한강 고수부지를 길게 걸어 보는 거야~!

압구정역을 통과하여 육교를 넘고 동호대교아래에 비장한 각오로 선다.

---- 이 길을 따라 부모님이 계신 목동까지 가는거야~

배낭메고 산으로 다니다 편안한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강을 따라 걸으니

발걸음이 경쾌하다.

 

한남대교

초등학교시절 이 다리를 건너 압구정으로 건너와서 여름에 미역을 감곤 했었는데....

복숭아과수원 주변에 지천인 토마토도 따먹고 모래사장에서 재첩도 잡았었는데

눈 부신 발전의 여파로 그 흔적조차 없으니... 참 그때는 제3한강교로 불리웠었는데.....

 

강건너 남산이 뚜렸하고 넉넉한 한강은 유유히 흐른다.

 

십 수년 전 세느강을 가 보았는데 실망감이라니

기대가 커서 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한강하고는 게임이 안 되었다.

그러나 그 강을 그들은 얼마나 아끼고 자랑하던지....

 

많은 수량이 서해로 흘러 가고 볼품없는 유람선이 가끔씩 다니는 한강은 어쩌면 우리에게

버림받은 강인지도 모른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호안을 콘크리트로 일사분란(?)하게 처리하고 그 위를 자동차 전용도로로

이용하고 있으니 군사정권다운 발상이 아닌가 한다.

 

도로뒤로 늘어 선 아파트는 유람선에서 보아도 운치가 있을리 없다.

세느에서는 유서깊은 건축물 설명을 하느라 입이 침이 마르던데....

 

우리는 "저 아파트는 00사에서 몇년도에 시공을 하구요~ 평당 얼마 쯤 합니다. " 라고 하지는 않을까?

 

반포대교

반포대교 아래구간은 잠수교로 인해 도보로가 일단 올림픽도로와 같은 고도로 높아졌다가 잠수교구간을 통과하면

다시 내려선다.

고수부지의 축구장에선 동호인들이 축구에 열심이고, 자전거타는 사람, 마라톤하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 타는사람들이

고수부지를 점령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나만 여기서는 이방인.......

괜시리 철이른 봄나물을 캐는 할머니와 나물이나 뜯고 싶어 진다.

 

동작대교

동작동 국립묘지가 지척에 있지만 묵념도 못하고 지나친다.

내가 저곳에 묻힐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기 때문일까?

하기사 그 곳도 이젠 자리가 부족하여 대전으로 영역을 넓혔으니....

가끔 아내에게 수목장으로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곤 하는데 무슨 국립묘지

여름도 아닌데 더위를 먹었나?

 

노들길아래

평소 무심코 자동차로만 질주하였는데 그 아래 신기하게도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위에서만 살다보니 아래에 이렇게 아름답고 유용한 보도가 있는 줄을 꿈엔들 알았으랴~

콘크리트 호안에도 강물은 모래를 퍼다날라 어느새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의힘이란 자연과 시간앞에서 얼마나 미미한지......

 

한강대교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철제아치형다리

철판과 리벳이 기능적으로 이어져있지만 콘크리트일색인 다리에 비하면 아름답다.

동족상잔 때 서둘러 다리를 끊고서도 안심하라고 하던 아픈 역사도 있다.

가운데 있는 섬에 음악당을 건설한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을 알리는 홍보판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한강철교

철이주는 딱딱함 보다는 삼각트러스구조의 구조미가 살아숨쉬고

철길위를 철바퀴로 달리는 굉음이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검은연기와 수증기를 날리며 달리던 증기기관차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시속 300키로를 넘나드는 고속철이 제비처럼 날렵하게 순식간에 이동한다.

 

여의도

마라톤대회준비로 아주 분주하다.

산꾼인 내게는 남의 잔치처럼 비춰져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간혹 다음날 대회코스를 리허설하는 마라톤 동호인들이 위압적으로 무리를 지어 내달린다.

 

원효대교

우리처음으로 디비닥공법인지 뭔지로 시공되어 관심을 받더니 언젠가 부터는 다리가 부실하다고

호된질책을 받았었지...

역쉬 다리는 튼튼해야 하나보다.ㅋㅋㅋㅋㅋㅋ

 

마포대교

예전엔 제2한강교

이제는 선유도공원으로 유명하다.

수도정수장시설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 수목원은 참 아름답다.

시설 그대로를 철거하지않고 이용하였는데 갈 때 마다 누가 디자인하였는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꽃필때 딸과 함께 다시 가야쥐~

 

서강대교

밤섬의 철새는 떠날 채비를 하는지

새로운 철새들이 왔는지 분주하고

국회의사당은 한가롭다.( 음~ 좋군~)

 

성산대교

다리에서 쥐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쥐를 잡는데 소용도 없는 담배를 한대 피운다.

쉽게 생각했었는데 이 길도 장난이 아니다.

조금만가면 부모님이 계시는 목동

먼 옛날에는 지금처럼 걸어서 문안을 드리러 왔겠지?

차를 타면 금새오면서도 무심히 지나던 세월이 부끄러웠다.

 

안양천

하천에서 역한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양재천처럼 맑게 흐르길 기대 해 본다.

목동에들러 어머니께 걸어서 왔다고 하니 측은한 눈빛이 역력하시다.

 

아~ 뿌듯함이여!

 

가끔은 낮은 길도 걸어 볼 일이다.